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4.11 울력, 온라인 일요명상
“명상을 할 때 왜 눈을 감고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울력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진행했습니다.

새벽기도와 발우공양을 마치고 오전 6시 50분부터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수련원 내에 엄나무순을 땄습니다.

엄나무순 따기

봄이 되니 온 땅에서 먹을거리가 납니다. 엄나무에서 나는 새순은 개두릅이라고도 합니다. 살짝 데쳐 먹으면 아삭하고 쌉싸름한 봄의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려는 새순도 있고 활짝 핀 새순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조경 가위와 톱을 들고 활짝 핀 새순이 있는 가지를 잘랐습니다. 새순을 따며 가지치기를 함께 해줍니다. 엄나무 가지는 말려서 차로 우려먹거나 음식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가지를 싹둑싹둑 잘랐습니다. 행자들이 떨어진 가지를 주워 새순을 땄습니다. 수련원과 밭 주변에서 큰 상자로 두 상자가 넘게 수확했습니다.

행자들이 두터운 장갑을 끼고 새순을 따는 사이 스님은 꽃이 진 앵두나무 가지도 정리했습니다.

새순을 다 딴 가지는 차로 만들기 위해 한 뼘 길이로 잘라두었습니다.

그 많던 엄나무순을 다 따고도 아직 오전 8시 30분이었습니다. 스님이 시계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일찍 일을 시작하니까 좋네요. 아직 8시 반 밖에 안 됐어요. 다른 날 같으면 일을 시작할 시간인데요. 지금부터는 어제 못다 한 나무 가지치기를 해야겠어요.”

톱과 사다리를 들고 두북수련원 공양간 옆에 있는 자두나무와 감나무 아래로 갔습니다.

사다리를 놓고 제일 먼저 스님이 나무 위로 올라가 무성하게 자란 나뭇가지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이 나뭇가지를 좀 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스님이 나무 위에서 나뭇가지를 베어주면 행자들은 밑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했습니다. 어떤 나뭇가지는 수련원 담벼락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행자님이 담벼락 밖으로 넘어가서 떨어진 나뭇가지를 다시 수련원 안으로 던져 올렸습니다.

나무가 이발을 한 듯이 말끔해졌습니다.

“시원해졌죠?” (웃음)

이번에는 키가 아주 큰 향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스님이 사다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자 행자님들이 가슴을 조이며 사다리를 아주 굳게 붙잡았습니다.

“스님, 조심하세요.”

사다리 맨 꼭대기를 밟은 채 서서 팔을 최대한 높이 뻗으니 자르고자 하는 나뭇가지에 톱이 겨우 닿았습니다.

“자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게 잘라진 나무가 떨어질 때 맞는 거예요. 자, 자르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다람쥐처럼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나뭇가지를 능숙하게 잘라내는 모습을 보고 행자님들이 말했습니다.

“이러다가 지도 법사님이 아니라 나무꾼 법사님이 되시겠어요.”

다음은 봄마다 벚꽃 구경을 시켜주는 벚나무로 향했습니다. 벚꽃은 거의 다 떨어져 있었습니다. 꽃이 다 지면 가지치기를 해주려고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스님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고 봉사를 하러 온 거사님들이 멀리서 달려왔습니다.

“저희가 나무 위로 올라갈게요. 어느 나뭇가지를 자르면 좋을지 이야기해주세요.”

“이 나뭇가지와 저 나뭇가지가 말라죽어 있어요. 좀 잘라주면 좋을 것 같아요.”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다시 톱으로 더 작은 크기로 베었습니다.

작은 크기로 베어진 나뭇가지들을 트럭 한 대가 돌아다니며 모두 실었습니다. 나뭇가지가 트럭 위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수련원 뒷마당에 가지런하게 쌓아 놓았다가 겨울에 땔감으로 사용합시다.”

나무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까지 마치자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무가 자라는 게 무섭죠? 이 학교에 있는 나무들 중에 내가 어릴 때도 있었던 나무는 세 그루밖에 없어요. 나머지는 다 새로 심어서 자란 나무들이에요.”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준 거사님들과 오전 내내 나뭇가지 정리를 도와준 행자님들에게 스님이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숙원 사업을 또 하나 해결했어요. 오래 전부터 가지치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일에 집중하다 보니 12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서둘러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정토회 온라인 선거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고 관련 담당자들과 전화 통화도 했습니다. 오늘은 어제 본선거 과정에서 사퇴를 했거나, 다른 소임에 임명이 되어 공석이 된 자리를 다시 채우는 재선거가 실시되었습니다.

