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9.(오전) 온라인 수행법회
“칭찬을 받으면 생색내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온라인으로 수행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운문사 학인들을 위해 특강을 했습니다.

새벽 1시 30분에 눈을 뜬 스님은 원고 교정을 보았습니다. 날이 밝자 새벽 예불과 기도를 드리고 일찍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오늘은 수행법회 후에 바로 운문사로 이동해야 해서 법회 전에 간단하게 이른 점심을 먹고 오전 10시 정각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11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추운 날씨에 법당에 와서 법회를 보면 난방이 제대로 안 돼서 오들오들 떨 텐데, 지금은 다들 따뜻한 자기 방에 앉아서 참 편하게 법문을 듣게 됐습니다. 이처럼 굉장히 좋아졌는데도 여러분 얘기를 들어보면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이에요. 너무 일이 많아졌다는 거죠.

집에서도 평소에는 눈만 뜨면 아이는 학교에 가버리고, 남편은 직장에 가버리고, 본인도 직장에 가야 하고, 주말에도 무슨 일이 생기기 일쑤여서 온 가족이 집에 모이기가 도무지 어려웠습니다. 요즘은 맨날 같이 지내잖아요. 가족이 같이 있게 된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갈등도 생기게 돼요. 요즘 부부 갈등도 심해졌고, 가정폭력도 심해졌고, 자살률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을까요?

겨울에 마냥 따뜻하면 좋을 것 같지만 겨울은 추워야 오히려 병충해가 적어요. 여름은 더워야 곡식이 제대로 익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대로 늘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될 수도 없고, 설령 그리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는 법도 없습니다. 참 오묘하죠. 그래서 ‘불교는 나이 들어서 공부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오래 살아보면 ‘부처님 말씀이 참 지당하구나’ 이렇게 느껴져요. 젊을 때는 ‘꼭 이래야 되나? 좋은 걸 이렇게 다 절제하면 사람이 어떻게 사나?’ 이런 생각이 자꾸 들지만, 오래 살아보면 ‘아, 진실이구나’ 이렇게 알게 돼요. 그래서 옛말에 ‘젊을 때는 유교를 공부하고 나이 들어서는 불교를 공부한다’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젊어서부터 이 법을 공부하면 인생살이가 훨씬 편해요. 나이 들어서 만나면 나이 들어서라도 만났으니까 감사하긴 감사한데, 실컷 고생한 뒤에 알게 되는 셈이죠. (웃음) 수행은 결과를 치료하는 효과도 있지만, 사실은 미연에 예방하는 효과가 크거든요. 병도 그렇잖아요. 병들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접근법이 있고, 병이 든 뒤에 치료하는 접근법이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도 예방하는 백신도 개발하고, 치료하는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활동 방식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정토회도 대면 법회가 안 되어서 온라인으로 바뀌게 되니까 정회원 여러분의 역할이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법당 관리가 큰 일이어서, 법당 관리를 어떻게 나누어서 할 것인지 늘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법당을 관리할 일은 없어지고 대신 불교대학 관련 일이 늘게 됐어요. 전에는 불교대학생들이 오면 영상이나 틀어주고 출석 확인이나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 직접 진행을 해야 하잖아요. 불교대학은 비대면이 되면서 오히려 일이 많아졌어요. 전에는 학생들이 법당까지 오가는 정성이 벌써 절반은 공부를 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각자 자기 집에 앉아서 공부를 하니까 간편한 대신에 소홀해지기도 쉬워서 관리를 더 세심하게 해줘야 하는 거예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여러분 사이에서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웃음)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해야 하는 일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이번에 우리가 좀 헐떡거리기는 해도 이렇게 해서 코로나 시대에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합니다. 물질적 지원은 못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좀 지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챙길 것인가

어떤 변화가 있을 때마다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고 손실이 생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적응하는 사람이 있고, 적응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정토회의 경우 이번에 온라인으로 불교대학을 진행하니까 평균 연령층이 조금 낮아졌습니다. 전에는 50대가 제일 많고 다음으로 60대가 많았어요. 지금은 50대가 제일 많은 건 그대로이지만 그다음으로 많은 순서가 40대, 30대, 60대 순으로 바뀌었어요. 연세 드신 분들은 아무래도 컴퓨터 만지는 게 쉽지가 않으니까요. 그래서 70대 이상은 지금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10년, 20년씩 오랫동안 활동을 해왔는데 나이가 든 분들은 지금 온라인으로 바뀌어버리니까 법당에 가서 할 일도 없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렵죠. 이러다 보니까 낙오자처럼 느껴진다는 분도 계세요.

