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25 공동체 법사단 수련 3일째
“새 것을 절대 사지 않는 생활이 가능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동체 법사단 수련을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입니다. 총 9개의 주제에 대해 각 분과별로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하고 토론하고 있는데, 이제 조금씩 큰 방향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해가 뜨기 전 스님은 출판팀에서 보내온 원고를 교정한 후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텃밭에 심은 고수에 쫑대가 올라와 있어서 아침 일찍 정리를 한 후 법사단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오전 8시에 수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수 스님이 ‘불사’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과 비전을 발표한 후 전체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중간중간 설계 도면을 펼쳐보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IT기술이 발달하여 온라인 수업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주말마다 대중이 직접 찾아와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체험하는 실현지로서 수련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함을 다시 확인한 후 10시에 토론을 마쳤습니다.

법사님들은 수련 기간 동안에도 하루에 2시간씩 노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농사 울력을 하기 위해 모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돌을 고르고, 거름을 뿌리고, 흙과 섞는 일을 했습니다. 얼마 전 스님은 인터넷에서 밭갈이 농기구인 ‘쟁쇠’를 발견했다며 인터넷 주문을 했었습니다. 주문한 ‘쟁쇠’가 어제 도착해서 오늘 첫 시범을 보였습니다.

쟁쇠를 이용하니 땅이 쉽게 뒤집어지기는 하는데, 속도가 좀 늦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농기구를 다들 재미있어 하며 땅을 갈았습니다.

일기예보에는 오늘 강풍이 분다고 해서 울력을 취소할까 고민도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었습니다. 땅을 갈아엎은 후 비닐을 덮는데, 비닐이 바람에 나부껴 애를 먹었습니다.

법사님들이 밭을 만들고 있는 사이 스님은 밭 주위에 지저분하게 덮여 있는 잡목과 칡넝쿨을 걷어내었습니다. 어지럽게 쓰러져 있는 엄나무는 순을 딸 수 있게 가지를 잘라 주었습니다.

“저는 법사님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죠.”


어제 포클레인으로 한 번 뒤집어 놓은 땅은 두둑을 만들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순식간에 반듯한 두둑을 두 개 더 만든 후 그 위에 비닐 멀칭까지 해서 밭 정비를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잡목과 칡넝쿨을 다 걷어내고 나니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울타리 주변을 정리하다가 스님은 곳곳에서 쑥쑥 올라오고 있는 고사리를 몇 개 꺾었습니다.

법사님들은 스님이 잘라온 엄나무 가지에 붙은 순을 따서 포대에 담은 후 산을 내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산 위에 자리 잡은 생땅이 제법 그럴듯한 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점심 먹을 시간이에요. 이제 일을 마무리하고 내려갑시다.”

두북 수련원에는 주말을 맞이해 봉사자들이 찾아와 JTS 실무자들과 창고 정리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수련원 운동장 한 켠에는 땅을 고르고 야외 샤워 시설을 짓고 있는 봉사자들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이 일하는 곳곳을 직접 찾아가 합장으로 인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수련 중이라 함께 일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일을 하러 온 봉사자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오후 2시부터 다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불사’에 대한 논의를 다 끝내지 못해서 오후에 다시 ‘불사’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공동체 운영’을 주제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문경 수련원 운영위원장인 대광 법사님이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적게 자는 소박한 공동체, 문명 전환의 시기에 맞는 세계적인 공동체 모델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연구해 본 내용들을 발표해 보겠습니다.”

법사님들도 모두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보니 공동체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다들 할 말이 많았습니다.

토론을 마치며 스님은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중요한 사업인 백일출가와 행자대학원의 운영 방향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백일출가와 행자대학원의 교육목표를 조금 더 분명히 하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백일출가를 신청하면 누구나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지원자가 기본 조건을 갖추도록 하면 어떨까 싶어요. 발심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천일결사에 참여해야 지원서를 낼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되듯이, 백일출가도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사람을 그 대상자로 삼는 거죠. 대신 모집인원을 10명 이내의 적은 수로 뽑아서 공부한 대로 생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겁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

