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5.9. 토요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 제4기 법사교육 입재식
“법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토요 천일결사 기도 생방송을 한 후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해 제4기 법사교육 입재식에 참여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두북 수련원에 불이 켜졌습니다. 조용한 방에 방석을 하나 놓고 수행 법요집을 편 후 스님 혼자서 천일결사 기도를 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5시 정각, 생방송이 시작되자 스님은 먼저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아침 기도 준비 잘하셨습니까? 오늘은 천일 정진을 시작한 지 62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제가 이동을 많이 하니까 공항에서나 호텔에서나 가정집에서나 이런 곳에서 기도를 할 때는 법당에서처럼 법복을 수하고 목탁을 치면서 기도를 못해요. 그럴 때는 저도 여러분들처럼 집에서 기도하듯이 기도를 합니다. 오늘은 그런 상황에서 제가 간단하게 기도하는 방식으로 함께 기도를 해보겠습니다.”

목탁이 없이 오로지 스님의 육성으로만 천일결사 기도를 했습니다.

“지심귀명례 석가모니불...”

정토회에서는 천일결사 기도를 할 때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관음정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스님은 석가모니불 정근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부처님을 찬탄하는 찬불게를 하면서 108배를 모두 마쳤습니다.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 (반배)

명상을 한 후 경전 독송을 했습니다. 이번 백일 동안은 부처님의 입멸을 전후로 일어난 일들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대반열반경을 하루씩 나눠서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사람들이 강을 건너고자
배를 찾아 구하고 뗏목을 찾아 구하며,
또는 대나무 뗏목을 엮고 있는 광경을 보셨는데,
그 의미하는 바를 아시어
다음과 같은 감흥의 시를 노래하셨다.

흐르는 대로 맡겨 두지 아니하고
배나 뗏목을 만드는 동안
얕은 여울을 선택하여 다리를 만들어
건너는 그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네.”

사홍서원으로 기도를 마친 후 스님은 오늘 읽은 경전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대반열반경의 시작은 부처님께서 왕사성 영축산에 계실 때 마가다국의 왕인 아자타사투가 대신을 보내서 ‘제가 밧지족을 공격하려고 하는데 승산이 있겠습니까’ 하고 질문을 하는 내용으로 경전이 시작됩니다.

오늘 경전에 대한 해설

그 중에서 오늘 읽은 부분은 부처님께서 강을 건너시는 대목입니다. 경전을 자세히 읽어보면 부처님이 어떻게 강을 건너가셨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배를 타거나 뗏목을 타고 건너가는데, 아마도 부처님 일행은 돈이 없으니까 배를 태워주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옷을 걷고 걸어서 강을 건너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뒤에 구절을 보면 얕은 여울을 선택하여 건너갔다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살을 거슬러 배를 몰고 가는 것보다는 얕은 여울을 따라 자연스럽게 건너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구절이 나오잖아요.

이 말의 의미는 세상을 거슬러서 너무 억지로 살지 말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순리대로 살라는 뜻입니다. 얕은 곳으로 가면 되지 가로지르려고 뗏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조금 얕은 곳으로 돌아가서 자연스럽게 강을 건너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이 아니냐는 말씀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경전을 읽다 보면 약간 신비한 이야기들이 가끔 나옵니다. 그걸 갖고 ‘사실이다’, ‘거짓말이다’ 이렇게만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전의 내용은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태어나신 분의 이야기를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기록한 겁니다. 500년 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다가 기록이 되었고, 그것도 현대인들이 아니라 옛날 인도에 살던 사람들이 기록한 겁니다. 인도 사람들은 천하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강에 쓰러졌을 때 아사나 나무의 가지를 잡고 강 밖으로 나오셨는데도, 아사나 나무 신이 가지를 드리워서 부처님을 건져내었다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경전의 내용은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아니라 2000년 전, 한국이 아니라 인도 사람들의 사유체계가 반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이 지금의 한국 사람들과는 달랐을 것 입니다. 그래서 경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류 문화사적으로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이 마야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는 표현은 인도의 설화에서 왕족은 신의 옆구리에서 태어난다는 이야기에 기원한 겁니다. 즉, 부처님은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기록한 것이라고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가끔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 있습니다만, 아함경은 전체적으로 대화식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자들은 조금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제가 설명을 드렸습니다.

