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8.12 농사일, 화상회의
“나이 들어서 창업했는데 실패할까 봐 걱정이에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이었지만 간간히 태양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스님은 산 밑밭으로 향했습니다.

길가에 풀이 높이 자라 있어서 낫으로 성큼 베어준 후 밭에 도착했습니다. 벌써 스님의 작업복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어떤 작물을 수확할지 밭을 둘러본 후 먼저 오이를 수확했습니다. 스님이 오이를 따서 고랑에 두고 가면, 뒤이어 행자님이 고랑에 나란히 놓여 있는 오이를 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가지도 튼실하게 잘 자랐습니다. 가위로 싹둑 자르면 가지가 툭 하고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붉게 변한 토마토도 많이 보였습니다. 역시 스님이 토마토를 고랑에 놓고 가면 행자님이 모두 주워 담았습니다.



수확할 것을 거의 다 하고 나니 밭 한편에 옥수숫대가 보였습니다.

“옥수수는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는 행자님이 먼저 옥수수를 수확하고 지나가면 뒤이어 스님이 옥수숫대를 낫으로 베었습니다.


옥수수를 포대에 담고 밭을 나가려는 찰나에 빨갛게 익은 고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고, 고추도 따야겠어요.”


빨갛게 익은 고추가 금방 바구니에 가득 찼습니다.

이제 일을 끝마치고 밭을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땅콩이 비닐멀칭에 막혀서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비닐을 걷어줍시다. 그래야 땅콩 뿌리가 땅속으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발우공양 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 비닐을 걷어내었습니다.

“이제 됐어요. 이렇게 해두면 저절로 땅콩이 땅속으로 뻗어내려갈 겁니다.”

마지막으로 알맞게 큰 애호박 하나만 더 따서 밭을 나왔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 수확한 농산물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밭을 빌려준 분에게 선물을 하기로 했습니다.

“선물할 것만 이 바구니에 담고, 나머지는 두북 수련원에 가져가서 먹읍시다.”

수확물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농사는 수확물을 같이 나눠먹는 재미가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스님은 선물할 농산물을 따로 챙겨 산을 내려갔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아침에 수확한 아삭 고추가 찬상에 올라왔습니다.

식사를 하고 오전 10시부터 정토회 대표, 지원국장, 만일준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안거 기간 동안 공동체 대중들이 토론한 내용 중에 정토회가 당장 해결하면 좋을 과제들이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스님은 이에 대해 공유한 후 실제 현황과 개선 방향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논했습니다.

11시 30분부터는 두북 공동체 성원들과 하반기 농사 계획과 내년 농사 방향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가을에 수확할 작물은 언제 심을 것인지, 밭 정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각 으뜸절마다 어떤 농사를 지을 것인지 전체 방향에 대한 스님의 설명을 들은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오전에 했던 회의를 좀 더 구성원을 확대해서 했습니다. 안거 때 제기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논하기 위해 관련 사업의 실무 책임자들도 함께 참석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바뀌면서 전반적으로는 잘 변경했다고 평가되지만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법회든 강연이든 온라인으로 접속하는데 여러 장벽이 있어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요. 또 온라인 즉문즉설은 밴드를 가입해야 들을 수 있는데 사람들이 밴드를 잘 사용하지 않고 접근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리고 민원에 대해 책임지는 단위가 없고 소통 체계가 복잡하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는데 잘 검토해 보시고 개선책을 강구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결론을 못 낸 안건들은 위임을 받은 분들이 다시 초안을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후에는 관련 사업의 책임자들끼리 모여서 세부 방안을 만들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끝냈습니다.

내일은 산 앞밭에 밭을 정비하고 돌을 골라내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7월 16일 금요 즉문즉설 강연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나이 들어서 창업했는데 실패할까 봐 걱정이에요

“저는 대기업에 한 20년을 다니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2019년에 미국에 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문제도 있고 제가 적응을 못하기도 해서 작년에 다시 귀국을 했습니다, 귀국해서 이렇게 있다 보니 제 인생이 끝난 거 같은 마음이 듭니다. ‘더 일을 할 수 있었는데 괜히 이민 가겠다는 욕심에 내 인생이 망가졌구나,’ 하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올해 창업을 했습니다. 제가 20년 동안 일했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라 잘 해낼 자신감이 있었고 대박이 날 것 같았습니다. 지금 창업하고 7개월째 접어들고 있는데 생각보다 연구개발이 느리고 또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관계자들과 전화를 해보면 대부분 부정적 답변이 돌아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라 정부지원금도 신청했는데 탈락했어요. 성공하면 제 노후도 보장되고, 또 세상에도 굉장히 이로운 제품인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서 고민입니다. 만약 제 나이가 2-30대라면 정말 크게 도전을 해보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텐데 저는 10살 된 아이도 있고 노후도 생각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집 팔고, 논 팔아 가면서 자본을 다 털어 넣어 사업을 했다가 실패를 하면 저한테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고민에 빠져있던 중 법륜스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질문을 했는데 이렇게 채택이 되니 진짜 꿈인가, 생시인가 싶습니다. 모쪼록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박나겠다 싶으면 논도 팔고, 집도 팔면 되지 왜 논 팔고 집 팔고 안 하려고 해요?”

“정부에서 승인을 안 해주면 어떡하나 싶어서요. 저는 정말 자신 있게 개발할 수 있는데 정부 관료들이 조금 보수적이잖아요. 정부에서 계속 시간 끌고 승인을 안 해주면 결국 제가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그냥 제로가 되거든요.”

“그럼 망하면 되죠.”

“그럴까요? 스님! 망하고 나면 뭐하고 살아야 할까요?”

