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31 수행법회, 전국법사단회의
“성공하려면 결국 부모의 재력,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문경수련원에서 스님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직 달빛이 밝은 새벽 4시 30분에 새벽예불과 천일결사기도를 했습니다. 해 뜨는 시간이 빨라져 발우공양을 시작할 시간이 되자 날이 밝았습니다.

오전 10시에 온라인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800여 명의 주간반 활동가들이 생방송으로 수행법회에 참석했습니다.

법문을 하기에 앞서 이틀 전 꽃구경을 가서 찍어온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 잘 보셨습니까? 예쁘죠?” (웃음)

스님은 영상 속에 담긴 봄소식을 이야기했습니다.

“벚꽃은 울주군 언양읍 작천정에 핀 벚꽃입니다. 아주 오래된 고목나무 벚꽃이에요. 그리고 벚나무 길도 보셨습니다. 진달래는 백운산에 핀 것인데 엄청나죠. 정말 산이 불타는 것처럼 가득 피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좋은 봄날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박혀 있을 것 같아서 스님의하루팀이 대신 꽃을 촬영해 와서 여러분께 보여드렸습니다. 이렇게 봄이 이미 왔습니다.

영상 속에서 앞에 보여드린 빨간 꽃이 진달래이고, 마지막에 보여드린 게 연달래입니다. 색깔이 연하다고 해서 연달래, 진하다고 해서 진달래예요. 연달래는 잎이 먼저 피고 꽃이 피니까 철쭉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고 해서 ‘참꽃’이라 부르고, 연달래는 못 먹는다고 해서 ‘개꽃’이라고 불렀습니다. 옛날에는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웃음) 그런데 꽃 모양으로만 따지면 연달래가 훨씬 더 크고 아름답습니다.”

오늘은 즉문즉설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환에 따른 변화에 대해서 얘기를 해달라는 행정처의 요청도 있어서 봄소식만 전하고 곧바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4명이 손들기 기능을 이용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코로나 사태 이후 아이들의 학습도 결국 부모의 재력이 좌우하게 되었다며 이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저는 대학생 때부터 50세가 넘는 지금까지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습에도 부모의 재력에 따라 성적이 분포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는데, 코로나19 확산 시기 중에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흥미가 없고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좋은 성적을 바라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스트레스를 안 받고 공부는 덜 하면서 성적은 잘 나오기를 바라며 고액 과외도 기꺼이 시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대한민국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태어남에 의해서 신분이 결정되고, 그 신분에 따라 그의 삶이 절대적 영향을 받았습니다. 왕족으로 태어나면 왕이 될 수 있거나 풍요로운 삶을 보장받았어요. 그러나 왕족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왕족만이 왕이 될 수 있으니까 왕이 되려면 자기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형제간에 죽이는 일까지도 발생했어요. 왕족은 좋은 면도 있지만 형제간에 죽이는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늘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개중 한 사람이 왕이 되면 나머지는 다 숨죽이고 눈에 띄지 않게 지내야 목숨을 부지하지, 안 그러면 죽기 십상이에요. 그런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양반집에 태어나게 되면 출세의 길이 열립니다. 그런데 상놈으로 태어나면 인간 취급도 못 받고 살아가야 했어요. 그래서 양반들은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우월의식을 갖고 다른 사람을 무시했고, 종은 열등의식을 갖고 늘 비굴하게 살아가야 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신분이 정해졌고, 자라면서 그렇게 길들여지는 거예요. 사극을 보면 나이가 오륙십이 된 사람이 조그마한 아이에게 경어를 쓰고, 아이는 반말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잖습니까.

또 여성으로 태어나면 한평생 신분에 따른 차별에 더해서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또 차별을 받고 살아야 합니다. 현대에 와서는 이런 성 차별도 많이 없어지고, 계급 차별도 철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런데도 아직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보면 인종 차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열화 시키는 학교 교육의 폐해

