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6.28. 농사일, 전법활동가법회, 기획위 회의, 평화재단 회의
“자꾸 물러나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해야죠?”

안녕하세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전법활동가 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윗밭에 도착하니 스님은 미리 도착해서 울타리 주변의 풀을 베고 있었습니다. 이미 울타리 한쪽 면이 시원해졌습니다.


날이 더워서 땀이 많이 났습니다. 스님이 입고 있는 작업복은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풀은 모아서 거름으로 만듭시다.”

베어 둔 풀을 한쪽으로 다 모은 후 잠시 휴식을 하며 땀을 닦았습니다.

“아이고 덥다.”

풀베기 작업을 다 하고 나니 행자님들이 들깨 모종과 물탱크를 트럭에 싣고 도착했습니다. 다 함께 어제 다 심지 못한 땅에 들깨 모종을 심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구부리고 앉아 한 걸음씩 전진하며 모종을 계속 심었습니다. 어제 풀을 깨끗이 제거해 놓았기 때문에 구멍마다 모종만 쏙쏙 집어넣으면 되었습니다.

“모종이 키가 너무 큰 것은 접어서 심어도 돼요.”

반복해서 모종을 심다 보니 숙달이 되어서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습니다.

“스님, 발우공양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심읍시다.”

비닐 멀칭을 하지 않은 고랑마다 잡초가 나지 않도록 매트를 깔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물뿌리개로 구멍마다 물을 듬뿍 부어 준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아주 가벼웠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밭에서 수확해 온 고추와 상추로 공양을 하고 오늘과 내일 일정에 대해 서로 공유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두북 수련원에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다들 정성껏 맞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10시에 전법활동가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주간반 전법활동가 4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오늘은 정기 포살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포살을 하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정기 포살(布薩) 일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출가한 스님들이 15일에 한 번씩 포살을 했는데, 정토회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대중은 매달 한 번씩 포살을 하고 있습니다. 상가의 구성원인 정토회 재가 수행자들은 두 달에 한 번 포살을 하고 있습니다.

승가의 청정성을 유지하는 방법

우리가 가야 할 수행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인 해탈과 열반입니다. 그래서 그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마땅히 행해야 하고, 그 길로 가는데 장애가 되는 것은 마땅히 멈춰야 합니다. 마땅히 행해야 할 것과 마땅히 멈춰야 할 것을 정해놓은 것이 바로 ‘계율(戒律’)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살생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하는 것처럼 수행자로서 지켜야 할 가치관을 명시해 놓은 것이 ‘계(戒)’이고, 공동체가 같이 생활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놓은 것이 ‘율(律)’입니다.

승가(僧伽)의 구성원은 가치관에 해당하는 ‘계’를 어겼거나 공동체의 규율인 ‘율’을 어겼을 때 참회(懺悔)를 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해탈과 열반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가치관에 해당하는 ‘계’를 어겼을 때는 본인이 스스로 알아차리고 뉘우치는 참회를 하면 됩니다. 그런데 대중이 함께 정한 규칙을 어겼을 때는 혼자 참회(懺悔)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이런 규칙을 어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대중 앞에 드러내어 참회해야 합니다. 이렇게 드러내어 참회하면 죄가 소멸됩니다. 이렇게 포살을 하고 나면 승가는 청정해집니다.

옛날에는 스님이 청정해야 재가 신자들에게 법문을 할 수 있었어요. 법문 하는 사람이 청정하지 못하면 법문을 할 수 없었고, 설령 법문을 했다 하더라도 법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래서 잘못한 게 있다면 법문을 하기 전에 포살(布薩)을 먼저 한 후 청정해진 상태로 설법을 했습니다.

전법활동가 여러분들도 대중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대중에게 수행자의 정체성에 대한 말을 하려면 여러분들도 자기 자신이 먼저 청정해져야 합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계율을 어기게 되어 청정성을 훼손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계율을 어긴 것에 대해 대중 앞에 드러내어 참회함으로써 청정성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이렇게 승가의 청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포살입니다.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를 때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를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럴 때는 도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자자(自恣)를 해야 합니다.

