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15 온라인 수행 법회 8주째
“겸손과 비굴의 차이”

안녕하세요. 오늘은 온라인으로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수행법회를 진행한 지 벌써 8주째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 고수와 상추를 뜯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는 김제동 씨와 함께 산윗밭에 올라가서 어제 심던 생강을 마저 심었습니다.

생강을 다 심고 내려오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을 벗고, 세면을 한 후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탁자 위에는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 수달래 꽃과 산철쭉을 병에 담아 올려 두었습니다.

스님의 법문도 봄소식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완연한 봄날이 되어 나무에 새 잎이 돋고 꽃이 피는가 했는데, 어제 아침에는 이곳 남부지방까지 기온이 떨어져서 서리가 내렸습니다. 일찍 심은 모종은 다 냉해를 입어서 농사를 망치게 됐어요. 그래서 어른들이 ‘너무 부지런해도 안 된다. 계절에 맞게끔 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어요.

어제는 김제동 씨가 찾아와서 같이 산윗밭에 올라가서 밭을 일구고 생강을 심었어요. 요즘 생강이 너무 비싸서 조금만 샀더니 밭에 심을 게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생강을 더 사 와서 오늘 아침 일찍 밭에 올라가서 어제 심던 곳에 마저 심었어요. 법회 전에 빨리 일을 마치느라 땀을 좀 흘렸습니다. 여러분 앞에서는 깨끗해야 하니까 씻고 준비해서 이렇게 여러분 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강의하는 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은데, 농사를 짓다가 강연을 하러 갈 때는 약간 가기 싫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강연을 갈 때는 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하는데, 오늘은 여기서 바로 생방송을 하니까 농사일하다가 바로 세수하고 법회 준비를 해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이 많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하나씩 답변을 해나가 보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후 곧바로 질문에 대해 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총 10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 중 2명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겠습니다.

수행을 하니 오히려 내 모습이 못나 보이고 싫습니다

“수행을 하다 보니 제 못난 모습이 더 잘 보여서 화가 더 납니다. 예전에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거나 관계를 끊고 ‘난 괜찮아’ 하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 못난 모습이 더 잘 보여요. 봉사를 하다가 힘이 들 땐 ‘천천히 하거나 여럿이 나눠서 하면 되는구나’ 하고 돌이켜집니다. 그런데 화가 나서 꽁하거나 칭찬 혹은 인정을 바라는 내 모습은 정말 못나보여서 며칠을 끙끙거려요. 돌이켰다 싶었지만 다시 봉사를 계속하려니 그런 마음이 또 일어납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도 똑같습니다. 그런 제가 싫어요.”

“한마디로 ‘꿈 깨라’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웃음)

한마디로 답변을 한 후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질문자는 자기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요. 즉 부처님 다음 가는 사람쯤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기를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자기는 그 수준이 안 되니까 현실의 자기가 미워지고 싫어지는 거예요. 자기 수준이 안 돼서 미워지고 싫어지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자기를 굉장히 위대한 사람인 것처럼 허상을 지어놓고 그걸 자기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현실의 자기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된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꿈 깨라!’라고 하겠습니다. 질문자는 보통 사람이에요.

그래도 질문자는 보통 사람에서 수행자로 방향을 잡았으니까 괜찮은 사람이에요. ‘지난 뒤에 라도 깨우쳤다’고 자기 입으로 얘기했잖아요. 지난 뒤에라도 돌이켜 깨우쳤다는 건 굉장한 일이에요. 이럴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보통 사람은 1년이 지나도 못 깨우치고 꽁 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질문자는 그렇게 꽁 했다가도 금방 돌이키거나 며칠 있다가 깨우쳤다니까 그 정도면 양호합니다.

만약에 부처님이 이런 수준이라면 좀 문제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아직은 부처님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다만 자기를 너무 높이 평가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거꾸로 자기를 비하하는 마음이 생긴 거예요.

