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29. 봄꽃 구경, 농사일, 청춘 톡톡
“사람 보는 눈이 없어요. 좋은 사람을 어떻게 구별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봄꽃 구경을 하고, 농사일을 한 후, 청년들을 위한 온라인 즉문즉설 강연인 ‘청춘톡톡’을 생방송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영상팀에 소속 행자님들과 함께 봄꽃 구경을 나갔습니다. 울주군에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로 유명한 작천정을 가보았습니다.

작천정에 도착하니 정말로 벚꽃 천국이었습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벚나무에는 하얀 벚꽃으로 가득 찼습니다. 위를 올려다봐도 벚꽃이 하늘을 가렸습니다.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나 인기 연예인들은 참 불쌍하죠. 이런 꽃구경도 마음껏 못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좋아요?”

벚꽃 터널을 지나며 봄을 만끽했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꽃구경을 하다 출발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빨리 갑시다. 농사일도 해야 하는데 꽃구경하다가 시간이 다 가겠어요.”

이번에는 차를 타고 산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구불구불한 도로 위를 한참 올라가니 거의 산 정상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평평한 길이 펼쳐졌습니다.

“이 길을 어심이길이라고 해요. 등고선을 따라 난 평평한 길이 어심이길입니다. 옛날에는 소 먹이러 갈 때 이런 길을 걸으면 기분이 좋아요. 산 등성이를 따라 수직으로 난 길은 살핏길이라고 해요.”

산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가 곳곳에 피어 있었습니다.

“여기 진달래 핀 것 좀 보세요. 참 예쁘죠?”

잠시 차에서 내려 가까이에서 진달래를 구경했습니다.

“꽃이 예쁘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다 꺾어 가버리잖아요. 우리는 대충 생겼기 때문에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겁니다. 잘 생기고 능력 있으면 평생 고생하고 살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진달래 군락지였습니다. 온 산이 진달래로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곳이 진달래가 제일 많이 핀 곳이에요. 굉장하죠?”

진달래 구경을 실컷 하고 내려오는 길에 연달래를 만났습니다.

“이야, 연달래가 벌써 피었네요. 진달래가 거의 다 질 무렵에 연달래가 피는데, 요즘은 꽃 피는 순서가 없어졌어요.”

연달래는 진달래보다 색깔이 연하면서도 더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독특한 빛깔과 모양에 행자님들이 감탄하고 있는 가운데 스님이 말했습니다.

“연달래는 귀부인 같은 꽃이고, 진달래는 청춘 같은 꽃이에요.”

두 시간 동안 꽃구경을 마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산을 내려오자마자 작업 도구를 챙겨서 논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여기 논둑에 잡목을 모두 제거합시다. 지금 정리해 놓아도 조금만 있으면 다시 무성해질 거예요.”

논둑 한가운데에 뽕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뿌리를 뽑으려고 해도 쉽게 뽑히지가 않았습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겨우 뿌리를 제거했습니다.

스님은 낫으로 잡목을 제거하고, 행자님은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논둑은 이 정도만 정리하면 될 것 같아요. 이제 못둑으로 갑시다.”

못둑으로 올라가니 역시 작년에 베어 놓은 잡목이 아무렇게나 쌓여있었습니다. 하나씩 걷어내어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모았습니다. 겨울에 땔감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못둑도 깨끗하게 정비한 후 오전 울력을 마쳤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산 아랫밭에 가서 신선초 모종을 심었습니다. 신선초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곤궁한 사람이긴 한가 봐요. 요즘 같은 세상에 산을 개간해서 농사를 짓고 있으니까요.” (웃음)


가지고 온 신선초를 다 심은 후 잔디를 두 포대 캐어 아랫밭을 내려왔습니다. 포대에 담아 온 잔디는 마당에 심었습니다.

“마당에 잔디가 죽었는데 새로 심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어요. 요즘은 민원 처리하느라 바쁘네요.”

