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19 키스 루스(Keith Luse) 온라인 간담회, 정토대전 회의
“불교의 핵심 내용이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침마다 앞밭에 가을배추 모종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모종이 3천 여 개가 되다 보니 다섯 명의 행자들이 매일 2시간 동안 5일째 심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 심을 수 있을까요?”

“네,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자님들의 우렁찬 대답과 동시에 부지런히 모종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정토대전 회의를 하기 위해 문경 연수원과 수련원에서 새벽에 출발한 법사님들도 밭에 도착해 일을 도왔습니다.

모종이 한 줄씩 착착 심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님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외국인과 7시부터 화상회의가 있어서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마무리를 같이 못해서 미안해요.”

행자님들과 법사님들은 오전 8시까지 가을배추 모종 심기를 계속했고, 스님은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7시부터는 NCNK(전미북한위원회) 사무총장인 키스 루스(Keith Luse) 님과 온라인으로 미팅을 했습니다.

키스 루스(Keith Luse) 님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북미 대화에 참여한 경험이 많을 뿐만 아니라 스님과 북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20여 년 간 정보를 교류해 오고 있는 분입니다.

화상회의 방에서 스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키스 루스(Keith Luse) 님이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It’s very nice of you to take time and I really appreciate your colleagues helping set this meeting up.”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활동가들이 주선을 해주셔서 더욱더 감사합니다.)

“네, 만나서 반가워요.”

“So, I was just curious. Have you received any updates about the situation inside the north on the humanitarian front?”
(북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추가로 정보를 받으신 것이 있으신지 궁금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곧바로 키스 루스(Keith Luse) 님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키스 루스(Keith Luse) 님의 질문에 답하면서 북한의 최근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NCNK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몇몇 분들도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언제쯤 될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북한은 언제쯤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이게 될까요?

“What do you think the breaking point is for North Korea? And do you think we are the approaching that point Or what that point might be at which, …, that North Korea will require emergency aid?”
(북한이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언제쯤 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북한이 긴급구호를 받아들일 시점이 가까워오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북한의 식량 상태로 봐서 올해 연말까지는 외부에서 식량의 유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늘 식량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비상식량을 풀었는데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묵은 식량을 풀면 새로운 곡식으로 다시 창고를 채워놓아야 하는데, 이번에 식량을 풀려고 보니까 제대로 비축이 안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군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잠시 그 권리가 유보되는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올 가을에 식량이 충분히 생산되어서 이것을 다시 채워야 합니다. 만약 올해 농사가 잘 돼서 어느 정도 식량을 비축할 수 있다면 식량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올해 농사도 수확량이 적어서 제대로 비축할 수 없다면, 외부로부터 식량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에 북한 정부에게는 굉장히 큰 압박이 될 거예요.

서방 국가들이라면 이 상황이 대화 창구로 나올 수밖에 없는 큰 압박 요인이 되겠지만, 북한은 지난 70년 간 저항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심각한 식량 위기라고 해서 굴욕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대화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도움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정치 아닌가요?

인도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북한 주민의 희생을 막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북한이 조금이라도 대화 창구로 나올 수 있도록 체면을 좀 살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 군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북한에 끌려가는 행동이라며 반대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북한 주민들만 희생되게 됩니다. 정치라는 것이 뭡니까.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이 정치이잖아요.

‘어떤 이유로든 사람이 희생되도록 하는 정치가 과연 바람직한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식량난은 북한 정부의 책임이지 우리의 책임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책임 소재가 과연 사람의 희생을 정당화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겁니다.”

이 외에도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문제, 미국의 대북 정책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나눠주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스님이 미국을 방문하여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온라인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9시에 두북 공동체 대중과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하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발우공양을 할 때 말석에 앉은 분들이 찬상도 날라야 하고, 숭늉도 내와야 하고, 많이 바쁜 것 같아요. 상석에 앉았다 하더라도 자기 앞에 찬상이 놓여 있으면 그 사람이 찬상을 들고 뒤에 가져다 놓으면 어떨까요? 청수, 밥통, 국통도 상석에 앉은 제가 직접 뜨고 아래로 내리는 것처럼 가능한 말석에서 이동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발우공양을 하면 좋겠어요.”

발우공양을 한 후 10시 30분부터 정토대전 사상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불교사상팀에서 사성제와 연기에 대해 새롭게 공부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불교 교리를 참신하게 해석한 자료들을 많이 검토해 왔지만 항상 인도의 윤회 사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검토한 자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불교 교리를 이야기할 때마다 윤회를 긍정해야 하느냐, 부정해야 하느냐,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요. 윤회란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어서 죽으면 그 영혼이 다시 씨앗이 되어서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건 믿음의 문제이지 수행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이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안 하셨어요.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이 무엇일까요?