대신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요.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들이 바로 전 세계의 우리 교민들입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 불법을 갈구하던 분들은 이번에 완전히 횡재한 격입니다. 그다음은 한국 안에서도 오지에 계시는 분들이 혜택을 봤어요. 이런 사람들은 참여하고 싶어도 함께할 수가 없었는데, 온라인이 되면서 이렇게 전부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아주 좋아합니다. (웃음)

이처럼 어떤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에 적응이 손쉬운 부분이 있고 적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는 반드시 어느 정도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에요. 그래서 변화를 할 때는 늘 일종의 분파가 생깁니다. 변화를 원하는 쪽은 변화를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고,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쪽은 변화를 거부하며 저항을 하다 보니까 심하게 파가 갈리죠. 역사에서 보면 늘 그렇게 변법을 할 때는 분열이 일어납니다. 정토회는 분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데 내부에서 저항이 좀 있어요. 저항이라고 해도 우리는 수행자니까,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일부 불평들이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변화를 주도하려면 이러한 일부 부적응층을 ‘어떻게 보살필 거냐’ 하는 문제이지, ‘변화하느냐, 변화하지 않느냐’를 고민할 문제는 아니에요. 변화에는 늘 장단점이 있습니다. 크게 전체를 보았을 때 장점이 더 많다면 우리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요. 이때는 일정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겨요. 그런 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가 관건이지,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에 있던 법당을 저 지역으로 옮긴다면 이론적으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그리로 가도록 해야 되지만, 해보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최대한 많은 수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한 명도 남김없이 갈 수 있도록’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요.

정토회가 변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함께 활동하던 도반들 중에 변화에 부정적이거나 적응하기 어려운 분들을 어떻게 보살피고 어떻게 함께 할 거냐는 문제가 있습니다. 최선은 다하되, 모든 사람이 다 함께 가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적응 못 하는 사람은 따라오지 마!’ 이렇게 하면 안 돼요.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서 손실을 줄이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6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칭찬을 받으면 생색내고 싶어 져요

“요즘 일이 늘어날수록 칭찬을 받으면 우쭐대고, 잘난 척하고, 생색내고 싶어 지는 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임을 하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의욕도 없어집니다. 감사의 기도를 해보고는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진심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공식적으로 욕을 먹었는데, ‘가뜩이나 일도 차고 넘치는데 이참에 나를 좀 잘라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좀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정신 차리긴요, 그 정도 됐으면 지금부터 정신 차리면 되죠. (웃음)

제가 늘 이렇게 법문 하잖아요.

‘이 뜨거운 걸 어떻게 하면 놓습니까?’

‘그냥 놔라.’

어떻게 놓느냐고 묻는 것은 아직 놓고 싶지 않다는 얘기예요. 질문자도 지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직 안 뜨겁다, 살만하다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제가 야단을 쳐야 정신을 차리겠어요? 안 그러면 잘한다고 위로를 해줘야 정신을 차리겠어요?”

칭찬받고 싶은 욕망은 이 세상 누구에게나 다 있어요. 대통령도 국정지지율이 올라서 반대보다 찬성이 많으면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요즘은 반대가 더 많아서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도 우울해합니다. 하물며 보통 사람인 질문자는 어떻겠어요.

그러나 그게 지나치면 병입니다. 왜 병이라고 할까요? 그러면 남의 눈치를 보고 인생을 살아야 하거든요.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못 되는 거예요. 내가 남의 칭찬에 들뜨고 남의 비난에 가라앉으면 늘 남을 쳐다보고 살아야 해요.

그건 노예가 주인만 쳐다보고 사는 것과 똑같아요. 밭에 가서 일을 할 때 주인은 자기가 피곤하면 쉬고, 해가 져도 일할 게 있으면 일합니다. 그런데 노예는 일을 하면서도 주인이 보는지 안 보는지를 항상 살피잖아요. 주인이 없으면 좀 천천히 하거나 쉬고, 주인이 있으면 좀 더 부지런히 하는 척하고요.