문명이 발달한 요즘도 이런 차별의식을 갖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뭘까요? 가장 심각한 폐해는 현재의 학교 교육입니다. 신분 차별이 없어진 대신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때 성적을 매기고 등수를 매깁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공부 못하는 아이는 벌써 기가 죽고 열등의식을 갖게 되는 거예요. 공부 잘하는 아이는 자기가 우월한 줄 알고 우월의식을 갖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면서 ‘잘난 한 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고 해서 잘난 사람은 뭐든지 가지는 것을 합리화하고, 못난 사람은 못 사는 걸 너무나 당연시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된다’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습니다. 이런 학교 교육 시스템은 옛날에 계급 차별하듯이 사람을 서열화시켰습니다. 여러분도 어릴 때 공부를 못했다면 이미 기가 한풀 꺾여 있을 거예요. 이것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고. 여러분이 마음고생을 하는 큰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신분 차별이 없어지고 학교 교육이 실시되면서 처음에는 신분 차별이 없어진 것에 대한 좋은 점이 있었어요. 신분 차별 속에서 힘들게 살아야 했던 가난한 종 출신도 학교 교육을 받아서 공부만 잘하면 출세를 하니까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되기가 거의 어렵습니다. 지금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지식인이거나,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이거나 고위 공무원이어야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고 유학을 보낼 수 있잖아요. 예전에는 서울대학교에 시골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이제는 의사 집 아이들이 의사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변호사 집 아이들이 변호사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런 식으로 마치 조선시대의 계급처럼 새로운 서열화 현상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사교육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이런 서열화가 더 심해지고 있어요. 비대면 시대가 되니까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다 보니 사교육을 통해 아주 전문적이고 특수한 선생을 따로 둘 수 있는 사람이 앞서 가게 되는 겁니다. 그 격차가 점점 커지면서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어 가는 중이고, 이것이 불평등의 큰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신분에 따라 가난하거나 차별받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듯이, 이제는 학교 경쟁에서 뒤처지면 차별이나 서열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거예요. 앞서 나간 사람은 사실 그런 혜택을 입어서 올라간 것인데도 마치 자기가 잘나서 그렇게 된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계급이 지금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신분 때문에 자녀를 교육시킬 생각을 아예 해보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본인만 노력하면 드물게라도 교육을 통한 성공이 가능해지긴 했으니까 일반 서민들도 ‘나는 이렇게 살아도 우리 아이 하나만큼은 제대로 공부시켜야겠다’ 하는 마음에서 허리가 휠 정도로 교육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수입의 거의 전부를 아이들 교육에 쓰거나 빚을 내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아이를 안 낳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런 시대에는 나도 살기 어려운데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까지 힘들게 사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크죠. 이런 일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이런 현상은 당분간 갈수록 더 심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겠습니까? 다만 제 얘기는 이런 현상에 쫓아가지 말라는 거예요. 부처님이 왕위를 버렸듯이 초연해야 합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이 쫓는 그것이 행복이 아니라는 거예요.

왕족으로 태어나면 좋을 것 같지만, 형제간에 죽이는 과보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요즘도 지위가 아주 높거나 돈이 많거나 인기 연예인인 사람은 스님 법문도 자유롭게 들으러 올 수 없어요. 자기는 어릴 때부터 특별하게 교육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대중이 많이 있는 자리에서 같이 명상하거나 법문을 듣는 활동을 못 하는 겁니다. 그래서 늘 스님한테 특별히 개인적으로 상담을 요청하거나, 또는 자기들 몇몇이 모인 그룹을 대상으로 별도의 ‘깨달음의 장’이나 ‘명상수련’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이제는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런 분들의 바람이 좀 해결되긴 했어요. 예전에는 문경 수련원에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숙소며 화장실을 대중과 같이 사용해야 해서 아무리 참여하고 싶어도 못했는데, 요즘은 온라인으로 집에서 참여할 수 있으니까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는 있어요. 지금까지는 명상을 같은 장소에 모여서 함께 했는데 지금은 각자 자기 집에서 하니까 환경이 좋은 사람은 좋은 조건에서 하고, 환경이 나쁜 사람은 나쁜 조건에서 하게 되는 겁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의 가치관이 달라져야 합니다. 요즘은 누구나 다 옷을 입을 수 있고, 누구나 다 밥을 먹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집에 더운물과 찬물이 나오잖아요. 이제는 좋은 옷, 비싼 음식, 좋은 집에 신경 쓰며 살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내가 얼마나 삶이 자유로운가에 집중해야 해요. 제가 어제와 그제 꽃구경하면서 일행들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인기 연예인이 되면 우리처럼 이렇게 자유롭게 꽃구경하고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잖아요.’

그런 삶은 좋은 게 아닙니다. 앉고 싶으면 논둑이나 밭둑에도 앉고, 국수도 먹고, 호미질도 해야죠. 그런데 지금은 지위가 조금 주어지면 그런 걸 천하게 여깁니다. 그건 스스로에게 감옥살이를 시키는 것과 다름없어요.

