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5.26. 화엄반 경주 남산 순례, 수행법회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여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법사 수계를 앞두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의 회향 수련 3일째 날입니다.

새벽 4시에 도량석 소리와 함께 일어나 다 함께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정성껏 했습니다.

두북 수련원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화단에 잡초도 깨끗이 뽑은 후, 6시 10분에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화엄반 행자님들은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이번 주까지 법사 수계 여부에 대한 대중의 이의 신청을 받고 있고, 화엄반 행자님들은 그와 관련해 법사단장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스님은 대중의 이의 신청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고, 수행자 역시 살다 보면 잘못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괴로움은 잘못한 것 자체에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모를 수도 있는데 자꾸 아는 척하려고 하니까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힘든 거예요. 틀리면 고치면 되는데 그걸 자꾸 숨기려고 하니까 인생살이가 힘든 겁니다. 잘못한 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그걸 자꾸 숨기려고 하다 보니까 남의 눈치를 보며 살게 되는 거예요.

상대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자세

사람은 모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인정해야 해요. 잘못했을 때는 잘못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걸 털어내서 인생을 좀 더 가볍게 살아야 합니다. 사람 사이의 오해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데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또한 사람 사이에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잘못을 한 사람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그 피해가 크다고 느낄 수 있어요. 포살이나 자자까지 해봐도 서로가 주장하는 것과 상대가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간극이 크다 보니 만족스러움이 일어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

그래서 너무 시비를 가리려고 하면 오히려 시비가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아요. 부처님 당시에도 코삼비 비구들의 분쟁이 생겼을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못을 한 사람은 억지로 참회하는 것이 아니라 진솔하게 참회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상대는 그렇게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잘못을 지적한 사람들은 상대의 참회를 받아들여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화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꾸 시비를 분명히 가리려고 하다 보면 분쟁이 끝나지 않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명심하셔서 앞으로 여러분이 법사가 되더라도 스스로 부족한 인격을 갖고 있음을 알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위축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부족한 가운데에도 법사의 역할이 필요해서 내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니까 수행자로서의 당당함을 가지라는 뜻이에요. 부족함을 충분히 인정하면 비굴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집니다. 이걸 알아서 앞으로 법사 생활을 할 때도 긴장하면서 살지 말고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편안한 건 방심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늘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알아차림은 방심하는 것과 달라요. 우리는 늘 긴장하거나 조급해합니다. 안 그러면 긴장을 푼다고 방만함이나 게으름에 빠집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편안한 가운데 늘 꾸준히 해나가는 자세를 갖고 수행해 나가시면 좋겠어요.”

스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화엄반 행자님들은 법사단장과 틈틈이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발우공양이 끝나고 8시에 경주남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경주남산 순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경주남산의 동남산에서 깊은 골짜기로 꼽히는 봉화골 입구에서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염불사지를 지나자 경주남산 전체 지도가 그려져 있는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이 오늘 순례할 코스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여기서 1km 정도 올라가면 칠불암이 나옵니다. 칠불암 위에 신선암이 있고, 신선암을 지나 봉화대까지 올라갔다가 백운암을 지나 천룡사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삼릉골이나 용장골이 있는 곳은 금오봉 자락이고, 여기는 고위봉 자락의 동편입니다.”

스님의 뒤를 따라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한 발 한 발 올랐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온라인 교육, 온라인 수련만 받던 화엄반 행자님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각양각색의 새소리를 들으며 힐링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날씨가 그렇게 덥지 않은데도 땀이 많이 나네요.”

스님은 수건으로 땀을 닦아가며 산을 올랐습니다.

1시간 30분을 걷고 나서 칠불암 바로 밑에 있는 샘터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물 한 모금씩 마시고 갑시다. 아주 시원해요.”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마시는 샘물은 꿀맛이었습니다. 맑은 샘물을 마신 후 요사채 마루에 앉아 스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로 금수강산이 맞습니다. 그래서 물을 흔하게 마실 수 있다 보니 물이 얼마나 귀한 줄 모르고 살아요. 다른 나라에 가보면 물이 정말 귀합니다. 씻는 물도 구하기 어렵고, 먹는 물도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건조 지역에는 주로 물이 나오는 곳에 도시가 형성됩니다. 우리나라도 산에 가보면 모든 암자가 물이 나오는 곳에 지어져 있습니다. 산성도 그렇고 암자도 그렇고 물이 나오면 아무리 산꼭대기라 해도 사람이 살 수 있어요. 향수는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비싸잖아요.”