백일출가에 들어오면 처음에는 정토불교대학 수업을 배우는 것보다는 생활과 관련해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일하는 것부터 먼저 배워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질서에 맞춘 생활을 할 수 있게 배워야 하고요. 그래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농사 실현지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 일과 수행이 기본 바탕이 되고, 저녁에는 반드시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수행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사실 백일이라는 매우 긴 시간을 내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거예요. 그래서 백일 동안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기보다는 경전 하나를 수행적 관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수행적 관점에서 공부하기에는 그래도 금강경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백일출가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정토불교대학의 교과 과정은 다 배운 상태에서 입방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백일출가를 졸업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정회원이 되는 조건을 갖출 수 있게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행자대학원 3년 과정을 졸업하면 바로 서원행자가 될 수 있게 할 수도 있겠죠. 가령 첫 1년 동안은 농사 실현지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수련을 하는 겁니다. 서울에서 NGO 활동을 경험하는 건 오히려 행자대학원 초기에는 별로 안 좋을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첫 1년 동안은 농사 실현지에서 수행을 배우고, 2년째에는 인도나 필리핀에 가서 JTS의 구호 현장을 체험하는 겁니다. JTS에서 지금까지는 행자대학원 학생들을 활동가로만 여기고 업무를 중심으로 관리했는데, 이제는 교육생으로 훈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에서 6개월, 필리핀에서 6개월, 두 곳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하면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해외에서 1년 정도는 봉사를 해야 그곳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서울에서 NGO 활동을 배우는 게 필요하다면, 해외 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경 수련원에서 한두 달 동안 정비 기간을 거친 다음에 3개월 정도 서울에서 활동해 볼 수 있겠죠.

서울 정토회관에서 실무자들이 사는 모습은 교육생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방만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문경 수련원과 두북 수련원 또는 해외 JTS 사업장에서의 생활은 제한된 공간에 머무르면서 활동을 하는데, 서울에서는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밖에 외출을 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활이 교육생에게는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꼭 나쁜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자기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테스트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행자대학원을 마친 사람들은 정토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 활동가로 배정되기 때문에 그에 맞춰 교육 기간 3년 동안 어떤 일이든 맡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운영하려면 행자대학원 학생이 한두 명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5명 정도는 되어야 학습이 됩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프로그램을 정비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교육적인 측면에서 법사님들의 보다 긴밀한 참여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백일출가 학생들과 행자대학원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도록 놔두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조금 더 결합해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자교육에 대한 실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전반적으로 생활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런 사람이 행자대학원 학생인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거든요. 또 반대로 행자대학원 학생들끼리만 결합을 잘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폐쇄적이고 경직된 모습이 드러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행자대학원 과정 3년은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과거에는 행자교육 3년을 득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겼어요. 행자로 들어와서 3년을 견뎌내면 수행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해서 머리를 깎도록 했습니다. 무조건 절에 들어오면 스님이 되는 게 아니라 그 기간을 잘 견뎌내면 수행자로서 살아갈 힘이 있다고 본 거예요. 도를 얻으러 왔는데 일만 시키니까 집으로 돌아가다가 다시 돌아온 이야기들도 있잖아요. 이렇게 고비를 넘겨야 출가 수행자의 수계를 주는 겁니다.

요즘은 출가한 지 얼마 되었다고 하면 마치 학생이 학교에 입학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졸업하는 것처럼 제도적으로 출가의 길을 걸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의미하지만, 예전에는 행자 생활을 마친 때부터 득도를 한 시기로 봤습니다.

이제는 법사님들이 교육생들과의 결합력을 높이고 수행 지도를 더욱 철저히 해서 백일출가와 행자대학원 참가자들이 자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인도나 필리핀에 있는 JTS 사업장에 가보면 활동가들이 일하기에 급급합니다. 병원을 맡으면 병원을 운영하기에 급급한데, 일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도 자기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해요. 만약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그걸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손이 부족해서 행자대학원 학생이 병원 업무까지 맡아야 했는데, 이제는 실무자들이 다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훈련 삼아 책임을 하나 맡아서 하는 건 괜찮지만, 이제는 활동가가 아닌 교육생으로 훈련을 시키는 것에 더 중점을 두면 좋겠습니다.