질문자는 보통 사람입니다. 자기를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자기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질문자처럼 자기를 비하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생방송 접속자가 계속 늘어다더니 첫번째 질문에 답을 하고 났을 무렵에는 2500명이 접속해 시청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다음 질문자는 겸손한 것과 비굴한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헷갈린다며 질문했습니다.

겸손과 비굴의 차이

“겸손한 것과 비굴한 것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정말 상대방에게 숙이고 겸손했다면 상황이 끝난 뒤에 번뇌가 생기지 않나요?”

“겸손이란 이 세상 모든 사람,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본다는 뜻입니다. 세상에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빨간 색깔도 있고 노란 색깔도 있고, 좀 빨리 가는 것도 있고 천천히 가는 것도 있어요. 이렇게 다 다르지만 세상 만물은 기본적으로 각자 다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다 평등합니다. 얼굴이 검든 희든, 남자든 여자든,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나라 사람이든, 사람은 평등합니다. 이처럼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볼 때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반면에 ‘피부색이 흰 건 좋고 검은 건 나쁘다. 남자는 훌륭하고 여자는 열등하다. 어느 민족은 우등하고, 약소민족은 열등하다’ 이렇게 우열을 두고 보는 데서 교만이 생깁니다.

세상을 평등하게 보면 자기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돈이 많은 사람이든 돈이 적은 사람이든 똑같이 대하게 됩니다. 모두가 평등하니까요. 세상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돈이 적거나,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쉽게 차별합니다. 그런데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보면 누구든 똑같이 대할 뿐이에요. 내가 특별히 겸손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면 저절로 세상 사람들이 이를 두고 ‘겸손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우열이 있다고 잘못 생각하면 누구나 똑같이 대할 수가 없습니다.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은 열등하고, 남자는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고, 나이 많은 사람이 우선이고 나이 적은 사람은 나중이다’ 이렇게 우열이 있다고 사고하는 사람은 자기보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대하면 자연히 마음이 위축됩니다. 우열이 있다고 자기부터가 믿고 있으니까요. 이런 사람을 두고 ‘비굴하다’라고 말해요.

그러나 평등이라는 진실에 기초해서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하면 세상 사람들이 ‘겸손하다’라고 말합니다. 나는 평등하게 대했을 뿐 굳이 겸손하려고 한 게 아니지만, 우열이 있다고 믿는 세상에서 낮은 취급을 받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겸손해 보이는 겁니다. 반대로 우열이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보다 돈이 적거나, 자신보다 키가 작거나, 자신보다 못생겼다고 생각되거나, 자신보다 공부를 적게 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 교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평등한 자세로 높은 사람을 대하면 어떨까요? 특별히 높은 사람이라는 개념 없이 평등하게 대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당당하다’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우열이 있다고 믿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 나보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한테 마음이 위축되기 때문에 ‘비굴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이처럼 우열을 두는 관점, 즉 잘못된 인식체계를 갖고 있으면 교만해지거나 비굴해집니다. 내가 돈에 집착하게 되면 돈 많은 사람에게는 비굴해지고 돈 적은 사람에게는 교만해지겠죠. 높은 지위에 집착하고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지위가 높은 사람 앞에서는 비굴하게 굴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교만하게 구는 거예요.

