스님의하루

2021.9.5. 영어 즉문즉설, 주말 명상수련 회향식, 일요 명상
“코로나 봉쇄령, 갇힌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늘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산 밑밭으로 가서 가지와 오이, 호박을 수확했습니다.

요즘 밑밭에는 매일 수확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확물을 가득 담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영어 통역 즉문즉설 생방송

오전 8시부터는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300여 명의 외국인들이 유튜브로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최근 3주 간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장마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후 위기 문제와 더불어 스님의 농촌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질문자는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는 남자분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락다운(Lockdown)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갈수록 커져가는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코로나 봉쇄령, 갇혀 있는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I’m a city dweller in Sydney suffering from lockdown in Covid. In the city there’s a lockdown now, we’ve been in lockdown for about 10-12 weeks and sometimes it’s really difficult. I suffer from stress or increased sensitivity for clutter, noise and I get more anxious just high stress level. Sometimes I notice that going outside for running, exercise works but it’s not always possible and I live in a small space with my partner and I don’t have any doubts about our love for each other but sometimes it can get a little bit tense and sometimes I don’t know how to deal with that. So my question is how to deal with lock down symptoms let’s say when you’re confined in a small space.”
(저는 코로나 방역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드시에 사는 도시 거주자입니다. 도시에는 방역조치가 10-12주간 취해졌는데 가끔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나 혼란, 소음에 대한 민감함이 높아졌고, 더 불안하고, 스트레스도 높습니다. 가끔은 밖에 나가서 조깅이나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항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제 파트너와 살고 있는데, 서로의 애정에 대한 의심은 없지만 가끔 긴장도가 높아지고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겠습니다. 작은 공간에 갇혀 있을 때 방역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제가 살고 있는 시골에 농사 지으러 오세요.” (웃음)

“I’d love to. but we can’t travel.”
(그렇게 하고 싶지만 지금은 여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살아오던 삶의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게 당연하고, 그 불편함이 스트레스가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면 스트레스는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 그러나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스트레스를 받고 살 것인가?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스트레스 없이 살 것인가? 이것은 나의 선택입니다.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내가 빵을 먹고 삽니다. 그런데 한국에 이사를 왔습니다. 빵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쌀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입맛에 맞지 않아요.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것인가? 그런데 나는 한국에 있어야 할 상황입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일까요? 대부분이 음식으로부터 스트레스가 온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는 습관으로부터 옵니다.

음식으로부터 온다면 매일 쌀밥을 먹는 한국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되잖아요. 내가 갖고 있는 빵을 먹던 습관이 쌀을 먹는 습관과 맞지 않아서 저항을 하는 겁니다. 이때 스트레스 없이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기존의 습관에 맞춰서 빵을 구해서 먹는 겁니다. 둘째, 쌀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맞춰서 내 식성을 변화시키는 겁니다.

까르마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행은 까르마를 변화시켜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옷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 원시 시대에는 옷을 입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처음으로 옷을 입었을 때는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옷을 입고 사니까 여기에 적응을 하게 된 겁니다. 이제는 옷을 벗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마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때부터 마스크를 끼고 살면 마스크가 옷과 같습니다. 마스크를 벗으면 마치 옷을 벗은 것처럼 허전해집니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살다가 갑자기 마스크를 쓰게 되니까 답답하고 불편한 겁니다. 불편함은 마스크 때문에 오는 게 아니라 습관 때문에 오는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는데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했습니다. 여름에는 냇가에서 씻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거의 씻지 못했습니다. 부모는 ‘씻어라’ 그러고 아이는 ‘안 씻겠다’ 하는 게 주로 갈등의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일 씻고 살기 때문에 하루만 안 씻어도 불편을 느낍니다. 만약 한 달 안 씻고 산다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그것은 씻지 않기 때문에 오는 게 아니고 바로 습관 때문에 오는 겁니다.

여기서 수행이란 이런 불편이 느껴질 때 환경을 탓하지 않고 ‘이것은 습관 때문에 오는 것이다’ 하고 자각하는 겁니다. ‘아, 이건 습관 때문에 오는 거야’ 이렇게 알아차리고 불편을 감수합니다. 그러면 불편할 뿐이지 스트레스는 받지 않습니다.

