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24. 공동체 법사단 수련 2일째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조직”

안녕하세요. 공동체 법사단 수련을 시작한지 2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 개편’, ‘교육/연수/수련’, ‘온라인 사업’을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기도와 공양을 마치고 법사님들은 두북 수련원 곳곳을 청소한 후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스님은 농사일을 잠깐 한 후 오전 8시부터 법사단 수련에 참석했습니다. 먼저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반 개편안에 대한 발표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 대비한 정토불교대학 개편 방안에 대해서 발표하겠습니다. 현대인에게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 혼합 방식을 제안합니다. 혼합 방식의 장점과 단점, 그에 따른 과제와 보완점은 이와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할 경우 법문을 어떻게 준비할지, 학사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에 대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한 분 한 분 돌아가며 의견을 말하고, 쟁점에 대해서는 토론을 했습니다. 가장 쟁점이 되었던 것은 온라인 방식의 도입이었습니다. 온라인 방식의 장점과 기대만큼 우려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이 많지만 핑크빛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불교대학을 찾는 사람은 50대 주부들이 가장 많은데, 집에 온라인 교육을 받을 시설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개인 방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 집에서 밉상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수업이 오히려 집중이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법당에 와서 강의를 듣고 싶다는 요구가 많을 수도 있어요.”

“온라인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집중력 있게 듣게 하려면 법문 영상이 지루하지 않게 많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사이버 대학에서도 수업 영상에 다양한 시각 자료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

2시간이 흘렀습니다. 10시가 되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향했습니다. 때 아닌 4월 꽃샘추위에도 세상은 초록빛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밭으로 향하는 길이 새순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스님이 취로 만든 떡을 참으로 내어주었습니다.

트럭에 퇴비를 싣고 산윗밭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울력은 산윗밭에 들깨를 심기 위해 밭을 만드는 일입니다.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일나누기를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퇴비를 뿌리겠습니다.”
“저는 레이크로 퇴비와 흙을 섞는 일을 할게요.
“저는 삽으로 밭고랑을 만들겠습니다.”

퇴비를 함께 내린 후 2인 1조가 되어 한 고랑씩 맡아 퇴비를 뿌리고, 흙을 골고루 섞어주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힘을 모으니 일사천리로 밭이 만들어져 갔습니다. 혼자 짓는 농사는 때론 힘이 들지만 공동체가 함께 짓는 농사는 그래서 재미가 있습니다.

묘당 법사님은 포크레인을 운전해서 혼자서 밭두둑 두 개를 만들었습니다. 생땅이기 때문에 땅을 깊게 파서 뒤집어 줘야 하는데, 포크레인이 열사람 몫의 일을 해냈습니다.

2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나니 밭의 모양이 제법 반듯해졌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합시다. 남은 건 내일 더 합시다.”

점심을 먹은 후 설거지와 방청소를 하고 다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오후에도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정토행자들의 교육과 연수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정토회의 모든 사업에 온라인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교육과 연수, 온라인 사업이 모두 연결되어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역시 가장 논의가 많이 된 내용은 온라인 시스템의 도입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오프라인 사업이 중심이었고, 오프라인에서 못하는 부분을 온라인으로 도입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사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전제 하에 온라인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부분만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을 굳이 같은 시간에 들어야 하고, 봉사도 굳이 같이 모여서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오프라인에서 인간적인 교감을 통해 해소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직은 오프라인 활동이 갖는 장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처님 가르침도 좋았지만, 도반의 힘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온라인으로 운영할 때 회원들이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온라인 시스템의 도입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아직은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이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미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개인이 집에서 법문을 듣느냐, 법당에 나와서 듣느냐, 편집본으로 듣느냐, 직접 강의로 듣느냐, 그 차이밖에 없습니다. 이미 다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법당 운영을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 정토회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온라인 시스템의 도입으로 낭비적인 요소를 없앨 수 있다면

예를 들어 법당 운영이 온라인으로 모두 전환된다고 합시다. 자기 집에서 두 시간 정도 방해받지 않고 법문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사람은 집에서 들으면 되고, 그런 환경이 안 되는 사람은 공간을 빌려서 같이 모여서 들으면 됩니다. 꼭 법당을 꾸며서 10명이 앉을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5명이라도 앉아서 방해받지 않고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면 되고, 그 사용료는 개인들이 부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됩니다. 이렇게 온라인으로 전환할 때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할지만 더 검토를 하면 될 것 같아요.

