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14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사회활동기구 간담회
“어떻게 하면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 7시에 스님은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 추세로 바뀌면서 지난 3개월 동안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갖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종교인분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종교인 모임을 해왔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처음으로 3개월간 모임을 갖지 못했네요.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네, 잘 지냈습니다.”

“어제 새벽에 봉화로 가서 두릅을 따왔어요. 그저께는 두북 수련원에서 엄나무순을 땄습니다. 남부지방에 새순이 나온 다음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버려서 중부지방에는 2주 정도 늦게 새순이 나오는 것 같아요. 남부지방에는 두릅이 벌써 다 끝났는데, 문경에는 이제 두릅이 나오고 있습니다. 봉화는 아직 엄나무순이 나오지도 않고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 반찬에 두릅과 머위, 엄나무순을 준비했습니다. 초장에 찍어 드시면 돼요.”

“정말 귀한 음식이네요.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식사 기도와 함께 각자 조찬을 한 후 장소를 이동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국제 사회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지 서로 정보를 교류했습니다. 스님도 현재 북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북한 정부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식적인 요청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남북 관계도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예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국경을 아예 봉쇄했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오늘 다 같이 논의할 주제를 제안했습니다.

“미얀마 사태가 거의 내전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종교인 모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어요.”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무님, 교령님 모두 각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가지 입장이 존재하는 가운데, 각자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본 후 다음 모임 때 다시 의논하기로 하고 종교인 모임을 마쳤습니다.

종교인분들을 주차장까지 배웅한 후 스님은 곧바로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1200여 명의 주간반 활동가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먼저 스님이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지난주는 이틀에 걸쳐서 온라인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선거하느라고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또 선거한다고 바쁜 와중에도 두북 수련원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오셨어요. 교실에 재활용 물건이 가득 쌓여 있어서 복도든 어디든 사람이 다닐 자리도 없을 지경이었는데 물건을 다 창고로 옮겨주셨습니다.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주에 정토회는 온라인 선거를 통해서 온라인 정토회의 운영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여러분도 온라인 투표를 처음 해보셨을 텐데, 준비가 좀 부족해서 많이 힘드셨던 것 같습니다. 원래는 회원들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는 민주적 구조를 만들고자 이 시스템을 창안했는데, 투표를 하는 여러분의 입장에서는 ‘이 방식이 정말 대중의 의사를 최대한으로 반영하는 민주적인 시스템이구나’ 하는 것을 충분히 못 느낀 것 같습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서 많은 제안도 있었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불평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은 제도가 좋아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수행자니까 불만이 좀 있어도 처음 시도하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좀 부족했지만 그래도 밤잠을 설쳐가며 이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신 개발자,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신 선관위 위원들, 선거를 진행해 주신 법사님과 실무자 여러분, 절차가 낯설고 불편했지만 끝까지 선거에 참여해 권리를 행사해 주신 전법활동가 여러분을 비롯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이어서 스님은 이번 온라인 선거의 부족함과 아쉬움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정토회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한 좋은 뜻에서 새로운 방안을 창안했는데 현실에서는 왜 ‘이게 정말 좋구나’ 하고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까요? 여기에는 중대한 하나의 과정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저와 실무를 맡은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있었는가

지금까지의 정토회가 도입했던 대의원회, 행정처, 법사단으로 이루어진 구조는 불교의 전통이라기보다는 서구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의 전통을 수용해서 우리에게 맞게끔 좀 변형을 가해 시행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대의 민주주의가 필요가 없어졌으니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을 마련하자’ 하는 의견이 새롭게 제기된 거예요.

직접민주주의로 가는 건 좋지만 그러려면 직접민주주의가 갖는 폐해를 보완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수가 적으면 괜찮지만 수가 많아지면 숙의(熟議)하는 과정이 없어지고 포퓰리즘(populism)인 대중 추수주의로 흘러갈 위험이 발생해요.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불교 안에 이런 면을 보완할 수 있는 전통이 있다. 그것을 살려서 새로운 제도를 한 번 만들어보자. 남을 벤치마킹할 게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 내자.’

