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1.19 정토대전 회의, 행복학교 3기 관계편 이수 특강
“저보다 시댁을 더 챙기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루 종일 정토대전 편찬을 위해 공동체 법사단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행복학교 3기 관계편 이수자들을 위해 온라인 특강을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오전 8시에 공동체 법사단 중 불교사상서를 담당하기로 한 법사들만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스님은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 이야기를 하며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낮 기온과 밤 기온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네요. 어제 낮 최고 기온이 20도였고, 밤 최저 기온도 19도였다고 해요. 열대 태풍이 형성되려다가 말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람이 따뜻하더라고요. 밤새 돌풍이 불었는데 못 보셨어요?”

“맞습니다. 여름 날씨처럼 훈훈했어요.”

오늘은 연기법에 대해 묘당 법사님이 준비한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마치고 나서 스님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연기법은 깨달음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고, 깨달음의 내용이기도 하다는 것에 대해 스님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스님은 불교사상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연기법을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지가 과제라고 제시하면서 스님의 생각을 들려주었습니다.

불교사상에서 연기법을 어떤 위치에서 바라볼 것인가

“지금까지 불교가 체험되지 않는 이론을 가르쳐 왔다고 볼 수 있어요. 이론 따로 있고, 체험 따로 있고, 제 각각이었던 거죠. 도를 얻었다고 큰소리치면서 생활을 할 때는 화를 내고 욕심을 부리잖아요. 이것은 이론과 체험이 일치가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나를 속인 것이 아니었구나’ 하고 알고 나서 고뇌에서 벗어났다면, 이것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서 고뇌가 사라진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늘 설명하는 내용은 인식상의 오류가 사라지면 고뇌에서 벗어난다는 겁니다. 기계가 고장 나면 삐삐 소리가 울리듯이 인식상의 오류가 발생하면 괴로움이 생기게 되고, 인식 상의 오류가 사라지면 괴로움도 사라지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설명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부처님이 연기법을 깨달았다는 내용은 고뇌가 사라지는 것과는 별개로 따로 설명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거죠.”

“세상이 연관되어 있음을 확연히 알고 있으면 고뇌가 생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세상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요? 세상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고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아요? 인식의 오류를 자각하면 고뇌가 사라지는 것이 맞습니다. 이해를 통해서 오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그런데 세상 만물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과연 자각이 될 수 있을까요?

지식이 깨달음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지식이 관념이 되어서 편견에 많은 영향을 줄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 교회에 가서 기독교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은 것이 오히려 편견이 되어 다른 종교를 이해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하고, 학교에 가서 많은 지식을 쌓은 것이 편견이 되기도 하듯이, 아는 게 병이 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지식을 알게 된 것이 괴로움이 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몰라서 괴로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식을 알아서 괴로움이 된 것은 그것이 편견으로 작용해서 진실을 보는 것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기(緣起)’를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고 기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은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전제를 갖고 있어서 그 전통을 상수로 놓고 자꾸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못할 수가 있거든요. 상수로 놓여 있는 것 자체를 무시해 버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오히려 진실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는 상수로 고정시켜 놓고 생각하니까 설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거든요.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과거로부터 전승되어온 윤리, 도덕, 관습, 습관, 경전, 계율에 의해서 진리는 증명될 수 없다’

진리는 경험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가 직접 확인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정토대전에 기록해 놓으면 아예 기록하지 않은 것보다 못해요. 틀린 내용이 많으면 이 내용도 틀린 내용이구나 금방 알 수 있는데, 다 맞는 내용인데 틀린 내용이 한두 개 끼어 있으면 정말로 틀린 내용인지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치 착한 사람이 나쁜 짓 한두 개 하는 것은 발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과 같아요.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있나’ 하면서 그냥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것처럼 대부분이 합리적인 내용인데 한두 개가 잘못된 내용이 들어가 있으면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어도 이해하는 척하고 그냥 넘어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인식론의 차원에서 설명한 개념이 연기법인지, 깨닫고 난 후 제법의 실상이 연기법인지, 경전 속에 부처님 말씀을 조금 더 찾아보면 좋겠어요. 특히 12연기는 시간적 연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공간적 연기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실제로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시간적 연기입니다. 시간적 연기를 의미하는 ‘무상(無常)’은 그래도 비교적 사람들이 경험하기가 쉬운데, 공간적 연기를 의미하는 ‘무아(無我)’는 체험하기가 어려워요. 그렇다고 무아 없는 무상을 말하게 되면 윤회를 허용하게 되는 결과가 빚어집니다. 고정된 실체가 외형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무아 없이 무상만 갖고는 고뇌에서 벗어나는 해탈을 증득할 수가 없어요.

