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25 정토대전 회의, 행복한 대화 유튜브 공개 즉문즉설
"저는 동성애자로 태어났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해 회의를 하고, 유튜브로 공개 온라인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에서 공동체 대중과 함께 새벽 예불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해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서서히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8시에 문경 수련원에 도착한 후 곧바로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해 회의를 했습니다. 오늘은 사상팀과 회의를 하는 날입니다. 오전에는 불교사상팀에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오온이라고 하는 색, 수, 상, 행, 식을 인간 두뇌와 기능과 구조로 분석해 봤습니다.”

바깥 대상이 인간의 두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작용하는지 자세히 분석해 보고, 그것을 색, 수, 상, 행, 식에 대비해 보았습니다.

이어서 십이연기와 팔정도의 개념을 더 조사해와서 발표했습니다. 팔정도에서 선정의 영역에 들어가는 정념과 정정, 정정진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같은 용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하다 보니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스님은 언어가 갖는 한계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정(正定)이 집중을 뜻하고, 정념(正念)이 알아차림을 뜻하고, 정정진(正精進)이 집중과 알아차림을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집중을 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만 목표로 하면 마음의 안정은 생기는데, 여기에는 알아차림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혜가 생겨나지 않아요. 호흡에 딱 집중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 대상의 성질까지 알아차려서 ‘아, 무상하구나’ 하고 알 때 지혜라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집중을 하되 알아차림의 비중을 조금 더 높여야 해요. 그래서 무상, 고, 무아를 체험해야 지혜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인간의 정신작용을 '불확정성의 원리'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개념이 먼저 잡혀 버리면 관찰을 할 때도 그 개념이 작동하기 때문에 사실대로 관찰이 어렵습니다. 명상에서 호흡을 알아차릴 때도 그런 것 같아요. 호흡이 잘 되고 있다가 ‘호흡을 알아차려야 한다’ 하고 의도를 갖게 되면 호흡이 그 영향을 받아 버립니다. 그렇다고 의도를 놓아버리면 호흡은 자연스러워지는데 알아차림이 없어집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려는 의도를 갖게 되면 벌써 호흡이 그 영향을 받아서 자연스러워지지가 않습니다. 초심자들은 이것을 늘 반복하게 되듯이 아주 미세하게 살펴보면 내가 객관적 사실을 인식한 것인지 주관이 개입된 것인지 구분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객관 속에도 이미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는 거예요. 마치 물리학에서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치의 측정이 운동량을 변화시키고, 운동량의 측정이 위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바로 소립자 세계에서의 불확정성의 원리예요.

언어라는 것의 특성 자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한다고 정의되기가 어려워요. 같은 용어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고, 같은 사람이 그 용어를 쓸 때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용어를 정확하게 정의하려고 하니까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어느 정도 선에서는 명확히 구분을 하려는 것일 뿐이에요.”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사회사상팀에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민주주의, 성차별, 인종차별의 사례를 발표하고, 불교에서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지 하나씩 개념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합시다. 수고했어요.”

내일 아침에 공동체 법사단회의를 하기로 하고, 안건을 무엇으로 할지 간단히 점검한 후 오후 4시 30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잠시 휴식을 하고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에는 유튜브로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개 생방송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접속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소개 영상이 나가고, 6300여 명이 동시 접속했을 무렵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여기 제 앞에도 유리병에 매화 한 송이를 꽂았습니다.

제가 있는 문경 수련원은 아직도 날씨가 춥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매화가 피고 있어요. 남부지방은 이미 매화가 지고 있습니다. 뉴스를 보니까 서울은 기상 관측 이래 100년 만에 가장 빨리 벚꽃이 피었다고 해요. 진달래와 목련은 4월의 꽃인데 3월 하순에 활짝 피었습니다. 며칠 전에 경주 남산에 갔는데 양지바른 곳뿐만 아니라 산 능선까지 진달래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이어서 며칠 전에 경주 남산과 두북 수련원에서 찍은 봄꽃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진달래 핀 것 좀 보세요. 경상도 사투리로 이렇게 많은 꽃이 핀 것을 ‘오지다’ 이렇게 말해요. 경주 남산에 가니까 직접 사람이 심어도 도저히 그렇게 많이 심을 수 없을 만큼 온 산천이 붉게 물들어 있었어요.

