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16. 농사일, 고추 모종 심기
"오늘은 고추 모종을 심는 날"

안녕하세요. 아침에는 날씨가 조금 쌀쌀하더니 햇살이 비치자 곧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했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영상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 영상 보기 : 4분 25초

새벽 정진을 마치고 아침을 먹기 전에 엄나무 순을 잘랐습니다. 김제동 씨도 일찍 일어나 도왔습니다.

아침을 먹은 후 7시에 경주 남산 아래로 갔습니다. 작년에 경주 남산에 갔다가 개쑥을 발견했는데 이미 너무 커서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올해는 더 크게 자라기 전에 개쑥을 캐기 위해 새벽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발품을 판 보람이 있었습니다.

8시에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엄나무순을 땄습니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가시가 옷에 걸렸습니다. 장갑을 꼈는데도 가시에 찔렸습니다.

“아이고, 따가워라.”

리어카에 엄나무순 딴 것을 한가득 실어서 행자님들에게 준 후 다시 스님은 비닐하우스 옆에 있는 엄나무로 이동했습니다.

“이 나무는 논 옆에 있다 보니 아무도 가지치기를 안 해주었나 봐요. 가지가 너무 제멋대로 뻗어 있어요. 정리를 좀 해놓고 갑시다.”

농사일을 도와주러 온 김제동 씨는 스님의 농촌 생활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순이 올라온 가지는 살려두고, 죽은 가지는 이발을 하듯 싹둑 잘라주었습니다.

잠깐 엄나무순을 땄는데 두 포대가 가득 찼습니다. 묘덕 법사님이 스님이 따온 엄나무순을 먹을 수 있게 손질을 해주었습니다.

엄나무순을 따는 걸 끝내고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모종을 심었습니다. 지난 2월에 키우기 시작한 모종들이 2개월 동안 아주 잘 자라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먼저 오이, 애호박,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습니다. 세 종류 모두 열매가 무거워서 줄을 타고 올라가도록 장치를 했습니다. 김제동 씨는 궁금한 것을 스님에게 계속 물었습니다.

“천장에 줄이 내려오도록 해놓은 건 왜 그런 겁니까?”

“토마토는 키가 크게 자라니까 넘어지지 않게 하려고 줄에 묶어두는 거예요. 그냥 집에서 키우는 정도는 작대기 하나 꽂아서 끈으로 묶어두면 돼요. 우리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전문적으로 키우다 보니 이렇게 장치를 해 둔 거예요.”

모종을 심고 나서 김제동 씨는 혹시 본인이 심은 건 제대로 자라지 못할까 봐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스님, 모종이 제대로 못 자라는 게 있다면 그건 제가 심은 걸 겁니다.”

“괜찮아요. 웬만하면 다 잘 자라게 되어 있어요. 풀은 길거리에 던져놓아도 잘 자라잖아요.”

오이, 애호박, 방울토마토 모종을 모두 심은 후 비닐하우스 B동에서 A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B동에는 각종 쌈채소와 감자 등 여러 종류의 채소를 심었지만, A동에는 고추 모종만 심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고추 모종이 왔습니다.”

지난 2개월 동안 모종판에서 자라던 고추모종이 드디어 땅에 자리를 잡는 날입니다. 한 줄에 140주씩 네 개의 줄에 총 560주의 모종을 오늘 다 심기로 했습니다.

제일 먼저 스님이 첫 번째 모종을 심었습니다. 모종삽으로 흙을 파고 모종을 넣은 후 다시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오늘 심어 놓으면 가을까지 계속 자랍니다. 앞으로 고추를 따고, 말리고,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올해는 고추를 수확하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스님은 모종 심는 일을 잠시 멈추고 앉아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작년에는 수확을 해서 정토행자들에게 보시를 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할지 아직 논의 중입니다. 농사를 짓는 행자님들이 최소한 손해는 안 나도록 투자한 만큼이라도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올해는 어떻게 할지 농사를 다 지어보고 결정할 생각이에요.

일단 올해까지는 실험으로 해보는 중이니까 우선 공동체의 자급자족이 우선입니다. 공동체가 자급자족을 하고 나서 남는 것이 있으면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는 그때 가서 의논해보려고 해요. 장기적으로는 정토행자들에게 보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땅도 부족하고, 일할 사람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단 공동체 안에서 먹는 것은 우리가 생산해서 먹자는 취지로 지금 농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 모종 심는 모습을 인터넷 방송으로 보여주면서 예약 주문을 지금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모종을 심을 때 방송으로 주문을 미리 받아서 사람들에게 수확물을 나눠주면 재미있겠네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 판매할 생각은 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어요. 우선 공동체가 자급자족부터 해야 하니까요.”

공동체의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가 자급자족인데, 올해부터는 조금씩 실현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수확하는 시기도 궁금해서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심었으니까 앞으로 두 달 정도 지나서 6월 중순에 풋고추가 나오고, 7월이 넘어가면 빨간 고추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비닐하우스 안이니까 11월까지는 계속 수확이 됩니다.”

모종을 심고 있는데 벌써 모종에 꽃이 핀 것도 있었습니다.

“여기 고추모종에 꽃 핀 것 좀 보세요.”