보통 괴롭다는 것은 마음 작용이라고 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은 생각의 작용이라고 하잖아요. 이해가 되면 마음이 밝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마음은 대부분 무의식에 영향을 주어야 변화한다는 겁니다. 근심 걱정이 없어지면 소화가 잘 되잖아요. 근심 걱정이 있으면 위가 탁 멈춰서 체하게 되고요. 마음의 작용과 무의식, 내분비 기관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행동과 의식, 생각이 연결되어 있듯이요. 물론 마음과 생각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긴 하지만요. 이해가 되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측면도 있어요. 그러나 이해만 갖고는 괴로움의 소멸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이 어제까지는 세상을 자기 것처럼 여기더니 죽으니까 한 줌 재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알게 된다는 것은 그냥 사람은 죽는다고 아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런 경험은 무의식에 영향을 주니까 마음으로 다가온다는 겁니다. 그러면 집착이 놓아지거나 사람이 바뀌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죠. 이런 경험은 단순한 이해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가능한 불교 교리가 경험되고 체험되는 쪽으로 기술되어야지 너무 논리적이고 지식적으로 의미 부여를 해버리면 경험이나 체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 더 연구해 봅시다.”

이 외에도 법사님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공부하면서 든 의문점을 자유롭게 질문했습니다.

  • 무상한 것은 괴로움이다, 경전에 이런 문구가 나오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대승불교에서 공사상을 주장한 역사적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왜 화가 나는가 질문했을 때 어떤 사람은 업식 때문이라고 대답하면서 업식이라는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치고 나니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 준비된 내용이 없어요? 없으면 오늘은 일찍 마칩시다.”

원래는 오후까지 회의를 하기로 했지만, 스님과의 질의응답이 빨리 끝나서 오전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신간 출판을 앞두고 오후 내내 원고 교정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원고 교정 작업을 하다가 저녁 7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행복학교 3기 관계편 이수 특강

오늘은 온라인 행복학교 3기 관계편을 이수한 분들을 위한 특강이 있는 날입니다. 3기 관계편 참가자 540여 명을 비롯한 행복학교 참가자 850여 명이 함께 방송을 시청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행복학교 공부 잘하셨어요? 오늘은 관계편을 마친 분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입니다. 첫 달은 마음 편을 공부하셨고, 둘째 달은 관계 편을 공부하셨고, 이 자리까지 오시느라고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환영합니다.”

스님은 11월 중순에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진 날씨와 폭우에 대한 이야기로 특강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11월 19일이니까 11월 하순에 접어드는 늦가을입니다. 그런데 가을 날씨로는 매우 드물게 태풍이라 할 만큼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북서태평양에서 22개의 태풍이 발생했는데, 이번에 23호 태풍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비가 많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하루 만에 폭우가 지나갔지만 일기예보를 보면 일본에는 3일간 계속된다고 합니다. 바다 수온이 떨어져서 저기압이 태풍이 되지 못하고 태풍이 될 뻔한 폭풍우였다고 합니다.

11월에 이런 폭풍우가 부는 경우는 제 인생에서도 처음인 것 같아요. 게다가 오늘은 아침 최저기온과 낮 최고기온이 거의 같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최저기온이 19도이고 최고기온이 20도였어요. 밤에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훈훈했고, 방문을 열어놓고 자도 될 정도로 공기 자체가 따뜻했습니다. 보통 가을에 비가 오면 추워지는데, 오늘은 여름에 비가 올 때 같았어요.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해도 있고, 가뭄이 심한 해도 있고요. 그런데 올해처럼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해는 몇십 년 사이에 경험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채소 농사가 잘 되지 않았어요.

도시에 살면 날씨가 어떤지 별로 상관 안 하고 사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보면 날씨와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봄이 되면 꽃 피는 순서를 체감할 수 있고요.

저는 요즘 시골에 있는 폐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겨울에 초등학교 교실이 정말 추운 거 아시죠? 바람이 막 숭숭 들어오고 그러잖아요. 말이 실내이지 실외 같은 실내입니다. 어떤 때는 바깥보다 더 추워요. 더군다나 올해는 11월 초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날씨가 굉장히 추웠습니다. 그래서 목탄 난로를 사다가 설치했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 난로 위에 도시락 데워먹던 그런 기억도 납니다.