오후 6시부터는 어제와 오늘 양일 간 진행된 정토회 온라인 선거 결과를 확정하고, 재선거 이후 후속조치를 하기 위한 결사행자회의가 열렸습니다.

먼저 선거관리위원회에 속한 향위 법사님이 온라인정토회 선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본선거와 재선거 결과 대표 1명, 지부장 8명, 지회장 46명, 모둠장 373명이 선출되었습니다. 처음하는 온라인 선거여서 혼란도 많았고 준비 시간도 부족해서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었지만, 정토행자 여러분들이 불평보다는 적극적인 참여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신 덕분에 선거를 원만하게 마쳤습니다. 특히나 높은 참여율을 보면서 감동이 많았습니다.”

다 함께 큰 박수와 함께 첫 번째로 실시된 온라인 선거를 준비해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운 점, 개선할 점에 대해 많은 제안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재선거 이후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과제가 많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에게 닫는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오늘 결사행자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확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많은 쟁점이 있는데, 선거 결과를 인정한다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다시 선거관리위원회와 만일준비위원회에서 함께 논의해서 지금 제기된 모든 문제들에 대해 가장 합당한 해결책을 낸 후 다음 주중에 선거 결과를 확정합시다.

가장 중요한 건 대중의 동의입니다

이번 임시 운영 기간 5개월을 온라인정토회가 올바르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한 훈련 기간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임시 5개월은 대충 해서 가고 다음부터 잘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은 이번 5개월 임시 기간을 상정한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모든 것을 원칙대로 진행해서 풀어야 다음부터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진행하는 데에 급급해서 온라인 민주주의의 취지가 손상이 되지 않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사퇴를 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사퇴를 할 때 그 이유가 합당한지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지금 빠져 있어요.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선거 절차를 간소하게 한다는 데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면, 온라인 선거를 세 번, 네 번 해도 대중이 그렇게 피로해 하지는 않아요. 행정직으로 임명이 되어서 사퇴를 하게 되더라도 대중이 그 상황을 모두 동의해줘야 합니다. 대중이 동의가 된다면 불만이 있을 수가 없어요. 우리가 이 제도를 새로 도입한 이유는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선출 지역마다 정토회의 원칙에 합당한 해결책을 내어서 모레 다시 회의를 합시다. 일단 선거 결과 확정을 보류하고, 다시 보완해서 만납시다.”

다음 결사행자회의 날짜를 잡은 후 사홍서원으로 회의를 마쳤습니다.

잠시 원고 교정 업무를 본 후 곧이어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53번째로 진행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한국은 지금 아침 기온이 0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예년보다 올해는 한 2주 정도 날이 빨리 따뜻해져서 봄이 일찍 온 것처럼 꽃이 다 폈는데 이제 날씨가 정상으로 돌아온 거 같아요. 저도 날씨가 따뜻해서 고추 모종을 일찍 심으려고 계획했다가 내일모레 다시 0도까지 떨어진다고 해서 1주일 연기했습니다. ”

인사를 나누고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두 명의 질문이 있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명상할 때 눈을 감는 이유를 질문했습니다.

명상을 할 때 눈을 감는 이유

“I wondered how it would be to meditate with eyes open. I'd be curious to know why we meditate with eyes closed.”
( 눈을 뜨고 명상을 하면 어떤지 궁금합니다. 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눈을 뜨고 명상을 하면 생각의 방해는 덜 받습니다. 물론 눈을 뜨고 있을 때도 많은 생각이 오고 가지만 눈을 뜨고 있으면 바로 앞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아있으면 눈을 뜨고 있을 때보다 생각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납니다. 괴로움은 주로 과거 생각을 할 때 일어나고, 걱정은 미래를 생각할 때 일어납니다. 또 내가 스스로 억압했거나 억압을 받은 여러 가지 기억들도 눈을 감고 편안하게 명상을 하고 있으면 떠오릅니다. 미래나 과거, 상처에 빠지지 않고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야 해요. 그런 온갖 생각들이 무성하게 일어나더라도 호흡을 알아차리고 있다면 일상에서 깨어 있기가 훨씬 더 쉽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있으면 억압되어 있던 모든 심리가 아무런 장애 없이 있는 그대로 다 일어나게 됩니다.