내 방이 법당이다

앞으로는 5시에 기도를 시작한다고 해서 5시에 일어나면 안 돼요.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방을 깨끗하게 치워놓은 후 5분 전에 마음을 정제하고 앉아서 기도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내 방이 법당이다’

잠잘 때는 그냥 방이지만, 기도할 때는 내 방이 법당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 법당처럼 장식은 하지 않더라도 방이 깔끔해야 합니다.

자리를 반듯하게 펴고 기도를 하면 바로 여기가 법당입니다. 여러분이 마음을 청정히 가지면 여러분이 스님입니다. 마음이 청정한 사람이 기도하는 장소가 절입니다. 그것이 불교입니다.

여기 컵이 있는데, 물을 마실 때는 물잔으로, 커피를 마실 때는 커피잔으로, 차를 마실 때는 찻잔으로 사용하듯이, 자신의 방을 잠을 잘 때는 잠자리로, 회의를 할 때는 회의실로, 기도할 때는 법당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법문을 마치고 곧바로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문경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도로 위를 2시간 30분 달려 문경에 도착했습니다.

제 4기 법사교육 입재식

문경수련원에는 예비 법사 교육을 받는 33명의 행자를 축하하기 위해 전국의 법사님들이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입재식이 열리는 대강당 앞에서 손을 소독하고 체온을 쟀습니다. 참석하는 모든 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10시 30분이 되자 삼귀의, 반야심경으로 제4기 법사교육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대중법사님을 대표하여 향광법사님이 축하인사를 했습니다.

“제가 법사 교육을 받는 중에 묘수법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여러분은 법사 교육 1년을 받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저는 그 말씀이 정말 간절하게 와 닿았어요. 여러분도 그 맛을 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쓰이는 삶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듭 축하드립니다.”

정토회 대표 김은숙님, 행정처장 박종숙님의 축하 인사까지 듣고 법륜스님께 입재법문을 청했습니다. 해외 정토회 소속으로 법사 교육을 받게 된 이정인님과 하일숙님도 유튜브 생방송으로 함께 입재식에 참여했습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법사 교육 입재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법당이 없던 시절에도 가정에서 법회를 열고 정진해오면서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활동을 해오신 분들입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업식이 있다 보니 겉으로 드러난 인격의 모습이 조금 다르고, 지식이나 능력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세속적인 권위를 떠나 불법(佛法)에 귀의해서 오늘까지 꾸준히 정진해왔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모, 남편, 아내, 자식으로 인해 겪는 온갖 장애를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고, 여러 가지 사회적인 유혹도 뿌리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아직도 ‘과연 내가 법사가 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어디에 기준을 두는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을 기준으로 두고 우리 자신을 비교하면 우리 모두는 부족함 투성이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세상 사람들에게 기준을 두면 여러분 모두는 참으로 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오늘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모두 다 법사의 자격을 갖춘 분들입니다.

법사가 될 자격 기준

출가수행자든 재가수행자든 누구나 발심하면 보디사트바가 되는 것처럼, 법사라는 직분도 스님이냐 아니냐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법사로서 발심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즉 자기 마음속에서 이 길을 가겠다는 결단을 내렸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이가 많고 적고, 지식이 많고 적고, 결혼을 했고 안 했고, 집이 부유하고 가난하고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결단을 분명하게 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앞으로 법사 교육이 진행되는 1년 동안 스스로 자기 결단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마치 스님들이 머리를 깎으면서 재물도 버리고 가족 관계도 버리고 자기 결단을 통해 절로 들어가듯이 여러분도 그렇게 마음을 내야합니다. 그래야 일순간에 번뇌가 없어집니다. 그렇지 않고 자기 결단이 부족하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게 됩니다.

