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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까지 비가 내리더니 하늘 저 편에서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비닐하우스 4동에서 감자 한 두둑을 모두 캤습니다. 스님은 행자들보다 일찍 나와 감자 줄기를 모두 베어두었습니다. 줄기를 한쪽으로 싹 걷어내고 감자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지나가고 두둑 양 옆으로 토실토실한 감자가 줄지어 놓였습니다. 작년에는 단단한 흙을 부수느라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올해는 흙이 포슬포슬해져서 훨씬 쉽고 빠르게 감자를 캘 수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끝까지 감자를 다 캐고 먼저 상처가 났거나 벌레 먹은 감자를 골라 따로 담았습니다.
온전한 감자는 대, 중, 소, 콩알로 구별해 상자에 담고 무게를 재보았습니다.
“이틀 전에 10kg, 어제 22kg, 오늘 118kg 캤으니까 총 150kg 수확했네요. 10배 정도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10kg 심어서 150kg 생산했으니까 15배는 나왔네요.”
씨감자 한 알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약 90여 일을 자라 15배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늘과 땅, 사람의 힘이 합쳐져서 꼬박 석 달을 보낸 감자이지만, 먹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매일매일 먹는 밥상에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다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감자는 그늘진 곳에 말리기 위해 농막으로 옮겨 크기별로 차례로 펼쳤습니다.
다 자란 브로콜리도 잎과 함께 수확했습니다. 총 23.5kg이 나왔습니다.
농사일을 마치고 정토대전 회의 시간에 맞춰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정토대전 경전팀을 맡고 있는 법사님들도 같은 시각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읽고 스님에게 삼배를 한 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아함경 속에는 수많은 부처님의 교화 사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법사님들은 그중에서 현실에 맞고 가장 부처님의 바른 법이 잘 담겨 있는 이야기를 발췌해 와서 발표했습니다. 스님과 법사님들은 경전을 독송하고, 경전 내용이 연기법의 이치에 맞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경전 속에 이 표현은 한 번 살펴보면 좋겠어요.
‘닦아 익히고 더욱 많이 닦으면 현재 세상에서 소원을 만족하고, 또 다음 세상에서도 소원을 만족한다.’
바사닉왕이 소원을 만족할 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불방일하라’라고 하셨다는 내용입니다만 소원을 만족하기 바란다는 것은 현재에 불만족하고 있다는 의미잖아요? 수행자는 지금 이대로 만족하는 사람입니다. 희망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희망에 매달려서는 안 되거든요. 그래서 원하는 것을 빌지 말라고 하는 것이고요. 지금 불만족스러워한다는 것은 지금에 깨어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불방일’과 관련한 말씀은 다른 곳에도 있지 않나요?”
“네. ‘불방일’ 관련 내용이 더 있긴 합니다. 스님께서 예전 법문에서 ‘소원을 비는 것 또한 방일하는 것이니,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하신 것이 새로워서 넣어보았습니다.”
“‘옷감 물들이기’ 내용은 어떤가요? 여기서 기존 옷감 물을 빼야 다른 색깔의 물이 잘 든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비유는 좋지만 무지를 깨치면 바로 깨닫는 것이지 무지를 깨치고 또 지혜를 얻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더러움을 버리고 깨끗함을 얻는다고 하지만, 더러움을 버리면 바로 깨끗함이 되는 거지 더러움을 버리고 깨끗함으로 물들인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이 비유의 뜻은 세속적 가치를 버려야 불법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지, 세속적 가치에 계속 젖어 있으면서 불법의 이치를 생각하면 늘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강가에 가서 목욕을 하면 몸의 때는 없어질 수 있지만 번뇌의 때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마음의 때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때를 없애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계율을 청정하게 지켜야 한다.’ 이것은 넣었으면 좋겠네요.”
