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11 온라인 설 명상수련 2일째
“저를 미워하는 시부모님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온라인 설 명상수련 2일째 날입니다. 오늘도 국내외에서 300여 명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각자의 방에서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오늘은 설 명절을 맞이하여 시부모님과 갈등에 대한 즉문즉설을 한 편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난 행복학교 특강에서 있었던 스님과 행복학교 참가자와의 대화입니다.

칭찬은커녕 꾸지람만 하는 시부모님이 야속합니다

“저는 결혼 후 한 가정의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전부터 시부모님과 동업을 시작했는데 따뜻한 칭찬은커녕 꾸지람만 듣고 있어요. 시부모님이 야속하고 때로는 저를 미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혜롭게 시부모님을 대해야 할까요?”

“첫째,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일이 다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원하면 다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좌절하고 괴로워해요.

그런데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진다고 반드시 좋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원하는 대로 됐는데 비참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원하는 대로 됐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안 되면 포기해도 되고, 두세 번 더 시도해 봐도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질 수 없다’

이 사실을 늘 알아차리고 있으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괴로울 일이 없어요.

둘째, 다른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것도 내가 다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남이 원하는 것을 내가 다 해 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남이 원하는 것을 못 해 준다고 미안해 합니다. 해 줄 수 있는 일은 해 주지만, 못 해주는 일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돼요. 어차피 시부모님이 원하는 것과 질문자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시부모님이 질문자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질문자에게 기대가 큰 거예요. 질문자가 시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면 칭찬을 해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부모님은 기대가 또 커지기 때문에 질문자가 또 부족하게 느껴질 겁니다. 만약에 질문자가 기대만큼 못하면 지금은 야단을 치지만, 앞으로 기대치가 낮아지면 오히려 야단을 덜 치게 되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상대가 나에게 전적으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면 그 사람은 솔직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 거예요. 어떤 인간관계든 상대에게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입니다.

질문자가 시부모님이 잔소리를 해서 불만인 것처럼, 시부모님도 질문자에게 기대가 크기 때문에 불만이 있는 거예요. 시어머니가 질문자에게 불만을 얘기하면 ‘감사합니다’라고 먼저 받아주고, ‘그런데 제가 부족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가능하면 부부나 친족은 일을 같이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남편에게 운전을 배울 때 잔소리를 많이 들을까요, 운전학원에서 배울 때 잔소리를 많이 들을까요? 또 동생이 형에게 공부를 배울 때 구박을 많이 받을까요, 학원 강사에게 배울 때 구박을 많이 받을까요? 학원 강사는 학생이 모른다고 하면 여러 번 가르쳐주지만, 남편이나 형은 한두 번 가르쳐주고 모른다고 하면 화부터 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면 북한은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도와주면 고맙다는 인사를 깍듯이 합니다. 하지만 한국한테는 감사는커녕 불만을 토로해요. 한국 사람들은 그런 북한을 미워하는데, 북한이 나쁜 게 아니라 한국을 같은 민족, 즉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이웃 사람이 도와주면 고마워하는데 형제가 도와주면 고맙다는 인사는커녕 ‘왜 이것밖에 안 도와주냐’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심리예요.

시부모님이 질문자를 대하는 것도 인간의 그런 심리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최선은 시부모님과 일을 같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차선으로 같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면 시부모님의 잔소리나 지적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해요. 현명한 사람이라면 시어머니가 잔소리할 때 ‘저에게 기대가 커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부응을 못 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임하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시어머니가 지적할 때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잘하겠습니다’ 이러고 넘어가면 돼요. 시부모님이 입에 발린 소리 아니냐고 해도 짜증을 내는 것보다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게 낫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스님”

“한순간 어떤 생각에 탁 빠져서 스스로 자기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사로잡힘이라고 해요. 똥을 오물이라고만 보고 있다가 관점을 바꾸어서 거름이라고 바라보게 되면 농사 지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듯이 시어머니도 관점을 바꾸어서 바라보게 되면 나에게 굉장히 유리한 면이 많습니다. 시부모님이 지적하는 것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나에 대한 기대가 커서 생긴 일임을 알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웃으면서 금방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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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저도 친정언니에게 하는일마다 못한다고 해서 마음이 상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3-10 06:49:04

세숫대야

내가 잘한다고 칭찬안한다
기대가 더 커진다
내가 다 마춰줄수도
상대가 내게 다 마추어 줄수도 없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2021-02-22 08:19:52

청정화

시집와서 오랫동안 시어머니와 내적 갈등으로 힘들었는데 참으로 현명하신 지도 법사님의답변입니다.
"어머니.감사합니다.
어머니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

2021-02-19 0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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