이렇게 해서 정토회의 현재 의사결정 과정이 정립되었습니다. 여기서 말씀드린 불교 안의 전통은 바로 갈마제도입니다. 갈마제도의 핵심은 삼의제입니다. 갈마제도는 무엇이든지 대중 전원이 참석하고 의논해서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을 뜻해요. 만장일치로 나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삼의제입니다. ‘삼의’는 세 번까지 논의를 한다는 뜻이에요.

삼의제는 수행자 조직에서만 가능하지, 일반 사회에서는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공동체 전체는 수행자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되, 개인은 공동체 전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 삼의제입니다. 다시 말해 전체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개인은 전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합니다. 대중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힌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또 대중은 개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해요. 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삼의제가 가능합니다.

부처님 시봉을 뽑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누가 좋겠느냐고 의논하자 이 사람 저 사람이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나섰지만 대중의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너무 많다고 기각된 경우도 있었어요. 이번 정토회 선거에서도 나이가 너무 많다고 추천을 안 한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부처님 당시에도 나이가 많다고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요. 사리불 존자가 ‘제가 하겠습니다’ 하니까 대중이 ‘당신은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이렇게 반대했고, 목갈라나 존자가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역시 ‘당신도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이렇게 해서 안 됐어요. 그러다가 아난 존자를 천거했는데, 아난 존자 본인은 할 수 없다고 거절을 했어요.

‘저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중은 아난 존자 개인의 뜻을 존중해서 다시 회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선출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아난 존자가 제일 낫다는 결론이 났어요.

‘아난 존자에게 한 번 더 청해 봅시다.’

이렇게 한 번 더 청했는데 아난 존자가 또 거절을 했어요. 그러면 다른 사람을 천거하면 되는데, 다시 의논해 봐도 다른 사람은 비교가 안 되고 아난 존자가 탁월하게 적격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청을 했고, 아난 존자는 그걸 수용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중의 뜻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일까요? 아니에요. 개인은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거절할 권리도 있습니다. 전체는 그 뜻을 받아들여서 다른 사람을 선정하면 됩니다. 그러나 다시 의논해 봐도 적격자가 역시 그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한 번 더 요청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난 존자는 또 한 번 거절을 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의사가 그만큼 존중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체가 다시 의논을 했는데도 역시 아난 존자가 가장 적격자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세 번 요청을 받으면 수용을 해야 해요. 그래서 아난 존자는 결국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이게 삼의제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만장일치가 되겠지만, 이렇게 서로를 존중하며 의견을 여러 번 모으고 난 뒤 아난 존자가 그것을 수용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만약에 아난 존자가 세 번 요청을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수행자로서의 자격이 의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사안은 징계위원회로 넘어갑니다. 이 사람이 정말 수행자의 자격이 있는지 징계위원회에서 자격 심사를 하게 됩니다. 심사해 보니 대중의 요구를 본인이 거절할 만한 조건이 있었다면 징계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사 결과 대중이 세 번 요청했는데도 거절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이 사람은 수행자의 자격이 박탈됩니다. ‘당신은 수행자 자격이 없소!’ 이렇게 되는 거예요. (웃음)

숙의란 삼의제를 하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개인이 사의를 표하고, 대중이 다시 요청하고, 개인이 다시 사의를 표하는 등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개인은 전체를 위해서 어떤 일이 필요한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됩니다. 또 개인이 사의를 표명하는 사유를 들어보면서 전체는 개인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사이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중도(中道)입니다.

전체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해도 안 되고, 개인을 위해서 전체를 희생해도 안 돼요. 전체와 개인이 이렇듯 세 번까지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을 통해 전체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가장 합당한 길을 고민하고 찾아갑니다. 이것이 바로 숙의 과정입니다. 깊이 논의해서 제3의 길을 찾아나가는 겁니다.