그러나 평등성에 기초를 두면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사람이나 똑같이 대합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 없이 똑같이 대하니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저 사람 참 당당하다’라고 말해요. 지위가 낮은 사람도 똑같이 대하니까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저 사람 참 겸손하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이처럼 겸손과 비굴은 겉으로 보면 똑같이 고개를 숙이는 것 같지만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겸손은 평등성에 기초해서 나타나는 것이고, 비굴은 차별성에 기초해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의 제자 수행자들아,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
나의 제자 수행자들아, 비굴하지 말고 당당하라.’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직장 상사가 성격이 엄청 급하고 조금만 실수를 해도 답답해하고 짜증을 잘 냅니다. 손님들 앞에서 직원들에게 지적질을 하고 화를 내는데, 이해를 하면서도 상사가 옆에 오면 직원들이 긴장을 합니다. 저는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요?
  • 괜찮은 직장에 다니다가 실직을 했습니다. 새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기술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마음은 급하고, 이전 직장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공부가 잘 안 됩니다. 어떤 자세로 공부를 해야 할까요.?
  • 모둠 활동이 주간반과 저녁반이 따로 이루어집니다. 아직은 형식적인 통합인데 어떻게 해야 주간반과 저녁반을 통합한 취지를 살려가며 모둠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 수행법회에 매주 출석하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 출석 인정되는 온라인 법회를 계속 운영하면 어떨지요?
  • 청소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n번방, 혐오, 불평등, 기후위기 등 여러 문제들에 대해 무기력해질 때가 있는데요. 다음 세대에게 미래의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중국발 코로나사태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지금, 아시안 인종 혐오 범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입니다.
  •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반에 큰 위기가 닥쳤지만, 선거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공약도 없습니다. 아무런 효과 없는 선거 공약을 남발하는 모습을 어떠한 시각으로 봐야 할까요?
  • 통일을 추진할 의사가 별로 없는 정당이 다수석을 차치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과 비록 지금은 세력이 약하지만 올바른 관점을 가진 소수 정당에 대한 소신투표를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을 우선으로 투표를 해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모두 마치자 벌써 생방송을 시작한 지 70분이 지났습니다. 법회를 마치며 스님은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수행자에게 중요한 두 가지

“첫째, 수행자는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 마음관리를 잘해야 해요. 자꾸 남을 탓하는 것은 수행자이기를 포기한 거예요. 나도 모르게 남을 탓했다가도 ‘아차, 나는 수행자이지’ 하고 돌아오는 맛이 있어야 해요. 경계에 끄달려 가면 안 됩니다.

둘째, 수행자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잘 관리하고 자기가 주인 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목마른 자에게는 물 한 컵 떠줄 수 있고, 배고픈 자에게는 밥 한 술 줄 수 있고, 아픈 사람한테는 약을 한 첩 주든지 부축이라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들을 우리가 해나가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되는 일은 개인이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힘을 합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토회원들이 돈을 조금씩 모으고 조금씩 활동해서 인도의 가난한 불가촉천민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병원도 운영하고, 필리핀의 무슬림과 원주민들을 위해서 학교를 지어주고, 북한의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서 식량을 지원하잖아요. 개인의 작은 힘도 이렇게 모으면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남을 돕는 일을 하는데 너무 망설여서는 안 돼요.”

생방송이 끝나자 전국에서는 모둠별로 화상 채팅을 통해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것도 다들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수행법회를 마친 후 김제동 씨를 비롯해 두북 수련원에 머물고 있는 법사님 몇 분과 함께 백운산으로 소풍을 가기로 했습니다.

“제동 씨가 내일 서울 올라가요. 서울 가기 전에 꽃구경 좀 하고 가야죠.”

나물 반찬과 밥을 도시락 통에 가득 담아서 배낭에 넣고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앞장서고, 김제동 씨와 법사님들, 행자님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연둣빛 잎들이 새순을 드러낸 모습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산길을 걷던 중 드디어 연달래를 만났습니다.

“여기 보세요. 이제 연달래가 피었네요!”

연달래를 좋아하는 스님이 가장 먼저 연달래를 발견했습니다. 연달래는 진달래와 달리 색깔이 더 연하고, 꽃잎이 더 두툼하고 큽니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물소리가 참 듣기 좋은 큰 바위 앞에 앉아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각자 가방에 넣어 온 통을 모두 꺼내자 스님이 직접 양푼에 나물과 밥, 된장, 달래장, 고추장을 다 넣어 한꺼번에 섞었습니다.

스님이 만들어준 비빔밥을 모두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는 사이 스님은 김제동 씨에게 나무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나무가 아주 단단해 보이네요.”

