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21~22 일요명상, 경주 남산, 두북수련원 방송실 정비
“명상은 자신만 살피는 이기적인 행동 아닌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문경 수련원에서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감자를 심고 봄나물을 뜯었습니다.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 행자님들과 회의를 하고, 일요명상을 진행했습니다.

3월 21일

오후에 감자를 심고 봄나물을 뜯은 후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자 하얗게 수를 놓은 듯 목련이 활짝 피어서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녁 예불을 하고 사무실에서 스님과 두북 수련원 행자님들은 올해 농사 계획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전체 농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필요한 농기구가 있는지, 창고 물품 정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일손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농사도 시작하고, 창고 정리할 일도 많은데,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한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스님은 봄맞이 산책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내일 일정이 원래 있었는데 취소가 됐어요. 그래서 여러분과 같이 꽃구경을 다녀올까 싶은데 어때요?”

행자님들의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다음에 가면 좋겠습니다.”

“일이 없는 날이 없잖아요. 그러다 내년에 갈 것 같아요.” (웃음)

스님은 내일 급하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인했습니다.

“방송실을 꾸미는 목공 작업이 끝나서 저희가 바닥 청소를 하고 단열재랑 합판을 깔아 둬야 해요.”

“오전에 다녀오고 오후에 해도 돼요?”

“네.”

“저도 방송실 정비하는 울력을 함께 할게요. 다들 바쁘지만 오전에 다녀옵시다.”

내일 오전에 남산에 다녀오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스님은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50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3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한 주 동안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아침에 문경에서 외국어권 천일결사 입재자들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했고,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에 와서 감자를 심고 봄나물을 뜯었습니다. 하루 종일 날씨가 쌀쌀했지만, 엊그제만 하더라도 20도가 넘는 아주 따뜻한 봄날씨였어요. 한국의 남쪽 지역에는 지금 봄이라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산수유와 매화는 몇 주 전에 이미 피었고, 벚꽃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어요. 요즘은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목련이 한창 피어나고 있습니다. 꽃들이 보통 4월 초에 피었는데, 예년보다 열흘 정도 앞당겨서 꽃들이 피고 있어요.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봄은 더 일찍 오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한국의 봄꽃들을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봄기운을 느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두 명이 질문을 했는데, 그중 한 명은 명상은 자신만 살피는 이기적인 노력이 아닌지 질문했습니다.

명상은 자신만 살피는 이기적인 행동 아닌가요?

“명상은 주로 자신만 살피는 이기적인 노력이 아닌가요? 명상보다 남을 도와주거나 선행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Is meditation primarily a selfish endeavor? Would the time spent in meditation be better spent helping others and doing good actions?)

“선행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괴로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면 자기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예요. 명상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해야 해요.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기 때문에 인생이 힘들면 주로 남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합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신이나 다른 존재에게까지 빕니다. 수행은 자기의 힘으로 괴롭지 않는 경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나를 괴롭히는 데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그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말한 대로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비유를 들어볼게요. 머리에 무거운 짐을 이고 어깨에 무거운 짐을 메고 두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길을 간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가 없습니다. 오직 나의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항상 ‘누군가가 내 짐을 좀 들어줬으면’,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게 되면 나는 길을 가볍게 걸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를 살필 수도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간다면 나누어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내 짐이 무거우면 다른 사람의 짐이 무거운 지 알 수도 없고, 설령 알게 되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내 짐이 너무 무거워서 도와줄 여력이 없어요. 그러나 내 짐이 가벼워지면 주위를 살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남을 도우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자기 짐이 가벼워지면 저절로 남을 돕게 됩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면, 아직도 자기 짐이 무겁다는 뜻이에요. 괴로워하면서 남을 돕는 것은 남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자기 인생에는 의미가 없어요. 수행은 ‘자리이타(自利利他)’입니다. 나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지나간 일은 다 망상입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다 망상입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들숨과 날숨만이 현재입니다. 호흡을 알아차리기로 했으면 호흡만이 현재 집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감각을 알아차리기로 했으면 감각만이 현재 집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화두에 집중하기로 했으면 화두만이 현재 집중해야 할 대상입니다. 지금 우리는 호흡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들숨을 들숨인 줄 알고, 날숨은 날숨인 줄 아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은 다 망상입니다.