해결책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주말에는 여행을 하면서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을 중심에 놓고 적절하게 욕구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가끔 빵을 구해서 먹으면서 기분을 변화시키는 거죠.

그러나 수행자는 이것이 팬데믹 때문에 오는 게 아니라 카르마가 저항하는 것임을 알아차려서 바깥 외출을 하지 못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좀 불편하지만 ‘카르마로부터 오는 것이다’ 하고 알아차리면 하루 종일 외출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팬데믹이 없을 때도 명상 센터에 가서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일주일간 명상을 할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 상황에 대해 ‘명산 센터에 왔다’ 하고 생각을 바꾸셔야 해요. (웃음)

지금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한테 지고 있다는 얘기예요. 주어진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잖아요. 집안일도 하고, 명상도 하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자유롭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토회는 전국에 170개가 넘는 법당이 있었습니다. 팬데믹이 심해지면 문을 닫고,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 문을 열고, 처음에 이랬습니다. 바이러스가 시키는 대로 닫았다 열었다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문가한테 ‘바이러스가 언제쯤 끝나겠느냐?’ 하고 물어봤더니 ‘쉽게 끝나기 어렵습니다’라고 했어요. 유행처럼 심했다가 약했다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회의를 해서 법당을 다 없애고 모든 법회를 온라인으로 바꿔 버렸어요. 많은 회원들이 노력하고 애써서 만든 법당인데, 그걸 없애려니까 다들 마음이 섭섭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이 죽었다고 해서 땅에 묻지 않고 계속 보관만 하고 있을 겁니까? 아무리 사랑했다 하더라도 그가 죽었으면 땅에 묻든지 불에 태워야 합니다. 그것처럼 법당을 만든다고 돈을 모으고 정성을 쏟았다 하더라도 사용 가치가 없어졌다면 허물어야 합니다.’

대중들은 저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6개월 만에 법당을 다 닫았습니다. 지금 정토회는 팬데믹이 있든지 말든지 모든 법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시골로 이사를 가든지, 직업을 바꾸든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든지, 집에 있으면서 ‘명상센터에 왔다’ 하고 생각을 바꾸든지,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괜찮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자신의 습관에 메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바깥에 있는 백만의 적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를 이기는 자가 더 큰 영웅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자기를 이긴다는 것은 자신의 까르마, 욕망, 성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뜻합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나만 손해예요.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질문자 스스로 까르마에 얽매여서 괴로워하고 있는 거예요. 정부가 국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국민들에게 더 큰 손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통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것을 수용해야 합니다.”

“Thank you very much it was very helpful.”
(감사합니다.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두 번째 질문자는 미국에 사는 여성분이었습니다.

“명상을 시작할 때 감정을 먼저 살펴서 진정을 시키는데, 감정을 살피는 것 자체가 산만함의 표시인가요? 오직 호흡에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까?”

두 번째 질문에도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질문자 두 명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코로나 락다운(Lockdown) 조치로 답답한 마음이 든다는 분은 스님의 답변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면서 추가로 질문을 했습니다.

“I was wondering because we talked about stress level for me in my case but there’s also irritations with for instance noise in the background or clutter and outside intrusions in the small space and I feel sometimes unsafe for anxious in the small space that I have. I know that I should try and think differently about it but maybe you can speak a little bit more to that because maybe that’s a similar thing as with meditation, but it also applies for lockdown stress.”

(제 경우에 스트레스에 대해 얘기했지만, 추가로 예를 들면, 작은 공간에서 주변 잡음, 소음, 외부 침입에 대한 불쾌함, 불안감을 느낍니다. 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스님의 말씀을 더 듣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방역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가 명상법과 비슷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수행이란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환경에 적응하거나 두 가지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90% 이상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나에게 맡게 환경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환경에 적응하기도 합니다. 문명이란 주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자기에 맡게 변화시키려고 하다 보니 뜻대로 안 될 때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변화시킬 수 있으면 변화시키면 되지만, 때로는 적응도 해야 합니다. 뜻대로 안 된다고 스트레스받는다는 것은 노력보다는 결과를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환경을 변화시키거나, 환경에 적응하거나