준비해 온 경전에 대해 검토를 다 하고 나니 오후 4시가 되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다음 주부터는 두북 수련원에 오실 분들은 하루 일찍 와서 자고, 아침에 울력을 2시간 이상 하고 발우공양에 참석한 후 정토대전 회의를 하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오후 4시 30분부터 공동체 법사단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법사 수계식에 대한 평가, 온라인 명상수련 진행 계획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안건 토의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시도별 밴드를 통해 금요 즉문즉설 강연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기 때문에 즉문즉설의 취지와 참여 방법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200여 명이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그중 5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35살 직장인입니다. 두 달 전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와중에 얼마 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어머니께서 다른 사람과 외도를 하고 있었고, 몇 년 전부터 집을 매매하여 그 사람과 동거 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머니와 동거 중인 그 남자가 아버지 사망보험금과 저희 집 재산을 노리고 있고, 어머니는 그 사람과 모든 재산에 대해 상의한다는 것입니다.
형과 저는 모든 재산을 어머니께 양도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알게 된 후에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어머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재산을 가족 공동명의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저희 어머니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지만 어머니로 인해 저희 형제가 마음의 상처를 입어서 제 마음이 너무 복잡합니다. 동거 중인 집을 덮치려고 생각도 했지만 제가 사고를 칠 것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를 평생 못 볼 것 같아서 마음이 힘듭니다. 어머니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셔서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워가며 저희 가족끼리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식 된 도리를 어떻게 다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요?”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것에 대해 우선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질문자가 볼 때, 어머님과 아버님의 생활은 괜찮으셨어요? 아니면 아버님께서 최근 몇 년 간 건강이 안 좋으셨어요?”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평소에 건강은 문제 없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예전부터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네. 질문자는 지금 미성년자예요, 성인이에요?”
“성인입니다.”
“그러면 질문자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할 나이예요, 아니면 아직도 부모의 그늘 속에 있어야 할 나이예요?”
“독립을 해야 할 나이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자식들이 20세가 넘었으니까 자신의 할 일은 다 하신 거예요, 아니면 아직도 자식들을 돌보셔야 해요?”
“네. 어머니는 충분히 자식들을 돌보셨습니다.”
“그럼 어머니도 이제 당신의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점은 차치해둡시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님이 혼자 사는 게 나아요, 아니면 같이 사는 분이 있는 게 좋은 일이에요?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어머님은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잖아요.”
“어머니께서 좋은 분을 만나 함께 사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에요? 어머니가 보기에 좋은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죠. 질문자와 같이 살 사람도 아닌데, 질문자가 보기에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질문자가 보기에 좋은 사람은 돈도 좀 많아서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 주고 질문자도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겠지요. 질문자도 나이가 60이 넘었다면 돈이 좀 있는 사람과 사귀겠어요? 아니면 돈이 없는 사람과 사귀겠어요?”
“돈이 좀 있는 사람과 사귈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머니도 돈이 좀 있으니까 남자를 사귈 수 있지, 돈이 없었으면 사람을 사귀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에 자식들이 유산을 전부 다 어머님께 드릴 필요도 없고, 자식들이 모두 가질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유산 배분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인 어머님은 1.5를 가질 수 있고, 자식들은 각각 1씩 돌아가게 정해져 있습니다. 유산은 이렇게 법으로 정해진 비율만큼만 분할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권리를 왜 질문자가 신경을 쓰고 있어요? 질문자의 몫을 어머니께 드릴 필요도 없고, 어머니의 몫을 질문자가 가지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아버님 사망보험금의 경우 보험금 수령자를 지정하지 못했다면 유산에 속하기 때문에 유산 상속과 같은 비율로 배분하면 됩니다. 어머니를 나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어머니의 권리를 질문자가 빼앗아서도 안 돼요. 법에 정해진 대로 어머니의 몫은 어머니께 드리고, 질문자와 형은 정해진 몫을 받으면 됩니다. 어머니를 위해 질문자의 권리를 포기할 필요도 없고, 질문자의 욕심으로 어머니의 권리를 빼앗아서도 안 됩니다.
어머니가 어머니 몫만큼 가져가서 그 분과 잘 사시면 다행이고, 만약 나중에 어머니가 그 돈을 다 잃어버리면 자식으로서 질문자가 돌보아 드리면 되죠. 그런데 어머님은 현재 재산이 있으니까 당신의 힘으로 사람을 사귀어서 함께 생활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어머님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어머니를 그 사람으로부터 빼앗아올 생각을 할 필요도 없어요.
