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23 공동체 법사단 수련 1일째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변화를 예견해 본다면"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4박 5일 동안은 지난주에 이어서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진행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 법사단은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마련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수련을 시작하기로 하고, 오전에는 산윗밭에 올라가서 돌 고르기와 두둑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지난번 울력 시간에 밭두둑 하나를 마저 완성을 하지 못했는데, 오늘 드디어 여섯 번째 밭두둑을 깔끔하게 완성했습니다.

스님은 개쑥을 뜯기 위해 경주 남산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왔습니다.

각자 볼 일을 마치고 오후 2시에 공동체 법사단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정토대전’, ‘불교의식 문화 개편’, ‘본부 개원 기념법회’, 이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연구해 온 내용을 발표하고, 이어서 전체가 이 주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논의가 끝날 무렵에는 한 번도 발언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의견을 말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발표를 준비해 온 법사님들은 다른 법사님들의 의견을 한 마디라도 더 수렴하고 싶어 했지만, 시간이 길지 않아 한 사람 당 두 번 내지 세 번 정도밖에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본부 개원 기념법회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개중에는 금요일마다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스님과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보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제안의 목적은 전문가들의 전문 지식을 듣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미래에 대한 스님의 통찰력을 대중이 들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논의를 마칠 무렵 스님에게 피드백을 요청하자 스님은 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전문가를 초청해서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에 대해

“본부 개원 기념 법회에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대담을 나눠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요. 전문가들은 그 분야에서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스님이 사회자가 되어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전문가에게 이것저것 질문해주는 방식의 대담이라면 전문가도 만족할 겁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전문가는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전문가가 과연 스님에게 인공지능에 대해 질문을 한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기술적인 문제라 하더라도 그 기술이 윤리적인 문제나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스님과 대화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제일 잘 알겠지만, 그것이 가져올 사회 변화와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저에게 묻고 싶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전문가들 중에는 저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 할 전문가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법륜 스님이 그 문제에 대해 비전과 예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은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저를 잘 아는 통일문제 전문가 한 분도 어떤 심포지엄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조발제는 법륜 스님이 하면 좋겠다’는 제안에 대해 ‘법륜 스님은 뒤에서 후원만 해주고, 대중이 많이 모이도록 해주기만 하면 되지, 스님은 통일문제 전문가도 아닌데 기조발제까지 하는 건 모양새가 안 좋다’ 이렇게 말했다고 하거든요. 전문가들은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스님이 전문가들과 대담을 하면 좋은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여러분의 기대는 알겠는데, 현실은 다릅니다. 오히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저와 대화를 나누려면 정토행자들 중에 학자나 전문가가 있다면 그런 분들은 가능할 겁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통찰력을 중요시하지 않고 부분적인 지식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스님이 통찰한 내용을 이야기해도 부분적인 지식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역사 강의도 제가 책으로 출판하거나 공개적인 강의를 하지 않는 이유는 소위 역사학자들이 자기가 아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교 교리를 책으로 출판하지 않는 이유도 불교학자들이 부분적인 지식을 갖고 문제 제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적 관점에서 설명해주는 것은 괜찮은데, 교리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문제를 제기할 게 많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불교 교리에 대한 학설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교 안에서도 같은 용어를 다르게 해석하는 내용이 수십 가지입니다. 체험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불교학자들도 할 말이 없는데, 교리와 지식을 중심으로 설명하면 서로 다른 견해가 수없이 많기 때문에 분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래도 불교에 대해서는 제가 승려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 학자이거나 박사 학위를 받은 스님들은 문제 제기를 할 소지가 있습니다. 하물며 세상에 있는 전문가들은 ‘스님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한다’ 하는 정도까지는 동의를 하는데, 생명이나 물질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연을 하게 되면 비전문가가 자신들의 전문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강연을 듣는 것은 가능한데, 그걸 굳이 개원 기념 법회에서 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가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필요할 때 초청해서 강연을 들으면 되니까요.

오연호 기자가 저와 통일에 대해 대담을 하고 ‘새로운 백 년’이라는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오연호 기자가 스님이 안내하는 역사기행에 참가해서 스님이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 와서 스님한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대담을 했습니다. 언론인은 그렇게 할 수가 있는데, 전문가는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런 점을 감안하셔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에 모임을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해가 산 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논의합시다.”