가령 작은 공간을 하나 임대해서 그 공간을 모둠별로 계속 돌아가면서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정토회가 작은 법당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일반 사무실과 거의 비슷하게 월세를 내고 있고, 그렇게 비싼 사무실을 비워놓을 때도 많습니다.

가끔 다수가 한꺼번에 모여서 행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넓은 공간을 구입하는 것은 낭비입니다. 이것은 전통사찰에서 1년에 한 번 초파일 행사 때 사용하기 위해서 몇 백 명 들어가는 강당을 지어놓고 1년 내내 안 쓰는 것과 같습니다. 늘 먼지만 쌓여 있다가 행사 때 한번 닦아 쓰는 모습들을 대형 사찰에 가면 자주 보잖아요. 이런 운영 방식은 관리할 수 있는 수입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수입이 없을 때는 전부 관리비 부담을 안게 됩니다.

한 번에 많이 모일 때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넓은 공간을 마련했다가 일상적으로는 거의 활용을 안 해서 노는 공간이 많아지는 것인데, 정토회도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지금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면, 낮에 가 봐도 사무실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을 자주 보거든요. 사실은 이미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들에 대한 관리가 더 잘 되어야 하는데, 사무실도 그렇고 벌써 관리가 잘 안 되는 요소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토회가 다른 단체에 비해서는 비교적 절약을 잘 하는 편인데도 외부 사람들이 봤을 때는 낭비라고 지적하는 부분이 있어요. 밥을 사먹는 것이라든지, 옷을 산다든지, 이렇게 개인이 절약하는 것은 거의 최저 생활수준으로 절약을 하는데, 구조적인 운영에 있어서는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는 겁니다. 가령 불사를 한다든지, 사무실 운영을 한다든지, 이런 부분은 효율적인 운영이 다소 미흡하다는 거예요. 1원은 엄청나게 아끼면서 만원은 낭비하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개개인들이 수행적 차원에서 아끼고 고생하는 것에 비해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 부분에 대해 점검을 하고 개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법륜 스님이 이렇게 전국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해요. 역할분담을 효율적으로 해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동할 때 휴식을 하니까 저한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운전하는 사람들이 힘든 문제는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도 다시 점검이 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조직

정토회가 세상에서 가장 스마트한 조직, 아주 가벼운 조직, 변화에 맞게 현장에 잘 적응하는 조직이 되려면, 혁신적인 안들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코로나 사태처럼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별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내용뿐만 아니라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정토회를 시작한 지 30년 가까이 되었는데, 이제 2차 만일결사를 앞두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우선 정토회를 온라인 시대에 맞게 좀 스마트하게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사회운동도 다시 점검을 해서 많은 부분을 재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필리핀이나 인도에서 하고 있는 JTS사업도 개인이 고생하는 건 수행 차원에서는 참 좋은 일이지만, 그 사업이 꼭 필요한지,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점검을 해봐야 합니다. 요즘같이 코로나 사태로 국제적인 이동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어떻게 사업을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바꿀 것인지, 이런 부분이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또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도 정말 전쟁이 발생할 위기적 상황이 남아 있다거나, 반평화적인 정치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우리가 평화를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아주 낮다면, 지금처럼 이 부분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을 해야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은 큰 원칙 하에서 부분적인 개선만 있었지 근본적인 개선은 없었어요. 그런데 세상이 30년 정도 흐르면서 교통, 통신,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또 앞으로 30년을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요.