어머니도 자식들 다 키우셨으니 이제는 당신 인생을 살아야 할 것 아니에요? 어머니께 35세가 넘은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불효 막심한 태도인 것 같아요. 어머니가 혼자 사신다고 해도 오히려 이렇게 말씀드려야죠.
‘어머니, 아직 30년도 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우리만 보고 사십니까? 마침 좋은 분이 계신다니까 그 분과 함께 행복하게 사십시오.’
어머니 본인의 돈을 본인이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예요? 그걸 못마땅해 한다면 그건 질문자 스스로 ‘그 돈은 내 몫인데 그 사람이 가져간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은 질문자 몫이 아닌 어머니 몫이에요. 어머니가 당신의 몫을 그 사람에게 주든, 다른 사람에게 주든, 그것은 어머니의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는 그 사람이 욕심을 부린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그 돈은 내 몫인데, 엉뚱한 사람이 차지하려 한다’ 하고 욕심을 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려 보세요.
‘어머니, 우리를 낳고 키우는 데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아버지도 돌아가셨고 하니 이제는 어머니의 인생을 편안하게 사십시오.’
그리고 어머니 몫을 챙겨드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질문자의 몫까지 드릴 필요는 없어요. 혹시 나중에 어머니가 그 사람에게 속아서 재산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어머니가 선택한 결과이니까 그냥 두든지, 마음에 걸리면 어머니를 돌보든지 하면 됩니다. 요즘은 질문자가 안 돌봐도 정부에서 노인 연금을 지원해 줍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어머니가 질문자에게 큰 짐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 질문자가 분개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정은 이해가 돼요. ‘내 어머니가 어떻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머니는 어머니의 인생이 있는 겁니다. 자기는 자기 부인이 따로 있잖아요. 왜 질문자는 두 여자를 데리고 살려고 해요?
오히려 어머니가 남자친구 안 사귀고 자식들한테 너무 집착하면 어머니 때문에 질문자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겨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어머니가 저렇게 떠나줌으로 해서 질문자 부부에게 어머니로 인해서 생기는 갈등을 미연에 막아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일어난 일은 굉장히 좋은 일이에요. 스님이 의외의 대답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약간 그렇습니다.”
“저한테 물었으니까 저의 생각은 그렇다는 거예요.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고 키워 준 은혜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어머니가 더 이상 자식의 짐을 지고 살지 않도록 어머니는 자기 인생을 살도록 해주세요.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질문자의 생각입니다. 한 여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을 그렇게 살 권리가 있어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이런 일이 밝혀졌다 해도 요즘은 그것이 처벌받을 대상은 아닙니다.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어서 배상을 조금 해줘야 할 일이죠.
아버님이 몸이 안 좋아서 부부관계를 못했다든지, 서로 관계가 좀 안 좋았다든지,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식들은 그 사정을 잘 모르잖아요. 어머니에게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자기가 어릴 때는 그런 걸 몰랐겠지만, 어른이 되었으면 ‘엄마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었구나!’ 이렇게 이해하고 엄마를 오히려 격려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어머니에게 유산을 다 드리면 날려버릴 위험이 있으니까 질문자가 욕심이 없더라도 내 권리는 딱 찾아야 해요. 나중에 어머니가 어려워지면 그때 내가 드리더라도 지금 내 권리까지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재산을 공동명의로 해 놓으면 나중에 분쟁의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집은 어머니만 동의하면 공동명의로 해도 괜찮아요. 그러면 어쨌든 팔아먹지는 못하니까요. 하지만 어머니가 원한다면 재산분할을 해서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머니 권리니까요. 어머니가 평생 아버지하고 살면서 얻은 권리인데 그걸 자식들이 뺏으면 안 되지요.”
“예, 맞습니다.”
“진정을 하고 가만히 상황을 보면 별일 아닙니다. 어머니에게 너무 화를 냈다가 나중에 어머니가 불행해지면 또 후회할 거예요. 어머니가 딴 남자하고 사귀어도 어머니는 내 어머니예요.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혼자 사는 게 아버지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살면 오히려 자식들한테 의지를 안 해도 되고, 자식들도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아요? 저 같으면 잔치를 열어줄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마음에 드는 남자 구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본인이 알아서 딱 남자를 구했다고 하면 아주 좋은 일이죠. 마음을 이렇게 먹어야 질문자에게 복이 될 수 있어요..
