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7.26. 온라인 일요명상
“왜 집중을 하는 게 어려울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명상수련을 진행하느라 5일 동안 돌보지 못한 밭을 둘러보며 열무, 호박, 깻잎, 고구마 순을 수확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일요 명상수련을 생방송했습니다.

연일 내리던 비가 다행히 잦아들었습니다. 스님은 예불과 기도를 마치자마자 비와 바람에 쓰러진 상추밭을 정리하고 배추와 고수를 다시 심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열무 잎을 솎아주었습니다. 열무라고 하면 김치로만 생각했던 행자님에게 스님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지금은 연하고 여린 열무 잎이라 김치보다는 나물로 먹기가 더 좋아요.”

먹을 만큼 열무를 솎아내고 긴 비닐하우스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장자리에 심어두었던 파는 통로 쪽으로 쓸린 것들이 많았습니다. 물을 주기 위해 호스를 앞으로 뒤로 끌고 다니는 동안에 가장자리의 파들이 호스에 치였습니다. 스님은 쓰러진 파를 세워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가장자리는 비가 오면 물기가 들어오는 편이라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돼요.”

스님은 비닐하우스 가장자리를 발로 밟아가며 흙을 돋우고, 제멋대로 자란 잡초를 뽑고, 비닐하우스 곳곳을 몸으로 빠르게 훑어 나갔습니다.

이번에는 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들깨가 허리까지 자라고, 고구마 줄기가 가득 자란 데다 잎이 넓은 가지까지 우거져 윗밭은 초록색 물결이 넘실거렸습니다.

스님은 톡톡톡톡 경쾌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깻잎을 땄습니다. 햇빛을 바로 받는 잎 아래의 깻잎들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당기지 않아도 가볍게 딸 수 있었습니다.

“깻잎이 얼굴만 하네요. 잎으로 먹는 것과 들깨 수확용은 품종이 달라서인지 깻잎 크기부터 다르네요.”


깻잎도 그냥 다 같은 것이 아니라 잎을 주로 얻기 위한 것과 들깨를 얻기 위한 것이 있었습니다. 가지고 간 가방이 절반쯤 채워지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깻잎 김치도 담고 충분해요. 이젠 고구마순을 땁시다.”

굵은 순을 골라 따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굵은 순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스님은 잎이 크고 넓은 것을 따라가다 보면 굵은 순을 만나게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딴 것을 한 데 모아서 가지런하게 한 뒤에 낫으로 ‘쓱~’ 하고 한꺼번에 잎을 정리해주었습니다. 요리하는 사람의 번거로움을 줄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가지고 간 가방에 깻잎과 고구마순을 잘 정리해 넣어 어깨에 메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도 스님은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길을 더 깊게 파서 물길도 내주고, 길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잡초도 쳐주었습니다.

벽을 따라 자라고 있는 씀바귀를 쓱싹 낫으로 베어 반찬으로 먹자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햇살이 들고 파란 하늘이 보였습니다.

해가 지고 스님은 저녁 8시 30분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일요명상이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일어난 홍수 피해에 대해 언급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온라인 명상이 시작된 지 16주째, 네 달 가까이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께 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최근 중국과 일본에서 일어난 집중호우를 지켜보며

지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에는 한 달 내내 폭우가 쏟아져서 양쯔강 유역이 범람되는 등 큰 홍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도 남부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홍수 피해가 큽니다. 한국도 지금 장마철이라서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는데, 부산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져서 3명이 사망하는 등 일부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계속되는 장마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장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한국의 피해는 의외로 적었습니다.

여러 학자들이 말하기를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는 기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연을 파괴해서 우리의 삶이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이유로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고 자연에 승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심각한 파괴로 인해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를 경험하면서 ‘우리가 우리 삶의 토대인 자연을 파괴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자연은 더 이상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삶의 토대입니다. ‘어떻게 인간과 자연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를 우린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의 참모습이 ‘연기적 세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존재라는 겁니다.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도 마치 그물처럼 연관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마치 개별 존재들이 한 바구니에 모여 있는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에 대해서든 자연에 대해서든 경쟁해서 내가 이기는 것이 중요한 가치관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서로 연관되어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로 다름이 다양함으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펴시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평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를 푸는 실마리