목탄 난로를 설치하면서 연통을 달았는데, 이렇게 해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지 제대로 설치한다고 했는데도 어제 연통이 무너졌습니다. 자칫 잘못했으면 불이 날 뻔했어요. 난로 설치도 자주 해봐야 안전하게 하는데, 50년 만에 난로를 설치하다 보니 안전하게 한다고 했는데도 좀 문제가 있었나 봐요. 그래서 다시 구멍을 뚫어서 볼트를 조이고 안전하게 설치했습니다.

이렇게 한 번의 실수가 더 안전하게 가는 지름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연통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도 괜찮은 줄 알고 더 큰 화를 자초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연통이 무너짐으로 해서 ‘이게 안전하지 않구나. 더 안전한 조치를 취해야 되겠다’ 이런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여러분의 인생도 실수나 실패가 꼭 나쁜 것이 아닙니다. 실수나 실패는 더 큰 재앙을 미연에 방지해주는 하나님의 선물이고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이어서 온라인 행복학교 3기 관계편을 이수한 분들 중 5명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가족 관계, 직장 관계, 한일 관계 등 여러 가지 관계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은 자신보다 7살 많은 노처녀 시누이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저보다 시댁을 더 챙기는 남편 때문에 힘들어요

“저의 고민은 저보다 나이가 많은 노처녀 시누이와의 갈등입니다. 갈등이 계속 풀리지 않아서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저희 집은 특이하게 양가 부모님 생신이 며칠 차이가 나지 않아서 결혼 6년 동안 양가 부모님 생신을 함께 챙겼습니다. 돈도 아끼고 양가 부모님이 서로 만나게 하자는 취지로 아버님은 아버님끼리, 어머님은 어머님끼리 생신을 해드렸습니다. 양가가 함께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랬습니다.

그때마다 시누이도 당연히 참석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 시누이가 저희 친정아버지를 무시한다든지, 저희 아버지에게 말을 막 한다든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했습니다. 제가 남편과 싸우는 이유도 거의 시댁 일 때문입니다. 시누이는 친구도 만나지 않고 모임도 하지 않고 항상 시부모님과만 지냅니다. 그래서 저희 가정에 더 집착을 많이 합니다. 결혼하고 나서 심하게 싸우면 남편이 집을 나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꼭 시댁에 가 있더라고요. 어머님한테 전화를 받고 저는 지하철 타고 애를 업고 시댁에 가서 남편을 데려오곤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이제는 제가 못 찾아오게 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혼자 사는 시누이 집에 가서 며칠 동안 머물렀더라고요. 그런데 시누이는 그것을 부모님한테 말씀도 안 하고, 자기 남동생을 꽁꽁 감싸주면서 오히려 이혼을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남편은 저와 아이보다 항상 부모님과 시누이를 더 생각하는 것 같아서 이혼 코앞까지도 갔었습니다. 앞으로 양가 부모님이 만날 일도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너무 고민이 됩니다.”

“양가 부모님이 일 년에 한 번씩 만나고 몇 년 있다가 질문자가 이혼을 하는 것이 나아요? 아니면 양가 부모님이 서로 안 만나고 질문자가 이혼을 안 하는 게 나아요?”

“안 만나고 이혼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가 자꾸 갈등의 원인이 된다면,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행사를 취소하면 되죠.”

“행사를 취소하자고 하면 남편이 너무 크게 화를 내요. 대한민국에 이렇게 양가가 모여서 자주 만나고 여행 다니는 집이 몇이나 되냐고 하면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면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가지 시누이는 빠졌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면 되죠.”

“그렇게 얘기해도 엄청 화를 냈어요. 남편은 시누이가 항상 외롭다는 걸 알기 때문에 항상 챙기거든요.”

“시누이가 외로우면 남편하고 시누이하고 둘이서 여행을 가도록 하면 되잖아요. 시누이는 질문자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까요. 남편에게는 누나니까 데려가고 싶지만, 질문자와 시누이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에요. 시부모도 아니고 장인이나 장모도 아니고요. 그러면 질문자도 남동생이나 성질 더러운 여동생이 혹시 있으면 같이 데리고 가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든지요. (웃음)

제일 중요한 것은 남편과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남편에게 이렇게 제안을 해보세요.

