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모내기를 하는 날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봄이 다 가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마지막 날, 스님은 모내기를 한 후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했습니다.
아침 일찍 모내기를 하기 위해 발우공양 시간을 10분 당겼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자마자 논으로 향했습니다.
논물이 투명하게 찰랑찰랑 거리는 논 위로 구름과 하늘과 산이 비쳤습니다. 옛날에는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손을 잔뜩 모아야 했지만, 요즘은 모내기를 이앙기라는 기계가 다 합니다. 스님과 행자들도 모판을 이앙기 위에 올리는 작업을 도우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이앙기가 한 번 지나가면 모가 줄을 맞춰서 가지런하게 심어졌습니다.
이앙기에서 빈 모판이 나올 때마다 가지런하게 뒷정리를 했습니다.
투명하게 출렁이던 논에 모가 가지런히 심어지기 시작하자 금방 초록 물결로 바뀌었습니다.
이앙기가 열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있는 사이 스님은 논두렁에 난 잡초를 낫으로 제거했습니다.
묘당 법사님과 행자님은 이앙기가 지나가기 전에 재빨리 써레질을 했습니다. 써레로 논바닥을 고르고, 물 위로 튀어나온 흙덩이를 잘게 부수었습니다.
스님은 이앙기가 지나간 자리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모가 있는지 찾아서 바로 세워주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모를 손으로 심었어요.” (웃음)
기계가 닿을 수 없는 가장자리에는 스님이 직접 모를 심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 한 필지의 논에 모를 다 심었습니다. 개구리가 헤엄을 칠 때마다 흔들리는 작고 여린 모들이 어떻게 자랄지 기대가 됩니다.
이앙기를 운전해 준 동네 어르신은 잘 심어진 모를 보며 손을 흔들고 기뻐했습니다.
“다 했다!”
스님도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동네 어르신은 스님과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고향 친구 사이입니다.
“수고했다!”
논 한 필지에 대한 모내기가 끝나자 법회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직 모를 내야 할 두 필지의 논이 더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법회를 해야 해서 먼저 들어갈게요. 나머지 논도 잘 부탁드립니다.”
스님은 서둘러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10시에 법회를 시작했지만, 스님은 10시 7분에 가까스로 방송실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법회 시간 직전까지 저는 모내기를 하다가 왔습니다.” (웃음)
“예전에는 모를 손으로 심었지만, 요즘은 다 이앙기로 심습니다. 이앙기로 심더라도 사람이 모판을 기계 위에 올려줘야 하고, 이앙기가 빠트린 자리를 사람이 손으로 직접 심어야 하는 보조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농사짓는 논이 모두 세 필지인데. 아침에 한 필지를 다 심고 저는 법회를 하기 위해 급하게 돌아왔습니다. 나머지 두 필지는 지금 행자님들이 심고 있어요.”
오늘부터는 전법 활동가 전체가 정일사(정토를 일구는 사람들) 수련에 들어갑니다. 법문 후에는 300배 정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세 명의 질문만 받고 법문을 일찍 마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는 온라인으로 수행을 하다 보니 게으른 마음이 자꾸 생긴다며 어떻게 하면 집에서도 오롯이 정진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했습니다.
“개인 법당에서 수행 정진을 하다 보니 자꾸 나태함과 무기력함이 일어납니다. 어떤 마음 자세로 개인 법당의 주인이 되어야 할까요?”
“혼자서는 수행이 잘 안 된다면 스승 밑에서 배우든지 도반과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서 갓 출가한 스님들은 혼자서 정진하지 않고 반드시 대중살이를 했어요. 행자 생활을 할 때도 대중살이를 하고, 강원 교육이라고 해서 예비 승려 기간에도 대중살이를 합니다.
대중과 한 방에서 자고, 먹는 것도 함께 먹고, 모든 것을 같이 하는 대중살이를 하면 게을러질 수가 없어요. 대중과 같이 일어나야 하고, 같이 먹어야 하고, 함께 일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게으름 피우는 습관이 점점 사라지고 부지런한 생활 방식에 적응하게 됩니다. 초심자에게는 이런 대중살이가 힘들기는 하지만 수행에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수행의 정도가 깊어진 사람에게는 대중살이가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본인은 명상을 세 시간이나 다섯 시간 이상 집중해서 하고 싶은데 대중과 함께하면 40분만 명상을 하고 일어나야 하거든요. 조금 있으면 밥 먹어야 하고, 그래서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정진하는 데에는 장애가 됩니다. 본인은 철야 정진을 하고 싶은데 대중과 똑같이 일찍 자야 하고, 새벽 정진을 하고 싶어도 먼저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활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먼저 자도 안 되고 늦게 자도 안 됩니다.
