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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아침 일찍 화상 회의로 하루를 시작해 오전에 동지법회를 한 후 오후 내내 대상을 바꿔가며 연달아 화상 회의를 했습니다.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아침 7시부터 화상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유럽, 북미 서부, 북미 동부 등 전 세계 곳곳에서 해외 정토회 임원들과 국제국 임원들이 속속 화상 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지난번 화상 회의에서 해외 정토회와 국제국을 통합할 경우와 분리할 경우, 두 가지 방안의 장단점을 보완한 각각의 조직개편안을 양쪽에서 준비해 오기로 했습니다. 준비해 온 내용에 대해 발표를 듣고 나서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지난번 회의처럼 통합하자는 안과 분리하자는 안이 팽팽히 의견 대립이 맞섰습니다. 각각의 주장을 경청한 후 스님은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만약 해외 정토회와 국제국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각 나라마다 현지어 법회와 한국어 법회 두 개의 법회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가령 독일에서는 한국어 법회를 없애고 독일어 법회만 진행해야 합니다. 비록 한국 교민이라고 하더라도 독일 사람들과 독일어로 같이 법회를 듣고 마음 나누기를 해야 해요. 프랑스에서는 불어로 법회가 전부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불어로 법회에 참여해야 해요. 그럴 때 통합을 한 의미가 살려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한국어 법회와 현지어 법회를 함께 운영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한국인이 99퍼센트이고 현지인은 1퍼센트이기 때문에 한국인 법회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요. 현지인 법회를 강화하고자 하는 계획 하에 통합의 의미를 살리려면 현지어 법회 하나만 운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한국말만 할 줄 아는 교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그런 분들은 한국 정토회에서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봐요. 이제는 모든 법회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숫제 해외 교민들은 한국 정토회에서 운영을 맡아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해외에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국어로 법회에 참가하고자 하면, 한국 정토회의 관할 하에 소속이 되는 거죠.
통합을 한다면 한국어 전법보다 현지어 전법을 더 우선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단순한 통합은 현지어 전법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어요. 만약 해외 정토회와 국제국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핵심 인력의 대다수를 현지어 전법에 배치하고, 소수의 인력만 한국어 전법에 배치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과감하게 한국어 법회를 모두 없애고 현지어 법회만 두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다면, 통합을 하든 분리를 하든 크게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제일 중요한 목표는 ‘어떻게 하면 세계인들에게 부처님의 좋은 가르침을 널리 전할 것인가’ 이겁니다. 이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연구해야 합니다.”
스님의 새로운 제안에 다들 큰 충격을 받은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곧이어 다들 스님의 제안에 적극 공감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의 제안을 듣고 가슴이 후련해졌습니다. 그동안 콜럼버스 법당에 외국인이 여러 번 찾아왔지만 그들에게 법회를 열어줄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현지어로만 법회를 진행하면 더 많은 세계인들이 법회를 듣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영어 공부를 소홀히 했는데, 지금 당장 영어 공부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외국에 살지만 우리 아이들이 법회를 들을 수가 없었어요. 영어로 법회가 진행되면 우리 아이들과 같이 법회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아이들이 크면 법회 진행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님의 제안을 듣고 나서 말로만 세계 전법을 주장했지 한국인 중심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반성이 들었습니다.”
“독일어로 나누기를 하면 나누기가 굉장히 짧아져서 좋을 것 같아요. 가족들과도 독일어로 같이 법회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듭니다.”
스님도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여러분은 마음 나누기 시간에 주로 생각을 나눕니다. 그래서 말이 길어지는 거예요. 앞으로 외국어로 마음 나누기를 하게 되면 제대로 된 마음 나누기가 될 겁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심플하거든요. 생각을 자꾸 나누니까 길게 말을 했던 겁니다.” (웃음)
팽팽하게 대립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현지어로 전법을 잘할 수 있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동지법회를 해야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화상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오전 10시부터는 명상원 정정당에서 동지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동지법회는 특별법회여서 수행 법회 참석자와 금요 정기법회 참석자가 모두 함께 생방송에 접속해서 법회를 함께 들었습니다.