질문자는 어머니가 늙었다고 생각하지요? 육십 넷이면 한창입니다. 아직 삼십 년도 더 살 수 있는 나이예요. 어머니도 어머니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그 권리를 인정하고 오히려 격려해주는 게 좋겠습니다. 그 남자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잖아요? 너무 나쁘게 보지 마세요. 어머니가 재산을 잃으면 내가 아버지한테 받아 놓은 돈으로 나중에 도와드리면 되잖아요. 어머니도 만약 재산을 잃으면 그땐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런데 처음 일어난 일이니까 어머니가 속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자식들이 그 남자를 잘못 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금은 알 수가 없어요. 조금 더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다른 남자와 동거 중인 어머니가 재산을 탕진할까 봐 걱정하던 남자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를 최대한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마음을 좀 더 크게 먹고 살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아직도 근심 어린 표정을 하고 있는 질문자를 향해 스님이 다시 한번 강조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볼 때 오늘 제일 충격받은 분은 이 남자분이에요. 자기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자식들 낳아서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와 관계가 썩 안 좋은데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같이 살려고 애를 쓴 거예요. 이제 어머니도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도록 좀 열어주면 안 될까요? 까짓 거 그 돈 좀 날리면 어때요? 옛날에 남자들은 하룻밤에 집 한 채를 날리고 전 재산을 날렸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여자도 그냥 자기 좋은 남자 하나 만나서 재산 좀 날리면 어때요?
‘어머니 그냥 날려버리세요. 그러면 제가 제 몫으로 받은 유산을 나중에 어머니 드릴게요.’
이렇게 마음을 크게 먹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어머니께 유산을 다 주지는 말고 자기 권리는 꼭 찾아야 해요. 자기 이익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가 한 번 놀다가 돈을 날리면 그때 내가 이 돈을 드려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자기 권리를 찾는 거예요. ‘어머니 뭐 까짓 거 그 정도 돈은 날려도 좋습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어머니가 유산을 안 날리고 잘 살면 ‘아이고 어머니가 참 현명하세요.’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질문자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씀씀이가 헤펐어요, 아니며 절약하고 살았어요?”
“절약할 때는 절약하는데 큰돈이 나갈 때는 좀 헤프게 썼습니다.”
“남한테 돈 빌려주고 못 받는 일이 있었어요?”
“예, 그랬습니다.”
“그래요. 그렇다 하더라도 어머니는 절약하며 살았고, 또 나를 낳고 키워주셨잖아요. 나를 낳고 키워주신 그 공덕을 생각해서라도 어머니가 세상에 나가서 자유롭게 살아볼 수 있게 한번 밀어주면 어때요? 저 같으면 어머니가 안 가려고 해도 좀 밀어주겠어요. 그렇게 마음을 크게 한번 내 봐요. 그게 진짜 효도예요. 재물 조금 더 드리는 게 효도가 아닙니다.
어머니 몫의 유산은 얼마든지 날려도 좋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어머니가 유산을 날리지 않으면 감사하고, 날리더라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어요. 재물에 연연하면 어머니가 재산을 날렸을 때 질문자는 어머니를 엄청나게 원망할 거예요. 어떻게 사기꾼한테 속을 수 있냐는 생각에 어머니를 미워하고 보기도 싫어질 겁니다. 그렇게 원수로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또 눈물짓게 됩니다. 그러니 마음을 크게 탁 내보세요.
‘어머니도 그동안 아버지하고 살면서 힘들었으니 이제 어머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보세요.’
이런 마음을 내보세요. 그럼 마음을 내는 것이 나에게 훨씬 편하고 좋을 거예요. 그러나 유산에 대해 법적으로 주어진 자기 권리는 딱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한결 가벼워진 질문자의 표정을 뒤로하고 즉문즉설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호국호법 도량인 천룡사를 복원하는데 필요한 불사금을 종잣돈으로 내고 싶다는 후원자를 만나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오늘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 운동장에 나무들을 전지 하는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4박 5일 온라인 명상수련 참가자들과 즉문즉설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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