그런데 오늘날 인류 사회는 나라 사이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며 적대적인 관계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에는 두 번의 세계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것을 반성하고 서로 좋은 관계를 맺어 나가기 위해 UN도 설립했습니다. 그 결과 20세기 후반은 비교적 평화스럽게 보내왔습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더 평화스럽게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류는 새로운 위험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국가 지도자들이 점점 더 국가주의적으로 또는 독선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입니다. 서로 견해가 다른 것을 넘어서서 서로 패를 갈라서 점점 적대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붓다의 가르침은 과거의 가르침이 아니라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계의 많은 난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붓다의 가르침은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평화롭게 유지되도록 하는 데도 큰 지침이 되는 가르침입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오늘 명상을 해보겠습니다.”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질문을 두 개만 받았습니다. 외국인 시청자 두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왜 집중을 하는 게 어려울까요?

“지난번 명상을 할 때 순전히 내 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평화로운 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번 두려움이 밀려와 마치 내 마음이 평화를 경험하기 싫은 것처럼 그 상태를 멈춰버리는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왜 이런 저항이 일어나는지요?”

“봄에 기온이 올라갈 때나 가을에 기온이 떨어질 때를 살펴보면 이 세상의 모든 변화는 일직선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지그재그로 오르고 내리면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도 많지만, 부모님으로부터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물려받은 것도 있습니다. 또 학교나 사회로부터 간접 경험을 한 것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단순히 스쳐 지나간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뇌 속에 총체적으로 다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고정관념이 되기도 하고, 습관이 되기도 하고, 트라우마가 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카르마(Karma)’ 또는 ‘업식(業識)’이라고 말합니다.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거나, 코로 냄새 맡거나, 혀로 맛보거나, 피부에 접촉이 되거나, 머리로 생각하거나, 이렇게 외부와의 접촉이 일어나면 우리의 몸에서는 감각이 일어납니다. 그럴 때 똑같은 것을 보고 똑같은 것을 들어도 각자의 카르마에 따라서 접촉을 한 이후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보자마자 기분이 언짢은 사람도 있고, 기분이 좋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반응은 즉시 일어납니다. 여기서 더 진행이 되면 ‘좋다’, ‘싫다’ 하는 욕구가 일어납니다. 그러면 좋은 것은 갖고 싶고, 싫은 것은 버리고 싶은 행위를 유발하는 ‘의지’가 일어나고 그에 따라 말이나 행동이 나오게 됩니다. 그 결과로 또 그런 행위의 습관이 우리의 뇌에 축적이 됩니다.

부정적인 심리도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일어나게 되는데, 명상은 그걸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습관인 카르마는 우리의 이런 새로운 노력에 대해 저항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물리학에서 뉴턴의 법칙과 같습니다.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 하고, 멈춘 물체는 계속 멈춰 있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을 멈추게 하거나, 멈춘 것을 움직이게 하려면, 힘을 가해야 합니다. 그것처럼 카르마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도 힘을 가해야 됩니다.

첫째, 강력한 힘을 가하거나 또는 꾸준히 힘을 가하거나,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변화가 일어날 때는 일직선상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강력한 힘을 꾸준히 가한다고 하더라도 그 변화가 어떤 때는 갑자기 일어났다가 어떤 때는 다시 후퇴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가 합니다. 변화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것처럼 우리가 명상을 할 때도 어떤 때는 집중이 잘 됐다가 어떤 때는 안 됐다가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잘 됐다가 안 되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과제가 나타난 겁니다. 집중이 잘 안 돼서 어려움을 겪을 때는 마치 계단을 오르는 상태와 같습니다. 집중이 잘 될 때는 계단을 지나 평평한 길을 걷는 상태와 같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집중이 안 되는 것은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올라가는 게 아니라 그다음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백 번, 수천 번 계속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다시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명상을 하는 것은 마치 양파 껍질을 까는 것과 같습니다. 두꺼운 막을 까고 나면 얇은 막이 나타나고, 얇은 막을 까고 나면 다시 두꺼운 막이 나타납니다. 두꺼운 막이 나타났을 때가 집중이 안 될 때이고, 얇은 막이 나타났을 때가 집중이 잘 될 때입니다.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가 잠시 괜찮고, 다시 또 장애가 있다가 또 잠시 괜찮다가, 이렇게 점점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잘 되니, 안 되니 이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꾸준히 해나가면 됩니다.