공동체 생활 지침에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잔다’는 표현이 있는데, 앞으로는 ‘적게 먹고, 적게 쓰기’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아요. 원래는 ‘의식주를 간소히 하자’라는 뜻으로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잔다’라고 표현했는데, ‘적게 입고’, ‘적게 잔다’라는 표현으로는 그 의미가 분명하게 와 닿는 것 같지가 않아요. ‘적게 쓰자’는 표현이 의식주를 간소히 하자는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 같으니까 앞으로는 ‘적게 먹고 적게 쓰자’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백일출가와 행자대학원에 대한 토론까지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은 공동체 운영과 관련해 조금 파격적인 제안을 한 가지 했습니다.

새 것을 절대 사지 않는 생활이 가능할까요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저를 포함해 공동체 대중 모두가 새 것을 절대 사지 않는 생활이 가능할까요?”

“신발은 새 것을 안 사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우리가 새 것은 절대 사지 않고 살기로 정하면 그때부터는 신발도 재활용해서 쓰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쓰다가 준 신발 중 쓸만한 것을 골라서 깨끗하게 씻은 후 사이즈가 맞는 사람이 다시 사용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사용한 것을 다시 쓰기가 어려운 물품은 안경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웃음)

“속옷도 새 것을 사지 않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속옷은 남이 입던 것이라 하더라도 세탁해서 다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지금까지 우리가 남이 입던 것을 안 받아 봤으니까 그렇지 만약 사람들에게 보시를 받는다면 보시받은 물건을 수선해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헌 양말도 우리가 안 받아서 그렇지 만약 새것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때부터 대중들로부터 헌 양말을 보시받아서 재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면, 그것도 가능할 것 같거든요. 물론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낡은 물건은 재활용하기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은 물건은 대부분 재활용해서 쓰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중이 새 것을 보시하면 어떻게 하나요?”

“새 것은 안 받으면 되죠.”

“공동체에서 새 것은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도 대중들이 때로는 몇 번만 입은 것이라고 하면서 새 것을 보시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경우에는 보시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방침을 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들어온 보시물 중에도 고가(高價)의 물건인데 몇 번 안 썼다고 하면서 준 경우가 있었어요.”

버려진 옷을 입고 살았던 부처님의 출가 정신

“새 것은 사지 않기로 원칙을 정하게 되면, 원칙을 어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이 따로 필요합니다. 새 것을 사지 않는 생활은 환경 운동이기도 하지만, 버려진 옷을 입고 살았던 부처님 당시의 출가 정신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허름하게 지낼 것까지는 없겠지만, 공동체 안에 재봉틀을 두고 간단히 수선해서 입는 정도는 얼마든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스님의 제안에 대해 법사님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었습니다.

“맞아요. 속옷은 직접 만들어 입어도 돼요.” (웃음)

“직접 만들어 입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웃음)

...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헌 물건을 구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갑론을박을 하는 끝에 웃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습니다.

“아난존자와 부처님의 대화에서도 버려진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자세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현실에서는 헌 물건을 구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요?”

“부처님 당시에도 분소의를 구하기 어려워서 멀쩡한 천을 시체를 한 번 쌌다가 입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분소의가 없을 때는 새 옷을 입어도 좋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상황이 불가피하니까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지 그 맥락을 보면 새 옷을 입으라는 말씀은 아니셨거든요. 먹는 것도 원래 걸식이 원칙인데, 특별한 경우에는 공양을 받아도 좋다고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새 것을 사지 않는다는 원칙은 개인 생활에만 적용되는 것인가요?”

“만약 원칙을 정하게 되면, 우리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서는 모두 적용되는 거예요. 앞으로 노트북이나 핸드폰도 중고품만 받아서 사용해야 되는 거예요.”

버려진 물건이 다시 살아나도록 하는 생활

“그런 원칙과 정신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좋은데, 자칫 생활이 너무 경색될 우려가 있을 것 같아요.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쳐서 흘러가지는 않을까요?”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하자는 것은 아니에요. 부처님 당시의 근본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우리의 정신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공동체에서는 새로운 물건을 보시받지 않고 우리부터 모두 중고품을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생활을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입니다.