이런 좋은 봄날에 여러분의 마음도 봄이어야 하는데, 마음은 아직도 한 겨울이죠? 오늘 대화를 통해 꽁꽁 얼은 마음을 녹여서 여러분도 마음의 봄을 한번 맞이해 보셨으면 합니다.” (웃음)

질문자가 많아서 여는 이야기를 짧게 하고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200명이 방청객으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그중 8명이 스님에게 직접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주 어렵게 고민을 말한다면서 성소수자로 태어난 자신을 소개하며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스님과의 대화를 시청한 많은 사람들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성소수자로 태어난 저는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수십 번 곱씹어 보고 망설이다가 답을 얻고자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동성애자로 태어났습니다. 자살 기도 후에 여러 해 우울증을 겪었고, 여러 가지 시도 끝에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 지금은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로 법륜스님을 뵙게 되어 말씀을 되새기고 올 해부터 108배 수행도 하면서 다시 사회 밖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저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보통 사람처럼 이성과 결혼하면 죄가 되나요? 그것이 안 된다면 성소수자로서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요?”

“내어놓기 어려운 얘기인데 어렵게 내놓아주셨습니다. 사람이 태어남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은 어떤 것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피부 빛깔이나 국적, 성별 등은 태어남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지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태어나 보니 피부 빛깔이 검은 것이지 ‘나는 검은색 피부를 가질래’ 하고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피부 빛깔이 검다고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도 어긋나고, 진리에도 어긋나는 거예요.

태어남에 의해 주어지는 것은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어미개는 새끼의 털 색깔을 갖고 차별하지 않고, 동네 개들이 놀 때도 털 색깔을 갖고 차별하지 않습니다. 짐승도 안 하는 짓인데 인간이 이런 차별을 한다면 짐승보다도 못한 겁니다.

태어나 보니 여자이고, 태어나 보니 남자인 겁니다. 그런데 인류는 지난 3천 년 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차별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으로 태어난 것은 전생에 죄가 많아서 그렇다’, ‘하나님의 말을 안 들어서 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죄악시하는 것은 다 허구예요. 태어남에 의해 주어지는 것은 어떤 것도 좋고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성별을 갖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선택해서 한국 사람이 되거나 일본 사람이 된 것이 아니고, 태어나 보니 한국 사람이고 일본 사람이 되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민족을 갖고 차별해서도 안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종교를 본인이 선택하지만 세계 대다수 사람들은 종교가 선택이 아니고 주어지는 것입니다. 무슬림 집안에 태어나면 그냥 무슬림이 되는 것이지 본인이 ‘나는 무슬림이 되겠다’ 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대부분 종교를 선택하지만 세계 대다수는 종교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태어나 보니 성이 김 씨, 박 씨 이렇게 주어진 것과 같아요. 이렇게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을 갖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차별하지 않는 것이 진실이고, 차별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차별에서 평등으로 가기 위한 인류의 마지막 과제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 중에 소수라고 차별하는 것이 있습니다. 다수가 아닌 소수라는 그 한 가지 이유로 차별하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장애인입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지 않다고 차별을 하는 겁니다. 장애는 약간 불편할 뿐이지 열등한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하나님이 벌을 주셔서 그렇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렇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을 합리화하는, 그릇된 관념입니다.

성애(性愛)도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성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은, 몸은 남성이지만 여성한테는 아무런 성애를 못 느끼고 남성에게 성애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은 여성인데 남성에게 성애를 안 느끼고 여성에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것을 ‘동성애’라고 하죠. 이것을 옛날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동성애는 뭔가 질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의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은 동성애는 소수이긴 하지만 태어남에 의해서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차별해서는 안 되고, 죄악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에 대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소수 민족, 소수 종교 등 소수라고 차별받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 많은 차별이 평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성 평등으로 나아가고 있고, 신분에 대한 차별은 신분 해방으로 나아가고 있고, 인종에 대한 차별은 인종 차별 철폐로 나아가고 있는데, 아직도 사람들의 관념 속에 동성애에 대해서는 편견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마지막으로 넘어서야 할 차별 철폐의 과제가 동성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차별 철폐 운동 중에 성소수자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남은 인간 해방의 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가진 네 가지 성애