질문자가 만약 학원을 운영한다면 돈을 많이 내고 적게 내고에 관계없이 학생들을 평등하게 대해주세요. 예를 들어 10만 원 내는 사람은 정원이 10명인 반에 편성하고, 1만 원 내는 사람은 50명인 반에 편성하고, 그런 차이까지 똑같이 해야 평등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학생을 평등하게 대해 달라는 말의 뜻은 가르칠 때 똑같은 마음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 그런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이 있다면 학원에서 장학금을 지급해서 그런 아이들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가치관, 사는 방식, 추구하는 목표가 바뀌어야 합니다. 스님이라고 해서 법상 위에 떡 앉아 있을 게 아니에요. 호미를 쥐면 그냥 농사꾼이고, 주걱을 쥐면 그냥 공양주입니다. 이렇게 삶이 자유로워져야 진정한 행복이 와요.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는 비싼 향수를 뿌려봐야 아무도 향기를 맡아주지 않습니다. 화장해 봐야 마스크를 끼니까 아무도 화장을 봐주지 않아요. 비싼 목걸이와 귀걸이를 달아봐야 무겁기만 하고, 집이 커봐야 청소하기만 불편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좀 생각이 바뀌어야 삶이 가벼워집니다. 지금 여러분이 공부를 가지고 아이들을 기죽이는 것은 여러분 스스로 아이들을 천민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어요. 사람에게는 다 자기 나름의 재주가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는 다른 걸 하도록 해서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사회 제도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정에서 여러분이 자녀를 억압하고 상처 입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열등의식이 생기는 거예요. ‘너는 공부도 못 하냐,’ ‘형보다도 못하다’, ‘누구는 잘만 하더라’, 이렇게 구박하는 것은 어린 싹을 돌로 짓누른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저는 학원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청소년 교육을 안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부모부터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요. 아무리 아이들을 데려다 교육해 놓으면 뭐해요? 집에 가서 하루 이틀 있으면 또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는데요.

그러니 아이들 걱정만 하고 있지 말고 여러분 자신부터 삶이 좀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바뀝니다. 물론 나만 바뀐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이런 힘을 모아서 가능하면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이 건실하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늙으면 죽을 때까지는 보호를 받도록 해줘야 합니다.

지금 세계에도 실제로 그런 나라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신분이나 남녀에 관계없이 똑같이 교육합니다. 그렇다고 평생을 똑같이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릴 때는 똑같이 해주고, 그 이후부터는 차등을 인정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좀 많이 내는 대신 원하는 대로 많이 쓸 수 있어요.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재산을 다 사회에 환원하고, 모두가 똑같은 조건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 줍니다.

이런 정도의 사회는 우리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게 아니에요. 우리가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비록 지금은 못 살아도 어떻게든 나도 한번 남한테 떵떵거리며 잘 살아보고 싶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니까 서로를 갉아먹게 되는 거예요. 지금의 현실은 인정하되 우선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해요. 그래야 이 문제가 해결되지, 그렇지 않은 이상은 해결이 어렵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모둠장을 선출하는 데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둠장은 지회장을 추천하는 역할도 있으니 불교대학 진행을 하고 있는 분을 뽑아야 할지,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을 뽑아도 되는지요?
  • 수행, 보시, 봉사 중에서 저는 보시에 걸리는 마음이 있습니다. 자율이고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이해를 하지만 왠지 안 해도 걸리고, 해도 걸리는 흔쾌하지 않는 제 마음이 있습니다.
  • 얼마 전에 북측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다시금 긴장국면이 조성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이 속에서 통일의병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스님은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의 역사적 의의와 미래의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온라인 전환이 불편하고 말하는 분들이 일부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회의 창

“저는 온라인 전환이 정토회에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게 행운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인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좀 일찍 떠밀려 온 것뿐이에요. 2차 만일결사 때부터 실현하려던 계획이 앞당겨진 것일 따름이지, 절대로 우리가 가지 않아야 할 길을 억지로 가거나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닙니다. 코로나 사태가 없어져도 온라인 전환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시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일을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법당 봉사만 하다가 이제 법당이 없어지니까 봉사 일감이 없어졌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법당을 운영하는 게 내가 행복해지는데 뭐 그리 중요하겠어요?

지금까지는 불교대학 공부를 하려면 작은 공간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다 보니 법당 불사에 중심을 둔 것이고, 이제는 그런 오프라인 공간이 없어도 되니까 지부별 으뜸절에 와서 실천 활동을 하거나 대사회적인 실천 활동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본래 우리가 원했던 바예요.

‘왜 봉사 활동을 꼭 법당에서만 해야 합니까? 바깥에 나가서 하면 안 됩니까?’

그동안 이런 건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왜 정토회는 꼭 법당에 가서 봉사하는 것만 인정해 주냐는 항의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당장 법당을 운영해야 하니까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법당의 용도가 없어졌기 때문에 여러분이 문제 제기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미래는 아주 밝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그러나 온라인 이용이 서툰 분들은 사실 좀 피해가 큽니다. 이 분들에 대해 어떤 보완책을 세울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코로나 확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급격한 변화가 오긴 했지만, 이분들을 위한 오프라인 활동을 마련하거나 온라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특수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마치 글자 모르는 할머니들을 모아서 한글을 가르쳐 드리듯이 온라인 이용법 교육을 정토회에서 지원하거나, 이분들을 지역마다 오프라인 공간으로 오시게 해서 어떤 혜택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초기에 정토회 회원이 소수였을 때 이분들 덕분에 정토회가 오늘까지 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분들이 내팽개쳐진 형국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역에서 이분들을 좀 잘 챙겨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사람이 은혜를 알아야 하잖습니까.