스님은 수행적 관점에서 동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 후 동지법회 후 진행되는 천도재의 핵심 의미에 대해서도 법문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상처나 미련을 갖게 되는 이유는 지나간 일이 꿈인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꿈인 줄 알면 아무런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간 일은 꿈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이런저런 경험을 참 많이 했구나. 내년에는 이 경험을 토대로 해서 더 잘 대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새해에는 어떤 일을 만났을 때 조심하고 유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두려워하지는 말아야겠다. 너무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도 말아야겠다’
이런 다짐들을 하면서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을 내면 이것이 바로 재앙을 쫓는 거예요.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마음으로 오늘 동지법회 기도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전통적으로 동지 날에는 지난 한 해 나를 있게 한 모든 분 그리고 천지 만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300배 정진을 합니다. 법당에서 절을 하면 땀도 나고 불편한 점이 있는데 오늘은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집에서 절을 하니까 바로 씻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 한 배 한 배 정성 들여 기도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화내고 짜증냈던 것이나 두려워하고 괴로워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잘잘못을 떠나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고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부모님께도 감사기도를 하는 천도재도 함께 지내겠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가장 큰 천도입니다. 여러분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주지 않았다고 부모를 미워한다면 그것은 불효입니다. 물론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도 있지만, 그들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환자라서 그렇습니다. 환자가 아닌 이상 모든 부모는 본인 수준에서 나름대로 자식을 잘 돌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성인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삶이 힘들 때마다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악도 쓴 거예요. 그걸 모르고 어린 내가 상처를 입은 겁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 보니 그들은 한낱 중생이었고, 당신들의 삶이 힘들어서 악을 쓰고 산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를 버리지 않고 키워주셨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이렇게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부모님에게는 감사할 일밖에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나에게 해준 것은 아니지만, 길가는 사람과 비교해 봤을 때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나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격 수양이 부족해서 어린 나에게 악을 쓴 것입니다. 이것은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지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닌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 입은 상처를 털어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내면, 그것이 최고의 천도입니다. 그러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차 한 잔 올리고 절하는 마음을 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동지를 맞이해서 선조들의 전통문화도 이해하고, 조상을 기리는 정신도 잘 이어받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동지는 좋은 미풍양속이니 그 취지를 잘 이어가는 것이 좋잖아요.
무엇보다 우리는 수행자이니까 수행적 관점에서 동지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인연을 짓고 과보가 일어나기까지는 시차가 있습니다. 동짓날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면 동짓날 이후부터 따뜻해야 하지만 실제로 봄이구나 하고 피부에 와 닿을 만큼 느끼려면 3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듯이 수행도 그렇습니다. 지금 수행을 시작해도 당장 좋아지는 게 아니라 시차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좋더라도 미래에 나쁜 결과가 나타난다면 아무리 하고 싶더라도 멈춰야 합니다. 아무리 싫더라도 지금 행함으로써 미래에 이익이 된다면 싫음을 뛰어넘어서 과감하게 행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좋고 싫음에 얽매이지 말고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행동해야 합니다. 나에게 이익이 된다면, 즉 해탈과 열반에 도움이 된다면, 좋은 것도 멈출 줄 알고, 싫은 것도 행할 줄 아는 것이 수행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법을 이해하고 동지 기도를 하시길 바랍니다.”
법문이 끝나고 생방송 참석자들은 각자 자신의 방에서 방송 화면과 함께 천도재를 지낸 후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스님은 오후부터 다시 화상회의를 이어나갔습니다. 내년 봄에 열리는 스님의 100일 법문을 준비하기 위해 정토회와 평화재단 등 여러 단위에서 법문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1시에는 평화재단 실무자들, 정토대전 사회사상서팀과 사회사상 강의 기획에 대해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이어서 3시에는 행복한 100일 법문 콘텐츠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4시 30분에는 행복한 100일 추진단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화상 회의는 해가 지고 저녁 6시가 되어서 끝이 났습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간단히 공양을 한 후 6시 30분에 문경 수련원을 나와 제천으로 출발했습니다. 아직 어두운 도로에는 화물차들만 쌩쌩 달리고 있었습니다.
“명상수련 전에 하루 비워뒀더니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잡았네요.”(웃음)
한 시간 반을 달려 8시가 넘어 제천에 도착했습니다.
제천에 사는 스님의 하루 구독자 공희정, 조준호 부부가 올해 직접 가꾼 고구마 2톤을 기부했습니다. 올해 귀농하고 실험 삼아 처음 고구마를 심어 보았는데 판로가 마땅하지 않아 고구마를 기부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천에 도착하니 눈발이 흩날렸습니다. 고구마는 농업기술센터 내에 잘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공희정, 조준호 부부에게 인사를 드렸습니다.
“애써 지은 농산물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농사는 아내가 다 짓고, 저는 조금 도와주었습니다.”
스님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저서에 서명을 해서 드렸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앞치마를 두르고 고구마를 준비해 간 상자에 옮겨 담았습니다. 재활용 상자를 다시 포장해서 20kg씩 담고 테이프로 잘 감쌌습니다.
30분 만에 스님이 직접 배달할 50개의 상자를 만들어 트럭에 실었습니다. 가는 동안 고구마가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부직포를 덮고 천막으로 덮은 후 그물망으로 잘 싸줬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스님은 공희정 님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했습니다.
“애써서 지은 농산물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토회 내에 상거래는 일절 안 되기 때문에 제가 판매는 못 도와드려요. 대신 장애인 거주 시설과 요양병원, 외국인노동자센터에 가져다 드리려고 합니다. 이건 종자 값이니까 받으세요. 내년에 또 농사 지으셔야 하잖아요.”