이것은 전체주의와는 달라요. 전체주의란 전체가 결정하면 무조건 개인이 따라야 하는 독재입니다. 반면에 개인주의는 개인이 싫다고 하면 무조건 강요할 수 없는 거예요. 전체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금의 공산주의입니다. 전체가 결정하면 개인은 무조건 복속을 해야 합니다. 자유주의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대표적 사례는 코로나19 대유행기의 서구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야 하는 공익적 가치를 무시하고 자기가 싫으면 방역 수칙을 안 지키는 거예요.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죠. 이 둘의 중도적 합일이 바로 삼의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이번 온라인 선거에서 생략되어 버렸습니다. 여러분이 후보를 선출하거나 추천했을 때 본인이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나버리고 ‘다른 사람을 추천해 주세요’ 이렇게 진행이 되었어요. 개인이 사의를 표할 만한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 대중이 듣고 동의하는 과정이 없었어요. 그러니 대중의 입장에서는 허무하게 느껴졌던 겁니다. ‘우리가 기껏 의사를 모아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그만이구나’ 이렇게 된 거죠.

어떤 지역에서는 대중이 사람을 뽑아 놓았는데 중앙에서 다른 소임에 임명을 해버리는 바람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러면 임명부터 먼저 하지 무엇 때문에 임명이 될 사람을 선출할 후보 명단에 올려놓느냐?’ 하는 의문이 드는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제도가 미비한 탓이 아닙니다. 온라인 투표를 가장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삼의제의 전통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한 거예요. 개인과 전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고민하고 찾아가는 정말 민주적인 전통인 삼의제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에 가장 큰 맹점이 있었습니다. 즉 개인도 희생되지 않고, 전체도 희생되지 않는, 수행공동체의 전통이 살아나지 못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제도를 제안한 제가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다음 선거인 9월 선거에는 이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겠습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이 세상에서 가장 민주적인 시스템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부처님 때부터 내려오는 삼의제의 전통을 현대사회에 적용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서, 개인도 살고 전체도 살고, 지역 사업도 살고 전국 사업도 살 수 있도록 해봅시다. 그 과정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중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제도를 함께 만들어 봅시다. 결국 이것은 모두 중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이런 아름다운 뜻으로 애초에 설계가 되었던 것인데 삼의제에 대한 반영이 좀 부족했어요. 이미 삼의제는 정토회에서 오랫동안 도입해 왔고, 제가 법문에서도 수도 없이 얘기했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누락이 되었나 봐요. (웃음)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만두 속이 빠져버린 것처럼 되어서 시행을 하고 나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이번 주에 다시 보완해서 선출을 마치겠습니다. 얼렁뚱땅 해서 넘어가지 않을게요. 많은 회원들이 지쳐서 그냥 임명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안 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 됩니다. 지금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데 지쳤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잘못됐으면 열 번이라도 새로 해야죠. 열 번이 뭐예요, 스무 번이라도 보완해서 완성본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겨우 두세 번 해봤는데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쳤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합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려면 완성품이 한 번 만에 나오지 않습니다. 미완성인 부분은 원칙에 맞게 수정하고 보완할 테니 이의가 있으면 전부 제기해 주십시오. 9월 선거 때는 좀 더 완성도를 높여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대중 여러분이 승인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

그리고 마지막에 전체 대중의 승인 절차는 무엇 때문에 거치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승인 절차에서 거부된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너무 형식적인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세월이 흐른 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은 언제든 지도부가 자기들끼리 야합해서 대중을 속일 수 있습니다. 추천도 자기들끼리 야합해서 하고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대중이 항상 감시 역할을 해야 해요.