행자님이 괭이로 땅을 파는 동안 스님이 잔디를 한 줄씩 잘라주었습니다. 잔디를 심고 흙으로 덮어준 후 다시 땅을 평평해지도록 밟았습니다.

고무망치로도 땅을 두드려서 더욱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을 흠뻑 준 후 잔디 심기를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원래 산 윗밭에 올라가서 울력을 하려고 했는데, 일손이 부족해서 이 정도만 울력을 하고 마쳤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문경 수련원으로 갔습니다. 저녁에 온라인 강연이 있는데 두북 수련원에 아직 방송 시설이 완비되지 않아서 문경 수련원에서 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경 수련원에 도착하니 산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춘톡톡’ 즉문즉설을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대학가 오프라인 강연장에서 진행해오던 청년 강연도 이제 온라인 방식으로 청년들을 찾아갑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시간입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 전, 청년들은 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전에 온라인 즉문즉설을 신청한 청년들에게 ‘어린 시절 그리고 지금의 꿈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청년 180여 명이 답을 했고, 가장 많이 나온 답이 무엇인지 집계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설레는 봄을 맞아 꿈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꿈은 주로 ‘선생님, 경찰, 교사, 피아니스트, 의사, 만화가, 변호사’ 등 무엇이 되겠다는 단어가 많이 보이네요. 지금 꿈은 행복하고 싶다는 답변이 두드러지네요.”

청년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스님도 카메라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3천여 명의 청년들이 생방송에 접속하고, 60여 명이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초대되었습니다. 오늘은 군 장병들도 유튜브로 생방송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스님 앞에는 연달래와 진달래가 나란히 꽂혀 있었습니다. 스님은 연달래와 진달래를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진달래와 연달래

“안녕하세요. 꽃이 참 예쁘죠? 색깔이 짙은 꽃은 진하다고 진달래고요. 색이 연한 꽃은 연하다고 연달래입니다. 진달래와 연달래는 나무 모양은 거의 비슷한데 연달래 나무가 좀 더 크고 색이 흰 편이에요. 진달래 나무는 나무도 진하고 잎이 연달래보다 작습니다. 진달래가 조금 먼저 피고 연달래가 나중에 피는데 지금 피고 지는 것이 교차하고 있는 중이에요. 또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핍니다. 연달래는 잎과 꽃이 같이 피어요. 요즘 봄이라서 온갖 꽃들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어제 오전에는 비닐하우스에 양배추 모종을 옮겨 심었고, 오후에는 밭둑에 있는 덩굴과 마른 풀대를 제거했어요. 요즘은 나무 심기 좋은 계절이기도 해서 뿌리로 번식하는 두릅나무 뿌리를 잘라서 백여 뿌리 심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벚꽃 구경, 진달래 구경을 한두 시간 정도 하고 계속 농사일을 하다가 여러분을 만나려고 바쁘게 문경으로 왔습니다. 제가 조금 더 일찍 와야 하는데 일하다가 늦어서 여러분이 꿈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과를 드리면서 대화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어서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이야기한 후 스님은 자신을 공개하고 질문하는 즉문즉설의 원칙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질문을 신청한 사람 중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문즉설의 원칙

“질문을 신청하신 분 중에 얼굴을 가리고 질문을 하겠다는 분이 있는데 그런 분은 전문 상담사에게 가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즉문즉설의 원칙은 그 어떤 얘기든 드러내 놓고 대화를 하는 거예요. 며칠 전 동성애로 고민하는 분이 마스크를 끼고 질문하도록 딱 한 번 허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질문이 끝나고 소감을 발표할 때는 마스크를 벗고 얘기를 했어요. 여러분이 즉문즉설을 인생 상담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 생각한 겁니다. 인생 상담은 전문 상담사에게 가서 받아야 해요. 저는 인생 상담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재산, 지위,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뇌가 있습니다. 대통령도 고민이 있고, 부자도 고민이 있고, 연예인도 고민이 있어요. 나는 박사니까, 군인이니까, 연예인이니까 라는 이유로 얼굴을 가리고 싶다면 질문할 수 없습니다. 자기 혼자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할 뿐이지 세상에 특별한 사람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이 원칙은 지켜 나가겠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으면 자기 얼굴을 공개하세요. 뭐가 못나서 얼굴을 숨기려고 하고, 뭐가 잘났다고 얼굴을 숨기려 해요? 그 어떤 일도, 설령 나쁜 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드러내어 나누면 그 자체로 치유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나쁜 행동을 했다고 해도 도와주지,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필요하다면 질문하는 사람을 위해 야단을 치거나 비판을 하지만 다른 누구를 위해서 그를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이어서 7명의 청년들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람 보는 눈이 없어 고민이라며 좋은 사람을 찾는 법을 질문했습니다.