그래서 게으른 사람에게는 대중살이가 좋은 영향을 주지만, 정진에 힘이 붙은 사람은 대중살이가 김을 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는 스승님의 허락을 받아 독살이를 하기도 해요. 소위 ‘토굴’이라고 해서 혼자 사는 조그마한 움막에서 정진하는 겁니다. 그렇게 혼자서 오랫동안 정진하다 보면 또 게을러지게 되죠. 그러면 빨리 대중살이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혼자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개인적인 습관이 들게 되어 대중살이가 답답하게 느껴지게 돼요. 그래서 대중살이를 점점 멀리하고 개인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스님들은 대부분 개인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스님들 중에 개인 절이나 개인 아파트에서 세속인처럼 독살이를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상을 반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토회는 대중살이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모두 자신의 방을 법당으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에 나태해질 위험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어요. 혼자 수행을 하게 되면 명상을 하다가도 다리가 아프면 다리를 풀어 버립니다. 허리가 아프면 눕기도 하고, 절을 하다가 힘들면 앉아서 쉬게 됩니다. 그러나 대중과 함께 하면 쓰러지지 않는 이상 끝까지 함께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은 대중살이를 통해 이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여러분 모두가 혼자서 수행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 혼자서 수행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반들이 서로 도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침마다 도반들과 서로 전화 연락을 해서 깨워주기를 해볼 수 있죠. 300배 정진을 잘하고 있는지 서로 점검해줄 수도 있겠죠. 온라인으로 만나서 화상회의 화면을 각자 틀어놓고 같이 300배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함께 법문 들을 때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끄고 법문을 들으면, 법문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화면을 켜 놓고 법회를 듣도록 방침을 정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이 든 분들은 꼼짝 않고 화면만 계속 쳐다보면서 법문을 듣기가 너무 힘들다며 화면을 끄고 법문을 듣게 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왔어요. 예전에 법당에서 법문을 들을 때도 나이 든 분들은 다리를 펴고 벽에 기대서 법문을 듣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화면을 끄고 법문을 들어도 된다고 하니까 또 일부에서는 ‘그렇게 하면 온라인 공간에서 법회 듣는 문화가 올바르게 정착될 수 없다’ 하면서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개개인이 집에서 혼자 수행하더라도 제대로 해 줘야 온라인 정토회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뿐인 수행이 되고, 개인화될 위험이 큽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할 때 많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벌써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수행이 나태해지는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해 미뤄 왔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 거죠. 코로나19 사태의 힘을 빌려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드러내 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어떻게 법당을 다 없애고 온라인 공간에서 수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질문자처럼 개인 법당에서 수행을 하다가 자꾸 나태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다시 법당을 만들고 다 같이 모여서 수행을 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정토회는 각 지부마다 으뜸절을 새로 마련했습니다. 본인 스스로 나태해진다고 느끼면 으뜸절에 자주 가서 정진을 해보세요. 그렇게 해서라도 혼자서 정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해요. 또 다른 방법은 도반과 약속해서 서로 깨워주기, 확인해주기, 함께 정진하기를 해보는 겁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서로 도우면서 수행해나갈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질문을 하셨기 때문에 제가 얼굴까지 확인했으니 앞으로 정진을 잘하는지 체크해 볼 거예요. 그러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해 보세요.” (웃음)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법문을 평소보다 일찍 마쳐 주었습니다. 이어서 전법 활동가들은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300배 정진을 마친 후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모였습니다. 앞으로 2주 동안 어떻게 시간을 내어 매일 300배 정진을 할 것인지 자신의 계획과 수행 과제, 실천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스님은 오후 1시 30분부터 행복한 백일 콘텐츠 기획팀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백일 법문이 연기가 되면서 행복한 백일 추진단은 해산이 되었지만 콘텐츠를 준비하는 팀은 그대로 남아서 스님의 다음 백일 법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획팀에서는 백일 법문을 언제 시작할지, 다시 백일 법문을 하게 된다면 어떤 내용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등 여러 가지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새로 백일 법문을 하게 될 경우 법문의 내용이 어떻게 달리지고 추가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첫째, 만약 강의를 새로 하게 되면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내용은 ‘불교의 근본 교리’입니다. 근본 교리는 완전히 새로 강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의 불교 강의는 그저 교리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수준을 아직 못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대중이 체험할 수 있는 내용이 되도록 전면적으로 재편을 해야 합니다.