모든 긴장을 풉니다.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안 된다고 실망하고 포기하지도 말고, 되면 계속하고 안 되면 다시 합니다. 다만 꾸준히 할 뿐입니다. ‘잘 된다’, ‘안 된다’ 이런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탁, 탁, 탁!

40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다시 죽비 소리가 울리고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명상을 해 본 소감을 올려 주세요.”

실시간 채팅창에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편안하지만 집중은 어려웠습니다.”
“I was relaxed but I found it hard to focus.”

“지금 편안합니다.”
“I'm relaxed now.”

“조용한 가운데 꾸벅꾸벅 졸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In the middle of the quiet and I realized I was dozing off.”

“망상인 줄 알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I knew when I was distracted so I kept coming back

“편안하고 집중도 잘 되었습니다.”
“I was relaxed and I was able to focused wel.”l

“매우 졸렸고 과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동시에 호흡에 집중도 했고요.”
“I was very sleepy in my mind was at past experience as I focused on breathing.”

“졸리고 망상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오고 했습니다.”
“I was sleeping distracted but I did keep coming back.”

소감을 다 읽고 나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자전거에서 넘어지는 것이 곧 탈 수 있게 되는 과정입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라고 했지만 긴장한 사람이 있을 겁니다. 애쓰지 말라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애쓴 사람도 있을 거예요. 집중이 안 되어도 실망하지 말라고 했지만 실망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과거 기억이 떠올라도 의미부여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과거를 계속 회상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미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따라가지 말라고 했지만 계속 미래를 구상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호흡만 또렷이 알아차리라고 했지만 집중이 안 되고 자꾸 생각이 다른 데로 간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럼 가르친 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명상을 잘못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명상을 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이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할 때 계속 넘어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누구나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몇 차례 넘어지다 보면 조금씩 탈 수 있게 됩니다. 어느 정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어도 완전히 잘 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는 횟수가 적어질 뿐이에요. 이렇게 점점 자전거에 익숙해져 가는 겁니다.

그것처럼 여러분들도 지금 명상을 연습하는 중이에요. 명상을 하는 과정에 많은 장애가 생겨나지만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연습해 나가야 합니다. 너무 애를 쓰면 지쳐서 포기하게 되니까 한가하고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지치지 않아야 계속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집니다.

일상을 명상처럼

여러 방해 요소가 있는 가운데 호흡 알아차림이 유지된다는 것은 누가 비난을 할 때도 거기에 반응하지 않고 빙긋이 웃을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일상이 변해간다는 뜻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옛날에는 실망했는데, 명상을 통해 이런 연습을 자꾸 해나가면 ‘안 되면 다시 하면 되지!’ 하면서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하는 힘이 생깁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명상을 할 때처럼 내가 원하지 않는 방해꾼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내가 편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명상입니다.

때로는 내가 상황에 적응하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주어진 상황을 변화시키기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 내가 능동적으로 대응을 해나가야 합니다. 안 된다고 괴로워하지도 않고, 원하는 것이 된다고 들뜨지도 않고, 편안한 가운데 주어진 조건들을 내가 감당해 나가는 겁니다. 앉아서 명상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에요. 명상을 통해서 일상을 명상할 때처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영어 통역을 해 준 국제국 활동가들과 요즘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3월 22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 스님은 오전에 두북 수련원 행자님들과 경주 남산에 다녀오고, 오후에는 방송실을 단장하는 울력을 했습니다.

새벽기도와 발우공양을 하고 오전 8시 30분에 경주 남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남산의 여러 골짜기 가운데 용장골에서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은 아직 쌀쌀했지만 햇살에는 봄기운이 가득 서려있었습니다.

