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28 공동체 법사단 수련 6일째
“전쟁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동체 법사단 수련을 시작한 지 6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정진을 마치자마자 아침 일찍 상추를 땄습니다. 오늘 밤에 서울에 올라가면 공동체 대중에게 상추를 나눠주기 위해서입니다.

상추를 따서 싱싱하게 보관을 해둔 후 법사단 수련을 시작하기로 한 8시에 맞춰서 수련원 강당에 들어왔습니다.

“행정처에서 요청이 들어온 행사와 관련해서 먼저 논의를 좀 합시다.”

오전에는 급히 결정해야 할 행사와 관련해 논의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는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5월까지도 대중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세 번에 걸쳐서 400명씩 모여야 하는 정토불교대학 졸업 수련을 어떻게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할지, 스님이 새벽 5시에 하는 천일결사 기도 모습을 생중계로 방송을 해보는 것은 어떨지, 4월 말까지 취소한 깨달음의장과 나눔의장 수련을 5월에도 계속 진행하지 않을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5월 말까지도 숙박을 해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대중이 모이는 강연은 모두 취소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논의가 계속 되는 중에 스님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우리가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정토회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데, 현재 한반도의 평화 문제가 답보 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아직 한반도는 전쟁의 위험이 상존해 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바짝 집중해서 한국, 미국, 북한을 연결해서 이 문제를 풀어내는데 힘을 집중해야 할지, 정토회의 장기적인 비전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집중해야 할지, 지금 망설이고 있어요.

그런데 한반도 평화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그냥 두기에는 늘 마음에 걸리거든요. 전쟁의 위험이 늘 잠복된 상태를 이대로 둘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아무리 발전해도 전쟁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지요. 평화가 정착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발전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늘 순식간에 붕괴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코로나 사태로 대중이 모이는 행사를 할 수가 없으니까 이왕 지 이렇게 된 거 모든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법사단은 앞으로 100일 동안 집중적인 연구와 토론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법사단만 모여서 토론을 할 게 아니라 앞으로는 대중부와 사회활동 부서에서 많은 활동가들도 함께 결합해서 논의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스님의 이야기를 받아서 법사님들도 한 마디씩 자신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정토회를 시작하기 전에 1988년, 1989년에 스님께서 모든 활동을 단절하고 봉암사에 내려 가셔서 부목 생활을 하시면서 정토회의 만일결사를 설계하셨습니다. 그때처럼 지금 상황도 스님께서 먼 미래를 내다보시면서 다음 만일결사를 시작하기 방향 수립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스님께서 아무리 관심을 끊으시려고 해도 끊으실 수가 없을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고,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가와도, 한반도 평화 문제는 스님께서 계속 안고 가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토회의 방향 수립 문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법사님들의 의견을 듣고 스님도 다시 의견을 말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연구해 온 내용을 살펴보니까 우리가 완성해야 할 그림의 10% 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5월 한 달만 더 시간을 가지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법사님들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부처님 입멸 후 대중이 결집을 했듯이 이번 참에 우리도 100일 동안 결집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결코 손실이 아닙니다.”

“깨달음의장을 계속 취소한 상태로 가도 괜찮을까요?”
...

법사님들의 우려와 걱정에 대해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안 해도 세상은 잘 돌아갈 거예요. 수입이 안 들어오는 대신에 지출도 하지 말아 야죠. 전기세며 뭐며 뭐든지 아끼고 절약해서 살아야 해요.

코로나 때문에도 셧다운을 했는데, 정토회의 미래를 위해서 셧다운을 못할 이유는 없죠. 남에 의해서도 셧다운을 하는데 주체적으로 셧다운을 못하겠어요?

코로나 사태 이후에 지금 모든 게 불확실해졌어요. 행사든 모임이든 어떻게 하겠다고 공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행사와 모임이 가능해지면 그때 가서 직전에 공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긴 시간 논의를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스님은 내일 서울로 올라가서 행정처와 대의원회, 사회활동 부서 관계자들과 의논을 해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하고 논의를 일단락 지었습니다.

현안에 대한 논의를 마친 후 준비된 주제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정토대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발표해 보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부터는 ‘불교 의식문화 개편’과 ‘본부 개원 기념법회’를 주제로 논의를 했습니다.

“종교를 넘어서서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전법을 생각했을 때 불교 의식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해 발표해 보겠습니다.”

“본부를 개원하면 100일 동안 개원법회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에 대해 발표해 보겠습니다.”

각 분과별로 발표자들은 이틀 동안 더 보완한 연구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다 보니 벌써 해가 산 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논의를 했는데, 아직 논의할 게 많네요. 제가 오늘 밤에는 서울로 올라가야 해서 9시까지만 더 논의를 합시다.”

저녁 예불을 한 후 7시부터 9시까지 다시 토론을 계속 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해 보겠습니다.”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교과 과정 개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수업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수행, 보시, 봉사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 정토회의 목표이지 않습니까. 이제는 꼭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온라인상에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게 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수련원에 직접 와서 함께 봉사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는 활동을 함께 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완전히 온라인 방식을 통해서만 정토행자를 양성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제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들이 펼쳐졌습니다.
토론을 마칠 무렵 스님이 다시 중간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내어놓은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통적으로 일치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방식에 있어서 조금씩 다르네요.

첫째,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을 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접속해서 동시에 듣게 하자는 방안입니다.
둘째,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것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개인이 자유롭게 듣도록 하고, 마음 나누기만 시간을 정해서 동시에 하는 방안입니다.
셋째, 수업도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듣고, 마음 나누기도 동시에 같이 하지 말고, 본인이 수업을 듣고 실천한 소감을 인터넷에 올리기만 해도 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안이 있다는 걸 감안해서 더 논의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루 종일 토론을 하다 보니 벌써 눈이 감기는 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스님은 밤새 서울로 달려가야 해서 9시를 조금 넘겨서 토론을 모두 끝냈습니다.

“지금 주된 논의는 모든 법회를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을 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온라인 방식으로 법회를 전환했을 때 지역 법당 운영을 어떻게 할지, 소임자들의 역할은 어떻게 조정이 될 것인지, 이런 내용들에 대해 더 연구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내일은 여러분들끼리 더 긴밀한 논의를 해주시고, 저는 서울 갔다가 내일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법사님들은 스님에게 인사를 한 후 미진한 논의를 더 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밤 12시 30분에 서초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북한 전문가 미팅, 수행법회 생방송, 통일특별위원회와 대중부 활동가 미팅, 평화재단 회의 등을 연이어 가진 후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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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회의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9-18 23:01:02

선수연

감사합니다~^^

2020-05-14 13:01:21

실상

미래를 위한 투자의 시간, 자발적인 셧다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스님의 말씀
완젼 공감합니다.

2020-05-02 19: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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