‘여보, 내가 보기에 직접 관계없는 분이 참석해서 친정아버님이 불편해 하시니까, 시누이는 빼주는 것이 제일 좋겠다. 누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뭘 해주고 싶다면 당신하고 누나하고 따로 둘이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면 어때? 시누이가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우리 둘 사이에 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까.’

남편이 이 제안도 안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갈등을 하면서도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낫겠는지, 이혼을 하는 것이 낫겠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일 년에 한 번 일어나는 그 일로 인해 이혼하는 것이 낫겠느냐? 일 년에 한 번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사는 것이 낫겠느냐?’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질문자가 시누이의 행동을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걸 갖고 부부 지간에 싸우는 것이 낫겠는지, 아니면 일 년에 한 차례 하는 행사이고 어차피 늘 똑같이 일어나는 얘기인데 그냥 감수하는 것이 낫겠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살펴보니 그래도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낫겠다면 감수를 하면 되고요. 이렇게 순차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제일 쉬운 방법은 시누이가 중간에 끼어서 양가에 화근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돈이 좀 들더라도 양가 부모님 생신을 따로 해드리는 겁니다. 부부지간에는 항상 상대를 함께 고려해야 됩니다. 내 생각대로만 해서는 안 돼요. 우선 양가가 모이는 행사에 시누이가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제안하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가족 행사에 시누이가 참여하는 것이 불편한 게 이혼 사유가 되겠느냐를 살펴보세요. 이혼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면 이혼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정도 갖고는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이혼 사유까지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 일 년에 한 번은 불편을 감수하면 됩니다.

그런데 두 부부가 싸우고 남편이 집 나가고 이런 일이 매년 똑같이 반복된다면, 아예 이에 대해 문제를 삼지 말아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의례히 가면 그렇게 될 것이다’ 하고 미리 알고 가기 때문에 갔다 와서 그 부분에 대해 아예 문제를 안 삼아야 됩니다. 남편이 고집이 있다고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니까 질문자도 고집이 있습니다.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일을 갖고 계속 문제 삼고 있잖아요.

남편을 설득해서 시누이가 행사에 참가하지 않게 하거나, 시누이가 참가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 시누이가 어떻게 행동하든 거기에 대해서 더 이상 관여를 안 해야 돼요. 그 정도는 가정을 깨뜨릴 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지 않아요? 그래도 남편에게 좋은 점이 더 많으니까 질문자가 결혼해서 부부로 같이 살 거 아니에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남편에게 그 정도의 흠이 있는 것 정도는 수용해야죠. 다 떼 버리고 남편의 좋은 면만 내가 가질 수는 없잖아요.”

“맞아요.”

“내가 보기에도 남편이 괜찮은 남자라면, 자기 누나가 볼 때는 자기 남동생이 얼마나 좋아 보이겠어요. 또 시어머니가 볼 때도 자기 아들이 얼마나 좋아 보이겠어요. 여러분들은 결혼을 하면 남편만 데려오려고 하거나, 아내만 데려오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가 볼 때는 남편만 필요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도 필요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도 필요하고, 누나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걸 자꾸 끊으라고 하면, 누나를 끊을 건지, 부인을 끊을 건지 고민이 되잖아요. 그렇게 요청하면 안 돼요. 시어머니든 시누이든 가족들을 다 외면하려면 남편도 같이 포기해야 하고, 남편을 가지려면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다 붙어있으니까 같이 수용해야 된다는 거예요.

사람은 누구나 다 이런 조건에 처하면 집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만약 시누이가 결혼해서 자기 남편이나 가족이 생기면 친정 일에 신경을 안 쓸 겁니다. 그런데 자기 가족이라곤 자기 집안밖에 없으니까, 심리적으로는 남동생이 남편 역할을 하는 거예요. 시어머니도 시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거기에 신경을 쓰지만,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시어머니도 어딘가에 정을 붙일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비록 아들이지만 아들을 남편처럼 의지하고 사는 겁니다. 그게 인간이에요.

그러니 내가 남편을 사랑한다면, 남편의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 좋은 것만 딱 챙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려는 태도잖아요. 질문자의 처지는 이해가 되는데, 인간관계가 그렇게 안 된다는 거예요. 만약 질문자도 제3자가 질문자에게 부모님이나 형제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하면 끊어지겠어요?”