사람 보는 눈이 없어요. 좋은 사람을 어떻게 구별하나요?

“저는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 고민입니다. 특히 연애할 때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질문자가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자기에게 잘해주고 이득이 되는 사람을 말하겠죠. 경제적으로 이득이 됐으면 됐지 손해는 안 주고, 정신적으로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위로를 해주는 사람 말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기에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원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원하면 사기꾼한테 당하기 쉽습니다. 오히려 나쁜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아져요. 왜 그럴까요?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상대가 말을 부드럽게 한다든지 경제적 이익을 조금 주면서 접근하면 질문자는 ‘아,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깜빡 속아 넘어갈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실망을 하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물고기를 낚을 때 물고기가 좋아하는 걸 미끼로 걸어요, 싫어하는 걸로 미끼를 걸어요?”

“좋아하는 거요.”

“그래요, 당연히 좋아하는 걸 미끼로 걸죠. 물고기는 ‘이게 웬 떡이냐’ 하고 탁 무는데 결국 낚시 바늘에 걸려서 죽는 거예요. 옛날에 산에서 짐승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예를 들어 토끼가 칡을 좋아한다고 하면 짐승을 잡는 덫에 칡을 놓아둡니다. 그걸 먹으려고 건드리면 덫이 넘어져서 죽게 되는 거예요. 덫을 놓는 위치도 토끼가 잘 다니는 길이겠지요.

그러니 질문자는 사람을 만날 때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을 원한다’ 하는 기준에 너무 얽매이지 마세요. 그러면 질문자를 이용하려고 접근하는 사람도 딱 질문자가 좋아하는 미끼를 가지고 접근합니다. 이성을 좋아하면 미인계 또는 미남계를 쓰고, 재물을 좋아한다면 뇌물을 바치고, 명예를 좋아한다면 상대를 계속 칭찬해 주는 거예요. 성질이 급하면 욕을 하고요. 그러면 딱 걸려드니까요.

질문자가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좋아하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접근해도 질문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없어요. 이득이 되는 줄 알았더니 오히려 이용당하고 나서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구나’ 이렇게 자책하는 일이 생깁니다.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득 되는 사람을 찾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늘 배신을 당하는 거예요.

앞으로 사람을 만날 때는 덕을 보려고 하지 말고 내가 상대에게 덕이 되어 보세요. 내가 상대에게 이득을 보고 싶듯이 상대도 나에게 이득을 보고 싶은 거잖아요. 그러니 내가 그를 칭찬해 주고, 내가 그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내가 그를 위로해 준다는 관점을 가지면 이 세상 누구를 만나도 됩니다. 좋은 사람을 따로 고를 필요가 없어요. 내가 도와주면 되니까 고를 필요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도와주는 대신 이자까지 얹어서 받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실수할 수 있겠죠.

주식을 사도 떨어질 때가 있잖아요. 사람도 그렇습니다. 상대에게서 아무런 이익을 볼 생각 없이 그냥 도와준다는 관점을 가지면 어떤 경우에도 실망할 일이 없죠. 그러니 사람을 고를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지금처럼 좋은 사람을 골라서 접근하지 말고 그냥 ‘사람이면 됐다’ 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이득을 보고 싶어 하니까 내가 상대에게 도움이 되면 상대는 당연히 좋아하겠죠. 그런데 본인은 상대에게 가서 살갑게 말을 걸지도 않고 상대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떡 버티고 앉아서 ‘나한테 와서 나 좋다고 막 달라붙어라’, ‘나한테 와서 경제적으로 이익을 줘라’ 이러면 안 돼요. 그러면 첫째, 외롭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그런데도 접근하는 사람은 거의 90퍼센트 사기꾼일 확률이 높습니다.