한 발 한 발 산으로 들어갈수록 봄기운에 앞다투어 피어난 새싹과 봄꽃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몸이 안 좋아서 일어나기가 좀 힘들었어요.”

“스님, 좀 쉬시지 그러셨어요.”

“행자님들과 약속을 했는데 가야지요.”


스님은 연이은 온라인 법회와 울력으로 쉴 시간이 없었습니다. 두북 수련원 행자님들도 계속된 울력으로 몸이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봄기운 가득한 산을 걸으니 점점 생기가 돋아났습니다.



탑을 만나면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오르막길을 만나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1시간 30분을 걷고 나서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햇살은 좋은데 찬바람이 쌩쌩 불어 몸이 오들오들 떨렸습니다. 너나할 것 없이 빨개진 볼에 콧물을 훌쩍이는 얼굴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한숨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고갯마루를 지나 천룡사지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꽃길이었습니다.

“이야, 진달래가 정말 오지게 피었네요!”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다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여기야말로 정말 오지네요!”

진달래 꽃길을 지나 11시가 넘어 천룡사지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법당에 참배를 했습니다.


천룡사지를 관리하고 있는 법사님과 실무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산을 내려오니 딱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스님은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수행팀과 나물을 뜯으러 갔습니다.

“오늘은 원추리와 쑥을 뜯읍시다.”

두북 수련원 근처에는 원추리가 이미 많이 자라서 기온이 조금 더 낮은 탑곡 농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스님이 먼저 낫으로 주변 덤불을 제거해주었습니다.


“어리고 잎이 연둣빛인 원추리만 뜯으면 됩니다. 크고 초록잎이 된 원추리는 질겨서 먹기 어려워요.”

햇빛을 받은 연둣빛 원추리가 싱그러웠습니다.

“이제 쑥 뜯으러 가메달 밭에 가봅시다.”

어느 정도 원추리를 뜯고 가메달 밭으로 가보았습니다. 밭에 도착하니 감자 심을 두둑이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밭 안쪽으로 들어가 봅시다.”

스님 예상대로 밭에 누가 심지도 않은 쑥이 저절로 자라 있었습니다.

“쑥밭이네요. 거름이 있는 땅이어서 더욱 잘 자랐어요.”

스님은 쑥을 하나씩 뜯다가 낫으로 뭉텅이째 벴습니다. 가져간 큰 가방이 금세 쑥으로 가득 찼습니다.


“자, 쑥은 나중에 다듬고 내려갑시다. 수련원에 가서 빨리 방송실 정비 울력을 합시다.”

나물을 뜯는 사이 두북 수련원 행자님들은 먼저 방송실을 정비하는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수련원에 도착하니 바닥 청소를 마치고 단열재를 깔려던 참이었습니다. 전국 법당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열재를 모아 재활용했습니다. 단열재 크기가 다 달라서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가며 바닥에 빈틈없이 깔았습니다.


행자님들이 큰 조각을 맞추어가며 바닥을 까는 동안 스님은 구석마다 손톱만 한 빈틈을 찾아 자투리 조각을 오려서 메꾸었습니다. 단열재를 다 깔고 나니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춘 것처럼 다양한 모양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뜯어온 쑥을 다듬었습니다.


쑥을 다 다듬고 나니 해가 졌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울력을 하고 서울로 이동해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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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스님께 귀의합니다...🙏

2021-05-12 16:09:37

굴뚝연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면 자기가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예요. 명상을 하는 이유는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입니다.][들숨을 들숨인 줄 알고, 날숨은 날숨인 줄 아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은 다 망상입니다.][명상을 통해 이런 연습을 자꾸 해나가면 ‘안 되면 다시 하면 되지!’ 하면서 편안한 가운데 꾸준히 하는 힘이 생깁니다.

2021-04-05 02:56:34

나달

잠시도 쉬지않고 참 부지런하신 우리 스님...

2021-04-01 23: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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