성애는 이성애와 동성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성애와 양성애도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4가지의 성애가 있습니다. 첫째, 이성애는 다수인데다 모두가 인정을 하니까 문제가 안 됩니다. 둘째, 무성애는 아무런 성애를 안 느끼니 문제 자체가 안 됩니다. 그러나 무성애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심각한 갈등이 생깁니다. 결혼 생활을 해야 하는데 성에 대한 아무런 흥미가 없으니까요. 결혼 생활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사람이 스님이나 신부님이 되면 오히려 장점을 갖게 됩니다. 스님이 되자마자 도인 취급을 받습니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그런 사람이 있기 때문에 성애를 안 느낀다고 도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죠.

무성애자는 출가를 하기에는 신체(유전적) 조건이 좋지만, 결혼을 하기에는 신체 조건이 나쁩니다. 이렇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어떤 조건이 좋게 작용하기도 하고 나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머리가 많이 빠지는 사람은 스님이 되면 유리합니다. 머리를 깎기가 쉬우니까요. 그런데 세상에서 머리를 기른 사람들 무리에서 살기에는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것이 불리한 조건이 됩니다. 근본적으로 어떤 조건 자체는 유불리가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유리해지기도 하고, 불리해지기도 하는 겁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호감을 느끼는 양성애도 사람들의 눈에 잘 안 띕니다. 이성애로 성적인 욕망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동성애도 함께 갖고 있으니까 표시가 잘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밖으로 가장 표시가 많이 나는 것이 동성애입니다. 그래서 동성애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겁니다.

우선 본인 스스로 동성애는 병도 아니고, 하나님의 벌도 아니고, 전생의 죄도 아니고, 다만 소수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수의 부류에 들어가지 않는 소수일 뿐이에요. 소수이다 보니 세상을 살아가는데 좀 불편하죠.

첫째, 수행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길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첫째, 수행을 통해서 성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선택하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출가한 스님이 되면 고민을 안 해도 됩니다. 스님들은 이성애를 멈추는 수행을 하기 때문에 하물며 동성애도 당연히 멈추는 수행을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동성애가 큰 고통이라면 스님이 이성애를 멈추듯이 질문자도 동성애를 멈추는 수행을 하는 길이 하나 있어요.”

“네. 사실은 제가 그 성적 욕구를 컨트롤하고 싶어서 108배도 해보고 명상도 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시적일 뿐 곧바로 성적 욕구가 또 들어오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주 실패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분명히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성적 욕구가 자꾸 들어오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건 사람에 따라서 다릅니다. 이성애도 성적 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은 스님이 되어도 제어를 못 해서 말썽을 일으킵니다. 이성애가 약하거나 강한 것은 호르몬 분비와 같은 신체적인 요인과도 관계가 있어요.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면 성적 욕구가 강한 것이 자연스러운 신체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어떤 호르몬이 강해서 생기는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호르몬이 불균형해서 생기는 문제라면 약간의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가능해요.

식욕이나 수면욕은 충족을 안 하면 죽습니다. 그런데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안 한다고 죽는 것은 아니에요. 자연에 있는 짐승들을 한번 보세요. 수컷이 암컷과 교미할 때 모든 수컷이 다 교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컷끼리 경쟁을 해서 이기는 수컷이 교미를 하거든요. 그래야 우수한 종을 번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는 그렇게 유지가 됩니다.

그렇다고 나머지 수컷이 다 죽는 것은 아닙니다. 성애는 종족 번식에 필요하지만 그걸 행하지 않는다고 개체가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이성애나 동성애와 같은 성애도 자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동성애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이성애든 동성애든 모든 성애는 자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그래서 첫째, 수행을 통해서 성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선택하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성애를 표현하고 사는 길

둘째, 성애를 표현하는 것은 인간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성애를 표현하고 사는 길이 있습니다. 이성과 결혼하면 세상 사람들이 성애를 합법화 시킵니다. 이성애를 표현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이름 붙여서 정상적으로 봐줍니다. 그런 것처럼 동성애도 합법화가 될 거냐, 안 될 거냐 하는 문제입니다.