“못 끊죠.”

“결혼을 하면 남편 하나만 딱 데려올 수가 없어요. 남편의 동생, 누나, 부모도 다 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포기하려면 다 포기하고, 가져오려면 다 껴안아야 해요. 이렇게 문제를 살펴야 됩니다. 그러나 시누이는 질문자와 직접적인 관계가 좀 덜하니까, 그 문제는 남편을 설득해 보세요. 남편이 수용하면 다행이고, 수용을 안 하면 그냥 다 안고 가는 수밖에 없어요.”

“네. 앞으로 양가 부모님과 시누이가 같이 만날 때 만약 시누이가 제 아버지에게 약간 무시하는 행동을 하면 저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어떻게 하긴요. 그냥 놔둬야죠. 그게 시누이의 버릇인데요. 나중에 아버지에게 ‘시누이가 조금 예의가 없는데 양해하세요’ 이렇게 양해를 구하든지요. 아버지가 그게 기분 나쁘면 다음부터 모임에 안 나가겠다고 하시겠죠. 아버지가 ‘나는 그 사람 꼴 보기가 싫어서 이제는 모임에 안 나가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면 남편한테 얘기하면 됩니다. ‘아버지는 그런 행사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니까 당신하고 당신 부모와 형제들끼리 모임을 가지세요’ 이렇게 얘기하면 되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남편은 예술가이기 때문에 수입이 거의 없어서 아내인 제가 경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남편이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돌보는데 아이가 애정결핍 증세를 보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좀 힘들어도 이제라도 일을 그만두고 제가 아이를 돌보아야 할까요?
  • 저는 유방암 치료를 마치고 곧 한 기관의 장으로 발령받을 예정입니다. 저와 함께 하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근무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항암 치료를 마치고 오늘 3개월 만에 검사를 받았는데, 재검을 하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암이 재발했을까 봐 두렵습니다.
  • 어릴 적 아버지가 제게 했던 안 좋은 행동을 어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저를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족들에게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 저는 도쿄에 살고 있는 일본인입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인식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교과서에서 식민지 지배를 했다는 사실조차 없애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운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즉문즉설을 마치고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한일 관계를 보는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일본인은 스님의 답변을 듣고 큰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일본인에게 다시 한번 힘을 불어넣어주었습니다.

“한국을 알면 알수록 너무 좋아하게 되고, 아무것도 못 하는 제가 너무 답답했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한 발 한 발 조금씩이라도 평화롭게 미래지향적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질문자의 얘기를 듣고 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일본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을 거예요. ‘아, 일본 사람들이 다 그런 게 아니구나. 저렇게 훌륭하시고 아름다운 분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기 때문에, 이것부터도 질문자가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희망을 갖고 계속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시누이와의 갈등이 고민이었던 질문자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스님 말씀대로 말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가족을 포용하고 베풀면서 지혜롭게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감을 다 듣고 난 다음 스님은 행복학교의 다음 과정인 행복시민 과정에 대해 소개하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제 행복시민이 되기 위해

“오늘로서 행복학교 마음편과 관계편 공부를 모두 마쳤습니다. 여기에서 끝내지 마시고 이런 공부를 심화해나가는 과정을 더 공부해보시기 바랍니다. 심화편은 한 달 과정이 아니고 3개월 과정입니다. 심화편을 공부하면 여러분에게 ‘행복시민’이라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나는 행복한 시민이다’ 이런 뜻이에요. 행복시민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시민의식을 갖는 사람입니다. 자기 마음을 다스려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환경 문제, 평화 문제, 사회정의 문제, 빈부격차, 성차별, 인종차별 등 다양한 문제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천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심화편입니다.

행복시민이 되면 함께 모여서 실천 활동도 하고, 여러분들이 원하면 행복학교 진행자가 될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집니다. 행복학교 진행자가 되려면 행복학교 심화편을 거쳐서 행복시민이 된 후 진행자 교육을 받으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 개인도 행복하고, 우리가 사는 사회도 좀 더 정의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일에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행복시민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정토대전 편찬에 대해 회의한 후 저녁에는 금요 정기법회를 생방송으로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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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행복학교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7-30 23:08:09

이수정

스님 고맙습니다_()_
항상 건강하시길요_()_

2020-11-27 08:44:10

행복

스님 말씀 감사합니다.

2020-11-24 13: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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