가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 남편, 내 아내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남편의 역할을 잠시 하는 것이고, 아내의 역할을 잠시 하는 것이고, 자식의 역할을 잠시 하는 것이고, 부모의 역할을 잠시 하는 거예요. 직장에서도 필요한 역할을 잠시 하는 것일 뿐입니다. 필요한 역할을 할 뿐 거기에 집착이 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법사에 대해서도 자꾸 능력 중심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법사가 되는 데에 있어서 능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행자가 된다는 것은 머리를 깎는 형식보다 자기 결단의 측면에서 이전과는 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입재식을 하는 동안 자기 결단이 탁 되어버리면 가장 좋습니다. 설령 단 번에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1년 동안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건 몰라도 자기 결단은 분명하게 되어야 합니다. 1년이 지나서도 자기 결단이 분명하지 않으면 법사 수계를 받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상가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는 것입니다. 발심행자가 되는 것부터 상가의 구성원에 속하게 되지만, 정토회에서 수행의 꽃은 법사입니다. 법사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별도 아니고 학벌도 아닌 바로 이 길에 대한 분명한 자기 결단입니다. 이 관점만 분명해지면 가정을 갖고 살아도 번뇌가 사라집니다. 살다가 무슨 일이 생겨도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머리가 복잡한 것은 이런 입장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가의 구성원이 되면 어떠한 차별도 없지만 진정으로 상가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자기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늘 지켜져 왔습니다. 출가자가 되기 위해서는 출신 계급도 따지지 않고, 과거에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도 따지지 않지만, 출가에 대한 확고한 자기 결심만은 필수 조건입니다. 대승불교에서는 승려가 되지 않더라도 보디사트바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결단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삶의 자세에 있어서 입장이 분명해야 합니다. 삶의 자세가 분명하지 못하고 재물에 연연하거나 가족에 연연하거나 지위에 연연하거나 욕구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법사 수계를 받기 전에는 그래도 괜찮은데, 법사 수계를 받은 후에도 그런 모습을 보이면 대중이 실망하게 됩니다.

스님들도 다 같은 사람인데 대중들이 왜 스님들을 보고 실망을 하겠습니까? 스님들도 좋은 옷 입고 싶고, 좋은 음식 먹고 싶고, 성적 욕구가 있고,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그런 욕구를 따라가는 것은 ‘사람이 원래 그렇지’ 하고 이해를 해서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지만, 승려가 그런 욕구를 따라가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승려가 되었나’ 하고 비난을 합니다. 왜냐하면 승려가 될 때 사람들은 그가 그러한 욕구를 떠나는 삶을 살겠다는 자기 결단을 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출가수행자처럼 외형을 바꾸지는 않지만 삶의 자세에 있어서는 자기 결단을 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법사, 즉 법의 스승이라는 호칭을 주는 겁니다.

앞으로 교육받는 과정에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올라오더라도 그걸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렇게 선발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법사의 자격이 있다는 의미니까 기꺼이 하는 마음을 내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법사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해서 선발된 거예요. 우리의 판단을 믿고, 물러나는 마음보다는 법사 교육 대상으로 뽑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탁 내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점이 있으니 그 부분은 앞으로의 과제로 삼고 공부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법사교육에 입학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함께 공부해나갑시다.”

입재 법문을 마치고 법사교육에 임하는 행자의식을 진행했습니다. 법륜스님의 안내에 따라 법사교육생들은 절을 올렸습니다.

“시아본사이신 부처님께 삼배드리겠습니다.
현실적 귀의처인 법사단에 삼배 드리겠습니다.
부모님과 가족들께 삼배를 드리며 그동안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이것으로 자연인으로서의 관계는 청산하겠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한 배 한 배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습니다. 행자의식까지 마치고 곧바로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코로나 19의 영향력이 가시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 줄로 앞을 바라보고 조용히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 밥상에는 두북 수련원에서 키운 쌈채소와 밥, 김치가 나왔습니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공양 풍경이 꼭 법사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법사교육을 임하는 분들의 나누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법사교육추천을 받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소임도 가볍게 받았었는데 법사라는 단어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입재법문을 들으며 능력중심으로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행자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결단이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로얄젤리 먹여서 법사로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는데 열심히 먹겠습니다.”

“추천 명단에 오르락내리락했다는 사람이 내 얘기 아닌가. 화내고 짜증 내는 사람 이야기하실 때도 내 얘기 하시는 건가 들으면서 뜨끔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출가하는 마음으로 해보겠습니다.”

“제대로 해보라고 기회를 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제가 꽁하는 게 잘 안 고쳐지는데 1년 동안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서 이 나쁜 성질을 고쳐서 새 사람 되겠습니다.”

“처음 이 곳에 고행상을 모셨던 장면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그때는 제가 이 자리에서 법사 교육에 입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부처님이 가신 길 따라서, 선배 법사님들을 따라서 부족하지만 청정한 수행자, 행복한 수행자가 되어 살겠습니다.”

“저는 계율을 잘 지켜보려고 합니다. 수행자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자기 결단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듣고 그건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끝까지 이 초심으로 잘해보겠습니다.”