“아닙니다. 스님. 제가 보시하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 스님의 하루 보면서 농사 지으시는 모습을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
공희정 님은 끝끝내 종자 값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행자들은 남아서 안산다문화센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나누어줄 고구마와 서울 공동체와 문경 공동체에 보낼 고구마를 포장했습니다. 스님은 행자 두 명과 9시 10분에 운문사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밥은 못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이동하면서 떡이나 과일을 간단히 먹읍시다. 운문사, 자재 요양병원, 애광원에 도착하면 창고 앞에 짐만 딱 내려주고 바로 출발합니다. 차 한 잔도 마시면 안 돼요. 일체 법륜 스님이 간다는 이야기도 미리 하지 마세요. 괜히 제가 간다고 하면 다과를 준비하니까요. 저는 오늘 그냥 짐꾼이에요.” (웃음)
눈이 내려 도로가 얼어붙었습니다. 앞차와 거리를 두고 천천히 달렸습니다.
“지금 소백산맥 사이를 넘고 있어서 그래요. 이 고개만 넘으면 괜찮을 거예요.”
스님 말대로 산맥을 넘자 다시 쌩쌩 달릴 수 있었습니다. 뒤에 남은 행자들도 일을 마치고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뒷정리 잘했어요? 화장실이 더러워서 화장실 청소도 해줘야겠던데... 수고했어요. 인사 잘하고 가세요. 눈이 많이 와서 길이 얼어있으니까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고구마를 가득 싣고 달리는 창밖으로 겨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들이를 하듯 3시간을 달려 12시 30분에 운문사에 도착했습니다.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공양간 앞에 짐을 내리는 스님을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조용히 짐을 내리고 있는데 스님을 알아본 운문사 스님들이 화들짝 놀라며 짐을 함께 내렸습니다.
“아니 스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도 없이 오셨네요. 점심은 드셨어요?”
“예. 도시락 싸왔습니다. 제천에 귀농한 부부가 고구마를 보시해서 나누어 드리려고 왔어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차라도 한 잔 하시고 가세요.”
“아닙니다. 가보겠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바로 운문사를 나왔습니다.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아침에 싸온 찰떡과 과일을 먹었습니다. 1시 20분에 울산 언양 자재요양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조용히 공양간 앞에 고구마 박스를 내려놓는데 원장 능행 스님이 달려 나왔습니다.
“아이고, 스님! 전화도 안 주시고... 너무 고맙습니다. 점심은 드셨어요? 차라도 한 잔 하시고 가셔요.”
“도시락 먹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같이 먹으면 안 되잖아요. 제천에 귀농한 농부가 직접 키운 고구마를 기부해서 드리려고 왔어요. 이제 거제도에 가야 하는데 갈 길이 멉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어려운 시기 잘 극복하세요. 내년까지는 계속 어려울 거예요. 죽고도 사는데 힘내세요.”
“네. 잘 먹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10분 만에 고구마 박스를 내려놓고 1시 30분에 거제도로 출발했습니다.
트럭 뒤에 실은 상자들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마음은 점점 보람으로 차올랐습니다. 두 시간을 달려 3시 30분에 거제도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애광원에 도착했습니다.
애광원 식당 앞에 고구마 상자를 내려놓고 바로 출발하려는데 선생님들의 연락을 받은 부원장님이 달려 나왔습니다.
“아니 스님,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셔야죠.”
“갈 길이 바빠요. 이제 두북 수련원에 들렀다가 내일부터 명상수련하러 문경으로 가야 해요. 이 고구마는 제가 드리는 게 아니라 제천에 귀농한 젊은 부부가 기부한 고구마를 나눠드리는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잘 먹겠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고구마 파티를 해야겠다며 기뻐했습니다. 인사를 나누는데 연세가 구십이 넘은 김임순 원장 선생님까지 한걸음에 달려 나오셨습니다.
“원장님, 차에서 내리지 마세요. 바로 갈 겁니다.”
원장님은 기어코 내리셔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내리신 김에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연말 잘 보내세요.”
“네, 스님. 고맙습니다.”
애광원에서는 직접 담은 유자차와 내년 달력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차에 탄 스님은 함께한 행자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이제 끝났네요. 수고했어요.”
함께 박수를 쳤습니다. 트럭은 가벼워지고 피로는 몰려오지만 마음은 뿌듯합니다. 스님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참 재밌네요.”
“네. 너무 즐거웠어요. 스님이 꼭 산타할아버지 같았어요.”
창밖 바다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꾸벅꾸벅 졸며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자 땅거미가 지고 있었습니다.
남은 고구마 상자를 내려놓고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햅쌀밥에 얼마 전 담은 김장 김치를 올려 먹으니 꿀맛입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스님은 열흘간 명상수련을 하면서 먹을 밑반찬과 배추를 챙겼습니다. 명상수련 참가자들이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듯 스님도 시봉 없이 직접 밥을 지어서 먹기로 했습니다.
반찬을 챙겨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9시가 넘어 문경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어둠이 내린 수련원 위로 상현달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을 본 후 고단한 몸을 뉘였습니다. 내일부터는 열흘간 연말 온라인 명상수련이 이어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힘들었던 한 해, 스님의 하루에 올라가는 명상수련 소식과 함께 한 해 마무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내일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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