저녁 식사 후 스님은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이 있어 만나러 갔고, 법사님들은 발표 주제별로 삼삼오오 모여서 토론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느라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야근을 하는 법사님들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온라인 수행법회에서 나눈 대화 내용 중에서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를 말한 부분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내일도 하루 종일 공동체 법사단 수련이 계속 진행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 변화를 예견해 본다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모든 경제, 문화, 생활 패턴 등 한 시대의 문화 패러다임이 바뀌는 그 출발선에 저희가 살고 있는 듯합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미래를 예견하시는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지금 우리에게 큰 영향을 줬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바뀐다’ 이렇게 너무 생각하시면 안 돼요. 2014년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충격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만 안전 문제에 유의하다가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었고, 심지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막말도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처음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는 누군가가 그런 막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도 지금은 난리를 피우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다시 기억해보는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를 통해 커다란 사회적 개혁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안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은 맞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면, 그 이후로는 ‘안전’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즉문즉설 강연만 해도 예전에는 청중이 많이 와서 자리가 부족하면 복도에도 앉고, 무대에도 앉았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그렇게 하는 것을 모두 금지시켰습니다.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먼저 확보한 후 그래도 남는 공간이 있으면 앉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런 변화가 오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다 변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변화도 있고, 또 옛날로 돌아가는 것도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여러 가지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지나가면 90%는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겁니다. 그러나 10% 정도는 이번에 받은 충격으로 인해 어떤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게 될 겁니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충격이 내년이나 내후년에 또 재발한다면 문화가 많이 바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 또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온라인 법회가 점점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되는 것은 점진적인 변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큰 충격이 일어나게 되면, 이런 점진적인 변화가 급격하게 앞당겨집니다. 지금까지는 가게에 가서 직접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배달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어요. 배달 인력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고, 일부는 드론이나 무인자동차로 배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사건이 생기면,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점진적 변화를 확 앞당겨버리는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법당이 없어도 활동이 가능해지는 세상

정토회도 지금 그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28년 전에 만일결사를 시작했을 때는 행복을 전하기 위해서 법당을 읍면동까지 내자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시군구까지만 법당을 내고 읍면동은 법당을 낼 필요 없이 주민자치 공간을 활용해서 운영하자고 계획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경험하면서는 시군구까지도 굳이 법당을 안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법당의 주 역할은 대중이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공부할 수 있게 장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정토회를 설립하고 나서 초기에는 불교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정집에 모여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정집은 공간이 좁고 출입하기가 어려워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게 된 거예요. 공간을 마련하고 나서 보니 ‘그래도 불교를 공부하는 곳인데, 불상 사진이라도 하나 붙이자’, ‘방석도 갖다 놓자’ 이렇게 생각이 바뀌면서 법당 관리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엄격하게 보면 이것은 낭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게 되면서 불교대학, 경전반, 수행법회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명상 수련도 온라인으로 진행해 보니까 ‘이것도 괜찮네’ 이런 생각이 들고 있거든요. 물론 오프라인과 비교해서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약간의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이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만 해결이 되면, 앞으로 여러분들이 법당에 오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수행 법회와 불교대학, 경전반을 들어도 되는 겁니다. 각자 집에서 방석 하나 마련해 놓고, 모니터 하나 설치해 놓으면, 법회 시간에 집에서 법문을 들을 수가 있는 거죠. 여기에 모둠별로 모여서 실천 활동까지 해나간다면 굳이 법당이 없어도 활동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그러면 굳이 모둠별 실천 활동으로 법당 청소 같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법당을 관리하는 일 대신 두북 수련원에 가서 농사를 같이 짓거나, 문경 수련원에 가서 깨달음의 장 바라지를 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법당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없고, 지금 있는 법당도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월세도 절약할 수 있겠죠. 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건물을 구하고 싶어도 건물이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이미 지어놓은 건물들이 텅텅 비게 될 거예요. 지금은 각자 자기 차를 갖고 있는데, 무인자동차가 나오면 개인이 갖고 있는 차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질 겁니다. 전화만 하면 문 앞에 무인자동차가 착착 대기하게 되면 개인이 차를 따로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생산입니다. 과잉생산으로 인해서 환경파괴가 엄청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인자동차 시스템이 도입되면, 우리가 쓰는 차량 수를 지금보다 훨씬 줄여도 되고, 주차장도 필요 없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행사를 하려면 주차장을 엄청나게 만들어야 했는데, 길거리에 무인자동차가 돌아다니다가 사람이 오면 태워가는 시스템으로 바뀌면 길거리가 주차장이 되는 셈이니 별도의 주차장이 필요 없게 됩니다.

