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18 종교인 모임, 백일법문 콘텐츠 회의, 수행법회
“업무 지시를 무시하는 팀원 때문에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어제에 이어서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7시 30분부터 평화재단에서 종교인 모임을 했습니다. 신부님, 목사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과 함께 남북 관계, 북한 인도적 지원, 젊은 세대의 탈종교화 현상 등 다양한 주제로 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점심에는 손님이 찾아와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백일 법문 콘텐츠 준비팀과 정토대전 편찬위원회가 합동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백일 법문 시행시기와 백일 법문의 구성과 내용이었습니다. 1차 만일을 마무리하는 2022년에 백일 법문을 할지, 2차 만일을 시작하는 2023년에 백일 법문을 할지, 기존과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구성으로 법문을 할지,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담당 법사님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토론을 하고 나서도 쉽게 결론을 낼 수 없어서 이번 주에 정토대전 편찬팀이 회의하는 날에 따로 시간을 내어서 토론을 더 해보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에 회의가 끝나자마자 서울을 출발해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저녁반 회원들 7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붕괴와 탈레반의 재장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 국제적으로 가장 큰 뉴스는 아마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몰락과 탈레반의 재장악인 것 같습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저는 한국 사람으로서는 가장 먼저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었던 것 같아요. 수도인 카불뿐만 아니라 탈레반의 본거지라고 하는 칸다하르, 그리고 세계 최대의 석불이 있는 바미얀 등지를 방문해서 난민 캠프에 지원을 하고, 여성교육을 위한 지원도 하고, 무너진 다리도 놓고, 학교도 새로 짓는 활동을 국제구호단체인 JTS를 통해 4년간 했었습니다. 첫째, 치안이 불안정해서 위험하기도 했고, 둘째, 지대가 굉장히 높아서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개를 넘어가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 구호활동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프간 사람들의 안전과 평화를 기원하며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20여 년간 지원했지만, 그 지원이 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까 엄청난 돈을 지원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순식간에 몰락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대영제국이 침공을 했다가 실패하고, 또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미군이 20년 간이나 주둔했지만 결국 큰 성과없이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을 두고 ‘제국의 무덤’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기후는 아주 건조하고, 지대는 아주 높은 산악지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매우 거친 편입니다. 그런 곳에 4년이나 사무실을 내고 여러 지원활동을 했던 기억이 있다 보니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이렇게 정권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특히 탈레반은 여성에 대해 아직 봉건적인 관습을 많이 갖고 있어서 여성들의 교육이나 사회적 활동, 인권이나 안전 문제에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것 같아요.

또한 미국에 협력했던 사람들이 정치적 보복을 받을 것이 크게 우려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철수하기 전에 그런 사람들을 먼저 철수시킨 다음 자기들이 철수해야 하는데, 미국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속도를 오판해서 큰 혼란이 초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 떨어지기도 하는 비참하고 아픈 상황을 언론을 통해서 목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안전과 평화를 다 함께 기원해보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200여 명의 방청객 중에서 4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매사에 부정적인 팀원 때문에 자꾸 힘이 빠진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업무 지시를 무시하는 팀원 때문에 힘듭니다

“같이 일하는 팀원이 매사에 부정적이고 냉소적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본인이 기분 나쁠 때면 팀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고 팀장인 저의 업무 지시를 못 들은 척 무시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아, 짜증 나. 이거 꼭 해야 해요? 안 하면 안 돼요?’, ‘그거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부정적인 말들을 습관처럼 내뱉기도 합니다. 팀을 잘 이끌고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저로서는 매번 힘이 빠지고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이 듭니다. 팀원의 언행이 저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수행해야 할까요?”

“상황을 자세히 모르지만 일단 질문자의 얘기만 듣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 팀원 본인의 얘기도 들어봐야 하겠지만 지금 질문자의 얘기만 들어본다면, 그 사람은 성격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약간 불안증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환을 가진 환자라면 치료를 해야 하고, 성격적인 이상이라면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격은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요? 그 팀원이 그럴 때마다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할 수 있느냐?’ 자꾸 이렇게 반응하면 질문자도 거기에 전염이 돼서 화내고 짜증 내는 등 말려들게 됩니다. 병이 아니라 성격적인 문제라면 그럴 때마다 항상 ‘아, 나와 다르구나’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내가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와 그 팀원이 세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겁니다. 그 팀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관점을 갖는 게 중요해요.

