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3.18 정토대전 편찬회의
“잘못된 사회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한 회의를 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 30분에 정토대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불교사상팀에서 지난 회의 이후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팔정도에 대해 그동안 논의한 사전적 의미, 정의, 경전 속 근거, 스님의 법문을 토대로 각각을 어떻게 정의할지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12연기, 사성제에 대해 각각의 경전 속 근거를 찾아와 발표했습니다.

“아직 더 정리해야 할 과제들이 남았네요. 불교사상은 여기까지 논의합시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사회사상팀에서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오늘은 불교의 정의관에 대해 개념을 정리한 후 인종 차별, 민족 차별, 종교 차별, 계급 차별, 성차별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긴 시간 토론 끝에 법사님들은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근본적으로 민족, 피부색, 성별 등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아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 세상에는 늘 차별이 존재했고 불평등했습니다. 불평등의 원인을 규명해 보면 사회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정신적인 문제, 인간 사고의 오류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해도 결국에는 정신적인 부분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사고의 오류도 있지만 정치, 사회적 요인도 큰 것 같습니다.”

스님은 사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해결해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수행차원에서는 잘못된 관념을 타파해야 합니다. 열등감은 그냥 하나의 잘못 형성된 의식일 뿐입니다. 열등감은 진실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거예요. 사람들은 어떤 열등한 종자(種子)가 있어서 열등하고, 우등한 종자가 있어서 우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존재는 다를 뿐이지 우월하고 열등할 게 없어요. 잘못된 관념을 버리면 열등의식은 해결됩니다. 내가 양반이라고 우월 의식을 갖는 것도 허위의식이에요. 허위의식을 버리면 사람을 평등하게 볼 수 있습니다. 차별받던 사람도, 우월 의식을 갖던 사람도, 근본으로 돌아와서 평등해지는 겁니다. 이것이 깨우침을 통해서 해결하는 길입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존재하는 차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수행을 하는 동시에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사회운동입니다.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내가 불행하게 살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나만 깨우치고 살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현실에는 늘 차별이 존재하니까요. 차별을 받아도 내가 구애받지 않을 수는 있지만, 차별은 존재합니다. 차별에 구애받지 않는 것만 해도 굉장한 겁니다. 그러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날씨가 추울 때 내가 옷을 따뜻하게 입어서 추위에 구애받지 않는 방법도 있지만 난방을 해서 따뜻하게 지낼 수도 있잖아요.

사람이 추위에 적응해야 하기도 하지만, 추위를 막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행은 어떤 상황에 처하든 내가 구애받지 않고 적응하는 것이고, 사회 운동은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해나가는 것입니다. 물이 필요하면 지하수를 파고, 추우면 난방을 해서 환경을 바꾸는 거예요. 이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보살의 길입니다. 수행과 보살의 길은 둘이 아닙니다.

수행을 하면 어떤 세상에 살더라도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반면 세상을 변화시키면 나에게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더불어 이득이 됩니다.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 대승불교입니다. 대승(大乘)이란 큰 수레라는 뜻이에요. 수행을 안 하고, 깨닫지 못한 사람들도 큰 수레에 태워 함께 간다는 거예요. 외부 환경이 좋아져서 자기 문제가 풀린 사람은 좋은 환경에 살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나빠지면 그 사람들은 또 고통을 겪게 됩니다. 봄과 가을에는 괜찮은데 여름과 겨울이 되면 힘든 거예요. 이 길은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죠. 그래서 수행이 중요합니다. 수행은 어떤 환경에 살든 내가 적응하는 것이니까요.

남방불교처럼 개인의 수행만 강조하면, 사회 문제는 외면하고 모든 일이 다 자기 문제라고 여기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불합리한 구조를 존속시키는 데 기여하는 거예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불평등이나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안 하면, 대중들에게 저렇게 침묵해야 된다고 인식될 소지가 있습니다.”