바깥이 소란하다 싶으면 창문을 닫으면 됩니다. 그래도 시끄러우면 이중창을 달면 됩니다. 그것도 견디기 어려우면 이사를 가면 됩니다. 그러나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파는 것이 소음을 줄이는 것보다 더 번거로우면 소음에 적응을 해야 합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 기차가 지나가는 곳에서 산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저히 잘 수가 없었습니다. 10분마다 집이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니까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요. 기차 소리에 제가 적응을 해 버린 겁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늘 적응과 변화가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괴로움이 생깁니다. 변화를 시키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변화가 안 될 때는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변화를 시켜라’, ‘적응해라’ 이렇게 가르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괴로움이 없어지느냐를 가르칩니다. 변화시키는 것이 재미있고 괴로움이 없다면 변화시키는 일을 계속해도 괜찮아요.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적응을 하라는 겁니다. 적응이 안 되면 노력해서 변화를 시키라는 거예요.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노동이 놀이가 된다면

노동을 함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운동을 한다고 생각을 바꾸면 됩니다. 놀려고 해도 몸을 움직여야 되잖아요. 그러니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더 쉬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클럽에 갔다고 합시다. 무대 위에서는 전문가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무대 밑에서는 일반인이 춤을 추고 있어요. 무대 밑에서 춤을 추는 사람을 돈을 내고 춤을 춥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돈을 받고 춤을 춥니다. 똑같이 춤을 춰요. 그런데 무대 밑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잘 놀았다고 표현합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힘들게 일했다고 표현합니다. 이때 30분 연장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무대 밑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환호를 합니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불만을 가집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노동의 해방은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 노동을 놀이화 하는 겁니다. ‘내 삶을 놀이화 한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 보세요. 그러면 ‘휴가’, ‘휴식’ 이런 게 따로 필요 없습니다. 다만 놀이도 많이 놀면 육체적으로 피곤하잖아요. 그래서 육체적으로 조금 휴식이 필요할 뿐입니다.

‘매일 아침에 노동을 했다’ 하는 것이나, ‘매일 아침에 운동을 했다’ 하는 것이나, ‘매일 아침에 놀이를 했다’ 하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요? 제 질문이 조금 어렵게 들리나요?” (웃음)

스님의 질문이 어렵게 다가온다면 다음 시간에 또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다시 논으로 나갔습니다. 논 장화를 신고 논으로 들어가 피를 뽑고 있으니 봉사자들이 여럿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피를 어떻게 뽑는지 설명한 후 함께 피를 뽑았습니다.

“외곽에는 솜씨 있는 사람들이 피를 뽑아서 깨끗한데, 가운데는 피가 거의 그대로 있어요.”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두 시간 동안 피를 뽑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

오후 3시 20분부터는 주말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2박 3일 동안 스님의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10여 명이 대표로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소감문 발표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스님에게 명상 중 의문 나는 것을 질문했습니다. 명상 참가자들과 1시간 동안 즉문즉설을 한 후 회향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감을 잘 들었습니다. 소감의 내용을 요약하면 세 줄이네요. (웃음)

‘힘들었다.’
‘그만두고 싶었다.’
‘그래도 하고 나니 좋았다.’

이런 저런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많겠지만, 해결이 안 되어도 괜찮아요. 지금까지도 잘 살았는데 뭐 새삼스럽게 갑자기 해결하려고 해요? 그냥 이대로 살든지, 좀 더 편하게 살려면 습관을 조금 바꾸든지, 둘 중에 하나예요.

여러분은 스님이 노력해서 바꾸라고 하지 않고 바꾸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얘기하나 싶죠. ‘바꿔라!’ 그러면 여러분은 또 안 바뀌는 것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제 말은 괴로워하지 말라는 겁니다. 바꿔도 괴로워하지 말고, 안 바꿔도 괴로워하지 말아야 해요.

지금 이대로 살아도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는데 새삼스럽게 안 바뀐다고 못 살 일이 뭐가 있겠어요. 지금까지도 지지고 볶고 하면서 안 죽고 잘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잘 살 거예요.

그러나 이렇게 사는 게 좀 힘들다면, 바꾸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먹고 싶을 때 멈추는 게 바꾸는 거예요. 간섭하고 싶을 때 멈추는 게 바꾸는 거예요. 상대가 화를 낼 때 한번 웃어 주는 게 바꾸는 거예요. 같이 화내는 것은 바꾸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에 멈추는 것을 못 해요. 지나 놓고 다시 생각하면 다 할 수 있는 일인데, 그 순간에는 한눈팔고 놓칩니다. 마치 명상할 때 호흡 알아차림을 놓치는 것과 같아요. 먹고 싶을 때 그 순간에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찰나 찰나에 깨어 있어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한번 해 보세요. 해보고 다음에 명상할 때 또 질문하시고요.

