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1.25 경주 남산 천룡사 방문, 결사행자회의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전에는 찾아온 손님들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낮 12시에는 두북 수련원 공동체 대중과 함께 경주 남산에 올랐습니다. 푸른누리 공동체에서 최한실 선생님도 오랜만에 두북 수련원을 방문하여 함께 동행했습니다.

“오늘은 천룡사에 함께 올라가 봅시다.”

작년 연말부터 천룡사를 정토회에서 맡아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실무자가 파견되어 도량 정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은 두북 공동체 대중들도 다 함께 천룡사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와룡사 입구에 차를 세운 후 산길을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경사가 가파른 산길을 30분 남짓 오르자 넓은 평지 위에 ‘호국 호법 성지 남산 천룡사지’라고 적힌 푯말이 나타났습니다.

“이 산을 처음 오르는 사람은 여기에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할 겁니다. 가파른 산길 위에 넓은 평지가 있거든요.”

천룡사에 처음 와 본 한 행자님은 주변 경치에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우와! 경치가 정말 멋지네요.”

건너편으로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졌습니다.

천룡사에 도착한 후 임시로 지어놓은 대웅전을 참배했습니다.

대중전에는 용성조사님의 영정과 용성조사님이 어릴 적 꿈에서 본 부처님을 형상화한 불상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큰 불상들 뒤에는 천 개의 작은 불상이 줄을 맞춰 가지런하게 모셔져 있었습니다.

삼배를 한 후 스님은 천룡사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법당 한 켠에는 ‘천룡사’라고 새긴 종이 있었습니다.

“이 절에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만든 종이 있었다고 해요. 유생들이 불을 질러서 이 절은 폐허가 되었는데, 그때 조실 스님이 그 종을 보호하려다가 불에 타서 돌아가셨습니다. 이 종은 1999년에 그 종을 복원해 놓은 것입니다.”

종을 쳐서 은은한 종소리를 함께 들어본 후 대웅전을 나왔습니다.

잠시 천룡사를 지키고 있는 실무자와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전기요금을 어떻게 아낄지에 대한 생활 이야기에서부터 우리의 역사가 환인, 환웅, 단군으로부터 어떻게 면면히 이어져 왔는지 역사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러 대화 내용 중에 우리말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최한실 선생님이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천룡사라고 이름을 붙이지 말고, 하늘미르절이라고 하면 어때요? 천룡사는 한자어입니다. 천룡사를 우리 겨레말로 하면 본디 하늘미르절이에요. 신라시대나 고려시대 때 우리 선조들도 이 절을 천룡사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글자로 적을 때는 지식인들이 한자로 ‘天龍寺’라고 적었겠지만, 백성들이 읽을 때는 하늘미르절이라고 읽었을 것이거든요.”

“네.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나라에 모든 절의 이름이 끝에 ‘사(寺)’로 끝나네요.”

가볍게 담소를 나눈 후 밖으로 나와 천룡사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스님은 행자님들에게 천룡사 소유의 부지가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를 따라 직접 걸어보며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농사를 어떻게 지으면 좋을지 스님의 구상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자, 이제 내려갑시다.”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 와룡사 입구에서 두북 공동체 대중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농사 준비 잘하고 있겠습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경주를 출발해 다시 문경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결사행자회의가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먼저 만일준비위원장 전해종님이 온라인정토회 전환과 관련한 쟁점 사항에 대해 발표하고, 결사행자들 모두가 이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중간중간에 결사행자들 전체가 이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님이 자세하게 보충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을 때 여러 가지 쟁점 중에 하나는 지역별로 모여서 수련하고 농사짓고 재활용 유통을 하는 수련원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까지는 ‘실천치’, ‘실현지’, ‘근거지’ 등의 용어가 혼재되어 쓰이고 있었습니다.

“지역별 수련원을 실천지라고 자꾸 부르니까 다른 종교단체와 발음이 비슷해서 별로 안 좋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근거지라고 부르는 것도 좀 이상하고요. 지역별 수련원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스님도 이에 대해 의견을 말했습니다.

“오늘 천룡사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하시는 분과 대화를 했거든요. 실현지를 ‘으뜸절’이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지부별로 자신들의 본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으뜸절’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요?”

결사행자 모두가 손을 들어서 어느 용어가 좋은지 의견을 확인했습니다.

“1안은 ‘으뜸절’로 부르자는 안입니다. 2안은 ‘근거지’로 부르자는 안입니다.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은지 손을 들어주세요.”

으뜸절로 부르자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면 전국대의원회의에 두 가지 이름을 모두 제출합시다. 다만 결사행자들은 으뜸절로 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표시해 주고요.”

이 외에도 온라인정토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쟁점사항들에 대한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최종 결정권은 전국대의원회의에 있기 때문에 결사행자회의에서는 의견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회의는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을 더 진행한 후 밤 10시에 끝마쳤습니다.

