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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법사 수계식을 앞두고 있는 화엄반 행자님들의 회향 수련 2일째 날입니다.
새벽 4시 30분, 두북 수련원 법당에서 정성껏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청소 시간을 가진 후 6시 10분부터는 다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치고 화엄반 행자님들을 위해 스님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웃음)
이어서 두북 수련원에 상주하는 공동체 성원들을 소개했습니다.
“두북 수련원 원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재활용 유통을 맡고 있습니다.”
“농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4박 5일 동안의 회향 수련 일정에 대해 스님이 직접 소개를 한 후 오늘 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기 두북 수련원은 요즘 재활용 창고 업무가 벅찹니다. 그래서 재활용 유통 담당자의 눈에 눈물이 그칠 날이 없어요. (웃음) 그러니 오전에는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여러분이 유통 담당자의 손과 발이 되어서 창고 울력도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발우공양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농사 울력을 하기 위해 밭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화엄반 행자들과 앞밭에서 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앞밭은 마을 어르신이 몇 년 동안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하다가 스님에게 빌려준 밭입니다. 관리되지 않은 밭에는 오래전에 사용했던 비닐이며 지주대, 끈 등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밭에 쓰레기를 치우고, 돌을 줍고, 울타리를 쳐야 합니다.
스님은 행자들보다 일찍 나와 밭을 둘러보고 준비를 했습니다. 울타리를 쳐야 할 면적이 넓기 때문에 먼저 한쪽 끝에서부터 울타리 말뚝을 1.5m 간격으로 꽂았습니다.
앞밭 한 켠에는 마을 할머니가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할머니가 농사짓는 영역까지 울타리를 치고 어디로 문을 내 줄지 여쭤보았습니다.
곧 화엄반 행자님들이 도착해 일나누기를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계속 말뚝을 박아놓고, 뒤이어 행자님들이 따라오며 말뚝을 깊이 박았습니다.
일정한 높이로 박은 말뚝에 이어서 그물망을 치고, 끈으로 단단히 고정해주었습니다.
울타리를 치는 사람 외에는 모두 밭 안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먼저 비닐을 걷어 포대에 담고 지주대와 끈도 종류별로 모았습니다. 상태가 좋은 것은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다 치우고 돌을 주웠습니다. 트럭을 이동시켜가며, 트럭 옆에서 줍고 이동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밭에 돌이 워낙 많아서 주워도 주워도 계속 돌이 나왔습니다.
돌은 여전히 많이 남았지만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주운 돌은 꺼진 사면에 깔아주었습니다. 밭에 있으면 쓸모가 없지만, 꺼진 땅을 메우는 데는 요긴했습니다.
그래도 2시간 울력을 하며 울타리는 다 쳤습니다.
10시에 농사 울력을 마친 후 화엄반 행자님들은 마음나누기를 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사시 예불을 드리고 3백 배 정진을 했습니다. 스님은 계속 남아서 농사일을 계속했습니다.
텃밭으로 가서 점심에 먹을 상추를 수확했습니다.
“행자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많이 따야겠어요.”
스님이 지나가자 무성했던 상추가 앙상한 줄기를 드러냈습니다.
상추를 두 대야 가득 수확하고 낫을 챙겨 몸이 불편하신 마을 어르신의 마늘 밭으로 갔습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 풀을 맸습니다. 햇살이 뜨거운 데 소나기가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점심시간까지 풀을 맸습니다.
한 시간을 쉬지 않고 풀을 매고 나니 이제 밭의 3분의 1 정도 풀이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다음에 또 합시다.”
울력을 마치고 수련원으로 돌아오니 스님이 손수 수확한 상추가 점심 식사에 나왔습니다.
점심 공양을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는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행자교육받고 수련하면서 의문 나는 게 있으면 편안하게 질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즉석에서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연이어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행자님은 남편과의 갈등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남편은 늘 저보고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라고 그동안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화엄반 행자 생활을 하면서 내가 남의 말을 전혀 안 듣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온라인 정토회로 전환되면서 남편과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남편은 자주 찬밥을 달라고 했는데, 저는 계속 따뜻한 밥을 주었습니다. 수련 중에 법사님이 몇 년 동안 따뜻한 밥을 주었느냐고 물어서 제가 30년 동안 그래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제 고집이 굉장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남편은 정말로 찬밥을 먹고 싶어 했지만, 제가 어릴 때 따뜻한 밥을 먹고 좋았던 기억에 따뜻한 밥을 준 겁니다. 남편이 퇴직하고 나서 이제는 본인이 밥을 식혀서 먹겠다고 해요. (웃음)
저는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위한 일이다 싶으면 남편과 의논하지 않고 했는데, 남편은 그런 저를 못 됐다고 합니다. 저는 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데, 남편이 자꾸 이기적이라고 하니까 때때로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섭섭한 마음이 올라올 때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남편 입장에서는 질문자가 이기적이라고 느껴지니까 이기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아닐까요? 나의 행동에 대해 남편이 섭섭할 수 있듯이 질문자도 남편이 하는 말에 대해서 섭섭할 수 있죠. 그래서 스님이 보기에는 피장파장이에요. (웃음)
질문자가 고치면 제일 좋죠.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일도 의논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해버리면 상대가 오해를 하게 되니까요. 그걸 헤아려서 조심하는 것은 좋은데, 때로는 나도 모르게 자기 식대로 해버릴 수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질문자가 솔직하게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이렇게 남편에게 이야기해 보세요.
‘내가 의논하지 않고 결정해서 당신을 섭섭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내가 나를 돌아보니까, 당신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는데, 나는 당신이 나와 같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나쁘게 말하면 내가 너무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내가 당신을 너무 믿는 것 같아요. 내가 허무맹랑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결정하면 당신이 다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게 잘 안 고쳐져요. 당신은 내 생각에 다 찬성할 것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러니까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좋게도 생각해줘요. 당신을 너무 믿어서 생긴 병일 수 있어요.’