“가족이나 도반들이 나를 법사로 인정할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지도법사님께서 될 만한 사람이라서 추천했다고 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오늘 대웅전에 발우를 올리며 저도 모르게 ‘두리번거리지 않고 한곳에 집중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제가 한 말을 잘 지키면서 수계를 받을 때 저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수행정진하겠습니다.”

“아버지에게 제가 법사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참 기뻐해 주셨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도 ‘어머니, 우리 집에도 수행자 한 명 납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어머니가 많이 기뻐하실 것 같아요. 동생은 ‘누나, 네가 무슨 법사고?’라고 했습니다. 부족한 점은 공부거리로 삼아서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제가 살면서 겪은 모든 일들이 저를 수행의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사업이 망하고 자식이 아프고 힘들었던 일들이 지금은 모두 복이 되었습니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면 된다는 말씀 새기면서 가겠습니다.”

“이십 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했듯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다시 질문을 받는 것 같습니다. 수행자로 잘 살면 은혜 갚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행자로 잘 살아보겠습니다.”

“남편에게 법사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하니까 말투부터 고치라고 했어요. 앞으로 말을 곱게 하겠습니다. 앞서 가신 법사님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마음 내서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저는 처음 천일결사 입재식을 가서 이어폰 낀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나도 언젠가 이어폰을 껴보리라 다짐했는데 결국 양쪽 이어폰을 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했던 지난 시간이 한번 정산되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남은 집착까지 내려놓고 수행자의 길을 걸어보겠습니다.”

“저는 깨달음의장이 끝나는 날 이미 출가했다고 생각했어요. 안내자님이 집에 가서 잘 쓰이라고 하신 말이 감동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겠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스님의 정리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가 가장 하수인 사람을 범부중생이라고 합니다. 범부중생은 자기가 화를 내면서도 화를 내는 줄 모르고, 자기를 고집하면서도 고집하는 줄 모르고, 욕심을 내면서도 욕심내는 줄 모릅니다. 한마디로 인생을 막무가내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인연을 잘못 만나면 감옥에 가거나, 혼자서 살아가게 됩니다. 인연을 잘 만나서 부모 덕을 보거나, 남편 덕을 보거나, 아내 덕을 보거나, 친구의 덕을 보게 되더라도, 그들이 내 성격을 잘 봐내 주기 때문에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그들에게 평생 빚지고 살아가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오늘 나는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되었다

이보다 조금 나은 사람은 각오하고 결심하는 사람입니다. ‘화 안 내야지’, ‘욕심 안 부려야지’ 늘 이렇게 각오하고 결심하는데 결과는 잘 안 됩니다. 화를 안 내야지 하고도 화를 벌컥 내고, 욕심 안 부려야지 하고도 벌컥 욕심을 부린 다음 자책을 합니다. 화를 벌컥 내거나 짜증을 낼 때는 남 탓을 하고, 조금 지나서는 또 그런 자기를 탓합니다. 결국 남도 탓하고 자기도 탓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게 살면 본인도 피곤하고 남도 피곤합니다. 소위 노력하는 사람들은 삶을 이렇게 살아갑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은 알아차림을 하는 사람입니다. 각오하고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나면 ‘지금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욕심이 나면 ‘지금 욕심이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계속 알아차리고 알아차려서 남 탓도 하지 않고 자기도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가장 수승한 사람은 입장 정리를 탁 해버린 사람입니다.

‘오늘 나는 출가를 해서 스님이 되었다’

이렇게 입장 정리를 분명하게 하는 겁니다. 입장 정리를 하고 나면 화를 낼 일이 없어져 버립니다. ‘우리 남편이니까’하는 기대와 집착이 있기 때문에 짜증을 내는 것입니다. 짜증을 안 내겠다고 각오를 하고 결심을 해도 이내 곧 무너집니다. 그나마 ‘짜증이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려 보지만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입장 정리 분명하게 하면 아예 짜증이 날 일이 없어져 버립니다.

‘이 사람은 내 남자가 아니다’

이렇게 마음을 탁 먹어버리면 아예 짜증이 날 일이 없어져요. 내 부모도 아니고, 내 남편도 아니고, 내 아내고 아니고, 내 자식도 아니라고 여기면,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내 부모도 아닌데 나를 자식처럼 돌봐주니 고맙고, 내 남편도 아닌데 나를 아내로 생각하고 대해주니 고맙고, 내 아내도 아닌데 나를 남편으로 생각하고 대해주니 고맙고, 내 자식도 아닌데 나를 부모라고 생각하고 대해주니 늘 고맙습니다.

