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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산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벌써 산에 곳곳에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벌써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네요.”
봄기운을 완연하게 느끼며 윗밭에 도착했습니다. 윗밭에는 작년 봄에 심은 모란이 붉은색 새순을 드러냈습니다.
“스님, 이것 보세요. 모란 새순이 올라왔어요!”
씨앗만 심고 특별히 사람의 손이 가지 않았는데도 1년 사이에 햇빛, 흙, 바람, 눈, 비가 새순을 피어나게 했습니다.
오늘은 과실수를 심는 날입니다. 일 잘하기로 소문이 난 거사님 세 분도 일손을 돕기 위해 윗밭에 도착했습니다. 묘목과 삽, 낫, 괭이를 들고 나무를 심기로 한 곳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먼저 길을 정비하기로 했습니다. 거사님 한 분이 순식 간에 삽으로 계단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여기를 오를 때마다 위험했거든요.”
나무를 심기로 한 너른 터에는 마치 정글처럼 잡목과 칡넝쿨이 무성했습니다.
“나무를 심을 수 있게 주변을 먼저 정비합시다.”
거사님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잡목과 칡넝쿨과 걷어냈습니다.
“땅에 쌓인 부엽토까지 너무 많이 걷어내지 마세요. 다 거름이 되거든요.”
2시간의 작업 끝에 귀신이 나올 것 같이 헝클어져 있던 땅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야,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니까 땅이 굉장히 넓어 보이네요.”
산에는 산수유꽃도 노랗게 피었습니다. 땀 흘려 일하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스님도 온몸이 흥건하게 땀으로 젖었습니다.
주변 정리를 마치고 참을 먹었습니다. 휴식을 하고 앉아 있으니 그제야 산수유꽃이 보였습니다.
산 아래에 마을도 한눈에 시원하게 보였습니다.
“주변 정리가 되었으니까 이제 나무를 심을 위치를 표시합시다.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야 하니까 2미터 간격으로 심어 주세요.”
행자님들이 양쪽에서 줄자를 잡고 있으면, 거사님들이 3미터 간격으로 나무를 심을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줄을 똑바르게 맞춰서 심어주세요. 거기는 줄이 안 맞아요. 오른쪽으로 살짝 옮겨 보세요.”
줄을 딱딱 맞춰서 가지런하게 나무를 심을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원래 이틀 동안 일하려고 계획을 잡았는데, 거사님들 덕분에 오늘 하루 만에 일이 다 끝날 것 같네요.”
나무를 심을 위치만 표시해 놓고 산을 내려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1시 30분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김제동 씨도 일손을 돕기 위해 두북 수련원을 찾았습니다.
“스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서울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하려고 알람까지 맞춰 놓았는데, 못 듣고 계속 잤어요.”
“우리가 힘든 일 다 끝내 놓으니까 도착했어요.” (웃음)
사과, 배, 감은 각각 10그루씩을 심고, 대추 5그루, 청매실 3그루, 홍매실 2그루, 자두 5그루, 모과 5그루, 포도 5그루, 복숭아는 황도 3그루, 백도 3그루, 총 61그루를 심었습니다.
스님이 어느 위치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 계획한 후 묘목을 그 자리에 먼저 두고 가면, 이어서 거사님들이 삽으로 땅을 파고 나무를 심고 가고, 이어서 행자님이 호스로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데 거사님들이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과실수는 약을 반드시 쳐야 하는데, 약은 당연히 치실 거죠?”
“약을 안 치고 키우려고요. 과실수는 약을 안 치면 도저히 키울 수 없다고 말하는데, 어떤 분이 이야기하길 산에 잡목하고 같이 과실수를 심으면 약을 안 치고도 키울 수 있다고 하네요. 과실수만 있으면 벌레가 과실수에만 달려드는데, 다른 나무들과 함께 있으면 벌레가 덜 달려든다고 합니다. 약을 안 치기 위해서 산에 과실수를 심어보려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이 높은 산에 심을 게 아니라 평지에 심겠죠. 상업적으로 수확하려는 게 아니라 공동체 성원들이 먹기 위해서 심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야생 사과를 먹으려고요.” (웃음)
평평한 터에 46그루를 심고 나니 더 이상 나무를 심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스님은 포도나무 5그루와 감나무 10그루는 다른 곳에 심기 위해 적당한 땅을 찾아보았습니다.
“포도나무는 울타리 옆에 여기 심읍시다. 김제동 씨가 포도나무를 책임져 주세요.”
“포도가 안 열리면 제 책임이라는 뜻이시죠? 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웃음)
김제동 씨가 포도나무를 심고 있는 사이에 스님은 감나무를 심었습니다.
“감나무는 경사면에 심읍시다.”
감나무를 심고 나니 위치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감나무 자리가 경치가 제일 좋네요. 명당자리예요.”
해마다 맛있는 감을 따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참을 먹고 내려갑시다. 비빔국수 한 그릇씩 드시고 가세요.”