또 한편으로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합니다. 병을 가진 환자의 어떤 반응을 정상인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맞대응하게 되면 나에게도 그 병이 전이된 겁니다. 부처님께서 어떤 바라문의 집에 탁발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바라문이 화를 내고 욕을 하자 부처님께서는 같이 화를 내는 대신 그저 빙긋이 웃으셨습니다. 상대의 부정적인 언행에 맞대응하는 것은 그 사람의 병이 나한테 바로 전염이 돼서 나도 똑같이 대응하는 것과 같아요. 그 사람의 병이 나한테 전이되지 않게 하려면 거기에 맞대응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환자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무시하라는 게 아니라 이해하라는 겁니다. 첫째, ‘나와 다르구나’ 이렇게 보든지, 둘째, ‘아, 지금 저 사람이 정신적으로 조금 어렵구나.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저렇게 밖에 할 수가 없구나’ 이렇게 관점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걸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고치는 건 질문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니까 이렇게 이해하는 관점을 갖고 지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그러나 이 방법은 도저히 내 수준에서는 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 사람 문제 때문에 안 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런 관점을 갖는 것이 잘 안 되는 겁니다. 환자라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나와 다르다는 생각도 잊어버리고, 자꾸 나도 모르게 말려들고 또 말려드는 거죠. 이런 경우라면 이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질문자의 자기 수행 문제예요. 이런 환경에서 내가 자유롭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다시 수행의 관점을 제대로 잡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이제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 상위 부서에 얘기하는 거예요.

‘제 수준에서 저 사람의 대응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업무 효율을 위해서 저 사람을 다른 부서로 옮겨주든지, 저를 다른 부서로 바꿔주든지, 좀 조정을 해주십시오.’

이렇게 요청을 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것도 안 받아들여지면, 둘째, 내가 회사에 사표를 내는 길이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것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일인데, 내가 이 상황이 감당이 안 되니까요. 시베리아에 아무리 넓은 땅이 있어도 내가 거기서는 추워서 도저히 못 살겠다면 아무리 땅이 넓어도 포기해야 하잖아요. 산골짜기에 아무리 좋은 땅이 있더라도 내가 거기까지 갈 수 있는 교통로가 없으면 포기해야 하고, 아무리 좋은 땅이 있더라도 물을 구할 방도가 없으면 포기해야 합니다. 그런 것처럼 내가 현재 이것을 감당할 수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직장도 포기하는 게 좋아요. 일이 조금 더 고되고 월급이 좀 작더라도 다른 회사로 옮겨가서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일하는 게 좋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그 팀원을 환자라거나 좀 성격이 특이한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문제다’ 이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런 그를 이해하고 ‘또 시작이구나’ 이러면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갖는 거예요.

그게 안 될 때는 자기 수행을 점검하는 게 좋습니다.

‘아, 내 공부가 좀 덜 됐구나. 내가 조금 덥다고 해서 죽겠다고 하고, 조금 춥다고 해서 죽겠다고 하고 있구나’

이렇게 수행적 관점을 갖고 자기를 돌아본 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겁니다. 날씨는 더울 수도 있고 추울 수도 있잖아요. 그 사람이 화내면 부딪히고, 그 사람이 좋아하면 괜찮고, 이런 것은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할 때 내가 일일이 반응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내가 되는 게 좋아요.

그것도 안 되면 그 팀원을 나무라지 말고 회사에 얘기를 하세요. ‘제가 감당이 안 됩니다’ 이렇게 얘기해서 인사이동을 요청하는 게 차선입니다. 그게 안 되면 내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편하게 지내는 게 차악입니다. 차악이라도 최악보다는 나아요.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대응을 하면 돼요. 여러 길이 있으니까 그중에서 최선의 길부터 하나씩 해보면서 자기 수준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아, 이 길은 좋은 길이지만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현재 갈 수 없는 길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다음 방법을 해보세요. 그다음 길도 ‘이것도 내 수준에서는 지금 안 되는 길이구나’ 이렇게 알게 되면 다음으로 넘어가고요. 이렇게 해서 현실에서 내가 선택 가능한 길을 찾아가는 게 좋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내가 유방암 1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내를 지켜봐야 할까요?
  • 천도재를 지내면 얼마 전 죽은 아들이 생각나 더 힘든데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 옳은가요?
  • 자기 변화를 위한 수행, 부처님의 재조명, 세상의 변화를 위한 사회적 실천에 대한 내용을 수행법회에서 이야기해 주시면 어떨까요? 수행법회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합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다 하고 나니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팀원 때문에 고민이라는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에 자꾸 말려들어서 힘들었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이 역시 자기 수행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임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마음을 내어 수행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법문이 끝나고 곧이어 백중 기도 천도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주변에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를 한 다음 10시가 다 되어 수행법회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NCNK(전미북한위원회) 사무총장인 키스 루스(Keith Luse) 씨와 온라인 간담회를 한 후 하루 종일 정토대전 사상팀과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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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아! 나와 다르구나!
내 수행을 점검해야하는 시간..
오늘 내용은 이해가 어렵습니다.
나를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며 나를 다듬는 하루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1-08-23 17:51:45

옥스

질문자의 상황과 똑같은 입장이네요.
저는 상사때문에 이런일을 겪고있는데
4가지방법을 다 써보고있습니다 ㅎㅎㅎ
아직도 갈길이 멀지만 스님법문과 수행으로 이겨나가려합니다~

2021-08-23 14:41:27

김순복

감사합니다
잘 기역하겠습니다.

2021-08-23 10: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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