동성애는 이미 3천 년 전에 발견되었지만 부도덕한 일로 숨겨져 오다가, 의학의 발달로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안 밝혀졌지만 몸과 마음의 상태에서 오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상태입니다. 그래서 네덜란드나 북유럽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이 가장 먼저 합법화 되었습니다. 미국도 매사추세츠주를 시작으로 동성혼이 허용됐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동성애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받아들여져서 점점 개방이 되어가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 일부 보수적인 종교에서 엄청나게 죄악시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동성애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동성애를 더 이상 숨길 필요도 없고, 죄악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부러 밝히고 주장할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내면적으로는 떳떳해야 합니다. 눈이 안 보이면 좀 불편할 뿐이지 열등한 것이 아닌 것처럼, 동성애가 주류에 속하지 않는 소수이다 보니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어떤 죄도 아니기 때문에 죄악시하거나 열등의식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어요. 이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성애를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해서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표현을 하는 길이 있어요.

동성애를 특별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이성애를 가진 남자도 여자를 다 사귀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야 연애를 하죠. 마찬가지로 동성애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야 연애를 하는데, 상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연애를 못합니다. 이성애자도 상대가 마음에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귈 수가 없어요. 상대가 싫다는데도 접근하면 성추행이 됩니다. 그러니 동성애를 특별하게 보지 말고, ‘동성애라서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지도 마세요. 이성애도 똑같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서 고백을 했는데 상대가 싫다고 하면 포기해야 하듯이 동성애도 마찬가지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연애를 하면 됩니다. 성애를 갖고 차별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동성애자도 연애를 하고 결혼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 동성혼이 합법화가 안 되어 있어요. 제가 유럽에 갔을 때 동성 커플을 만났는데, 이 분들은 한국에서는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으니까 유럽에 와서 살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낯선 나라에서 사니까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것이 한국처럼 편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이상 숨어서 살고 싶지는 않아서 유럽에 와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동성애자라고 선전할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숨어 살 필요는 없습니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결혼에 대해

그런데 이성애자와 결혼을 하는 문제는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동성에게 호감을 느끼는지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지에 상관없이 육체적으로는 남성이니까 결혼을 하면 아기가 생깁니다. 아기까지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면 사람은 누구나 다 다정하게 성애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동성애자인지 모르고 결혼한 사람은 굉장히 힘들어 할 수밖에 없어요. 배우자가 자기에게 성애를 못 느끼고 목석같이 행동하니까 ‘나 말고 다른 여자를 두고 있느냐’ 이렇게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편 배우자 입장에서는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상담했던 분 중에 아이 둘 낳고 살던 남편이 결혼 생활 중에 더 이상 숨기고는 못 살겠다고 커밍아웃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내인 여성분은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그러니 내가 동성애자로서 내 삶의 만족을 얻는 것은 좋은데,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동성애를 숨기기 위해서 정상적인 결혼을 해 놓고 자기 성애를 추구할 경우 배우자의 고통이 굉장히 커요. 그런 고통은 안 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결혼을 꼭 하고 싶다면 오히려 내 상태를 솔직히 밝히고 결혼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부 관계에 소극적이더라도 타고난 육체적인 이유 때문임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상대방도 그에 동의했을 경우에 결혼을 하면 좋겠다 싶어요.”

아이를 갖고 화목한 가정을 이뤄도 될까요?

“저는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성적 욕구를 잘 컨트롤해서 화목하게 가족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사실 동성혼은 합법적인 것이 아니어서 제가 가족을 갖고 가족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진하면서 살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히 있죠. 그런데 정진을 해서 성적 욕구를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상대편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나중에 파혼이 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질문자가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을 처음부터 선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신에 가정생활에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해야겠죠. ‘혼자 사는 사람도 있는데 성적 욕구의 문제는 정진을 통해서 개선해가는 방식으로 살겠다’ 이렇게 얘기하고 결혼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한번 길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실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아랍이나 다른 보수적인 국가에서는 동성애만으로도 사형을 당하고, 제가 조선 시대나 그전에 태어났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만족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자들을 조금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디지만 그런 쪽으로 사회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더 이상 죄악시해서는 안 됩니다. 동성 결혼도 합법화하는 시대이니까요.