막상 명상을 할 때는 늘 됐다, 안 됐다 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출발점에서 많이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편안하다고 잘 됐고,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고 안 된 게 아니에요. 장애가 있을 때는 ‘아, 계단을 오르고 있구나’ 알면 되고, 편안할 때는 ‘아, 평평한 길을 걷고 있구나’ 알면 됩니다. 평평한 길을 걸으면 편안해서 좋지만, 거기가 정상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계속 올라가야 되는데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입니다.

이때 편안한 것만을 즐기려고 하면 명상의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그런 편안함을 맛보면서 좋아하지만 계속 편안함이 안 생기니까 ‘여기서 안 되니 다른 데 가서 명상을 해보자’ 하면서 옮깁니다. 다른 데 가서 편안함을 누리다가 또 정체가 되면 또 다른 곳으로 옮깁니다. 이렇게 계속 그 편안함을 향해서 찾아다니다 보면 결국 일종의 명상 중독증 환자가 되는 겁니다. 편안함을 얻기 위해 온갖 스승을 찾아 전 세계로 돌아다니는 일이 발생하는 거죠.

물론 바르게 가르치는 스승을 만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가르침을 따라 본인이 꾸준히 해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집중이 잘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서 너무 어려워하지 마세요.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물러날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계속 명상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나머지 질문 하나에 대해 답을 한 후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자세를 바로 합니다.”

명상 자세를 취하자 죽비 삼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탁, 탁, 탁!

오늘은 30분 간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스님이 다시 말을 건넸습니다.

“해보니 어땠습니까?”

사람들이 명상을 마치고 소감을 올리는 동안 스님은 온라인으로 4박 5일간 진행한 명상수련의 성과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저는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박 5일 동안 온라인 방식으로 명상수련을 진행했습니다. 첫날에는 30분 명상을 하루에 열다섯 번씩 연속으로 했습니다. 다음 날은 35분, 셋째 날부터는 40분으로 명상 시간을 늘렸습니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명상을 하면서 알게 된 자신의 문제점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하고, 가족과 같이 사는 사람들은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에서 가족과 접촉하지 않고 명상을 했어요. 일부 사람들은 펜션 같은 공간을 빌려서 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명상수련을 해보기 전에는 참가자들이 힘들면 누워 버리거나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혼자 집에서 하면서 명상센터에 가서 하듯이 똑같은 규칙으로 명상수련을 했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하루에 두 번만 조금씩 먹고, 일절 말을 하지 않고, 스마트 폰이나 TV도 보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참가자의 70%는 잘하고 30%는 잘 못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온라인으로 총 972명이 참여했는데 그중 90% 정도가 규칙을 비교적 잘 지키면서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이렇게 혼자서도 규칙을 잘 지킨다면 앞으로 굳이 명상센터까지 갈 필요가 없어요. 자기 방을 명상센터라고 생각하고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수련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실시간 채팅창으로 수백 개의 소감이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소감을 하나씩 읽고, 대화하듯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소감이 많이 올라오고 있네요. 하나씩 보겠습니다.”

“명상에 집중이 잘 안 되어서 호흡을 하나, 둘 세면서 하니까 집중이 잘 됐습니다. 그렇게 해도 되나요?
So I couldn't focus so I started counting my breath and helped me focus better. Can I do it this way?”

“안 될 거야 없지만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 숫자를 세는 것도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일체 생각을 놓고 호흡하는 것을 그냥 알아차리기만 해야 합니다.”

“망상에 빠졌다가 호흡에 집중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I went between distractions and breath and back and forth.”

“네, 그건 정상입니다. 집중의 시간을 조금씩 더 길게 늘려 가면 됩니다.”

“열감이 느껴지고 땀도 났습니다.
I felt heat and I was sweaty.”

열감이 느껴졌다는 사람에게는 긴장하고 애쓸수록 오히려 명상이 잘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한가한 마음으로

“방 안이 더워서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덥지도 않은데 땀이 났다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했을 수 있습니다. 잘하려고 애를 쓴 거예요. 긴장하고 애쓸수록 오히려 명상이 더 잘 안 됩니다. 아무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마음을 한가하게 내야 합니다.