샘터에서 칠불암까지 가려면 아주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야 합니다. 돌계단을 보고 다들 한 숨을 내쉬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이곳 칠불암에 살았는데, 샘터에서 물을 떠서 물지게를 지고 칠불암까지 오르내리는 게 그렇게 힘이 들었어요. 물지게를 지고도 올랐던 계단인데 오늘처럼 빈손으로 못 오를 이유가 없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빈 몸으로도 오르기 힘드네요.” (웃음)

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계단을 다 오르자 사방불과 삼존불 등 일곱 부처님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는 칠불암 마애불상군이 나타났습니다.

사시예불을 다 함께 올린 후 스님은 화엄반 행자님들을 위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법사 수계 대중 모두가 무사히 수계를 받고, 장애 없이 법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불 보살님들께서는 옹호하고 증명하여 주옵소서.

이곳 칠불암은 용성조사께서 보호하고 가꾼 곳이라 정토행자라면 마땅히 참배하고 보호하고 가꾸어나가야 하는 곳입니다. 용성조사의 유훈 십사목을 성취한 공덕으로 남북이 전쟁이 없는 평화를 정착시켜서 하루속히 통일이 이루어지고, 북한 동포들은 굶주림이 없어지고 인권이 존중되고 그들 역시 부처님 법을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중략)

기도를 마치고 스님이 칠불암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곳은 일곱 불상이 있다고 해서 칠불암이라고 부릅니다. 저기 보시면 바위의 네 면에 불상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을 사방불이라고 해요. 사방불이 모셔진 이유는 비록 네 분의 부처님을 모셨지만 온 우주에 있는 모든 부처님을 다 모셨다는 뜻입니다.

조선 시대에 불교가 탄압받으면서 이곳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불심도문 큰스님께서 민간인으로부터 매입하셔서 이곳을 보호하기 시작하셨어요. 용성조사님의 열 가지 유훈 중에 경주 남산과 낭산을 잘 가꾸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칠불암은 이 항목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어릴 때는 큰스님께서 용성조사님의 유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큰스님이 큰 절에 안 계시고 이렇게 작은 암자에 머무시나’ 의아해 하곤 했는데, 나중에 ‘유훈 때문에 그렇다’ 하고 말씀해 주셔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설명을 마치고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칠불암 뒤에는 절벽이 높이 솟아 있습니다. 절벽에는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보살반가상을 향해 삼귀의를 한 후 스님은 어릴 적 수행담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 절벽 위에 바위가 두 개 있어요. 큰스님께서 저를 그 바위 위에 앉히고 참선을 시켰습니다. 절벽 위에 앉으면 머리가 쭈뼛쭈뼛하고 발이 찌릿해요. 큰스님께서는 뒤에 딱 앉아서 저를 지켜봤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데, 졸음이 그렇게 무서운 것임을 처음 깨달았어요. 낭떠러지 위에 앉아 있는데도 졸음이 오거든요. 졸다가 갸우뚱하면 간이 서늘해지는데도 또 졸음이 와요. 요즘 시대에 만약 그렇게 수행을 시켰다면 아마 아동학대죄에 들어갈 겁니다. (웃음)

그때는 힘들었지만 지나 놓고 보니 다 저를 성장시켜 준 공부 거리였어요. 포교를 하다가 제 삶의 모순을 깨닫고 좌절하여 여기 칠불암에 와서 3일 간 정신없이 쓰러져 있다가 일어나 기도한 적도 있었는데, 수행이란 오류를 깨닫고 시정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산을 올랐습니다. 봉화대를 지나려다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곧바로 백운암으로 향했습니다. 백운암에 도착하기 전 너른 터에서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다시 산길을 내려오니 드디어 천룡사지가 나타났습니다. 곳곳에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천룡사 앞마당에는 수백 개의 연등이 바람에 휘날리며 스님 일행을 반겨주었습니다.



판넬로 지어놓은 대웅전을 참배한 후 스님이 천룡사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천룡사 역시 민족의 얼이 서린 곳이며 용성조사님이 잘 가꾸어야 한다고 유훈으로 당부한 곳 중 하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천룡사 앞에 삼층 석탑에도 형형색색의 연등이 예쁘게 달려 있었습니다. 화엄반 행자님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발원하며 석탑을 세 바퀴 돌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한 시간 동안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한 명 한 명 소감을 말할 때마다 웃음이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불교의 역사와 용성조사님의 유훈을 새겨보는 순례였습니다.

