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15 정토대전 사상팀 회의, 법사단회의, 온라인 콘텐츠 회의
“2600년 전 승가 공동체는 어떻게 의사결정을 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여러 단위와 회의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는 곳곳에 분홍빛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봄기운을 완연하게 느끼며 오전 8시에 정토대전 사상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사회사상팀에서 준비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불교와 민주주의, 갈마제도로 본 민주주의, 육화합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발표를 다 듣고 나서 스님이 이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갈마(羯磨) 제도란 승가에서 대중이 모여 논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단백갈마(單白羯磨), 백이갈마(白二羯磨), 백사갈마(白四羯磨)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승가 구성원 전원 참석과 전원 찬성이 원칙입니다.

존중하고 화합하는 상가

단백갈마는 공지와 알림에 대한 것입니다. 알림을 할 때는 전원이 다 알도록 해야 해요. 공지를 못 들은 사람은 의도치 않게 규율을 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북한동포 돕기를 위해 점심을 안 먹고 단식을 합니다’ 이렇게 아침에 알렸는데 그 자리에 두 사람이 빠져서 공지를 못 듣고 점심을 먹었다면, 이것은 계율을 어긴 것이 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이 두 사람은 몰랐기 때문에 죄가 안 됩니다. 공지를 전원에게 하지 않은 것이 잘못입니다. 즉 단백갈마가 성립이 안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정토회에서 진행한 선거도 전원 참석을 해야 한다고 제가 얘기를 했는데, 여러분들이 세상의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전원 참석은 안 된다는 이의 제기가 계속 나왔습니다. 그래서 전원 참석을 원칙으로 하되 정해진 시간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전에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겁니다. 이런 길을 열어두었는데도 전원 참석에 계속 반대하는 것은 승가의 근본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갈마는 전원 참석이 원칙입니다. 전원 참석이 안 되면 갈마가 성립이 안 됩니다. 그래서 근본정신에 맞게 전원 참석해야 하고, 불참하면 징계를 받아야 해요.

그러나 이렇게 운영하면 현실적으로 회의가 자주 무산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토회 회칙에는 3분의 2 이상 출석으로 정했습니다. 이것은 현실에 맞게 정한 편법입니다. 그래서 첫째, 전원 참석이 승가의 원칙입니다.

둘째, 전원 찬성이 승가의 원칙입니다. 전원 찬성이 원칙이긴 하지만, 한 명이 반대한다고 회의가 무산되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세 번까지의 토론을 통해서 전원 찬성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은 삼의제라고 합니다. 삼의제를 통해 100% 찬성으로 화합을 이루는 것이 승가의 전통입니다. 물론 정토회의 회칙에는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100% 전원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갈마제도의 핵심

갈마제도는 대부분 율장에 나옵니다. 즉 계율에 관계된 내용입니다. 옛날 승가는 오늘날 정토회처럼 사회적인 활동을 하거나 대중과 의논해서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의논해서 결정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경전에 나오는 대부분의 갈마제도는 징계에 대한 것입니다. ‘계율을 어겼을 때 징계를 할 거냐, 말 거냐’, ‘징계를 했을 때 이 사람이 참회했다면 복귀를 시킬 거냐, 안 시킬 거냐’ 이런 문제가 주로 승가에서 논의되었습니다.

정토회도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서 공동체 대중의 계율이나 자자에 관계된 사항은 갈마제도의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그 한 명이 수용할 때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예를 들어 공동체 구성원이 계를 어겨서 징계를 받았다면 회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본인 얘기를 들어봅니다. 대중이 들어보고 ‘그 정도면 반성이 됐다’ 하고 동의가 되면 대중에게 ‘수용하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이때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수용이 안 됩니다. 즉 갈마가 성립이 안 되는 거예요.

징계를 받은 사람을 수용하겠냐고 대중에게 물었을 때 전원이 침묵으로 찬성하면, 이것으로 의사결정이 됩니다. 이때 백사갈마란 처음 물었을 때 대중이 전원 침묵으로 승인해도 세 번을 묻는 것을 뜻합니다. 혹시 처음 물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어서 대답을 안 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포살을 할 때도 그렇고, 수계를 받을 때도 그렇고, ‘지키겠습니까?’ 하고 세 번 묻잖아요. 대중이 전원 찬성을 했는데도 세 번 물어서 확인하는 것이 백사갈마입니다.

반면에 백이갈마는 한 번 물어서 침묵하면 그걸로 바로 의사결정을 하는 겁니다. ‘오늘 회의에서 사회는 여광법사님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대중이 아무도 반대가 없으면 그 사람을 사회자로 선택하면 됩니다. 백이갈마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또 묻고 또 묻고 하지 않고, 한 번만 묻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계를 범한 사람을 복귀시키거나 징계를 주는 문제는 대중에게 한 번 물어서 징계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되고, 세 번까지 물어서 대중이 동의를 해야 성립이 됩니다. 중대 사안은 대중이 한 번에 동의를 해도 세 번을 다시 물어서 결정하는 것이 백사갈마이고, 일반 사안은 대중이 동의하면 한 번에 결정하는 것이 백이갈마입니다.

