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4.14 김제동씨와 함께 농사일
"제동씨, 거기에 줄이 비뚤어졌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했습니다. 어제저녁에 김제동 씨가 농사일을 도와주러 왔습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 김제동 씨를 위해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농사일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해 주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행자님들이 밭에 도착하자 김제동 씨와 함께 산윗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먼저 스님이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설명했습니다.

“삽으로 흙을 파서 두둑을 먼저 만듭시다. 두둑을 다 만들면 돌을 먼저 골라내고, 그 위에 거름을 뿌려서 섞을 겁니다. 삽질 하기는 쉬울 거예요. 원래 여기는 생땅이었는데, 며칠 전에 포클레인으로 땅을 한 번 뒤집었거든요. 그래도 힘이 많이 들 거예요. 천천히 해봅시다.”

“네!”

김제동 씨가 우렁차게 대답하며 삽질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한쪽 고랑을 파고, 김제동 씨가 반대쪽 고랑을 팠습니다.

“완전히 여름 날씨네요. 진짜 더워요.”

햇살이 뜨거워서 삽질을 몇 번만 해도 땀이 흘렀습니다.

김제동 씨는 스님이 가르쳐준 대로 삽질만 묵묵히 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반대편에서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동씨, 거기에 줄이 비뚤어졌어요.”

열심히 삽질을 했지만 가끔 줄이 삐뚤어져서 그때마다 스님이 줄을 곧게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스님과 김제동 씨가 한참 동안 삽질을 한 결과 제법 반듯한 두둑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이고, 힘들다. 좀 쉬었다 합시다.”

참을 먹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쇠스랑으로 돌을 다 골라내야 해요. 그래서 두둑을 평평하게 좀 만들어주세요.”

워낙 돌이 많은 땅이라 쇠스랑으로 몇 번 긁어내니 돌이 가득 나왔습니다. 긁어낸 돌은 모두 모아서 울타리를 받칠 수 있게 쌓아 두었습니다.

“다음은 거름을 뿌립시다. 바가지를 안 챙겨 왔네요. 그냥 삽으로 이렇게 흔들면서 뿌려 주세요.”

거름을 뿌리고 나서 다시 쇠스랑으로 땅과 거름을 섞어 주었습니다. 거름을 뿌리면서 김제동 씨는 집에서 키우는 개 생각이 난다고 하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집 개가 여기서 똥을 누면 거름이 될 텐데요.” (웃음)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지만, 밭에 있으면 거름이 된다는 스님의 법문이 생각났습니다. 거름을 주고 두둑을 평평하게 만들어 놓고 보니 꽤 넓은 밭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땀 흘린 보람이 있어요. 밭이 진짜 커졌어요!”

스님은 땀을 닦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여기 사면에는 작은 두둑을 만들어서 옥수수를 심읍시다.”

스님이 빈 공간을 그냥 둘 리가 없었습니다. 사면에 조금 공간이 생겨서 작은 두둑을 만들고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닐을 덮어주었습니다. 남은 비닐을 재활용하다 보니 밭의 길이에 딱 맞지가 않았습니다. 차를 주차하기 위해 잠시 거둬둔 비닐을 뜯어와서 중간중간에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겨우 비닐을 다 덮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생강을 심읍시다. 큰 고랑에는 네 줄을 심고, 중간 고랑에는 세 줄을 심으면 되겠네요.”

밭고랑의 크기에 맞게 생강을 심었습니다.

생강을 다 심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물을 주는 일만 남았는데, 점심 먹고 나서 오후에 물을 주기로 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오후에 작업을 시작할 때는 호스와 양동이, 물뿌리개를 들고 산을 올랐습니다. 호스를 멘 김제동 씨의 모습이 마치 소방관 같았습니다.

밭에서 다시 일나누기를 했습니다. 바가지로 퍼서 물을 주기도 하고, 물뿌리개로 물을 주기도 하고, 호스로 직접 물을 주기도 하면서, 전체 밭에 물을 골고루 주었습니다.

“흙을 덮고 나서 물을 주니까 물이 속으로 안 들어가요. 물을 주고 난 후에 흙을 덮읍시다.”

지난주에 물 공급 문제를 다 해결해 놓은 상황이어서 밸브를 열기만 하니 호스에서 물이 잘 나왔습니다. 특히 아랫 밭에는 낙차가 커서 물이 아주 세게 나와서 순식간에 양동이에 물이 채워졌습니다.