정토회도 지금 법당을 마련해서 운영하는 방식을 전면 개편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법당을 마련해서 관리를 하려니까 월세, 전기료, 수도료 등 비용도 많이 들고, 청소하고, 방석 깔고, 밥 하고, 영상 틀고, 법당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줄 많은 봉사자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자기 인생살이가 힘들어서 정토회에 왔는데, 거기에 법당을 관리하는 일까지 더해져서 더 힘들어졌다고 난리잖아요. 그런데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꾸게 되면 법당을 관리하는 일이 모두 없어집니다. 대신에 동네에 도움이 필요한 노인 분들을 돕는다든지, 동네에 지저분한 곳을 청소한다든지, 농사를 짓는다든지, 이런 일을 하면 됩니다. 코로나 사태 후에 대부분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사회 곳곳에서는 이렇게 미래에 대한 대비를 많이 하게 될 겁니다.

고립주의적 경향과 성곽 국가의 등장

아직은 어느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대충 예측을 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고립주의적 경향이 나타나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는 ‘글로벌화’라고 해서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서 국제 분업 체계가 확대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면, 부속품 하나는 일본에서 만들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만들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만들고, 조립은 독일에서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스크의 경우, 원단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제작은 한국에서 했는데,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를 자기 나라의 필요에 의해 수출을 모두 막게 되니까, 미국은 마스크가 부족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자기 나라에서 쓸 마스크는 적어도 70%는 자기 나라에서 생산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에 공장을 지었던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들이 앞으로는 거꾸로 공장을 자기 나라로 이전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각 나라마다 자립구조를 가지려고 하는 경향이 점점 커질 겁니다.

식량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량의 70% 이상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위기가 일어나서 다른 나라에서 식량 수출을 다 중단시켜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가 아무리 빌딩이 많고 잘 살아도 식량이 없어서 못 먹는 일이 생기면, 농사짓는 것이 급하게 되고, 적어도 식량의 50%는 국내에서 자급해야 된다는 정책적 변화가 올 것입니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는 이러한 변화를 ‘이제 모든 나라가 성곽 국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배척, 역이민의 확대

둘째, 소수자가 배척당하는 일이 많아질 겁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에 처하니까, 뉴욕이나 유럽에서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중국 사람이나 한국 사람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이민을 온 소수자를 배척하는 일이 한두 번 더 생기면, 상당 부분 역이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 이제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왕래를 했는데, 이런 장거리 이동이 점점 줄어들고 가능하면 국제 교류 활동도 인터넷으로 하게 될 겁니다. 여기에 필요한 IT기술 개발도 빨라질 것입니다.

정토회도 초기에는 국제 전법을 위해서 본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미국에 본부를 두고 각 나라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법을 하면, 그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 가서 전법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40개 언어가 자동으로 통역이 된다거나 지금처럼 온라인상으로 법회를 하게 되면, 굳이 제가 미국으로 갈 필요가 없어집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즉문즉설을 할 때도 통역자가 꼭 제 옆에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온라인 기술을 활용하면, 저는 한국에서 법문을 하고, 통역하는 사람이 저와 통화를 하면서 미국에서 통역을 하고, 그것을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동시에 시청할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 사태는 이런 사회적인 변화를 급격하게 앞당길 것입니다. 지금도 인터넷 뱅킹을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는 인터넷 뱅킹의 사용을 더욱 확대하고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올 거예요. 없던 일이 새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어떤 변화의 조짐이 있었던 것이 속도가 좀 빨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현대문명이 가진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비

이런 현상에 대해 놀라거나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요. 이런 현상을 예측하고 여기에 잘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진이 일어날 때도 전조 현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개미떼가 갑자기 움직인다든지 어떤 동물들이 특이 행동을 하는 등 어떤 징후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 징후가 보이면 대비를 해야 하듯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현대 문명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보았다면 우리는 이에 대해 미리 대비를 하면 됩니다.

선진국이라고 큰소리치던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속수무책인걸 봤지 않습니까. 현대문명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불안정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하나의 징후로 보고, 이런 불안정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책을 하나씩 세워나가면 됩니다. 세상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아야 합니다. 일부는 이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일부는 이런 사태가 반복될 것에 대비한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합니다.”

전체댓글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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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홍

지금 사태의 위험성을 보고 어떤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겠습니다.

2020-05-03 03:42:54

무량덕

스님이 합리적 과학적으로 생활법문하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가끔 경제나 다른 분야는 전문가들과 견해가 다른데 꼭 스님의 통찰력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보긴 어려운 결과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도 중국에서 비롯된 거고 서구는 피해자이고 개인의 자유침해를 건강보다 우선하는 도전창의정신이 아시안보다 더 많다고 봅니다. 장단점이 다 있겠죠.

2020-05-01 09:05:13

금강화

스님 감사합니다

2020-05-01 00: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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