‘도반 여러분 오늘은 자자를 하는 날입니다. 여러분께서 평소에 저에 대해 보고 듣고 생각하면서 혹시 의혹이 있거나 의심이 있거나 혹시 잘못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면 저를 위해서 지적을 해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그것을 받아들여서 참회하고 수행자로서 청정성을 다시 회복하겠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수행을 위해 대중 앞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자자입니다. 그리고 자자는 안거를 하면서 함께 생활해봐야 할 수 있습니다. 안거가 끝날 때 같이 생활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하는 것이 자자입니다.

그래서 현재 정토회에서는 전법활동가 여러분을 위해 자자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실험적으로 해보고 있어요. 정식 자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자 정신에 기초한 프로그램이 바로 ‘정일사’입니다.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필요한 수행 방법

우리는 언제든 잘못을 할 수 있는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스스로 자각을 해서 고쳐나가고, 때로는 대중 앞에 드러내서 참회해서 고쳐나가고, 때로는 대중의 도움을 얻어서 참회하고 고쳐나감으로써 해탈과 열반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겁니다. 이런 참회 수행법 안에 포살과 자자가 들어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포살일을 맞이해 두 달 동안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잘못을 자각하고 참회해서 다시 청정한 수행자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법회 후 포살을 해야 해서 법문을 짧게 하기로 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맡은 소임에서 물러서는 마음이 자꾸 일어난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자꾸 물러나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해야죠?

“저는 지금 맡고 있는 소임에서 물러서는 마음이 자꾸 일어납니다. 그동안 행복학교의 마음편, 관계편, 심화편을 무리 없이 진행해 왔는데, 얼마 전부터 행복시민 모임을 진행하려고 하니 나의 무지가 알려질까 걱정되고 물러서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함께 행복시민 모임을 잘 진행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이 궁금합니다.”

“이것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가 별로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체하고 싶어서 생긴 문제입니다. 자신을 꿰뚫어 보세요. 질문자는 다른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데 사람들 앞에 서면 무의식적으로 잘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거예요.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는 한 발 떨어져서 가르치기 때문에 잘난 체하는 것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를 방어할 수 있어요.

그런데 행복시민으로 만나 같이 섞여서 지내면 잘난 게 없다는 것을 들킬 가능성이 커지게 되죠. 행복시민 모임은 평등하게 만나서 같이 활동하는 모임이니까 자신의 숨겨진 모습이 들킬까 봐 약간 두려워지고 물러서는 마음이 일어나는 겁니다.

일단 잘난 체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후 잘났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욕망을 내려놓으면 됩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물러서는 마음이 들 때는 세 가지 자세를 명심하면 됩니다.

첫째, 사람은 다 알 수 없습니다. 모르는 게 오히려 당연합니다. 모르면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물어서 배우면 됩니다.
둘째, 사람은 다 잘할 수 없습니다. 틀릴 수 있습니다. 틀리면 ‘아, 틀렸네요’ 하고 고치면 됩니다.
셋째, 사람은 언제나 바르게 살 수만은 없습니다. 잘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면 됩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했으면 뉘우치면 됩니다. 이런 자세를 갖고 있으면 누구를 만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진행을 좀 해 봤다는 이유로 상대가 물어보면 다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법사 수계를 받는 것에 대해서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대중이 물으면 모두 대답해 줘야 하는 사람이 법사라고 잘못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그게 바로 잘나고 싶어 하는 마음입니다. 모르면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됩니다. 법사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행복시민은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라는 분별을 내려놓으세요. 같은 행복시민으로서 함께 활동하는 도반이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활동하는 데 전혀 부담이 안 생깁니다. 산에 갈 때 내가 이미 가본 길이라서 앞장서서 가는 것처럼 그냥 안내자 역할을 하는 거예요. 행복학교를 먼저 해봐서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 앞장서서 안내하는 것입니다. 산 정상에 도착하면 평등하게 둘러앉아 밥 먹으면서 이야기해야지 거기에서도 안내하려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그것처럼 마음편, 관계편, 심화편을 다 끝내고 행복시민 모임을 시작했다면, 그때부터는 가르치는 입장을 내려놓고 시민들과 함께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도 구성원의 한 명으로 참여하면 되지 내가 모임을 주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어쩔 수 없이 주도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다른 참여자보다 정보가 많기 때문에 그 정보를 전달하는 처지에 서 있다 보니까 평등한 속에서도 앞장서게 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잘 나서 앞장서는 게 아니다. 나는 이 일을 한 발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안내할 뿐이다.’