질문자가 말한 ‘사람을 보는 눈’이라는 걸 관상을 본다거나 뭘 본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잘못된 생각이에요. 질문자의 인생 가치관을 바꿔야 합니다. 사람을 볼 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너무 구분하지 마세요. 덕을 보려고 하니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지, 덕 보려는 생각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겠어요? 내가 덕 보려는 생각이 없으면 누가 나한테 와서 잘해주고 뭘 주겠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는 사기꾼일 확률이 높거든요. 사기꾼이 접근한다 해도 내가 득 볼 생각이 없으면 그에게 속아 넘어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사람들은 으레 인물 잘난 사람, 옷 잘 입은 사람, 말 잘하는 사람, 부드러운 사람, 소위 서비스가 좋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호감이 가게 마련이에요. 사기꾼은 의도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물 못난 사기꾼 봤어요? 옷 잘 못 입는 사기꾼 봤어요? 말 못 하는 사기꾼 봤어요? 서비스 없는 사기꾼 봤어요? 커피나 식사는 얼마나 잘 사는지 모릅니다. 매달 작은 것을 대접해 줘서 ‘야, 좋은 사람이구나’ 할 때, ‘급한 일이 생겼는데 돈 좀 꿔다오’라고 합니다. 또 사기꾼은 차도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사무실도 비까번쩍합니다. 그러면 누구나 다 좋아하게 돼 있는 거예요. 그물을 쳐놓고 있으면 이 물고기가 안 들어오면 저 물고기가 들어와요. 그렇게 쳐놓고 기다리면 득을 보려는 사람이 그 미끼를 찾아서 그물 속으로 걸려 들어오는 거예요.

질문자는 그런 그물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그물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이익을 너무 따지지 마세요. 나한테 잘하느냐를 너무 따지지 말라는 뜻입니다. 성질 급하고 욕을 잘하는 사람은 나의 감정을 상하게는 하지만 절대 나에게 손해는 안 끼칩니다. 그런 인간한테 내가 속을 이유가 없잖아요. 인간관계에서는 속는다고 할 것도 없지만, 굳이 속는다고 표현한다면 나한테 잘하는 사람,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 항상 속게 됩니다.

그러니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그냥 줘버리세요. 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없다!’ 하고 욕을 얻어먹든지, 아니면 십만 원이든 백만 원을 팍 줘버리세요.

‘아이고, 형편이 어려운가 보구나. 친구지간에 무슨 돈을 빌리니? 나한테 백만 원밖에 없다. 그냥 써라!’

이렇게 탁 줘버려야 원수가 안 됩니다. 빌려주면 나중에 상대가 못 갚았을 때 원수가 돼요. 생각해 보세요. 궁하지 않으면 빌릴 일이 없고, 궁하더라도 땅이 있으면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잖아요. 친척이나 친구, 가족, 동기에게 연락할 때는 빌릴 데가 없는 급한 상황이라는 뜻이에요. 이때 빌려주면 못 받을 확률이 벌써 90퍼센트는 됩니다.

돈거래를 하지 말라, 즉 빌려주지 말라는 얘기예요. 돈을 주지 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줄 거면 그냥 주라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은 욕심 때문에 고민하는 거예요. 안 주려니 욕 얻어먹을 것 같고, 주려니 돈을 못 받을 것 같으니까요. 돈이 중요하면 안 빌려주고 욕을 얻어먹어야 하고, 의리가 중요시하면 돈을 포기해야 합니다. 돈을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고, 그렇다고 의리를 포기하기도 어렵다면 적은 돈이라도 팍 줘버리세요. ‘아이고, 미안하다. 나는 요것밖에 없다’ 이러고 끝내야 해요. 그래야 원수가 안 됩니다.