한국에서 사는 길도 있지만, 질문자는 아직 젊고 자제하는 것이 도저히 어렵다면 오히려 유럽이나 동성혼이 합법화된 나라에 가서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잖아요. 사람은 어디서든 자기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면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해서 생활하려면 인물이나 이런 거 너무 보지 말고, 나를 충분히 이해해줄 분과 만나서 비록 성애는 나눌 수 없지만 오히려 서로 사랑의 마음을 나누면서 감싸 안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동성애를 숨기고 결혼을 하게 되면 나중에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됩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남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려운 얘기를 해 준 질문자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방청객 모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덧붙여 스님은 가정 안에서도 자녀가 동성애인 것을 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가정에서부터 포용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모들은 자식이 동성애라고 알렸을 때 놀라지 말고 충분히 아끼고 사랑해주고 경청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식이 이런 얘기를 하면 부모가 몸져눕고 난리를 피우고 하니까 말할 수 없는 자식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차별 없이 함께 존중하는 길로

태어남에 의해 주어진 피부 빛깔이나 성별 또는 성애를 두고 차별하는 것은 올바른 삶의 자세가 아니에요.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점을 우리가 인정해야 됩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 이념 때문에 차별을 받았을 때 얼마나 큰 고통을 겪습니까. 아무런 잘못도 안 했고 남을 때린 것도 아니고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늘 죄지은 것처럼 숨어서 살아야 된다면 그렇게 방치하는 것이야말로 죄악입니다. 대부분 숨기고 살아서 그렇지 우리 주위에도 100명에 1명 꼴은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 중에 이런 분들이 있다면 서로 따뜻하게 감싸 안고 존중하고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시누이가 빌려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며 대신 교회에 다니라고 합니다. 오직 저를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하는 게 소원이십니다. 물질적 도움을 받고 싶지만 교회는 도무지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어떡하죠?
  • 장인 장모님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제 마음이 불편합니다. 육아문제, 사생활 등 모든 일에 조언하고 지시를 내리는 모습에 심리적 압박감과 불편함이 있습니다. 어떡하죠?
  • 저는 이혼하고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저하고 원수가 된 듯 말도 하지 않고 분노가 많습니다. 7년째 밥만 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제 강점은 주입식 암기를 잘한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수능을 잘 봐서 명문대에 입학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시키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할까요?
  • 제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힘든 사회생활 등을 자녀들에게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어렵습니다. 자녀들에게 대한 미안함,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에 매일이 지옥 같습니다. 디딤돌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 고객센터 상담사 업무를 10년째 하고 있는데, 욕설과 성희롱, 화풀이 등을 하는 고객들을 만나면 화가 일어납니다. 어떻게 해야 화나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 미래는 기후위기로 인해 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생기거나 큰 태풍과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게 지금보다 더욱 힘들어질 텐데요. 아이들의 삶이 걱정스럽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키워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고 나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앞으로 한 달만 더 지나면 4월 말부터는 매주 금요일마다 유튜브 공개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그때부터는 좀 더 많은 질문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이만 마칠게요.”

오늘은 모든 질문과 답변이 좋았는지 실시간 채팅창에는 스님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특별히 더 많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의하루 제작팀도 어느 질문을 소개할지 한참 동안 토론을 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학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음공부를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은 행복학교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경전모음집 편찬에 대해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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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소

동성애에 대하여 확고한 스님의 고견 정말 잘들었습니다
개가 털색으로 자식을 차별하지 않고 동네개가 털색으로 차별하지 않는다는거 정말 깊은 울림 주었어요
항상 깨어있는 법륜 스님 언제나 건강 하세요

2021-05-03 21:08:43

굴뚝연기

[…마치 물리학에서 위치와 운동량의 불확정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치의 측정이 운동량을 변화시키고, 운동량의 측정이 위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 바로 소립자 세계에서의 불확정성의 원리예요.
언어라는 것의 특성 자체가 정확히 무엇을 뜻한다고 정의되기가 어려워요. ] 햐~! 스님말씀데로 불법이 정말 과학적이란 생각듭니다~반할정도의 정교한 법문이네요^^*

2021-04-07 05:39:20

보광화

저도 그동안 동성애에.대한 편견을갖고 이해할수없다며 그들을 비난했는데 이제는 무지에서 벗어나 차별없이 모두 행복한.사회가되길 바랍니다

2021-04-03 14: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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