이어서 화엄반 행자님들은 3백 배 정진을 하고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곧바로 논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트랙터로 논을 갈고 물을 잡다가 논둑 한쪽이 무너져 스님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가서 보니 사람이 삽으로 하기에는 힘든 일이라 포클레인을 가져왔습니다.

포클레인이 한 삽 크게 떠서 논둑 위로 흙을 올리고, 아래에서 스님과 행자들이 포클레인이 닿지 않는 곳에 쌓인 흙을 삽으로 모아주었습니다.


울퉁불퉁한 사면은 삽으로 매끈하게 다져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흙을 쌓아 올리고 이번에는 논 위로 올라가서 논둑을 다듬었습니다. 이번에도 포클레인이 먼저 흙을 크게 떠서 논둑 위로 쌓아주고 삽으로 정교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잘 했네요. 수고했어요. 어르신에게 다 했다고 말씀드리세요.”

수로에서 진흙으로 뒤범벅된 장화와 삽을 씻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는 생방송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두북 방송실에서 법문을 하고, 화엄반 행자님들은 법당에서 수행법회를 시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인도에서 진행된 부처님 오신 날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남방불교에서 부처님 오신 날!

“오늘은 남방불교에서 부처님 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기념하는데,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 탄생일이 보름날, 즉 풀문 데이(full moon day)입니다. 그래서 태국, 미얀마, 인도 등지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오늘 하게 됩니다. 우리와는 일주일 차이가 나죠.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날, 성도하신 날, 열반하신 날이 모두 인도 달력으로 2월 말일입니다. 인도 달력에서는 달이 가장 둥글 때가 음력 말일이에요. 그러니 내일부터 3월 초하루가 시작되는 거죠. 이렇게 달력이 다르다 보니까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날도 서로 달라요.

인도에서는 2월을 바이샤카(Vaisakha) 월이라고 해요. 바이샤카 월 마지막 날, 즉 풀문 데이인 오늘이 인도에서는 부처님이 태어나시고 도를 이루시고 열반하신 날입니다. 그래서 인도JTS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상주하는 정토회 실무자들도 오늘 마을 사람들과 욕불의식 등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했다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어요.

부처님의 후예들인 석가족 마을 사람들도 정토회가 기증한 불상으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오늘 했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불상에 꽃 장식을 하는 게 아니라 대야에 불상을 담가 두고 정말 아이를 목욕시키듯이 손으로 물을 퍼 올려 머리에 끼얹는 방식으로 욕불 의식을 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어요.”

이어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방청객으로 입장한 200여 명 중에서 4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백혈병 진단을 받은 분이었는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하며 질문을 했습니다.

백혈병에 걸려 항암 치료 중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얼마 전 만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현재 항암치료 중이고, 직업이 없이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먹고살아야 할까요?”

“병이라는 것은 내가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것도 아니고, 또 안 걸리고 싶다고 안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주어지는 조건입니다.

백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교통사고를 당해서 당장 오늘 죽는 사람보다는 나아요. 백혈병은 그래도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 병이지만, 교통사고는 건강한 사람이 바로 오늘 죽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요. 물론 병에 안 걸렸을 때에 비하면 병에 걸린 것이 불행이에요.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다른 사고와 비교했을 때 결코 불행만은 아닙니다.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일하다가 떨어져서 죽었다, 건물이 무너져서 죽었다, 공장에서 무슨 사고로 죽었다, 교통사고 나서 죽었다, 이런 일들이 지금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잖아요. 그런 사고들과 비교해 보면 내가 좀 치료하기 어려운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사실은 큰 불행이 아닙니다. 큰 불행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병에 안 걸렸을 때와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마음공부라는 것이 참 묘해요. 예를 들어 절에 참배하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하나 부러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부처님께 기도해도 소용없네! 재수 없다!’

다리를 아예 안 다쳤을 때와 비교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다리는 이미 부러져 버렸는데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거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만약 넘어졌을 때 두 다리가 다 부러졌으면 어쩔 뻔했어요? 그것보다는 다리 하나만 부러진 게 훨씬 낫잖아요. 그런데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부러진 다리를 잡고 재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안 부러진 다리를 잡고 이렇게 말해요.

‘부처님께 기도했더니 한 다리는 안 부러졌네.’

기도하면 부처님이 나를 보살펴준다는 뜻이 아니에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처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물론 백혈병에 안 걸렸다면 더 좋았겠죠.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선 필요합니다.