이처럼 질문자는 지금 자기 스스로 종의 길, 을(乙)의 길을 가고 있어요. 붓다의 길은 을의 길이 아니라 갑(甲)의 길이에요. ‘갑질 한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자기가 주인이 되는 길을 뜻합니다. 질문자의 증세는 지금 고쳐야 해요. 그런 마음이 누구나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질문자는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이게 좀 심해서 병에 들어가요. 중생병이 아주 깊은 상태입니다. 정토회에서도 이런 사람은 골치 아파요. 잘라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자기가 자기를 잘라버리고 그냥 나가버려요. (웃음)

지금 정토회에서 활동하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은 결혼하면 남편한테 칭찬받고 싶어 하고, 회사 가면 상사한테 칭찬받고 싶어 하고, 정토회에 와도 좀 더 높은 사람한테 칭찬받고 싶어 합니다. 이런 것으로부터 해방되고자 정토회에 들어와 놓고도 자기 윗사람이나 법사님이 좀 잘 봐주면 헤벌레 하고, 안 봐주면 삐칩니다. 이런 사람은 골치 아파요. 물론 이런 사람도 데리고 수행의 측면에서는 살펴가며 함께 살아야 합니다. 주인이 되려고 하는데 아직 연습이 부족해서 못 되는 거야 사람의 힘으로 당장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주인이 되는 길에 들어와 놓고는 아예 그건 포기하고 더 노예 되는 길을 선택한다면 맞지 않잖아요. 정토회에 들어와서 활동가가 됐다면 들어온 지 몇 년이 됐다는 뜻인데, 그런데도 아직 병도 못 고치면 어떡해요?”

“저도 혼나려고 질문을 드렸어요. 이번 하반기 정일사할 때도 좀 혼이 나긴 했지만, 그때 반짝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가도 자꾸 새로운 일이 오니까 칭찬을 바라게 돼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계속하다 보니까 이런 마음이 자꾸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그러면 이름을 적어놨다가 법사님더러 한 달에 한 번씩 전화해서 칭찬해 주라고 일러둘게요.” (웃음)

“기다리겠습니다, 스님.” (웃음)

“열심히 활동하다가 생긴 문제니까 괜찮아요. 수행법회니까 제가 이렇게 세게 얘기하는 거예요. 다른 데 가서 이렇게 세게 얘기하면 스님이 이상한 사람 취급 받아요. 그러나 우리는 수행자잖아요. 칭찬받고 싶은 것은 보편적인 인간 심리지만, 그게 지나치면 병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병을 고치는 곳이에요. 그래서 ‘금강경’에서도 늘 ‘베풀고도 베풀었다는 생각을 말아야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게 안 되면 보살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렇게 가르치잖아요. 물론 우리도 잘 안 되지만, 그렇게 되려고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해요. 이걸 합리화하면 안 됩니다. 그런 속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합리화해서는 안 돼요.”

“잘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수행을 하면서 이제는 화가 나도 상대나 상황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화가 나는데 탓할 대상이 없으니 자꾸 화가 나는 제 자신을 미워하게 돼요.
  • 불교대학 꼭지를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일반회원의 자격 조건에 대해 안내를 해야 하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 그중 삼보 수호비를 의무화하면 이를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할 것 같습니다.
  • 자발적으로 책임지는 봉사가 힘드셔서 비 활동 모둠으로 가신 정회원들이 가장 기본인 정기법회의 법문도 듣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께 아무리 법회나 법당 소식을 전달해도 별 반응이 없는데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와 언니 가족과 살고 있습니다. 형부는 이혼을 요구하고 엄마는 치매처럼 행동하고 언니는 불안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고 조카는 저만 따릅니다. 형부는 술 마시고 와서 조카를 데려가려 하고 집 문제로 빚도 생겼습니다. 점점 지쳐갑니다.
  • 저희 법당은 법당 관리를 위한 오프라인 봉사를 책임지고 할 봉사자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활동 모둠의 기준이 다른 법당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6명과 대화를 마치고 합장으로 인사를 한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배추를 뽑아 운문사로 향했습니다.

운문사 특강은 내일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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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노예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눈치 안보고 주인처럼 내 필요에 의해 일하겠습니다.

2020-12-21 22:53:12

최형선

감사합니다.

2020-12-17 07:21:35

최형선

감샇

2020-12-17 07: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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