지금이야 워낙 순수하고 스님부터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니까 임명되거나 추천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이 안 하겠다고 해서 문제이지 거의 이의가 없는 상태예요.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항상 대중이 가져야 해요.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도 마음에 안 들면 국민이 소환할 수 있는 장치가 헌법에 마련되어 합니다. 임기를 보장하되 임기 중에도 지지율이 얼마 이하로 떨어지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바로 국민 몇 명이 동의하면 임기 중간이라도 소환할 수 있는 권한이 국민에게 있어야 해요. 국민들에게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권한이 국민에게 없기 때문에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위기 때는 대응을 못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승인 권한을 여러분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도법사에게 결정사항에 대한 거부권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지난 30년 동안 지도법사가 거부권을 한 번 밖에 행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거부권이 있는 게 전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원칙에 맞지 않으면 거부될 것을 아니까 미리 원칙에 맞추어서 추진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그런 것처럼 승인권이란 것도 일종의 거부권이에요. 이런 거부권을 여러분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새로 선출되신 정토회 대표님, 지부장님, 지회장님, 지원국장님, 팀장님, 모둠장님, 그리고 지원팀 담당이 되신 모든 분들에게 축하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5개월간 수고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이어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선거 결과에 대한 발표를 들었습니다.

발표를 듣고 나서 선거 과정이나 선거 결과에 대해 의견이 있거나,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감이 있는 사람들이 즉석에서 자유롭게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다시 한번 대중이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제가 이번 온라인 선거의 원래 정신을 충분히 말씀드렸는데 여러분도 이해가 되셨습니까? 아쉬움을 느꼈다면 좀 해소가 되었어요? 아직도 마찬가지예요? 해소가 되었으면 저도 알 수 있도록 오케이 표시를 해주세요. 스님 말을 들어보니 이 제도가 좀 괜찮을 것 같아요?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방청객을 입장한 모두가 오케이 표시를 했습니다.

“그럼 오늘 법회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 선출된 선거구는 담당 선관위와 의논해서 제가 말씀드린 대로 숙의해서 정말 민주적으로 다시 선출을 해주세요. 피곤하다고 여기지 말고 ‘새로운 시스템을 훈련하고 익힐 기회다. 열 번이라도 하겠다’ 이런 마음을 내주세요. 이미 확정된 선거구에도 이의가 있을 경우 이의 신청해주시면 검토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게 중요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배우고 능력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너무 귀찮아하지 마세요. 새로운 것은 항상 많은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자전거를 타려면 배우는 과정이 있는 것과 같아요.

정회원끼리만 모여서 보는 법회는 오늘 이 시간이 마지막입니다. 다음 주 법회는 일반 회원들과 합동법회로 보겠습니다. 정회원 여러분, 그동안 수고들 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법회를 마치고 법상에서 내려온 스님은 곧바로 11시 30분부터 평화재단 고문을 맡고 있는 사회 인사 분들과 미팅을 했습니다.

오후 1시에는 행복시민과 사회 실천 간담회, 3시에는 사회활동기구 책임자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달에 이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활동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8시 30분에 마지막 미팅을 마치고 문경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라리 농사짓는 게 낫지. 약속을 하도 많이 잡아 놓아서 눈코 뜰 새가 없었네요. 오늘만 회의가 여덟 번이었네요,”

차가 출발하고 곧 스님은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11시가 되어 결사행자 故김순기 보살님이 모셔져 있는 문경의 한 장례식장에 도착했습니다.

김순기 보살님은 정토회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신 결사행자입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스님은 김순기 보살님의 영정 앞에 삼배를 한 후 영가를 위해 천도기도를 했습니다.

“김순기 영가시여. 살아생전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감촉하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이것이 나다, 이것이 내 것이다, 이것이 내가 옳다고 주장하였는데 이제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냄새 맡을 수도 없고, 맛볼 수도 없고, 감촉할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지금에 이르러, 영가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고?”

기도를 마치고 12시가 넘어 문경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문경수련원에서 정토대전 사상서 회의, 공동체 법사단회의, 온라인 콘텐츠 기획회의를 하고 틈틈이 울력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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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삼의제
대화와 티협
감독은 대중
영가에 본래면목?
감사합니다 꾸벅!

2021-05-16 06:44:08

보각

수고많으셨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2021-04-20 12:12:53

실상

서로를 존중하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인 숙의 삼의제가 빠진 선거였구나 알았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능력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 새로운 역사는 진행형인거 같습니다.

2021-04-19 18: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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