이것만 유념하면 크게 두려울 게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질문자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 대해 남들이 잘난 사람으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잘나 지길 바란다고 해서 잘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잘 봐달라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봐주지도 않아요. 질문자도 상대가 잘 봐달라고 하면 잘 봐줘요? 그냥 보고 느낀 대로 이야기하게 되죠. 그러니 그런 마음을 버리고, 같은 시민으로 평등하게 대하되, 어떤 일은 조금 솔선수범하면 됩니다.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수행이 잘 돼서도 아니고, 먼저 참여했기 때문에 안내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적어집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니까 자신이 없어지고 꺼려지는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회의 진행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어서 더 두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도반들로부터 행복학교를 그렇게 많이 진행했는데 왜 긴장을 하느냐는 소리를 듣는 순간 진행자는 내 역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력도 하지 않고 잘나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에 그런 겁니다. 연습을 해야죠, 학창 시절에 반장을 해서 회의를 진행한 경험도 없고 지금껏 평범한 주부로만 살아왔다면, 평생 동안 회의를 진행할 일이 없었잖아요? 열등해서가 아니라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스님이 한국에서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미국에 가면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입도 뻥긋 못해요.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도 다 하는 영어를 저는 나이 칠십이 되도록 못하고 있어요. (웃음)

만약에 제가 중동의 한 종교 집회에 참석한다면 중동의 어린이도 다 아는 기도법을 저만 모를 겁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모른다고 반드시 주눅 들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배우면 됩니다. 회의 진행법은 인터넷만 찾아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첫째, 삼귀의를 하고. 둘째, 수행문을 읽고, 셋째, 도반과 인사 나누고, 넷째, 잠시 명상하고, 다섯째, 준비된 안건에 대해 논의를 합니다. 지도법사나 정토회 대표가 참석했다면 먼저 인사하는 시간도 가집니다. 안건을 제안하고, 대중의 의견을 듣고 토론을 하거나 삼의제로 의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마칠 때는 사홍서원을 합니다.

이런 회의 진행 과정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배워야 합니다. 먼저 순서를 익혀야 하고, 여러 번 연습해야 합니다. 연습해야 익숙해지게 됩니다. 누구나 연습하는 동안에는 조마조마합니다. 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 떨립니다. 면허를 땄다 해도 막상 도로 주행을 나가면 또 떨립니다. 처음 할 때는 잘 모르겠고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집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겪는 과정이에요.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면 편하지만 대신에 익힐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착실한 남편을 만난 부인들은 운전이 서툰 경우가 많아요. 남편이 주유도 해주고, 겨울이면 차 점검도 해주고, 장거리 운전할 때는 남편이 다 해주고, 본인은 동네에서만 살살 운전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분이 운전 봉사를 하게 되면, 운전하는 내내 덜덜 떨고 아주 힘들어합니다.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것은 길게 보면 내 인생에서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자기가 익힐 기회를 많이 놓치기 때문이에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본인이 다 해야 하니까 힘들어도 익혀서 하게 되죠.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하고 나서 ‘지금 이 나이에 노트북을 배워서 뭐하냐’ 하면서 그만두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익숙해지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두렵고 귀찮아 하기만 하면 결국 그만두게 됩니다. 운전을 배우다 그만두고, 피아노 배우다 그만두는 것과 같아요. 두려워하지 말고 익혀라.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잘 알겠습니다. 잘나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부족한 점을 더 연습해서 즐겁게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들뜨는 마음, 가라앉는 마음이 들 때 예전의 내 모습이 불쑥 나타나는 것 같아 '아, 참 업식이 두텁구나. 꾸준히 정진하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업식도 공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 산림청에서 ‘탄소 중립'을 위해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서 산사태가 심하게 나고 주민들의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대규모 환경훼손이 발생할 때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내어야 할까요?
  • 통일 한국을 이루는 것이 정토회의 중요한 목표인데 현재 1차 만일결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통일을 당장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세계 전법이 중심이 될 2차 만일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지금 정토회는 활동의 무게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고 나니 딱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앞에서 안내한 대로 곧바로 포살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정토행자 18계본을 하나씩 낭독하고 계율을 어긴 사실이 있으면 삼배를 했습니다.