김제동 씨는 스님이 지팡이를 만드는 모습을 아주 유심히 지켜보며 배웠습니다. 법사님들은 다래순을 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햇살을 받은 다래순이 연두색 전구를 켠 것처럼 밝게 빛났습니다.

김제동 씨도 다래순을 한 움큼 따와서 보탰습니다.

점심을 먹고 산을 내려와서는 백운산을 차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저 산 위에 올라가면 연달래가 많이 핀 곳이 있어요. 한번 보여줄게요.”

백운산을 한 바퀴 차로 도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아주 높은 지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렸습니다.

“여기가 연달래 군락지인데, 아직 안 피었네요. 지금 막 피는 중이에요.”

아쉽게도 연달래는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이었습니다. 그래도 색깔이 아주 예뻤습니다.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진달래가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산에서 구해 온 지팡이를 더 깔끔하게 다듬어서 김제동 씨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다 함께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다들 피곤해 보이기도 했지만, 스님은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마음 나누기를 매일 챙기고 있습니다.

“자, 그럼 오늘 함께 일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오늘 하루 동안 본인이 알아차린 마음의 상태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김제동 씨도 오늘 하루를 함께 보낸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며칠 이곳에서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여러분들에 대한 존경심입니다.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렇게 못 지낼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한 번 놀러 왔을 때 스님께서 ‘푹 자라’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셔서 기도하고 마당을 쓰시더라고요. 어른이 빗자루로 마당을 쓸고 있는데, 젊은 사람이 누워 있을 수가 없잖아요. (웃음)

이번에도 스님의 하루를 읽다가 스님이 물지게를 지고 가는 모습이 사진으로 올라와서, 그걸 보고 마음이 움직여서 여기 왔거든요. 사실 저는 농사일을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긴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일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별식으로 느끼는 저의 모습이 혹시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까 염려도 되었고요. ‘일은 개처럼 하고 밥은 소처럼 먹는다’ 하는 말이 있는데, 제가 꼭 그런 것 같아 마음에 좀 걸리네요. 내일이면 서울로 가는데, 지금은 수련을 하나 끝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웃음)

생강을 심긴 했는데, 혹시 싹이 안 올라오는 것이 있다면 그건 다 제가 심은 걸 겁니다. (웃음) 덕분에 잘 쉬고 갑니다.”

김제동 씨까지 마음 나누기를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서울에 주로 머물 때는 시골에 올 때마다 진달래와 연달래 꽃구경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아예 시골에 살고 있는데도 꽃구경을 할 시간이 안 나네요. 왜냐하면 매일 농사일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아직 올해는 경주 남산에도 한 번 못 가봤어요.

오늘 산길을 걷지 않고 차를 타고 백운산을 한 바퀴 돈 이유는 법사님들 중에 다리 아픈 사람이 몇 명 있어서 그랬어요. 다 같이 꽃구경을 가려고 하니까 차 타고 가는 것밖에는 계획을 못 세우겠더라고요. 그래도 꽃구경을 해서 좋았죠?”

“네.”

“다들 피곤한데 늦게까지 나누기를 하게 해서 죄송해요.” (웃음)

마음 나누기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TV와 뉴스에서는 4.15 총선이 끝나고 출구 조사 결과와 함께 개표 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선거 결과가 궁금한 몇몇은 뉴스를 봤고, 나머지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전체댓글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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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각자에 일상은 다 각자에 몫이다
그 몫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 또한
각자에 과로 돌아 올것이다
나에 오늘은 움추리고 눈치보구 기대하고...
계속되고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봅니다
있는 그대로에 나를 보며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23 15:30:57

조은희

오늘 스님 얼굴을 뵈니
정말 부처님의 상호시네요~~^^()
예전의 모습보다 정말 더 자비로와 보이세요
게으른 마음을 다시 추스려 봅니다.()

2020-04-22 22:07:30

Seokjae

비굴과 겸손의 차이는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느냐의 문제군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2020-04-22 08: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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