“사회 문제는 참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노예해방 선언은 1863년에 있었지만, 선거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은 백여 년이 지난 1964년에서야 이루어졌더라고요. 공부를 해보니 이런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불교에도 그런 사례가 있잖아요. 부처님께서는 여성 출가를 허용했는데, 부처님이 열반하시고 300년이 지나자 여성 출가 제도를 없애버렸습니다. 아직도 남방불교에서는 여성 출가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요. 백 년이 아니라 2천 년이 지나도록 개선이 안 된 거죠”

“그러면 사회에 잘못된 현상이 계속 유지될 때는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고, 어떤 식으로 개선을 해야 하나요? 제도적인 개혁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겠죠?”

“그렇지요. 그런데 수행자는 너무 모든 것을 제도 개혁만 주장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은 카스트 제도나 여성 차별의 허구에 대해 무아와 무상을 말씀하시면서 이런 차별은 철학적으로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말씀하셨어요. 그냥 제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면 당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제도에 대한 비판보다는 철학적으로 근원적으로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차별을 부정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은 유대민족만 구원을 받지 주변 다른 민족은 구원을 못 받는다고 믿었는데, 예수님은 모든 민족은 다 구원을 받는다고 하시면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유대인이 차별하는 민족 중에 사마리아인이 있었어요. 유대인들이 사마리아인은 구원을 못 받는다고 하니까, 예수님께서는 ‘유대인 율법학자는 강도를 당해 다친 사람을 외면하고 지나갔는데,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을 돌봐줬다면, 하나님 보시기에 누가 더 좋아 보이시겠느냐?’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예는 경전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과 비슷해요.

‘브라만이 나쁜 짓을 하면 브라만이라고 해서 지옥에 안 가겠느냐?’
‘지옥에 갑니다.’

‘그럼 브라만 아닌 사람, 바이샤나 크샤트리아가 좋은 일을 하면, 그 사람이 브라만이 아니라고 해서 좋은 곳에 가지 못 하겠느냐?’
‘아닙니다. 그도 좋은 곳으로 갑니다.’

이 말은 좋은 곳에 가고 안 가고는 행위에 의해서 결정되지, 출생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성스러움은 브라만이라는 태생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마음가짐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이 무아설과 무상설입니다.”

“그렇다면 정토대전 중 경전모음집에 부처님의 경전 속 말씀이 다 담겨 있기 때문에 사회사상 부분에서는 부처님의 사상을 풀어서 써야 될까요?”

“사회적 이슈를 갖고 쓰되 경전에 그와 관계된 내용이 10줄이 들어 있다면 그 10줄을 다 옮길 필요는 없죠. 경전모음집과 중복이 되니까요. 경전 내용 중에 필요한 내용 한두 줄만 옮겨 쓰고, 경전 몇 페이지에 있다고 표시하고 설명하면 됩니다. 어떤 것은 경전을 직접 인용하지 않고 표시만 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부처님께서는 카스트 제도의 부당함을 말씀하셨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여기에 대한 근거는 어떤 경전 몇 페이지에 있다’ 이렇게 편집하는 겁니다.”

불교의 사회사상을 책으로는 어떻게 정리할 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눈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여러 업무들을 처리하고 원고 교정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정토대전 성전팀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정기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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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 존재는 다를 뿐이지 우월하고 열등할 게 없어요. ]
[…수행과 보살의 길은 둘이 아닙니다.수행을 하면 어떤 세상에 살더라도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함께 추구하는 것이 대승불교입니다. 대승(大乘)이란 큰 수레라는 뜻이에요. 수행을 안 하고, 깨닫지 못한 사람들도 큰 수레에 태워 함께 간다는 거예요. ]

2021-03-29 00:44:42

박인자

수헹은 어떤상황에서도 구애받지않고 적용해야한다는
말씀 꾸준히 천천히 하겠습니다

2021-03-22 21:50:25

이수선

감사합니다~^^

2021-03-22 17: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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