다시 미래 30년을 설계하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부분이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고, 또 그것을 촉진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일어났고, 곧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될 텐데, 이런 상황을 다시 고려해서 정토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기계가 개발되니까 옛날처럼 힘쓰던 사람이 꼭 남자여야 될 필요가 없어졌듯이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면 수많은 운전수들이 다 직업을 잃게 될 겁니다. 옛날에는 시장에서 등짐을 지려면 체력이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지게차로 운반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한 기준은 아니거든요. 가게가 많았던 시절에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배송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배달하는 사람들의 수가 급격하게 필요해졌는데, 이것마저도 곧 드론이나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되면 전부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는 게 좋다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는 필요했는데 앞으로는 필요 없어지는 게 많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불교대학 졸업식이나 수계식을 하려면, 불교대학생 5천 명이 들어가는 강당이 필요했는데, 이것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5천 명이 한자리에 모일 필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각 지역에서 10명, 20명, 30명씩 모여서 진행하고, 법문은 온라인으로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큰 강당을 갖고 있으면 그것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 듯이, 정토회도 전국에 작은 법당들을 열게 되면서 유지 관리비가 계속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되면, 가게가 필요 없어지듯이 법당도 필요 없어지게 됩니다. 가게가 없어지는 대신에 큰 물류 창고와 인터넷 주문 시스템이 필요해지는 것처럼, 정토회도 작은 법당이 없어지는 대신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일과 수행의 통일을 체험할 수 있는 실현지가 더 필요해지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총무나 부총무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역할이 바뀌게 되는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필요해지듯이 이제 정토회에서도 온라인으로 시스템을 전환했을 때 사람들이 실제로 수행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질 겁니다. 온라인 강의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참석자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고, 수행은 어떤 식으로 하고, 보시는 어떻게 하고, 이런 것들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을 짜는 것과 같은 겁니다.

지금 우리가 의논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 프로그램으로 짜서 앞으로는 그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면 그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모둠장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겠죠. 이렇게 환경이 바뀌면, 총무의 역할이 법당을 관리하는 것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듯이 이제 법사의 역할도 달라질 겁니다. 그 명칭을 총무라고 할 거냐, 모둠장이라고 할 거냐, 이런 건 부착적인 문제입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의 한계

지금까지는 천일결사자 5천 명이 한 공간에 모여서 오프라인으로 입재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은 엄격하게 말하면 온라인으로 5천 명이 모인 것과 같습니다. 5천 명이 한 자리에 모이긴 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제가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생중계를 5천 명이 보는 것이나 입재식에서 5천 명을 실제로 보는 것이나 한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사람들 간의 친밀함을 경험할 수 있는 기본 단위는 7명 정도가 모인 모둠입니다. 모둠의 모둠까지를 최대로 둘 수 있습니다.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한계치가 모둠이라면, 대가족 정도 되는 단위가 모둠 7개 정도가 모인 법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개의 모둠을 7명으로 구성하면, 7개의 모둠은 약 50명 정도가 됩니다. 이것을 다시 7개의 큰 모둠으로 구성하면 350명 정도의 규모가 됩니다. 이 정도 범위가 법사 한 명이 관장하고 상담할 수 있는 최대치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교감을 해야 효과가 나는 깨달음의장이나 나눔의장 수련의 경우에는 30명 이하로 소수의 인원을 받아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참석자가 30명 이상을 초과할 때는 인간이 가진 인지 능력의 한계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나 오프라인으로 하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현지에서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의 개발

그래서 주말마다 문경 수련원이나 두북 수련원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30명 이상을 초과하면 안 됩니다. 수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오프라인이 갖는 장점이 살려져야 하는데, 30명을 초과하게 되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입니다. 수련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30명 이하의 인원을 받아서 7명씩 조를 나누어서 같이 일하고 수련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둠 활동에 자율성을 더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모둠원들끼리 의논해서 지역 봉사 일감을 정해보라고 하는 겁니다. 모둠원들끼리 서로 의논해서 동네 쓰레기를 줍든지, 캠페인을 하든지, 독거노인 봉사를 가든지, 이렇게 자율에 맡기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거예요. 인도 어린이 돕기 모금 캠페인처럼 일감을 구체적으로 줘도 되지만, 모둠 활동은 아예 주제와 방식마저도 모둠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볼 수도 있습니다.