2박 3일 동안 농사일을 도와준 김제동 씨는 점심때 서울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김제동 씨에게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잘 자랐으면 좋겠다, 내 키보다는 더 크게 자랐으면 좋겠다, 이 마음뿐입니다. 서울 돌아가면 고추를 남기는 것 없이 다 먹을 겁니다.”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여 심었는데도, 오전에 560주의 모종을 다 심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이어서 산윗밭으로 올라가서 공동체 법사님들과 함께 돌 고르기 작업을 했습니다.

“며칠 전 이 밭에 도라지를 심으면서 두둑을 만들고 돌을 다 골라내었는데, 돌들이 밭고랑에 쌓여서 두둑보다 더 높아질 정도가 되었어요. 밭고랑에 쌓인 돌을 모두 골라내도록 하겠습니다.”

스님과 김제동 씨가 밭고랑의 양쪽에 서서 삽으로 돌을 담아 양동이에 부었습니다.

원래 물을 주려고 가져온 양동이 두 개가 돌과 흙을 나르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돌만 담은 양동이는 밭둑에 부었고, 채로 걸러서 고운 흙만 담은 양동이는 바로 옆에 있는 두둑에 부었습니다.


고랑으로 물이 흘러내려갈 수 있게 수로와 만나는 끝부분까지 고랑을 다 팠습니다.

“이제 깨끗하게 되었네요.”

기존에 도라지를 심어 놓은 두 줄 외에 두 줄의 두둑이 또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맨 끝에 있는 밭고랑 하나를 아직 정비를 못했어요. 다음에 울력을 한 번 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일을 잘 마무리 짓고 산을 내려오는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챙겨 온 농사 도구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해서 한 두 개씩 어깨에 둘러메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공동체 법사님들은 회의를 하기 위해 수련원으로 들어갔고, 김제동 씨는 작업복을 벗고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했습니다.

“스님, 덕분에 잘 쉬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김제동 씨에게 고추모종과 방울토마토, 애호박모종을 집에서 키워보라며 몇 개를 선물했습니다. 혼자 사는 김제동 씨는 식구가 늘었다며 기뻐했습니다.

"식구가 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 뒷담장 밭으로 갔습니다. 지난번에 산윗밭에 도라지를 심고 나서 남은 씨앗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행방이 묘연했는데, 어제 가방을 정리하다가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도라지 씨앗과 바가지, 곡괭이를 들고 뒷담장 밭에 도착했습니다. 뿌리기 좋게 도라지 씨앗을 고운 흙과 섞어 놓은 후 곡괭이로 고랑을 한 줄씩 만들었습니다. 총 여섯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고랑을 만들고 보니 돌이 아주 많았습니다. 일일이 돌을 골라낸 후 도라지 씨앗을 뿌렸습니다.


“내일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까 물은 안 줘도 될 것 같아요. 여기서 마무리를 합시다.”

반가운 비 소식에 물을 주지 않고 흙만 덮어준 후 오늘 농사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하루 일을 마친 스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부터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스님이 마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하루도 다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오늘 일해본 소감이 어땠는지, 자기가 한 일, 소감, 알아차림, 내일 할 일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나누기를 하다 보니 1인당 5분씩만 이야기를 해도 1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산윗밭에 올라가서 법사님들과 같이 일했는데요. 일을 할 때 야무지게 일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골을 똑바로 파지 않고 삐딱하게 판다든지, 작업 도구를 제대로 챙겨 오지 않았다든지 해서 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없으면 저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힘이 없으니까 도움을 받아야 하니까요. (모두 웃음)

원래 저는 생강과 도라지 심어 놓은 곳에 물을 주려고 윗밭에 올라갔지 법사님들이 울력하는 걸 도와줄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일하는 걸 보니까 돌을 담는 양동이도 안 가져왔고, 돌을 고르는 채도 안 가져왔고, 도구도 제대로 안 챙겨 왔더라고요. 아마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잘 몰라서 그랬나 봐요. 일일봉사는 돕는 이가 있어서 잘 챙겨주어야 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저도 그 일에 붙은 겁니다. 그래도 물 주려고 가져갔던 양동이 덕분에 돌과 흙을 나르는 게 아주 편리했어요.”

마음 나누기를 마친 후 앞으로 더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함께 정리를 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아침 일찍 소똥을 말리려고 펼쳐놓은 걸 비에 젖지 않게 비닐을 덮어준 후 비닐하우스 안에서 열무와 쌈채소를 수확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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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숫대야

소똥덮기 내일일정이 흥미롭습니다

2020-04-27 18:35:56

정지나

농사란...
내 먹거리에 소중함과 귀함을 알아가는 것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23 20:35:07

박영화

'코로나19'로 새로운 삶의 방향 찾기에 '식량자급자족'도 모색 되어진다면 정토회 친환경농법 유튜버로 공유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들었습니다.(법륜스님 수행적 농법 전수 및 잉여 농산물 유통)농사관련 '스님의 하루' 보면서 많은 힌트 얻습니다. 예를 들어 도라지 씨앗을 흙에 섞어 파종 한다든지 빗물 받아 사용하는 등 농사도 수행 다름아님을 배웁니다._()_

2020-04-22 14: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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