공동체는 대중의 보시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공동체가 생산한 물품들을 감자 1킬로라도 대중에게 나눠주자는 겁니다. 상추 한 단이라도 대중에게 나눠주는 생활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해나가 보자는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주면 줬지 받지는 않는 원칙을 세우자는 겁니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도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그런 것만 보시를 받아서 사용하는 방침을 세워서 살아보자는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하나의 지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집이나 건물도 새 건물에서는 살지 않는 겁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수리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는 겁니다. 원래 부처님 당시에 수행자들은 노천이나 처마 밑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런 정신을 이어받아서 버려진 장소나 건물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집이나 건물에서는 살지 않기로 해보자는 겁니다. 우리가 헌 집을 수리해서 살고 있는데, 그걸 다른 사람이 와서 보고 ‘우리 집보다 여기가 좋다’라고 하면 그 집을 그 사람에게 주고 우리는 다시 나와야 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이 원칙이 정해지게 되면 불편해할 사람들이 좀 생길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지간히 하기 싫은가 보네요.” (모두 웃음)

여러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망설이는 분도 있고, 좋을 것 같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백일출가에서 환경 교육을 받고 나면 1년 동안 새 물건을 안 사보겠다는 걸 약속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물론 약속을 해도 어쩔 수 없이 사게 되는 물건들이 있는데, 설령 사게 되더라도 과거에 비해서는 소비가 많이 줄어든다고 해요.”

스님은 법사님들이 실행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토론을 마쳤습니다.

“전국에 승려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승복 안 입는 걸 보내달라고 글을 올리면 많은 승려들이 승복을 보내줄 거예요. 부처님 당시에 승복이란 게 아무 작업복이나 주워 입으면 그게 곧 승복이었어요. 버려진 걸 수행자가 입으면 그게 곧 승복이 되는 겁니다.

중고품을 재활용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하나의 운동으로 확대해나가 보자는 거예요. 에코붓다에서 진행했던 쓰레기 제로 운동처럼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하면 그걸 따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겁니다.

우리가 직접 그렇게 살아보면 아무리 안 사려고 해도 안 살 수가 없는 물건들이 나올 거예요. 몇 년에 걸쳐서 실천을 해나가되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검을 해보면 ‘안경이 깨지니까 안경은 안 살 수가 없더라’,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니까 마스크는 안 살 수가 없더라’ 이런 실험 결과들이 나올 거예요.

이런 방식의 삶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를 꺼냈어요. 예전에 정토회를 세우고 나서 초창기에는 ‘우리가 직접 짓지 않고 다른 노동자가 지어준 건물에는 살지 말자’ 하는 원칙을 세운 적도 있었습니다. 그 원칙에 따라 직접 우리가 건물을 한 번 지어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게 하는 건 건축법에 어긋난다고 해서 그만두긴 했지만요.” (모두 웃음)

마지막에 아주 재미있는 주제로 토론을 한 덕분에 잠이 싹 달아났습니다. 오랜만에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 토론 시간이었습니다.

스님은 저녁에는 법사단 수련에 참석하지 않고 농사팀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어제 건강이 좋지 않아 행자님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스님은 어제 마음 나누기 시간에 빠진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하면서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두북 수련원에서는 세면장 한 칸을 남녀 두 칸으로 구분하는 보수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바닥에 타일을 깔아야 하는데 다 중고품이어서 색깔이 가지각색이어서 고민인 행자님의 나누기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타일이 여러 가지 색깔이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좋은 거예요. 타일이 왜 똑같은 하얀색이어야 해요? 이 색깔 저 색깔이 어우러져도 괜찮아요. 다양한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셔야 해요.” (모두 웃음)

마음 나누기 시간에도 스님의 재활용 정신은 계속되었습니다. 다들 크게 웃으며 대화를 마쳤습니다.

내일도 공동체 법사단 수련을 하루 종일 진행됩니다. 저녁에는 온라인 명상수련이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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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진

'적게 먹고 적게 쓰자’ '재활용 정신' 공감지지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3-05-29 10:29:07

김정미

새 것 사지않기
일주일단위로 실천해보고
서로 나누기하면서
수행의 일환으로
지속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모둠에 제안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2020-05-05 09:45:41

평등성

정리하면서 나온 멀쩡한 물건들을 이제는 좀 수고롭더라도 일부러 멀리까지 찾아가서 재활용 상자에 넣게 되었습니다
'새 것을 절대 사지 않는 생활?'
심각하게 한 번 고민해 보겠습니다~ㅎ

2020-05-02 10: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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