“이상으로 결사행자회의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박수)

박수와 함께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문경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이동합니다. 서울에서는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와 2차 만일결사준비위원회 간담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행복한대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즉문즉설을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장에서 한 지점의 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리더십 강의에서 섬기는 리더니 봉사하는 리더니 여러 이야기를 많이 듣기는 들었는데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 막연하게 느껴져요.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에게 뾰족한 수가 있었으면 법륜스님 강의 열풍이 불어서 온갖 회사나 단체에서 저를 초빙했을 겁니다. 지금 오라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거예요. (모두 웃음) 그래도 질문을 하셨으니 제가 생각하는 리더에 대해 편안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어떤 조직이나 집단의 책임자가 되면 책임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어요. 기본 역할은 업무를 사람들에게 분산해서 나눠주고, 그 성과를 수렴해서 상부로 올려주는 일입니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책임자를 세우는 거예요. 예를 들어 다섯 명 중 한 명에게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맡기고, 또 팀장들 중 한 명에게 과장을 맡고, 과장들 중 한 명에게 부장을 맡겨요. 이렇게 조직을 구성하는 이유는 백 명을 한 사람이 직접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잡아야 할 두 마리 토끼

책임자가 되면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 업무를 관리해야 하고, 둘째,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을 관리해야 합니다. 업무관리와 인사관리라고 할 수 있겠죠. 책임자가 사람이 좋아서 사람들과 화합만 하다 보면 업무가 잘 안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책임자가 업무의 효율만 중요하게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빡빡하게 일을 시키면 초기에는 성과가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지쳐서 다 나가떨어져요. 거꾸로 업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업무도 효율적으로 하고, 사람들과 화합도 해야 해요. 불교적으로 말하면 효율과 화합의 중도를 찾아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비중이 높아지면 나중에는 결국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있어요.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고 싶다면 항상 일의 분산과 수렴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부서원일 때는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책임자는 자기만 열심히 한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에요. 부서원 전체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합니다.

사람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누군가 책임을 져주면 안심을 하고 과감하게 일을 합니다. 반대로 자꾸 책임을 물으면 조심스럽고 소극적으로 일을 하게 돼요. 사람들이 공무원을 보고 복지부동한다고 하는데, 한 개인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묻다 보니까 발생하는 현상이에요. 주어진 일만 적당히 하고 중간만 가도 되는데, 공연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조직의 분위기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한 개인에게 책임을 너무 과하게 물으면 복지부동하기 쉽고 그렇다고 책임을 묻지 않으면 부정부패로 나아가기 쉬워요. 여기에서도 중도가 필요해요.

그래서 책임자가 되면 외부의 바람을 막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부서원이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책임자가 책임을 져주지 않고, 책임을 모두 부서원에게 돌려버리면 부서원들이 힘들어해요. 책임을 져주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의도로 하다가 잘못된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책임져주겠다.’

책임자가 이렇게 책임을 져줘야 사람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책임은 내가 져주되 성과는 부서원에게 돌려줘야 해요. 어떤 책임자는 부서에서 성과가 나면 다 자기 성과로 가져가서 자기가 승진하고, 자기가 상을 받아요. 이러면 부서원은 기운이 빠집니다.

‘우리가 죽어라고 일해 봤자 저 사람 좋은 일 시키는 것 밖에 안 되는구나.’

부서원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책임자가 항상 성과는 나누고, 책임은 짊어져주는 자세를 가져야 부서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일을 적극적으로 하게 됩니다. 부서원들이 좋은 뜻으로 했는데 결과가 나쁠 때는 너무 문책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인생은 늘 실수할 수도 있고, 실수를 통해서 더 좋은 결과를 찾아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은퇴하고 외롭지 않으려면

관공서에서 높은 자리에서 일하다가 은퇴했던 사람들도 가끔 즉문즉설에서 질문을 합니다. 어떤 분은 자식 결혼할 때 자기 옛날 부하들이 아무도 안 찾아왔다고 해요. 그분이 배신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앞에서 사람들이 굽신굽신 할 때는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자리를 보고 숙이는 거잖아요. 이제 자리가 없어졌으니까 굽신거릴 이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책임자가 책임자로서 역할을 다 해야 하지만, 밥을 같이 먹거나 사석에서도 책임자로 굴면 안 되는 거예요. 사석에서는 부서원들과 친구가 되고, 공석에서는 딱 공적으로 업무를 해야 해요. 그런데 사석에서 친구처럼 지내다 보면 공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까지 사적으로 처리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사람들과 너무 공적으로만 지내다 보면 밥 먹는 자리에서도 공적으로 대하기 쉬워요. 그러면 나중에 외로워집니다. 사람과 사람으로 관계를 맺어야 나중에 지위가 없어져도 서로 연락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돕고 살 수 있어요. 이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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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연기

["이 절에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만든 종이 있었다고 해요. 유생들이 불을 질러서 이 절은 폐허가 되었는데, 그때 조실 스님이 그 종을 보호하려다가 불에 타서 돌아가셨습니다.] 천룡사 부처님 손모양이 특이해보여요~어쩜 새가 앉은사진 섬세하게도 찍으셨네요^^매일 글올려주시는 일도 보통고통이 아니실텐데‥ㅜ그나저나 스님의 고단하신 어깨한번 주물러 드렸으면ㅠ

2021-01-30 02:57:19

박정남

올해 처음으로 10명의 부서원을 이끄는 리더가되었습니다. 어떤 리더가 되어야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던 차에 스님의 말씀듣고 깨닮음이 큽니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책임은 져주되 성과는 나누는 리더, 성과와 인사관리, 효율과 화합의 중도, 깊이 새기겠습니다. 언제 저희회사원을 위한 즉문즉설 한번 해주신다면 참으로 더없는 영광일것같습니다.

2021-01-29 22:56:47

박인자

천룡사 하늘미르절 우리말이 참아름답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르기쉽게 으뜸절이 좋네요편안하고 믿음이가는 이해심많은 리더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보다 남을 배려하는사람이면 좋겠습니다

2021-01-29 12: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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