온라인 전환이 가져올 변화

온라인으로 선거하는 것도 지금은 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앞으로 앱을 개발하면 손쉽게 온라인으로 의사결정하고 회의도 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저도 여러분과의 대화를 더 자주 할 수도 있고요. 이제는 법회도 꼭 대강당을 빌려서 할 필요가 없잖아요. 강의는 전부 오늘처럼 온라인으로 하면 됩니다.

또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종결이 되면 지부별 으뜸절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스님, 그래도 한번 만나야죠’ 이러면 대구경북에 사는 사람은 아도모례원에 다 모여서 거기서 야외 놀이도 하고, 법회도 하면 돼요. 부산울산에 사는 사람은 경주 천룡사에 모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주 수요일은 경기동부지부 전원이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모여서 행사를 갖자’ 이렇게 할 수도 있겠죠.

제가 보기에는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나서 대중을 위한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나빠진 게 아니에요. 옛날에는 강의 장소도 일일이 물색해서 대관하고, 일일이 홍보를 하러 다녀야 했지만 지금은 이런 게 싹 없어졌잖아요.

물론 지금은 적응이 아직 안 돼서 좀 갑갑할 수도 있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이 좀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막 아우성이에요. 그러나 법회가 진행되는 요일을 정하고, 가능하면 겸임을 하지 않도록 해서, 일을 좀 가볍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시고 이 시기를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4월 10일에 열리는 온라인 선거에서 지회장, 지부장을 모두 뽑게 되면 그때부터는 정토회가 완전히 온라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게 됩니다. 이때 기존의 총무님들은 법당이 완전히 정리되는 8월까지 계속 총무를 맡아주셔야 합니다. 이 전환기를 함께 노력해서 같이 마무리합시다.” (웃음)

합장으로 인사를 하고 법회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들어가 마음나누기를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스님은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명상원 개울 건너편에 있는 살구골로 갔습니다. 행자님 두 명이 스님의 뒤를 따랐습니다.


“여기가 문경 수련원에서 가장 양지바른 곳이에요. 벌써 5년 전에 여기를 정비해야 한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결국 제가 정비를 하게 되네요.” (웃음)

축대를 정비한 이후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 잡목이 무성했습니다. 스님은 낫과 톱을 들고 잡목을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는 가지런히 쌓아 놓으면 잘 마를 거예요. 그러면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오후 내내 땀을 흘리며 잡목을 치웠습니다.

“아이고, 힘들다!”

스님은 힘들다는 말을 여러 번 하면서도 계속 일을 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작업을 하고 나니 이제야 평평한 터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내일 법사님들과 회의하는 중에 한 번 더 울력을 해야겠어요.”

윗단만 정비를 어느 정도 하고, 아랫단은 시간이 부족해 다음에 할 일로 남겨 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낫질과 톱질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스님의 작업복 바지에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여러 번 바지를 꿰맸는데, 또 구멍이 났네요.”

작업 도구들을 가지런히 정리한 후 오후 5시 30분에는 화상회의를 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조직 개편에 따라 통일특별위원회도 어떻게 조직 개편을 할지 논의하기 위해 임시운영위원회 회의를 했습니다.

조직개편 방향, 조직 구조, 정토회와 연계 구조, 각 단위 책임자 임명 및 승인 절차에 대해 스님의 자문을 구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저녁 7시 30분에는 전국법사단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습니다. 온라인 정토회 전환에 맞춰 법사단은 어떻게 조직을 개편하고,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8개의 안건에 대해 토론하고 의결을 했습니다.

“이 안건에 대해 찬성하시는 분은 손들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혹시 이견이 있는 사람은 마이크를 켜고 제안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3시간 동안 회의 끝에 8개의 안건이 모두 통과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 중 불교사상과 사회사상에 대해 회의를 한 후 공동체 법사단회의와 결사행자회의를 밤 늦게까지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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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사교육입시학원폐지못하나요?머가그리무서워서못하나요?”

사교육 입시 학원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DNA 문제라고 증거를 보여주십니다.ㅎㅎㅎ

2021-04-10 21:51:41

청정화

감사합니다.

2021-04-07 20:44:16

세숫대야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따른 새로운 계급형성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04-05 1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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