“망하면 경력도 있고 하니 다시 자기 전공에 관계되는 직장을 구하면 되죠. 예전에 연봉이 5천만 원이었다면 연봉이 3천만 원인 직장에 다니면 되지요.”

“그럴까요.”

“도전을 하겠다면 그렇다는 거예요. 투자를 하면서 실패할 걸 자꾸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잖아요. 놀음판에 가서 판돈을 걸 때 버릴 생각을 해야 할까요, 딸 생각을 해야 할까요? 버릴 생각을 해야 해요. 딸 생각을 하기 때문에 다 망하는 거예요. 판돈을 걸 때는 ‘에잇, 이 돈은 버린다. 그리고 집에 간다.’ 그래서 버려지면 탁 털고 오면 되고, 따게 되면 가지고 오면 됩니다. 딸 생각을 하니까 돈을 잃으면 본전 생각 때문에 다시 돈을 빌려서 무리하게 하다가 집 팔고 논 팔게 되는 거예요.

성공하고 실패할 확률이 반반인데, 50%를 보고 투자를 할 건가요? 저 같으면 50%의 성공 가능성에는 투자하지 않아요. 저는 항상 90%가 넘어야 투자를 합니다, 반반의 승률 갖고는 안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승률이 10%만 돼도 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사람을 살리는 일이에요. 승률이 10%만 되더라도 죽을 각오를 하고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면 위험부담을 안을 이유가 뭐가 있어요. 돈이 뭐라고 돈 좀 벌려고 위험부담을 안아요?

제가 아프가니스탄에 아주 위험한 지역에 간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그곳은 위험해서 군인도 가지 않는 곳인데 왜 가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제가 군인이 안 가는 곳이니까 간다고 대답했습니다.

군인들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남을 죽이러 왔는데, 자기가 죽을 위험이 있다고 하면 갈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거기 있는 사람을 살리러 가기 때문에 10%의 승률이라도 있다면 기꺼이 군인들이 못 가는 곳에도 갈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승률이 아주 낮아도 투자를 해요.

돈에 목숨을 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에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면 전쟁 통도 불사하고 갑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잃을 각오도 마다하지 않잖아요. 제가 볼 때는 집 팔고 논 판 돈으로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더 큰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에요.

그런데 만약에 투자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돈을 잃을 각오를 해야 됩니다. 그래야 실패를 해도 아무런 후회가 없어요. ‘그래, 마음껏 한 번 해 봤다. 그러니 있던 집 딱 버리고 전세로 옮기거나 월세 방으로 가면 된다. 전에는 연봉 5천만 원을 받았지만 내일 아침부터 연봉 3천만 원, 아니 2천만 원을 받더라도 직장에 다녀서 밥을 굶지 말아야지. 아직 젊은데 정부 보조금 받으면서 살 수야 있나. 내 돈 벌어서 먹고살아야지.’ 이런 마음을 딱 내야 사업을 할 수 있어요. 그렇게 간이 작아서 무슨 사업을 한다고 그래요? 정부 지원금도 탈락했고, 공무원들도 부정적이라면 승인 날 확률도 낮잖아요. 확률이 낮은 일에 도전할 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대박이 나길 원한다면 쪽박 찰 각오도 해야지요.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대박이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첫째, 자본이 많다면 이 정도쯤은 버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해야 해요. 둘째, 자본이 없다면, 확률이 아주 높은 일만 투자를 해야 해요. 셋째, 자본이 없으면서 대박을 노린다면 쪽박 찰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이 셋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돼요.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일절 하면 안 됩니다. 그냥 탁 털어버리고 ‘아 맘껏 한번 해봤다. 내가 이걸 안 해보고 죽었으면 후회할 뻔했는데 잘해봤다. 밥 좀 적게 먹지 뭐.’ 이러면서 그냥 탁 놓아버려야 괴로움이 없습니다. 제 말의 요점은 어떤 선택을 해야 돈을 버느냐가 아니에요. 어떻게 인생을 괴로움이 없이 살 것이냐가 핵심이에요.”

“네, 잘 알겠습니다. 스님.”

“그래서 승률이 높은 쪽에 투자하고 안전을 도모하겠어요? 쪽박을 차는 한이 있더라도 대박을 노리고 투자를 하겠어요?”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탁 버려도 되는 만큼의 자본금만 가지고 충실히 리스크를 줄여 가면서 해볼 때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할 수 있을 만큼 했는데도 안 되면 그때는 탁탁 털고 연봉 3천만 원 직장을 찾아가겠습니다.”

“제가 들어보니 밑천까지 다 말아먹겠네요.”

“진짜요? 스님?”

“연연하면 안 돼요. 선을 딱 그어놓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아도 그 선에서 딱 끊어야 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하고 미련을 가지면 쪽박을 차는 거예요. 그러니까 딱 잘라서 ‘요거 요거는 남겨 두고 나머지는 집어넣어서 될 때까지 해본다. 안 되면 탁 털고 일어난다.’ 이렇게 관점을 딱 가지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투자 상담까지 해야 되는 거예요?”(웃음)

“스님 정말 대한민국 최고이십니다. 스님 말씀대로 ‘죽기 전에 후회 없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하지만 다 말아먹지는 말자.(웃음) 그리고 스님께 보답하자.’ 요렇게 결론을 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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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종

스님.
건강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2021-11-01 22:33:33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1-09-05 10:49:09

심공

止의 지혜를 명쾌하게 설법하신 스님께 무한감사 드립니다.
읽고 또 읽어도 새록새록 마음을 새롭게합니다.!!
覺이 곧 救援이라는 부처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2021-08-25 07: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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