수행의 대상은 ‘현재 겪고 있는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새로 태어납니까?’ 이런 질문은 수행의 대상이 아니에요. ‘우주는 영원한가?’ 이런 주제에 대해 연구할 수는 있지만, 그 답을 안다고 해서 내 괴로움이 없어지고, 그 답을 모른다고 해서 괴로움이 안 없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안 하신 겁니다. 이 관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면 계속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불교로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설명하려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어요. 불교의 관심은 ‘열반에 이를 수 있는가?’, ‘괴로움 없는 삶을 살 수 있는가?’ 이겁니다.

‘괴로움이란 어떤 원인이 있어서 발생한다. 그 원인만 제거하면 괴로움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

이것이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진실이 이렇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면 괴로워할 일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부처님은 윤회를 한다든지, 안 한다든지, 이런 말씀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이런 논쟁에도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열반으로 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관심의 소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윤회’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

그런데 왜 불교에서는 윤회를 얘기할까요? 우리가 살면서 자꾸 ‘나다’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나’라고 하는 어떤 윤회의 씨앗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걸 부정하셨어요. ‘내가 있다’는 관념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부처님께서 연기법을 말씀하신 것인데, 그것을 오히려 논리화, 체계화해서 윤회를 증명하는 도구로 사용한 겁니다.

이렇게 12연기를 활용해서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윤회를 논리적으로 증명한 거예요.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경전이나 교리, 논장 등이 편집되었기 때문에 불교 학자들이 참신하게 해석하는 것 같다가 마지막엔 결국 윤회 사상으로 넘어가 버리는 거예요.

비유를 든다면, 마치 기독교인이 ‘무상’, ‘고’, ‘무아’를 공부하고는 불법이 진리라고 인정하면서도 창조설의 테두리를 못 벗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서양에서 불교를 가르치는 사람들이 겪는 제일 큰 어려움이 이겁니다. 서양인 중에 불교 교리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좋아해서 나름대로 많이 공부한 사람도 결국에는 이렇게 묻습니다.

‘말씀은 다 이해하고 훌륭한데 한 가지가 해결이 안 됩니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 세상을 누가 창조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 세상은 누가 창조했습니까?’

이것이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입니다. 이 세상은 누가 창조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죠. 하나님이 창조하지 않았다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하나님이 안 했으면 누가 창조했느냐는 겁니다. 누구라도 창조했으니까 세상이 있을 것 아니냐는 거죠. 이렇게 기독교인은 누가 창조했다는 사유체계를 바탕으로 사물을 봅니다. 이게 바로 고정관념입니다. 교회에 안 다니는 사람은 누가 창조했는지 그런 생각을 안 하잖아요.

괴로움이 발생했을 때 해야 할 일

누가 창조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괴로운지 안 괴로운지가 중요합니다. 지금 괴롭다면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살을 맞았으면 화살을 빼내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화살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화살을 누가 만들었는지 따지다가 죽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기독교인의 사고방식이 그런 것처럼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에도 사람이 죽으면 새로 태어나서 윤회한다는 것이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었던 거예요.”

이어서 사회사상팀에서는 그동안 공부하면서 들었던 의문점들을 정리해 와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 같은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을 사회적 약자층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평등을 중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과 국민 여론을 보면서 법의 공평한 적용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외적 적용과 비타협 적용의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과 법치주의 사이에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중도적 적용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 미군 철수로 인한 아프가니스탄 정권의 붕괴와 탈레반 정부의 수립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스님은 다양한 예를 들어주며 부처님이 말씀하신 육화합 정신이 어떻게 현대 사회에도 중도적인 관점에서 실천될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셔서 오늘은 졸지도 않고 정말 집중해서 스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함께 해 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한 후 정토대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공양을 한 후 오후 4시 30분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했습니다. 법사와 결사행자 추천과 심사, 상근활동가 수련, 안거 이후 공동체 지부 공청회 진행 건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검토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하루 종일 정토대전 경전팀과 회의를 하고, 오전 10시와 저녁 7시 30분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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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큰 어른이 있으시다는게 참으로 복이구나 스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1-08-26 20:05:39

이옥희

윤회ㅡ들을때는 그래! 히다가 또 다른얘기에
또다시 혼란 스러움을 반복했었던 이유를
알게되어 기쁩니다.

2021-08-25 12:54:07

청정화

북한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2021-08-23 19: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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