“수고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생강이 다 떨어져서 생강을 더 사오면 내일 아침에 마저 심읍시다.”

일을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김제동 씨와 행자님이 가져온 도구를 챙겨서 내려가는 사이에 스님은 밭 주위에 있는 두릅을 땄습니다.

산을 내려온 스님은 어제 비닐하우스에서 딴 열무로 김치를 담그었다면서 열무김치 한 통을 행자님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 8시 30분부터는 다 함께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농사 팀장인 스님이 마음 나누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일해 본 소감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오늘 일하면서 알아차린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음 나누기에 참석한 김제동 씨도 오늘 일해 본 소감을 말했습니다.

“오늘 스님과 같이 밭고랑을 만들었는데, 제가 삽질한 곳은 계속 줄이 삐뚠 거예요. 열심히 삽질은 하는데, 줄이 삐뚤어지니까 눈치는 보이고... (웃음)

예전에 막일 했을 때 십장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만 했거든요. 오늘도 그냥 스님이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일했어요. 예전에 이 마을에 왔을 때 밭에서 일하는 어르신에게 ‘이게 뭡니까’ 하고 물으니까 제 눈을 째려보시면서 ‘콩!’ 그러셨거든요. 그때 ‘저 어르신의 눈에는 제가 얼마나 인간 같지 않아 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내 입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최소한 알아야 인간인데... 내가 그동안 인간답게 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낫으로 두릅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연 속에 그냥 떨어져도 살 수 있는 생존력을 좀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오늘 하루는 일하고 먹고 똥 눈 것 밖에 없네요. 외국인 노동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모두 웃음)

재미있는 마음 나누기에 모두 웃음바다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오늘 함께 일한 소감을 말했습니다.

“오늘은 김제동 씨랑 같이 산윗밭에 가서 생강을 심었는데요. 두둑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서 처음에는 약간 부담이 되었어요. ‘삽으로 이리저리 흙을 부어서 두둑을 만들려면 좀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드니까 좀 갑갑했습니다. 다행히 제동 씨가 삽질을 잘하니까 마무리까지 잘했어요.

비닐이 좀 부족해서, 차를 세우려고 비닐을 거둬둔 부분을 잘라 와서 중간중간에 이어 붙여서 비닐을 겨우 다 씌웠어요. 저는 원래 주워 와서 잘 쓰니까요. (웃음)

어쨌든 땅 모양을 활용해서 큰 고랑 하나, 중간 고랑 하나, 작은 고랑 하나, 세 개의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오후에는 생강을 심고, 물을 주었어요. 호스를 연결해서 아래 밭으로 내려오니까 낙차가 생겨서 물이 아주 잘 나왔어요. 그래서 편하게 물을 잘 주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행자님이 엄나무순을 많이 따왔길래 보니까 낮에 따서 다 시들어 있었어요. 여러분도 꼭 명심하셔야 하는 게, 채소는 항상 새벽이나 아침에 따야 싱싱해요. 낮에 따면 금방 시들어 버립니다. 만약 내일 아침에 채소를 딴다면 전날 저녁에는 물을 줘서 밤새 싱싱하게 해 놓은 다음에 아침에 따야 해요. 엄나무순을 딴다고 저한테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이렇게 착오가 생기는 이유는 작은 일이라고 서로 공유를 안 하고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잘한다고 한 행동이 서로 공유를 안 하면 상대방은 원하지 않는 일일 수가 있거든요. 서로 공유를 어떻게 잘한 것인가에 대해 돌아봄이 있었습니다.”

마음 나누기를 다 마치고 나니 밤 10시가 다 되었습니다.

“잘 주무시고 내일 봅시다.”

내일은 온라인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수행법회를 하기 전에는 산윗밭에 올라가서 생강을 심고, 법회를 마치고 나서는 김제동 씨와 함께 마을 뒤 백운산을 산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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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서 부터
나를 살피고 살피는 출발 점이 되어봅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2020-04-21 22:32:03

서은정

스님 정말 대단하세요~
어렸을 적에 부모님따라서 밭에가면, 하루종일 일만 하시던 부모님과 할머니모습이 오늘 스님의 하루를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뭉클해지네요.
농사일이 하루하루 힘드실텐데, 항상 웃으시는 스님 모습에 저도 어떤 어려운 일에도 힘을 내어 봅니다. 건강하세요 스님^^

2020-04-21 22:19:45

큰바다

힘이 많이 드시겠습니다. 잔잔한 스님의 일상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2020-04-18 2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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