그런 후 남편의 생각은 어떤지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내 습관을 고쳐서 상대에게 맞출 수 있으면 가장 좋지만, 내가 고칠 수 없을 때에는 그 사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상대가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같이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이기주의’라는 말은 자기를 고집하고 자기 이익만 챙긴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느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는 의미로도 표현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남편이 애국 운동한다고 밖으로만 돌고 가정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가족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원하는 대로만 인생을 사는 이기주의자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편 입장에서는 국가를 위해서 자기를 헌신하는 것인데 이기주의라고 하니까 억울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질문자가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 일을 하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일을 하든, 불교를 널리 전하기 위해서 일을 하든, 남편 입장에서 볼 때는 남편이 원하는 일을 안 하고 질문자가 원하는 일만 하니까 이기주의라고 말할 수가 있는 겁니다. 이기주의라는 말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자기중심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세요. 질문자가 자기중심적인 건 맞잖아요?”
“네. 맞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다 자기중심적이에요. 법륜 스님도 자기중심적이에요. 저희 부모님이 볼 때는 저보다 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결혼해서 자식 낳고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그런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저의 신념과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다만 그 일이 부도덕한 행위나 불법적인 행위가 아니고 세상 사람이 볼 때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지 가족이 볼 때는 자기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저에게 ‘너는 어떻게 너 밖에 모르냐’ 하고 지적하면 저는 그걸 수용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고 ‘제가 어떻게 나 밖에 몰라요? 세상 사람들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데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이때 부모님은 내가 먹는 것, 내가 입는 것, 내가 자는 것밖에 모르냐고 따지는 게 아니에요. 너의 신념이나 목표만 중요하고 부모나 형제의 기대는 생각하지 않느냐는 의미입니다.
남편도 이런 뜻으로 이기주의라는 말을 쓴 것이니까 그 말을 수용해야 돼요. ‘제가 제 신념에 충실한 건 맞습니다’ 하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사람이 자기 신념에 충실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질문자는 이기주의는 나쁘다는 잘못된 선입관을 갖고 있는 거예요.”
“이기주의라는 말뿐만 아니라 ‘못 됐다’라고도 합니다.”
“남편이 볼 때는 못된 사람이 맞죠.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그럴 때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 보세요.
‘죄송합니다. 당신은 먹고살기 바빠서 언제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복을 짓겠어요? 제가 당신을 대신해서 애국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당신이 나를 후원하면 당신에게도 공덕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농담도 하면서 웃기도 하고, 때론 죄송하다고 하면서 같이 지낼 수밖에 없어요. 죄를 짓거나 잘못하는 건 아니지만, 같이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고 서로 조정하고 눈치를 살피면서 살아야 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어떤 사람이 독립운동을 하게 되면, 부모는 그런 자식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부인은 살림을 하느라 고생할 수밖에 없어요. 부인이 속이 좁아서 남편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 부인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남편은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어서 서로 다른 두 가치관 사이에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이때 부처님의 가르침은 남편은 훌륭하고 부인은 나쁘다고 보는 게 아니라 각자의 세계를 인정하고 조화를 맞추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갈등을 안 겪으려면 결혼을 안 하는 방법도 있어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생기는 가치관의 충돌만으로도 상대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미안하잖아요? 거기다 결혼까지 해서 새로운 고통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여러분들은 스스로에 대해서 순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법사가 되기 위해 행자생활까지 한다는 것은 가족이 볼 때 황소고집이에요. 누구 말도 안 듣고 살려면 세속적인 삶을 탁 놓든지, 그게 안 되면 약간은 상대방에게 맞추며 살아야 됩니다.
만약 서로 독립된 인격을 인정하고 각자 원하는 대로 살자고 요구하면, 남편이 갖고 있는 인생의 원칙에 안 맞게 됩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원하는 대로 내가 따르기에는 내 인생의 원칙에 안 맞게 되죠. 이때 제일 좋은 방법은 각자의 길을 가는 졸혼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졸혼도 못할 형편이면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의견을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방법밖에 없어요. 수행이란 늘 주어진 조건에 맞는 중도를 행하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남편의 비위를 잘 맞추면서 살아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남편에게 맞출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대답은 시원하게 하네요” (웃음)
“감사합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나니 오후 3시 30분이었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친 후 모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재활용 창고로 이동했습니다.
재활용 유통 담당자가 오늘의 일감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한 이후 전국에서 법당을 철거하면서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연결선 등이 창고에 많이 쌓였습니다.
종류별로 분류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서 박스를 다 풀고 종류별로 새로 포장을 했습니다.
“이 모니터는 2019년도에 산 거네요. A급으로 분류합시다.”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졸업식 때 사용하는 가사도 창고에 많이 쌓였습니다. 역시 종류별로 제대로 포장이 안 되어 있어서 박스를 풀고 새로 가사를 접고 다시 포장을 했습니다.
창고 안에 가득 쌓인 물건들을 보며 스님이 웃으며 한 마디를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전환하니까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박스 안에 물건을 종류별로 담은 후 박스 바깥에 물품의 종류와 상태를 적어서 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게차로 운반할 수 있게 빠레트 위에 박스를 가지런하게 쌓았습니다.
“수고했어요. 사람이 많으니까 금방 하네요.”
화엄반 행자님들은 소감 나누기를 한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는 300배 정진을 하고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내일 일정에 대해 법사님들과 의논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발우공양을 마치자마자 경주 남산으로 이동해 칠불암과 천룡사를 순례하고 올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온라인 수행법회가 생방송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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