그냥 코끝에 관심을 두면 됩니다. 의도적으로 애를 써서 호흡하면 힘이 들어요. 호흡은 늘 나와 함께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 죽지 않는 이상 호흡은 항상 나와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안 두기 때문에 호흡을 느끼지 못하는 겁니다. 관심을 두면 바로 느낄 수 있어요. 호흡을 알아차리기 힘들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호흡을 하기 때문에 힘든 겁니다. 힘이 들면 오래 할 수 없어요.

하루 종일 생활하면서 호흡 때문에 힘들지는 않잖아요. 호흡은 저절로 되기 때문이에요. 그것을 내가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잘 알아차려지지 않는다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산만하다는 얘기예요. 명상을 자꾸 하면 집중력이 오릅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늘 온갖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도 귀는 듣고 있지만,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때는 알아들은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전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누가 말할 때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딱 집중해야 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소감 대신 질문을 올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호흡에 집중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이 올라와서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호흡에 집중할 때 왜 콧구멍에 집중하나요?

‘코끝에 호흡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과 배가 부풀어 오르고 수축하는 것을 같이 인지했습니다. 이렇게 해도 괜찮은지요?’
‘Now as a breath went in and out also felt my abdomen rise and fall is this okay?’

“괜찮은 게 아니라 그렇게 느껴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몸에서 호흡을 가장 알아차리기 쉬운 부위는 배입니다. 가장 알아차리기 어려운 부위는 콧구멍입니다. 배에서 느껴지는 호흡이 더 강하기 때문에 그게 먼저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호흡을 느낀다는 측면에서는 배에서 호흡을 느끼는 것이 쉬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콧구멍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주 미세한 감각을 느끼기 위해서입니다. 명상은 미세한 감각을 느끼는 쪽으로 집중력을 높여가는 것이기 때문에 배에 집중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보통 반가부좌로 앉아서 10분 정도 지나면 사용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호흡이 부드러워집니다. 그때 콧구멍 주위의 감각을 느끼려면 보통의 집중력으로는 잘 감지가 안 돼요. 그렇다고 신경을 쓰고 애를 쓰면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호흡이 부드러워지지 않고 거칠어집니다. 또 생각이 많아지면 호흡도 거칠어집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콧구멍 끝에 오롯이 관심을 두는 상태가 유지되면 호흡이 점점 약해집니다. 호흡이 약해질수록 콧구멍 주위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관심을 더 깊이 둬야 합니다. 그러면 아주 작고 미세한 감각을 느낄 수가 있어요. 그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콧구멍 주위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다른 부위에도 아주 미세하고 작은 감각들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연습돼서 익숙해지면 내가 약간 기분이 나쁘거나, 어떤 욕망이 작게 일어날 때도 아주 미세한 몸의 변화를 금방 자각하게 됩니다. 몸에 열기가 생기거나, 찌릿하거나,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하는 것을 바로 감지하게 되는 거죠. 이렇게 어떤 욕구나 감정이 커지기 전에 미세할 때 알아차리면 그걸 바로 잠재워서 평정심을 유지해 낼 수 있습니다. 화가 나는데도 입 다물고 꾹 참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릅니다. 누구와 상대를 하든, 어떤 상황에 처하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말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거예요. 그렇게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배에서 호흡을 느끼기보다는 콧구멍 끝에서 미세한 호흡을 느끼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답변을 한 후 밤 10시가 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오후부터는 공동체 여름 안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첫날인 내일은 공동체 대중을 대상으로 두북특별위원회 활동 결과를 보고하고 토론하는 공청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 온라인 일요 명상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에서 보기

▲ 영상 보기

전체댓글 48

0/200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1-01-25 00:09:21

김현숙여래심

명상을 가까이 하여 어떤 경계에도 쉬이 휘둘리지 않는 평정심을 키우겠습니다

2020-08-20 21:04:10

신선애

우리 스님은 사랑이 너무 많으십니다
무지한 대중을 깨우치고 이끌어 나가시느라 고생이 많 많으십니다
저절로 숙연해지는 한없는 대중에 대한 사랑
감사드립니다

2020-08-04 17: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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