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2.9~10 온라인 설 명상수련 1일째
“묵언을 하는 이유”

2월 9일

안녕하세요. 오늘은 모처럼 강의나 회의가 없는 날입니다. 스님은 오랜만에 20km에 이르는 길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날이 밝자 어김없이 희양산이 햇살을 받으며 붉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스님은 새벽 5시에 문경 수련원을 출발하여 7시에 봉화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강의나 회의가 없는 날입니다. 강의 하나가 있었지만 날짜가 변경되는 바람에 생겨난 일입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낙동강 상류를 따라 걸어 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승부역을 출발하여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을 거쳐 산타마을이 있는 분천역을 지나 현동역까지 총길이 20km에 이르는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연초에 정토회 실무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지만 오늘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걸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코스인 분천역에서 현동역으로 가다가 중간 쯤에서 얼음이 녹아 강을 건널 수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다시 분천역으로 돌아오니 왕복이 되어서 거리는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봉화 수련원에 들러 설 명상수련을 하러 내려온 서울 공동체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련원에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점검한 후 저녁 늦게 문경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2월 10일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수행 법회를 생방송으로 했습니다. 이어서 오늘부터 정토회에서는 5일 동안 설 연휴를 맞이하여 온라인 명상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에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이 고향 방문과 여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온라인 명상수련을 열었습니다.

스님의 하루는 매일 계속되지만, 온라인 명상수련이 진행되는 2월 10일부터 14일까지 스님의 하루 제작팀도 명상과 묵언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스님의 하루 소식 대신 즉문즉설 법문을 매일 한 편씩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이 끝나고 2월 15일에 다시 생생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명상수련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한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설 명상수련을 시작하며 묵언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명상을 할 때 왜 묵언을 하나요?

“저는 명상을 할 때 묵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혼자 속으로 말을 하는 것은 묵언으로 봐도 되나요? 단지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것을 묵언이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거나 글로 써서 상대에게 표현하는 것도 하지 않아야 묵언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말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세요. (웃음) 말을 하면 관심이 밖으로 향하게 됩니다. 만약 산길을 혼자 걸으면 경치도 느낄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돌아보게 되는데, 친구와 얘기하면서 걸으면 경치도 무심히 지나치게 되고, 자기 마음을 살피기도 어렵습니다. 명상은 오직 관심을 자기 내부로 두어서 호흡, 느낌, 마음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명상수련에서 묵언을 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말을 하면 관심이 밖으로 향하기 때문에 수행 차원에서 자기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중얼중얼하거나, 쪽지에 써서 전달하거나, 눈짓 몸짓 손짓으로 표현하는 것은 묵언의 본래 의미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래서 묵언 중에는 모든 의사 표현을 중단해야 합니다.

둘째, 대중과 함께 수련할 때 묵언이 필요합니다. 내 말이 다른 사람이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조용히 하라는 의미입니다. 이때는 소리를 내지 말라는 것을 뜻해요. 그런데 묵언은 조용히 하라는 뜻보다는 근본적으로 오로지 관심을 자기에게 집중하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셋째, 묵언의 진정한 의미는 시비 분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옳으니 그르니 하는 시비를 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묵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비하는 마음으로 낸 소리가 아니라면 소리를 냈더라도 묵언을 한 것이 됩니다. 소리를 내지 않았더라도 시비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묵언을 어긴 것이 돼요.

이렇게 묵언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묵언을 한다면 눈짓, 손짓, 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도 안 됩니다. 둘째, 대중과 함께 명상수련을 하기 때문에 조용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눈짓, 손짓, 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셋째, 시비 분별하지 않기 위해 묵언을 할 때는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아도 마음으로 시비했다면 묵언을 어긴 것이 됩니다. 말을 했더라도 ‘빗자루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등의 알리는 말을 한 것은 묵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묵언에는 세 가지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있습니다. 대중이 모여서 명상을 할 때 묵언은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 명상수련처럼 각자 개개인이 혼자 명상할 때의 묵언은 첫 번째 의미의 묵언을 지켜야 합니다. 한번 입을 떼면 자꾸 입을 떼고 싶기 때문에 명상을 하는 5일 동안은 묵언을 하고,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고, 입을 딱 닫고 살아보는 겁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전체댓글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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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민영

저도 서민이지만 묵언을 노력해서 가급적 말은 안해서 자기에집중하게요. 원망도 줄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2023-04-19 09:31:10

이수정

묵언의 세가지 의미를 잘 새기겠습니다.감사합니다.

2021-03-10 06:56:25

청정화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묵언
남에게 시비하지않는 말은 묵언이다.
네..잘 알겠습니다.

2021-02-19 08: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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