단백갈마, 백이갈마, 백사갈마, 그리고 삼의제

‘단백갈마’는 전원에게 공지해야 성립합니다. 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큰 소리로 합니다. ‘큰 소리로 한다’는 것은 참석한 사람 모두가 알아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앞에서 작은 소리로 얘기하면 뒤에 앉은 사람은 못 알아듣는 일이 많잖아요. 아침에 전원이 다 모인 대중공사 때 공지하는 것이 단백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이갈마’는 어떤 사안을 대중이 동의하면 한 번 만에 결정하는 것입니다. ‘백사갈마’는 동의 절차를 세 번 물어보는 것입니다. 대중에게 물었을 때 한 번에 모두 침묵으로 전원 찬성을 해도 세 번을 묻습니다. 혹시 그때 대답을 안 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포살을 할 때도 처음 물었을 때는 참회를 안 하다가 두 번, 세 번 물으면서 ‘계율을 어겼는데도 참회를 안 하면 수행자 자격이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때서야 갑자기 계율을 어긴 것이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 참회할 때가 있잖아요. (웃음)

삼의제는 반대가 있을 때 숙의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이니까 갈마제도와 성격이 좀 다릅니다. 전원 만장일치로 결론이 나야 되는 것이 갈마제도라면, 만장일치로 가는 과정이 삼의제입니다. 절차가 복잡하니까 모든 의사결정을 이렇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승가의 전통을 잘 살려서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2600년 전 불교의 전통 속에 가장 민주적인 방식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갈마제도를 함께 공부하며 지난주에 있었던 정토회 온라인 선거의 부족함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이 설법한 육화합, 승가가 망하지 않는 일곱 가지 길,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일곱 가지 길을 오늘날 현대사회에 적용해 보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스님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더 준비한 내용이 없어요? 사회사상팀만 발표하고, 불교사상팀은 놀았어요? 왜 준비된 게 없어요?”

“죽림정사 원장 소임을 맡고 나서 많이 바빠졌습니다.”

“여광법사님은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하라고, 제가 지난주에 죽림정사 가서 하루 종일 손가락이 붓도록 도량 정비를 도와주었잖아요...” (웃음)

“다음 회의 때 많이 준비해 오겠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15분부터 스님과 법사님 모두 다 같이 도량 정비 울력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1시가 되어 먼저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높이 자란 엄나무에 새순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공동체 행자들이 매일 아침 활짝 핀 새순을 땄지만, 아무도 가지를 쳐줘야 하는 걸 몰랐습니다.

“새순을 따기만 하고 가지치기를 안 해주니 나무가 이렇게 높고 엉켜서 자란 거예요.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데...”

스님은 사다리를 놓고 나무 위로 올라가 엄나무 가지를 하나씩 잘랐습니다.




스님이 가지를 자르는 사이 법사님들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모였습니다. 나무 아래에서 스님이 자른 가지에 붙어 있는 엄나무 순을 따고 손질했습니다.


엄나무 순을 다 따고 명상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명상원 돌담 아래에 축대를 깨끗이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가시덩굴이며 칡덩굴이 많았습니다.

스님은 톱과 낫으로 가시덩굴과 잡목을 베고 법사님들은 자른 덩굴과 잡목을 아래로 치웠습니다.




3시가 되어 스님은 울력을 멈추었습니다.

“이제 그만하세요. 다하려면 끝이 없어요.”

올라오는 길에 한층 깨끗해진 축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야, 하면 할수록 축대가 드러나고 길이 드러나네요.”

법사님들을 보내고 울력을 마칠 줄 알았던 스님은 행자 한 명과 계속 울력을 했습니다. 명상원 산책로에 나무 가지를 쳐주고 살구골로 갔습니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 아래까지 드리운 나뭇가지를 벴습니다.

4시가 가까워오자 법사님이 나왔습니다.

“스님, 4시에 법사단회의가 있습니다.”

“아이쿠. 저녁까지 회의가 없는 줄 알았어요.”

울력 마무리가 늦어져서 약속한 4시보다 조금 늦게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준비된 안건부터 하나씩 발표하면, 이에 대해 법사님들이 토론하고, 마지막으로 스님도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회의를 마친 후 스님은 다시 살구골로 가서 남은 울력을 계속했습니다. 잡목을 덜 제거한 부분이 있어서 톱과 낫을 들고 개울에 엉켜 있는 것까지 깨끗이 치웠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저녁 7시 30분에는 온라인 콘텐츠 기획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을지 초안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온라인 콘텐츠 기획단에서 준비한 초안을 발표한 후 다 함께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잘 준비하셨네요. 일단 준비한 대로 시작해 봅시다. 잘 안 되면 다시 변경을 해서 해보면 되니까요.”

5월 7일부터는 매주 금요일마다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첫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스님은 팔과 다리를 만지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이고, 힘을 너무 썼더니 팔과 다리가 지금도 아프네요.”

내일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경전팀 법사님들과 회의를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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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력왕

울력왕. 스님..
참 일을 열심히 하시네요..

늘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2022-04-23 14:49:26

보각

스님 너무 부지런하시네요 부지런히 일 하시는거 보면서 저도 배워요 감사합니다

2021-04-20 12:24:58

중도

2600년전 갈마제와 삼의제는 박물관에 모셔졌던 보물.

빌딩 세우시고 걱정되셔서, 재산싸움 미리 막을 준비하시는것 안쓰럽습니다.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저희들이 알아서 나누어 가지겠습니다.

2021-04-19 22: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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