다리가 아픈 것, 졸리는 것, 망상이 생기는 것, 허리가 구부러지는 것, 통증이 생기는 것, 모두 정상입니다.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쳐요. 법륜 스님도 마찬가지예요.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도 누구나 다 넘어져 가며 배우잖아요. 넘어져가면서 배울 것인지, 넘어지는 게 싫다고 포기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스님은 발원을 하며 회향 법문을 마쳤습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들도 이 좋은 법을 만나서 평화와 안정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사홍서원으로 회향식을 마쳤습니다.

잠시 휴식을 한 후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일요 명상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외국인을 포함하여 1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해서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 2개에 대해 답변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두면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관심을 코끝에 두고 ‘내가 호흡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자꾸 할 일을 만들어 이런저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아! 내가 지금 할 일이 없지!’ 하고 그 생각을 내려놓고 다시 코끝으로 돌아옵니다. ‘호흡을 알아차려야지!’ 하고 애를 쓰거나 어떤 의도도 갖지 않아야 합니다. 호흡이 알아차려지면 계속해서 알아차리고, 관심을 다른 데에 빼앗겼으면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코끝에 관심을 둡니다.

농구 연습할 때 공이 들어가도 받아 던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받아 던지듯이, 코끝에 알아차림이 유지되어도 그냥 유지하고, 관심이 다른 데에 빼앗겨도 다시 코끝을 알아차립니다.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해 나갑니다. 애쓰지도 말고, 긴장하지도 말고, 편안한 가운데 다만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간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소감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의도가 없이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I felt restful with this approach of not having an attention.’

‘끝날 무렵 졸음이 왔지만 호흡으로 돌이켜 편안히 잘 마쳤습니다.’
‘I was dozing off at the end but I refocused on the breath and I did it well.

‘내가 알지 못했던 감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I recognize an emotion I was unfamiliar with.’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서 피곤했는데 피곤이 풀린 느낌입니다.’
‘I was tired because I was busy throughout today but it feels like you know my fatigue wear off.’

‘저는 굉장히 차분하고 평화스러웠지만 마지막에 닭이 울었습니다.’
‘I was very calm and peaceful until my rooster crows at last minute.’

해외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시차가 다르다 보니까 아침에 명상을 하는 분들도 있었나 봅니다. 닭이 울었다는 소감에 웃음을 보이며 스님이 닫는 말씀을 했습니다.

“자꾸 애써서 하게 되면 명상을 하고 나면 피곤해집니다. 알아차려야 된다고 너무 애쓰게 되면 그렇게 안 될 때 실망이 생깁니다. 여러분은 마치 일을 하듯이 명상을 하려고 해요. 모든 일을 쉬고 아무 할 일 없이 푹 쉰다는 마음으로 명상을 해야 합니다. 명상이 재미있다고 할 것까진 없지만 명상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어야 합니다. 명상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다는 것은 여러분들이 애쓰고 긴장해서 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비닐하우스에 잎채소를 심은 후 오전에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산 윗밭에 올라가서 도라지 씨앗을 받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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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숙

저도 가게를 처음 시작 할때는 12시간 가게를 지킨다는게 힘이 들었지만 불대틀 마친 이후론 해야할 일들이 눈에 서서이 들어외 짬짬이 손을 보게 됩니다.
작년에 딸아이가 출산한다고 들어갔다가 몇달동안 있다 겨우 나온적이 있기에 스님의 말씀이 더 크게 느껴 집니다.언제나 건강하신 스님 모습 오래도록 뵙고 싶습니다.

2021-09-15 06:50:06

정종석

물처럼 바람처럼 막힘없고,걸림없는 스님의 일상에 경탄합니다.농삿일 하시는 스님의 모습에 부처님의 걸식하는 모습이 캡처됩니다.감사합니다.

2021-09-09 08:04:17

세숫대야

시드니 방역~
자신의 업식으로인한 거부감~
적응과선택~
고맙습니다()

2021-09-08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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