땀을 식히며 매콤한 비빔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우리는 식목일 행사를 오늘 다 한 셈이에요.” (웃음)
해가 지고 저녁 8시 30분부터는 온라인 일요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작한 온라인 일요명상이 벌써 49번째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30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오늘 한국의 남부지방인 두북 수련원에 있습니다. 요즘 한국은 봄이 되어서 나무를 심기 위해서 왔어요. 밭으로 올라가는 길에 벌써 분홍빛 진달래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원래 3월 말, 4월 초가 되어야 진달래꽃이 피는데 예년보다 거의 2주 정도 앞서서 핀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은 35년 만에 추위라고 할 만큼 추웠는데 올해 봄은 2주 정도 더 빨리 왔어요. 봄날을 맞아 오늘 몇몇 분들과 나무 60여 그루를 심었습니다. 여러분도 봄날에 나무를 몇 그루라도 심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질문을 받아 보겠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외국인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두 명이 질문을 했는데, 그중 한 명은 명상의 좋은 경험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면 강요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는 명상을 통해서 저의 잠재되어 있는 욕망과 욕망이 일으키는 고통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저의 경험을, 저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제 친구가 가족들과 나눌 수 있을까요?”
(I get a lot out of meditation by seeing my desires and the pain that they can cause me. How can I share this information with my friends and family without forcing my views on them.)
“질문자가 가족들에게 명상의 좋은 점을 이야기했을 때 가족들이 받아들인다면 괜찮아요. 그러나 가족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다른 사람들 또는 친구들 가족들은 ‘좋으면 너나 많이 해라’ 이렇게 생각하기가 쉬워요. 그렇기 때문에 남에게 전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충분히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 삶에 변화가 일어나야 해요. 예전에 비해 화를 적게 낸다든지, 고집을 적게 한다든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받아 준다든지, 조금 더 베푼다든지,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든지 이렇게 뭔가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어! 사람이 변했다.’ 이렇게 느껴질 정도가 되어야 해요. 그리고 그 변화가 상대에게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궁금해 지겠죠.
‘아니, 어떻게 저렇게 좋게 변했을까?’
그래서 상대가 질문자에게 물을 수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이렇게 함으로써 이렇게 조금 변화가 있었다.’ 이렇게 겸손하게 설명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상대가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 소개해 줘!’라고 스스로 요청할 때 상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그냥 ‘내가 이렇게 좋으니까 너도 한번 해 봐.’ 이렇게 거리낌 없이 한 번 제안해 볼 수는 있어요. 그럼 상대가 마침 ‘아! 나도 한번 해 볼게!’ 이렇게 받아들이면 제일 좋아요. 아니라면 내가 그것이 더 경험되고 또 내가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합니다.
수행, 명상, 깨달음이라고 하는 것들은 본인이 원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본인이 원하지 않은데 억지로 할 때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답변을 마치고 스님의 명상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명상에는 세 가지 기본자세가 필요합니다. 첫째,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합니다. 둘째, 마음을 코끝에 딱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이때 긴장하거나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꾸준히 연습합니다. 호흡에 집중이 잘 된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안 된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어요. 집중이 되면 계속 유지하고, 집중이 안 되면 다시 집중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안 된다고 실망도 하지 말고, 다만 꾸준히 할 뿐입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콧구멍 끝에 딱 집중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머릿속에서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생각도 망상일 뿐입니다. ‘명상을 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다 망상입니다. 다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 오늘은 40분간 하겠습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40분 동안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이 끝나고 실시간 채팅창에 소감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사람들이 40분 간 경험한 다양한 증상을 직접 읽고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집중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안했습니다."
“I wasn't able to concentrate as well as before but my mind relaxed.”
"몸에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에 졸음에 빠지기도 하다가 다시 호흡으로 돌아왔습니다."
“As I focused my breath then suddenly I was dozing off then now I managed to come back to the breath.”
"숨이 부드럽게 잘 쉬어지고 편안했습니다."
“My breath was relaxed and comfortable.”
"처음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으나 스님의 안내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I was a little fear for the first but I followed the instructions and it was great time
"졸리고 다리에 쥐가 나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했습니다."
“I was drowsy and I clumsy my legs so awful it was difficult for me. But I did last until the end.”
"화도 올라오고 서운함, 의지심, 바라는 마음, 불안한 마음이 큽니다."
“I felt anger, I felt wrongs, I felt dependencies and there a lot of thoughts and emotions they came and rising up.”
"다리가 많이 저렸지만 잘 마쳤습니다."
“I had a lot of aches to my legs but I managed and finished well.”
"집중이 전혀 안 되고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I was not able to focus on my breath at all, I just sat there.”
"명상 전에는 심란하고 스트레스가 컸는데 명상 시작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몸도 편안해졌습니다."
“Before meditation I was greatly conflicted. I am kind of upset but after the medication I think I'm much more relaxed now.”
"졸지도 않았고 다리와 허리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I didn't doze off and my back did not hurt.”
"오늘 첫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망상이 자주 찾아왔으나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Today was my first experience of meditation and I had a lot of distractions. But I had a very grateful time and a happy time trying to experience meditation.”
마지막으로 스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임시로 방송 시설을 설치해서 생방송을 하다 보니 오디오에 잡음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후 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오늘 방송 상태가 고르지 못했던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지금 두북에도 방송실을 설치하고 있는 중인데,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일주일 정도 더 걸린다고 하니까 다음 주까지 조금 불안정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같은 사고가 없기를 바라면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두북 농사팀과 내일 일정에 대해 의논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산 윗밭에 고사리를 심은 후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해 행복학교 특강을 온라인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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