질문자도 이런 욕심 때문에 고민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지금 ‘좋은 사람’을 찾기 때문에 늘 실망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상대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에요. 세상에는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좋은 사람’은 ‘나한테 잘하는 사람’이에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마무리를 못 해서 그렇죠. 이처럼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니 나쁜 사람이니 평가하는 건 모두 본인에게 잘하느냐를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애하거나 결혼한 사람하고 원수가 되지, 길 가는 사람하고는 원수가 안 됩니다. 왜 내가 사랑해서 연애하거나 결혼한 사람과 원수가 될까요? 그만큼 내가 기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람을 너무 이해관계로 판단하지 말고 그냥 사람으로 보고 관계를 맺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오래 보면서 평가를 하는 게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얼굴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던 청년들도 모두 용기를 내어 질문을 했습니다.

  •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립심이 없는 편인데, 자립하려면 아버지 회사에서 나와야 할까요?
  • 개인 문제는 사회 문제의 해결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 직업 군인입니다. 처음에는 봉사와 희생을 하겠다는 사명으로 생활을 했지만 점점 이 길이 옳은지 고민이 됩니다. 진로를 바꿔도 될까요?
  • 서른 살이 되어서야 제가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제 결혼도 해야 하고 앞으로도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데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몇 년 뒤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가야 하는데, 혼자 사는 어머니가 반대해요.
  • 직장에서 저만 싫어하는 것 같은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두 시간이 지나는 동안 봄꽃이 환하게 피어나듯 화면 속 청년들의 얼굴도 점점 피어났습니다. 마칠 시간이 되어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제 질문뿐만 아니라 다른 질문자들과 대화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오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다른 질문자들 덕분에 질문하지 않은 다른 고민들도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건방졌던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질문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방청객의 소감까지 들어본 후 스님은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자기를 책임지는 길을 가라고 당부했습니다.

“연애하고 결혼하다 헤어지면 ‘고마워! 그동안 너 만나서 즐거웠어’ 이렇게 인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제까지 그렇게 서로 좋아해 놓고 오늘 원수가 돼서 미워하는 건 인생 낭비예요. 떠나야 할 때가 되면 그냥 떠나면 되지, 미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배신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인간관계는 원래 만나고 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배신이 있겠어요? 손실을 봤으면 ‘아,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 이렇게 딱 돌이키면 됩니다.

주식을 샀는데 떨어졌다고 주식을 원망하진 않잖아요.

‘아, 내가 경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구나.’
‘내가 부화뇌동했구나.’
‘내가 종목을 잘못 선택했구나.’

이처럼 딱 자기가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게 다 나를 위하는 길이자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길입니다.

오늘 행사를 주관한 청년 정토회에서 청년들을 위해 종교에 관계없이 이런 행사를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이든 두 달에 한 번이든 열겠다고 하니까 많이 참여해 주세요. 요즘은 온라인이니까 직접 올 필요도 없잖아요. 강연 말고도 불교대학이나 행복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다 온라인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종교적인 부분이 불편한 사람은 행복학교를 다니면 되고, 불교 공부를 한 번 해보고 싶은 사람은 불교대학을 다니면 됩니다. 청년법회에 참가하실 수도 있고요. 전에는 오가느라 힘들었지만 요즘은 회원이 되면 다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으니까 부담 없이 많이 참여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봉화로 이동해 낙동강을 따라 분천역에서 승부역까지 세평 하늘길을 하루 종일 걸을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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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스님 감사합니다 😀😃🙏🙏🙏

2023-04-03 21:31:36

신연희

본인이 책임을 질줄 알아야한다!
명심하겠습니다~~~♡

2021-05-03 15:35:07

정지나

딱 내 입장으로 보는 습이 필요합니다
남 탓하다가 시간 낭비말고요!
감사합니다 꾸벅^^

2021-04-06 12: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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