둘째, ‘불교의 변천사’는 조금 더 내용을 보충해야 합니다. 지금 불교대학에서 여러분이 공부하고 있는 내용은 원래 제가 강의해 놓은 내용을 조금씩 줄여서 편집한 겁니다. 강의 내용은 아주 긴 내용인데, 부분 부분 잘라서 편집을 하게 되면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내용은 조금뿐이잖아요. 그러니 이 내용도 제가 수업 시간에 맞게끔 요약을 해서 다시 강의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과거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줄이고, 대신에 불교의 현재 상황이나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부분을 더 추가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과거의 불교가 어떠했다는 것만 얘기할 게 아니라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정토회의 비전하고도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불교대학 교과과정 중에 마지막 강의로 이런 내용들이 좀 소개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려면 현재 불교의 세계적인 상황이 어떠한지 설명해야 하고, 그걸 토대로 불교가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겠죠.
크게 네 가지 정도의 내용이 추가되면 될 것 같아요. 첫째, 지금은 주로 인도의 불교사, 근본불교, 소승불교, 대승불교, 중국에 건너온 뒤 발달한 선불교에 대해서만 강의를 했었는데, 여기에 한국 불교의 역사를 추가해야 해요. 둘째, 불교의 사회참여에 해당하는 내용들도 추가해야 합니다. 특히 용성 조사의 독립운동이 중요한 내용으로 들어가야 해요. 셋째, 세계 불교의 현황이 어떤지 살펴보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세계 각국과 유럽, 미국 등지에서 불교의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설명이 되어야 해요. 넷째, 앞으로 인류의 과제에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불교가 어떤 부분에서 비전이 있는지 살펴보는 내용이 있어야 해요.
‘실천적 불교 사상’이나 ‘부처님의 일생’은 기존에 강의해 놓은 것에 비해 크게 손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더 정교하게 다듬어서 대중에게 더욱 밀착되게 강의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지만, 내용은 크게 수정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전대학 강의는 아함경 과목을 넣을 것인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해요. 금강경과 반야심경은 기본적으로 들어가게 되지만, 육조단경은 전체 내용을 다 넣지 말고 일부만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오히려 화엄경이나 법화경의 일부를 추가하는 것이 낫겠는지 검토해 보면 좋겠어요. 이처럼 어떤 부분을 얼마나 넣을 것인지를 좀 조절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활발한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다음 회의 날짜를 잡고 마지막으로 소감 나누기를 했습니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교과를 담당하는 두 분은 내용이 어려워서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할지 아직도 막막하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저는 불교대학 교과를 담당하고 있어요. 불교의 근본교리는 저도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교과과정을 개편해야 할지 설계를 하기가 힘듭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게 맞는가 싶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스님은 막막해하는 담당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정토회 온 지 몇 년 되었어요?”
“8년 되었습니다.”
“8년 공부한 사람이 이 내용을 모르겠다고 한다면, 그런 내용은 초심자들에게 가르치면 안 되죠. 그렇다면 스님에게 ‘이 내용은 8년 공부한 저도 어렵습니다. 과감하게 이 내용은 뺍시다’ 이렇게 제안을 해야죠. 내가 8년을 공부해도 이해가 어렵다는 사실, 그 사실이 정말 중요한 거예요. 그렇다면 제가 강의를 완전히 새로 하든지, 아예 내용을 빼든 지 해야 합니다. 그런 제안을 스님에게 해주는 게 여러분이 해야 할 역할이에요.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수준에서 교과과정을 기획해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여러분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자꾸 교과과정에 넣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모르겠다는 사실이 굉장히 중요해요. 모르기 때문에 교과과정 개편하는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처럼 모르는 사람이 참여해야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모르는 학생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학생들에게 정말로 알아듣기 쉽게 강의할 수 있는 거예요.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갖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어 주세요.”
다시 용기를 내어 다음 회의를 준비해 오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질 무렵 스님은 다시 작업복을 입고 논으로 나갔습니다. 농사 담당자와 함께 지하수에서 비닐하우스 물탱크까지 호스를 연결하는 작업을 늦게까지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내일은 가야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곳인 창원 봉림사지를 답사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