출가수행자라면 마땅히 버려진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래도 그보다는 나은 옷을 입고 있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출가수행자라면 마땅히 걸식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그보다는 나은 음식을 먹으니 고마운 일입니다. 출가수행자라면 나무 밑에서 자야 하는데 설령 선반 위에서 자더라도 그보다는 좋은 곳에서 잠을 자니 고마운 일입니다. 걸어가야 하는데 차를 태워주니 고마운 일입니다. 이렇게 수행자로서 입장 정리를 탁 해버리면 이 세상의 모든 일이 풍요로운 일이고 고마운 일입니다. 화를 낼 일도 없고, 짜증 낼 일도 없고, 슬퍼할 일도 없습니다.

누가 죽었다고 해도 죽음이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일 뿐입니다. 매 초마다 한 명씩 죽어가는 데도 슬픔이 일어나지 않잖아요. 다만 내 부모, 내 자식이 죽었다는 집착 때문에 슬픔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화 낼 일도 없고, 짜증 낼 일도 없고, 슬플 일도 없고, 괴로울 일도 없는데, 과거의 업식 때문에 나도 모르게 화가 벌컥 나거나, 짜증이 일어나거나, 슬픔이 일어나거나, 괴로움에 빠지는 것입니다.

온갖 번뇌가 생기는 이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순간 ‘아, 내가 놓쳤구나’ 하고 돌아오면 됩니다. 꿈속에서 강도한테 쫓기다가도 눈을 번쩍 뜨고 나면 ‘꿈이었네’ 하고 말지 ‘내가 바보같이 꿈속에서 강도한테 쫓겨 다녔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저 ‘꿈을 생시인 줄 착각했구나’ 하고 넘어갈 뿐입니다.

살아가면서 많은 번뇌가 생겨나는 이유는 수행자로서의 입장 정리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입장 정리가 되고 나면 닦을 일도 없습니다. 버럭 화를 내도 잠시 미쳐서 화를 내는 거니까 ‘아, 깜빡 놓쳤습니다’ 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입장 정리가 분명해지면, 화 낼 일도 없고, 짜증 낼 일도 없고, 꽁할 일도 없어집니다. 설령 괴로움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원래 없었는데 일어난 것이니까 꿈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을 꿨다고 후회하진 않잖아요. 여러분도 공부를 수월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입장 정리가 분명하게 되어야 합니다.

‘나는 길 가에 피어난 한 포기 풀과 같다’

이렇게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하고 나면 세상살이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집니다. 그걸 놓치면 화나고 짜증 나고 괴로운 일이 생기지만, 원래 자기가 입장 정리한 쪽으로 돌아가면 그 순간 다시 정리됩니다. 괴로움이 일어난 원인을 찾거나, 나를 알아주거나,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을 보고 있으면 인생이 복잡해야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애쓰고 노력하고 아등바등하면서 사는데, 인생이 그렇게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방법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 입장 정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나는 출가를 했다’

이렇게 입장을 정리하면 이 세상 어디에 있어도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감사함과 풍요로움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이렇게 마음자세를 편안하게 가지세요, 아시겠죠?”

“네.”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법사가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자격을 따지고자 하면 당연히 자격이 안 되죠. (모두 웃음)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나 싶어요. 아직 자격이 안 되니까 이렇게 모아서 교육을 시키는 거죠. 이미 자격을 다 갖추었으면 뭐 하러 1년 동안 교육을 시키겠어요. (모두 박수)

그러니 지금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면 모르면 배우고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면서 나아가면 됩니다. 그냥 일반 대중으로 지낼 때는 안 고쳐도 되는 일도 법사가 되면 대중이 기대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뿐입니다.

법사가 되면 화를 너무 자주 내면 안 된다, 대중과 소통을 잘해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 다들 자기한테 하는 말인지 잘 알아듣는 것 같아서 내심 흐뭇했어요. 한 명 한 명 소감을 들어보니까 누굴 콕 집어서 말하지 않았는데도 누구한테 말하는 건지 자기는 다 아는 것 같았어요. (모두 웃음)

아, 내가 사로잡혔구나

아무리 고치려도 노력해도 잘 안 고쳐지는 건 후회를 하기보다는 ‘아, 내가 사로잡혔구나’ 하고 계속 돌아오면 됩니다. 명상수련을 할 때도 호흡을 놓치면 ‘아 놓쳤구나’ 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되듯이요. ‘왜 안 되지?’ 이런 생각을 자꾸 하면 자꾸 물러나는 마음이 듭니다. 잠시 놓치면 ‘내가 놓쳤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이렇게 연습하면 호흡 알아차리는 것도 그리 힘든 일이 아닙니다.

