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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천일결사기도 생방송을 하고 하루 종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해 불교사상팀, 사회사상팀과 회의를 한 후 두북으로 이동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소리가 랜선을 타고 전국으로 울려 퍼졌습니다. 오늘도 문경 수련원 명상원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예불을 정성껏 한 후 삼귀의,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 독송을 차례대로 했습니다.
“투쟁, 논쟁, 근심, 슬픔, 인색, 오만, 거친 말은
어디서 일어나는 것인지
그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투쟁, 논쟁, 근심, 슬픔, 인색, 오만, 거친 말은
사랑하고 좋아하는 데서 일어난다’...”(중략)
사홍서원으로 천일결사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이 오늘 읽은 경전에 나오는 십이연기가 무엇인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아침기도 잘 마치셨습니까? 어제는 종일 비가 왔습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면 새싹이 돋아나듯이 기도를 열심히 하면 우리 마음에도 희망의 싹이 돋아날 거라 봅니다.
오늘부터 읽을 경전은 십이연기(十二緣起)를 다루고 있습니다. 화나고 짜증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초조하고 불안하고 근심하고 걱정하고 방황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투쟁하는 이런 괴로움은 모두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의 뿌리는 욕망입니다. 욕망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에요. 이것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욕망이 채워지면 기분이 좋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가고 싶은 장소에 가고, 얻고 싶은 물건을 얻고,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기분이 좋아요. 사람들은 이 기분 좋음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 때 불행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욕망은 항상 채워질 수가 없습니다. 설령 노력해서 어떤 욕망을 채웠다 하더라도 욕망은 다시 더 커지기 마련이에요. 더 커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서 채워봤자 금세 또 욕망이 커집니다. 그래서 만족은 잠깐이고 다시 불만족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이렇게 즐거움과 괴로움이 반복되는 것을 윤회(輪廻)라고 합니다.
인도 옛이야기 한편을 들려드릴게요. 옛날에 욕망이 아주 큰 왕이 있었습니다. 그 왕은 자기 나라에 만족을 하지 못하고 여러 나라를 침략해서 영토를 넓혀 왕 중의 왕 전륜성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만족을 못하고 살다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가서 하늘의 왕인 사천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사천왕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자 제석천왕이 삼십삼천의 권한을 반으로 나누어 줬습니다. 제석천왕이 36번 바뀔 동안 이 왕은 바뀌지 않고 제석천왕의 권력의 반을 누렸습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제석천왕의 권한을 행사했지만 그래도 만족을 못했어요. 결국 그는 제석천왕을 죽이고 혼자서 제석천왕의 자리를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 욕망을 이루지 못하고 수명이 다하여 다시 인간으로 태어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욕망은 끝이 없다.’
이처럼 욕망을 채우는 방식으로는 결코 인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고의 지위를 가진 대통령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우리 나라 최고의 재벌기업 회장은 얼마나 행복할까? 인기 연예인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우리는 지위가 높으면, 돈이 많으면, 인기가 많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원하는 위치에 도달해도 다시 더 높은 곳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평생 욕망을 다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괴로워요. 어떤 욕망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괴롭습니다.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괴롭습니다. 욕망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재앙이 따르기 때문에 괴로워요. 욕망을 따르는 방법으로는 영원히 안온한 경지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끝없는 욕망의 대열에서 괴로워하지 말고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즐거움도 괴로움도, 행복도 불행도 사라지는 무사 안온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도 없고 하면 안 되는 일도 없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거예요.
그렇다고 게으르게 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조급하게 살라는 것도 아니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애쓰지도 않고, 나태해지지도 말고 꾸준히 수행을 해서 편안한 상태로 나아가야 합니다. 절을 하고 명상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일상이 곧 도(道)'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물은 경사를 만나면 빠르게 흐르고,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호수를 만나면 잔잔하게 고여 있어요. 인연에 맞게 모양을 바꿉니다. 일이 많으면 몸이 바빠지고, 일이 적으면 몸은 한가하되, 마음은 한결같아야 합니다. 우리도 일상에서 어떤 일을 만나든 기꺼이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여여해질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거예요. 땅을 파야하면 운동 삼아하고, 설거지를 해야 하면 운동 삼아하고, 무언가 만들어야 하면 놀이 삼아 만드는 거죠. 반대로 할 일이 없으면 명상을 하거나 한가하게 지내면 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이나 유튜브를 찾아봐도 좋고요, 그렇다고 지식과 기술을 쌓기 위해 조급해질 필요까지는 없어요.
어려움이 있으면 인내하는 연습을 하고 한가하면 편안하게 지내는 연습을 해봅니다. 주어진 조건을 나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일이 많으면 바쁘다고 하고 일이 없으면 지루하다고 합니다. 일이 많으면 역량을 키울 수 있어서 좋고, 일이 없으면 한가해서 좋아요. 사람들은 처음 하는 일은 어렵다고 하고, 같은 일을 또 하라고 하면 지겹다고 해요. 처음 하는 일은 새로 배우는 점이 있어서 좋고, 했던 일은 익숙해서 좋아요. 사람들은 이것저것 하라고 하면 복잡하다고 하고, 한 가지 일만 하라고 하면 단조롭다고 하잖아요. 어차피 하루 종일 같은 일을 열 번 해도 하루고, 새로운 일을 열 가지 해도 하루예요.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떤 일도 다 좋은 일입니다. 젊으면 젊은대로 좋고, 늙으면 늙은 대로 좋아요.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좋은 점들이 있잖아요.
주어진 조건에 적응하기 싫으면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안 되면 연구를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면 됩니다. 그런데 내 힘으로 안 되는 걸 원하기 때문에 힘이 들고, 남한테 도와달라고 했는데 안 도와준다고 원망하고 실망합니다. 이렇게 힘들어하고 남을 미워하며 살아가는 것은 삶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이 동물들보다도 못하게 사는 거예요. 얼마나 괴로우면 사람이 날아가는 새를 부러워하고 개나 고양이를 부러워하겠어요? 그건 어리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자기의 재능을 자기를 괴롭히고 남을 해치는 데 쓰는 것은 인생의 낭비가 아니겠습니까?
정리하면 괴로움은 욕망에서부터 일어납니다. 욕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우리가 욕망에 매달려 노예생활을 하는 것이 문제예요. 욕망이 욕망인 줄 알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지만 욕망에 매여 살지는 마세요.
어떤 현상도 저절로 생긴 일은 없습니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생깁니다. 괴로움이 생겼을 때 어떤 원인 때문인지, 그 원인은 또 어떤 원인 때문인지 이렇게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이 십이연기(十二緣起)입니다. 그럼 매일매일 정진하시고 다음 주 토요일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아침 8시 30분에 공동체 법사단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불교사상팀과 사회사상팀을 담당하고 있는 법사님들이 모였습니다. 경주 천룡사에 있는 묘향법사님, 필리핀으로 간 향훈법사님은 화상으로 연결해 함께 했습니다.
“향훈법사님은 필리핀에 도착했어요?”
“네. 필리핀입니다.”
“경주나 필리핀이나 똑같네요.”(모두 웃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특히 마음 작용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를 두고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회의를 하고 두북으로 출발했습니다.
해가 지고 캄캄해져서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나무를 심고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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