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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에서 새벽 4시에 차를 타고 봉화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서울에서 손님들을 만나는 일정이 있는데, 손님들에게 봄나물을 대표하는 두릅을 맛보이기 위해서입니다.
껌껌한 도로 위를 2시간 달려 봉화 수련원에 도착하자 날이 밝았습니다. 차에서 내리자 비가 많이 쏟아졌습니다. 비가 잦아들 때까지 아침을 먼저 먹은 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두릅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산속으로 올라갔습니다.
“봉화는 개나리가 아직도 피어 있는 것 보세요. 다른 곳은 벌써 졌는데요.”
노랗게 물든 개나리꽃이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 진달래도 아직도 피어 있어요.”
비에 젖은 꽃잎이 더욱더 예뻐 보였습니다.
“봉화는 이제 봄이 시작이네요. 봉화에 와서 다시 봄을 지내야겠어요.”
산속 깊숙이 들어가니 사방이 두릅나무로 둘러싸인 곳이 나타났습니다. 가시만 앙상한 가지의 맨 윗부분에 초록색 순이 하나씩 맺혀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에요. 많이 달려 있네요.”
두릅나무에 대부분이 순이 나왔지만, 나무의 키가 너무 커서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이 쉽게 따서 먹을 수 있게 키가 너무 큰 것은 제가 나무를 자를게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두릅 순을 좀 따주세요.”
봉화 수련원에는 노보살님 부부가 희광 법사님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두릅을 따서 드실 수 있게 키가 큰 나무는 스님이 톱으로 모두 잘라 주었습니다.
“마디 부분에 작게 눈이 있는데, 거기서 순이 나오기 때문에 나무를 자를 때 손상시키면 안 돼요.”
베어진 나무가 휘이익 하고 쓰러지면 행자님들이 맨 끝에 달린 순을 땄습니다. 겨우내 뿌리에 저장된 영양분이 가지 끝에 새순으로 맺힌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스님은 순식간에 나무들을 잘라내며 산 위로 계속 올라갔고, 행자님들은 순을 따기에 바빴습니다.
“어린 순은 더 클 수 있게 그냥 둡시다.”
비는 부슬부슬 내렸지만, 스님과 행자님들은 두릅 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이고, 땀으로 옷이 다 젖었어요.”
맨 마지막에 딴 순은 가장 크기가 컸습니다. 스님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직접 딴 두릅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게 제일 크네요.”
두릅은 적당한 시기에 채취하였느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덜 자란 두릅은 먹을 게 없고, 시기를 조금이라도 놓쳐 너무 자라면 질기고 가시가 단단해져 먹을 수 없습니다.
“이 정도면 손님들 접대용으로는 충분하겠어요.”
챙겨 간 주머니에는 두릅이 한가득 담겼습니다. 산에서 내려오자마자 평상 위에 두릅을 펼쳐 놓고 하나씩 칼로 다듬었습니다.
두릅이 시들지 않게 잘 담아서 차에 싣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후 낮 12시부터 시간대 별로 약속한 손님들과의 미팅이 연달아 진행되었습니다. 12시, 1시 30분, 4시에 각각 미팅을 할 때마다 스님이 직접 채취해 온 두릅과 엄나무순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의 통일을 위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여러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는 평화재단 실무자들과 온라인 시대에 어떤 사업들을 해나갈 것인지 회의를 했습니다.
“너무 성과에 급급해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지 마세요. 매년 했던 전국 순회강연도, 3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했던 인도 성지순례도, 동북아 역사기행도 코로나 이후로 못 하고 있잖아요.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되지만, 날짜에 쫓겨서 형식적인 행사는 하지 마세요.”
회의를 마친 후 서울 정토회관으로 돌아온 스님은 밤 9시부터 결사행자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내일 수행법회 때 정토회 온라인 선거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는데, 발표하기 전에 선거 과정에서 대중들이 이의를 제기할 만한 부분에 대해 어떻게 후속처리를 할지 의논했습니다.
결사행자 모두가 스님이 제안한 방법에 대해 동의했습니다. 후속 처리 방안은 내일 수행법회 때 스님이 직접 법문으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과 수행법회를 하고,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오찬을 한 후 오후에는 행복시민 모임 운영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사회활동기구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번 외국인과의 즉문즉설 중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외국인 학생과 스님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저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중학교를 졸업했고 곧 고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어떻게 사람들을 향한 분별을 줄이고,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지입니다. 저는 사람들을 빨리 평가하고 분별해서 친구들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안다고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좀 더 분별을 줄이고, 평가를 덜 하고, 좀 더 포용적으로 사람을 대하면 좋은 친구들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데 벌써 그런 생각을 하고 질문을 한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강아지 좋아해요?”
“좋아하지만 지금 키우진 않습니다.”
“강아지를 보면 색깔이 검은 개도 있고, 노란 개도 있고, 흰 개도 있고, 색깔이 다양합니다. 그런데 어떤 색깔의 개가 좋은 개고, 어떤 색깔의 개가 나쁜 개라고 할 수 있습니까?
“아니요.”
“‘나는 어떤 색깔의 개를 좋아한다’ 이런 건 있을 수 있죠. 그런 것처럼 이 세상 사람들은 피부 빛깔도 다르고, 얼굴 모양도 다르고, 성격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 조금씩 달라요. 그중에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열등한 사람인 것은 없습니다. 그냥 다를 뿐이에요.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 하는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그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내가 싫어한다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에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좋은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다를 뿐이에요. 이것이 진실입니다.
첫째, ‘사람은 그냥 다를 뿐이다’ 하고 알아야 합니다. 이 말은 평등하다는 얘기예요.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이 진실입니다.
‘사람은 자기 나름의 성격이나 생각, 사상, 이념이 있으니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믿을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이렇게 아는 것이 이해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우선 이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이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해를 할 수 있으면 우리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하는구나’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사람의 배경을 보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을 좋다 나쁘다고만 보지 않고 먼저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다음에 나는 누구와 관계를 맺을까 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에요. 어떤 사람을 좋아할 거냐, 이것도 나의 선택이에요. 그 많은 사람 중에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 호감이 안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호감이 가는 사람 하고만 사귀게 되면, 사귀는 데 제한이 있게 돼요. 내가 호감이 안 가는 사람과 사귀게 되면, 그만큼 폭이 넓어지게 됩니다. 어떻게 인생을 살지는 자기 선택이에요. 자기가 좀 더 넓게 사귀고 싶다면 호감이 안 가는 사람 하고도 대화하고 얘기하고 사귀어야 해요.
음식을 먹을 때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있다고 합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게 되면 편식이 되니까 건강에는 안 좋아요. 반면에 좋아하지는 않지만 영양가가 더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먹을 때는 맛이 떨어지지만 건강에는 좋습니다. 그러니 항상 사람을 사귈 때 음식을 생각하세요.
‘저 사람은 맛은 없겠는데 영양가는 풍부하겠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해서 조금 더 넓게 친구를 사귀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관점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친구를 사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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