‘급성으로 곧 죽는 병에 비하면 그래도 몇 년에서 몇십 년 더 살 수 있는 병이니까 훨씬 낫구나’

이렇게 마음을 가지면 마음이 점점 안정이 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5살,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일을 하고 싶어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를 보면 부럽습니다.
  • 각종 뉴스와 신문 기사, SNS, 유튜브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그 어느 것도 신뢰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습니다. 사실 관계보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으로 기사를 쓰는 언론이 세상을 더 혼란스럽게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언론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변화하기 전까지 시민들이 어떤 자세로 세상을 읽고 판단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 봉사를 하면서 분별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다 한 후 스님은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백혈병 진단을 받아서 막막해하던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생각이 변했어요. 건강하다가 오늘 당장 죽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백혈병으로 몇 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은 다시 한번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네, 질문자보다 건강한 사람들 중에서 질문자보다 먼저 죽을 사람이 대한민국에 수천 명도 넘을 거예요. 지금은 멀쩡하지만 질문자가 죽기 전에 사고로 죽는 사람이 수천 명은 될 겁니다. 어쩌면 수만 명이 될지도 몰라요. 그러니 너무 위축되지 말고 ‘나는 그들에 비하면 아주 좋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웃음)

그렇게 마음이 탁 놓여지고 태평해지면 난치병 치료에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자꾸 조마조마해 하면서 마음을 졸이고 긴장할수록 건강이 더 나빠져요.

예상되는 수명이 짧을수록 더 태평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루를 살더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야죠. ‘아이고, 내가 곧 죽는다는데...’ 이렇게 걱정하고 있기에는 하루가 얼마나 아깝습니까. 곧 죽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걱정하다가 평생을 다 보내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사는 게 조금 줄어들게 되었다면 오히려 더 걱정 없이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야 해요. 그게 자기 인생에 대해 자신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환한 웃음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각 지부별로 으뜸절과 실천 장소에 자원봉사를 한 번씩 오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저는 경주남산에 있는 천룡사에 다녀왔어요. 구미에 있는 아도모례원에도 가보시면 참 좋아요. 천룡사도 좋고, 죽림정사도 좋고, 미륵사도 좋고, 문경 수련원도 참 좋아요. 서너 명이 방문하는 것은 코로나19 방역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니 여러분도 그룹별로 한 달에 한 번씩이나 두 달에 한 번씩 주말에는 으뜸절에 오셔서 풀도 뽑고, 꽃도 가꾸고, 채소도 키우고, 여러 가지 봉사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있는 두북 수련원에는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특히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온 재고물품이 너무 많아서 분류하는 게 큰 일이에요. 또 그걸 다 재활용해야 하잖아요. 필요한 사람에게 주기도 해야 하고, 값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진열도 해놓아야 하고, 이렇게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봉사하러 많이 와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가자, 가자!’ 하고 독려를 해야 오지 자발성이 부족하다고들 합니다. 어떤 실무자는 이렇게 말해요.

‘스님이 법문 하실 때 계속 자발성에 기초하라고 하시니까 정작 한 사람도 안 옵니다. 이게 자발성이 갖는 한계예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자발성을 키우려면 좀 기다려야 합니다. 애를 키울 때도 애가 자발적으로 하기까지 부모가 좀 기다려야 하잖아요. 고작 하루 이틀 지켜보고 나서 자발적으로 안 한다며 또 잡아당기면 평생 부모가 신경 써야 해요. 그러니 우리도 대중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할 때까지 몇 달은 기다려 봅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자발적으로 안 온다면 그동안 제가 법문을 잘못한 거죠.’

그러니 정토회 회원 여러분들께서 실천 장소에서 봉사도 하고 활동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저의 바람이고, 하고 안 하고는 여러분의 자유예요. ‘가자!’라고 하지 않아도 시간 내어 오셔서 봉사를 자발적으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법문 듣고 나서 고맙다는 인사만 하지 말고, 고맙다는 표현을 봉사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자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내일 화엄반 회향수련 일정에 대해 법사님과 의논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화엄반 회향 수련 4일째 날입니다.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정토대전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화엄반 행자님들과의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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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이

스님
가수계란 ?
어떤의미입니까?

2022-04-15 15:32:58

방지영

스님 말씀 매일같이 귀로 들으며 머리로 이해하려 노력하며 가슴에 새기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고 싶은데, 정토회 회원도 아니고..종교가 불교도 아니고..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건지 잘 몰라서 못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은 법륜스님을 따르기 위한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2021-06-04 17:47:04

박일환

스님!!!말로만 감사합니다 해서 죄송합니다

2021-06-01 22: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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