모둠별로 온라인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를 한 후 전법활동가 교육이 이어졌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이후 기획위원회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다양한 의견이 제안되었고, 스님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논의 내용 중에 2차 만일결사 준비위원회와 기획위원회, 2-1차 천일준비위원회 사이에 역할 분담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스님은 2차 만일결사에 대한 설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30년 전에 정토회를 설립할 때는 전국 읍면동마다 수행자들의 모임을 하나씩 만들고, 통일 대한민국을 이룩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방식은 대중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나아가겠다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것처럼 지금도 앞으로 2050년쯤 되면 무엇이 중심 과제가 될 것인지를 내다보고, 다시 목표와 방식을 수정할 것인지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2차 만일결사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30년 전에 이런 목표를 세울 때는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기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7년에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고, 1988년에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민주화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 향후 30년 뒤에는 무엇이 가장 큰 과제가 되겠는지 1년 넘게 논의를 했고, 그 결과 지구의 환경오염 문제, 세계적인 빈곤 퇴치 문제, 한반도의 평화통일 문제, 개개인의 마음수행 문제, 이렇게 네 가지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엘리트 중심의 운동을 할 것인지, 일반 국민 중심의 운동을 할 것인지, 많은 토론을 거쳐서 일반 국민 중심의 운동을 하기로 큰 틀의 방향을 정했습니다.

당시에 이런 목표를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슨 꿈같은 소리를 하느냐’ 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러나 1차 만일결사가 끝나가는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때 세운 목표를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목표 자체는 중간에 수정되는 것 없이 일관되게 해왔습니다.

그렇다면 2차 만일결사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1차 만일결사 때 세운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30년 전에 세운 목표가 미래 30년에도 유효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대상은 국내로 한정하지 말고 국내가 절반, 세계 시민을 향한 것이 절반이 될 수도 있겠죠.

30년 전에 세운 목표 중에 환경 문제와 수행 문제는 지금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빈곤퇴치는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가 핫이슈가 안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평화통일 문제는 미래 30년에도 유효한지가 더 검토되어야겠죠. 빈곤퇴치 문제는 사회와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연적으로 해결될 문제인지도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검토 위에 2차 만일결사를 설계해야 해요. 1차 만일결사 때와 비교해서 변경해야 할 것이 많다면 토론도 많이 해야 할 겁니다.

2차 만일결사 중 1차 천일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는 어차피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내용이 다 그런 내용입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한 것도 다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준비된 안건에 대한 논의를 마친 후 2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부터는 평화재단 활동가들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며칠 전 ‘한국사회 대진단’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었는데, 하반기에도 대한민국의 국정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팀을 어떻게 꾸리고, 역할분담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했습니다.

활동가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평화재단의 역할은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과 우리 사회의 다수 국민이 동조할 수 있는 내용으로 큰 틀의 방향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지향적이되 사람을 통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세세하게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니까요.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내용을 구체적인 언어로 기술하고, 일반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논리로 정립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삼스럽게 새로운 내용이 나올 건 없잖아요. 나열되어 있는 내용들을 어떻게 하나로 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한마디로 표현해내는 것이 그렇게 쉬운 작업은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봅시다.”

“스님,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후 4시에 회의를 마치고 오후 공양을 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들과 대화를 나눈 후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자재요양병원, 부산 중생사, 거제 애광원을 차례대로 돌며 얼마 전 수확한 농산물을 배달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0/200

해탈지

잘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 마음을 내려 놓는 연습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나부터 인정합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존재임을 인식합니다.

2021-07-07 22:33:25

김민정

잘나고 싶은 마음 알아차립니다
다만 연습합니다
고맙습니다

2021-07-02 18:57:48

고경희

세가지

2021-07-02 12:28:27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