명상의 목표는 어떤 의식이나 무의식이 올라오더라도 끌려가지 않고 지금 여기에 뚜렷이 깨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명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억압된 심리나 상처가 올라와서 물이 증발하듯 상처가 해소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알아차리는 훈련을 충분히 하면 움직이면서도 알아차림을 유지할 수 있듯이, 보고 듣는 가운데도 관심이 다른 곳으로 끌려가지 않고 자기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심자일수록 편안하게 눈을 감고 하는 게 좋아요.

눈을 감고 있으면 첫째, 졸음이 옵니다. 둘째, 꿈을 꾸듯이 망상이 아주 많이 올라옵니다. 초심자들은 호흡에 집중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 졸리거나 망상에 빠지니까 눈을 떠서 그것을 쫓으려고 해요. 그러면 억압된 심리를 드러내는데 오히려 장애가 됩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것이 좋아요. 물론 어떤 수련에서는 힘을 얻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오히려 눈을 뜨고 집중하라고 지도합니다. 즉 힘을 얻기 위해서 집중할 때는 눈을 뜨고 합니다. 열반을 추구하는 사람은 힘을 추구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눈을 감고 자기 마음속에 있는 온갖 것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호흡에 뚜렷이 깨어있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명상을 하기에 앞서 명상 자세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오늘도 40분 명상하겠습니다. 1시간을 하면 초심자들이 다리 아프고 졸린다고 너무 힘들어해요. 30분을 하면 계속 명상을 해온 사람들이 너무 짧다고 해서 적절하게 40분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할 때는 초심자들은 힘들어도 30분 이상은 해야 하고, 조금 숙련이 된 사람은 50분에서 1시간 정도 하면 좋습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아무 할 일이 없어야 합니다. 긴장할 것도 없고, 애쓸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게을러져도 안 됩니다.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해나갑니다. 먼저 자세를 바로 하고, 눈을 지그시 감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둬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코 끝에 관심을 두면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숨은 늘 들어오고 나가고 있어요. 관심을 다른 데 두면 호흡은 있지만 알아차림은 없습니다. 명상할 때는 호흡 외에 어떤 것에도 의미부여를 하지 않습니다. 과거 생각이나 미래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따라가거나 이야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생각을 다른 데 빼앗겼다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몸이 피곤하고 졸리면 안 졸겠다고 결심하지 말고, 다만 호흡을 알아차리고 놓치면 다시 알아차립니다. 결심도 하지 말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알아차립니다.”

탁! 탁! 탁!

시작과 끝을 알리는 죽비소리가 지나고, 여느 때처럼 화면에 명상한 소감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이 정도로 몸이 피곤한 줄 몰랐습니다.”
(I didn't realize my body was so tired.)

“너무 힘들어 얼마 안 남기고 포기했습니다”
(It was still tough that I had given up a couple of minutes left.)

“호흡에 집중하여 명상했습니다.”
(I meditated well focusing on my breath.)

“눈을 뜨고 싶었습니다.”
(I wanted to open my eyes.)

“졸면서 호흡 알아차리기를 반복했습니다.”
(I kept dozing off and then being mindful of the breath and then again.)

“마음이 굉장히 분주했었지만, 어느 순간 이후에는 그래도 차분하게 호흡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My mind was quite busy for a while but at some point my focus gently settled on my breathing.)

“숨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이 마치 나비를 쫓아다니는 것 같아요. 생각이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It's like catching a butterfly whenever I try to focus on breathing. Thoughts come into my mind.)

“졸리지만 조금씩 알아차렸습니다.”
“I was sleepy but I kept mindful incrementally.”

오늘은 졸았다는 소감이 특히 많았습니다.

“한 주 내내 활동하다가 앉았는데 졸리는 게 당연하죠. 졸았으니까 오늘은 명상을 잘 못했다고 평가하지 말고 졸리는 가운데에도 지속적으로 명상을 하면 됩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방송을 마치고 영어 통역을 해 준 국제국 활동가들과 요즘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주요한 사회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도 울력을 하고 저녁에는 연극, 영화, 방송, 문화 예술인들의 봉사하는 수행모임 길벗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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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아침 일찍 일어나서 뭔갈 하니 시간이 많네요 부지런히 저도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4-16 14:51:44

월광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모든 것을 원칙대로 진행해서 풀어야 다음부터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진행하는 데에 급급해서 온라인 민주주의의 취지가 손상이 되지 않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스승님이 계셔서 참 고맙습니다. 참회드립니다. 삼보의 은혜 나라 선조님들 일체중생 자연의 은혜에 참 고맙습니다.

2021-04-16 00:19:42

세숫대야

명상하는 시간을 통해 알아차림의 시간을 배우게됩니다()

2021-04-15 23: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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