비록 수련원에 와서 농사나 재활용 유통에 관계된 일을 한다 하더라도 마음나누기는 7명을 넘으면 운영이 어렵습니다. 50명이 한꺼번에 마음나누기를 하면 금방 지루해집니다. 그래도 30명까지는 간단한 소감 나누기 정도는 한꺼번에 할 수 있는데, 그 이상의 인원이 마음나누기를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30명 이상의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제 의미가 별로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많은 인원이 모이더라도 최소 50명 단위로는 법사를 한 명씩 배정한다든지 해서 오프라인에서 만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어떤 구조를 짜야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의 장점을 살려서

스님과 나들이를 가도 한꺼번에 300명이 가게 되면 스님 주위에 있는 몇 명만 스님과 함께 하는 기분이 들지, 나머지는 어차피 그냥 자기들끼리 가면서 귀에 스님의 목소리가 들릴 뿐이거든요. 그냥 심리적으로만 ‘스님과 함께 한다’ 이렇게 느끼는 정도 밖에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문경 수련원이나 두북 수련원과 같은 실현지가 수도권에도 하나 필요합니다. 수도권에서 문경까지 오기에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수도권에서는 꼭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오히려 물류 창고를 하나 크게 지어서 재활용 유통 사업을 주로 하면서 수련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북 수련원은 주로 농사를 짓는 실현지라면, 문경 수련원은 주로 깨달음의장 등 수련을 진행하는 실현지이고, 수도권 쪽에 새로운 실현지를 하나 마련한다면 재활용 유통을 통해 환경 운동을 해나가는 실현지로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으로 할 거냐, 오프라인으로 할 거냐, 이런 것은 핵심이 아닙니다. 각각이 갖는 장점을 살려서 이동을 최소로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해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님의 정리 말씀을 끝으로 오늘 하기로 한 토론을 모두 끝냈습니다. 저녁에는 오늘 토론안 내용을 기초로 분과별로 또는 개인별로 더 연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법사님들 중 일부는 최종 결과물을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스님은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토대로 부족한 것은 인정하고 가자며 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대충 논의를 다 했으니까 이제는 가닥을 좀 잡아야 합니다. 논의가 부족했던 것은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넘어갑시다. 성과가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수렴하고, 남은 과제는 과제로 남기고 가면 돼요. 그래야 4월 30일까지 초안이라도 만들어 볼 수 있어요.

아직 논의 중이니까 여러분들도 명쾌하게 정리가 안 되고 있을 겁니다. 이제는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기초로 해서 각자 자기 수준에서 1안과 2안을 만들어 보세요. 그것을 마지막에 한 번 더 토론해서 초안을 확정하고 이번 수련을 마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스님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일찍 쉬기로 하고, 법사님들은 밤늦게까지 분과별로 토론을 하거나 개인별로 연구 작업을 계속 했습니다.

밤이 깊었지만, 두북 수련원에는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다시 주어지지 않을, 정토회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법사단 수련 3일째를 맞이하여 ‘불사’, ‘공동체’를 주제로 토론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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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앞에 일,미래,계획들...좀 막연하고 답답하지만
다시, 지금여기그리고 나
나를 포함한 주위 모든 분들 화이팅!!!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30 21:40:29

김현숙여래심

영상으로 뵈옵지만 건강상태 염려하고 있습니다
법체 잘 돌보시어 강건하시길...

2020-04-30 16:00:18

선수연

감사합니다~^^

2020-04-30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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