법사 교육도 너무 어렵게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잘 몰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법사로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것을 배우는 거예요. 불교대학 학생들이 어떤 것을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 기본적인 내용은 배워야 하고, 살다 보면 주위에서 사람들이 아프거나 죽는 일이 생기니까 대중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겁니다. 저도 이렇게 스님으로 살아가니까 주위에서 사람이 죽으면 염불을 해달라고 요청을 합니다. 제가 머리를 기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그런 부탁을 안 할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옷을 입고 스님으로 살아가니까 그런 요청이 들어오는 겁니다. 그러니 그런 역할도 조금은 배워서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관점 정리는 정확하게 하되 마음은 편안히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 됩니다. 내가 부족해서 법사가 되어도 괜찮은지 걱정을 하는 분이 있는데, 법사 교육을 다 받고 나서도 부족하다 싶으면 법사 수계를 안 줄 것이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두 웃음)

대신에 법사 교육은 조금 강도 높게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의 고칠 부분을 확실히 고칠 수 있어요. 평상시에는 지적을 못해 주는데, 법사 교육을 받을 때는 화를 내거나 하면 분명하게 지적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변명거리가 있을 수 있는데 법사 교육 중에는 그럴 수 없으니까 훨씬 고치기가 수월해요. 그리고 법사가 된 다음에도 화를 자주 내면 ‘법사가 그래도 되나?’ 하고 대중의 비판이 따르기 때문에 스스로 고쳐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그래서 그 순간 조금 창피할 순 있지만 자기 발전을 위해서는 법사가 되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법문을 마치고 법사단장 무변심 법사님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안내를 들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1년 내내 수행자적 관점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묘당법사님이 인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환영합니다. 저는 30년 전에 처음 행자생활 1년 하고 바로 수계를 받았습니다. 처음 수계를 받고 주변에서 ‘법사 수준이 안 되는데 왜 시키냐’라고 지도법사님께 문제제기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듣기도 했습니다.(모두 웃음) 지금 돌아보면 수준은 안 되더라도 방향성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드릴 로얄젤리는 없습니다. 스스로 로얄젤리를 만드셔서 여왕벌이 되시기 바랍니다.”(모두 박수)

묘당법사님의 진솔한 나누기에 긴장했던 교육생들의 마음에 봄바람이 부는 듯했습니다. 끝으로 사홍서원과 함께 제4기 법사교육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저녁 예불을 한 후 7시 30분부터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가 열렸습니다.

내일 총무단, 대표단, 법사단이 함께하는 교육 연수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지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법사단은 어떤 내용을 어떤 순서로 발표할지 그 내용에 대해서도 의논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중이 모일 수가 없게 되면서 온라인 방식으로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행법회를 지금 진행하고 있는데, 대중이 궁금해하는 것은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법당이라는 공간이 갖는 효용성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공동체 법사단이 한 달 동안 논의를 하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있었고, 그 내용을 지역 정토회의 총무, 대표들과 의논해 보는 것이 내일 행사의 주된 내용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1인당 10분 내지 5분씩 발표하는 것으로 해서 순서대로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대중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가자는 취지니까 대중의 의견을 잘 들읍시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전국 대의원 회의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겁니다.”

스님은 각 분과를 맡고 있는 법사님들에게 발표 내용 중에 중요한 포인트를 언급해 준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문경 수련원에서 하루 종일 총무단, 대표단, 법사단이 함께 하는 교육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한 후, 곧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해 온라인 일요 명상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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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미연

매일의 일상 생활에서 제 스스로가 달리지는 모습이 되어 저에게 제가 스스로 법사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스스로와 대화하며 알아차리고 고쳐 나가겠습니다.

2020-05-19 20:08:59

김정화

예비 법사님들 추카드립니다...((()))...

2020-05-19 01:36:11

세숫대야

법사자격이 당연히 없으니 교육하는거다
스님이 되었다는 관점을 정확히 가지라는 말씀 새깁니다

2020-05-13 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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