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21 서암 큰스님 열반 17주기 추모법회
“여보게,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스님이라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암 큰스님 열반 17주기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추모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9시에 봉암사에 도착했습니다.

봉암사 입구에는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산문을 폐쇄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고, 한 명 한 명 엄격하게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못 들어갑니다.”

“법륜 스님입니다. 재 지내러 왔어요.”

“네. 그러시군요. 들어가십시오.”

가장 먼저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을 참배했습니다. 경내로 들어가기 전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오르니 한적한 곳에 부도탑과 탑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서암 큰스님은 법륜 스님이 정토회의 고문으로 모셨던 분입니다. 젊은 시절에 올바른 길을 가지 않는 불교계의 현실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스님은 미국 LA의 작은 사찰에서 서암 큰스님을 만났습니다. 한국 불교의 문제점에 대해 하소연을 털어놓으니 큰스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

이 말씀은 법륜 스님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불교라는 것은 그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인데 이제 보니 불교 아닌 것을 불교라고 착각하고 개혁하려 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 스님은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고치는 데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실천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곧바로 정토회의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서암 대종사 열반 17주기를 맞아 스님은 부도탑 앞에 삼배를 한 후 큰스님의 검소한 삶과 깨달음의 말씀을 다시 한번 가슴에 되새겼습니다.

부도탑 참배를 마치고 나서 새로 수좌 스님이 된 무문 큰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삼배로 인사를 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저희들을 잘 지도해 주십시오.”

“제가 무슨 지도를 해요. 저는 그냥 떠밀려서 수좌가 된 것뿐이에요.”

무문 큰스님의 겸손함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무문 큰스님을 모시고 추모법회가 열리는 대웅전으로 함께 걸어갔습니다.

봉암사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아주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봉암사는 스님들 출입도 폐쇄했습니다. 한번 외출한 스님은 안으로 못 들어와요. 안에 있는 스님은 일절 밖으로 못 나가고요. 밖에 나갔다가 못 들어오고 계신 원로 스님들도 지금 몇 분 계셔요. 부처님오신날 행사도 조계종 전체가 한 달을 연기했잖아요.”

“마침 올해는 윤달이 4월에 끼어서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 연기해도 법에는 어긋나지 않아요.”

산중에 살고 있는 스님들이 도심 속 시민들보다 코로나19 방역에 더욱더 만전을 기하고 있었습니다.

봉암사 스님들만 단촐하게 참석한 가운데 10시가 되자 추모법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일반 신도들은 한 명도 참석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인적이 없는 대웅전 앞에는 홍매화만이 홀로 아름답게 피어 있었습니다.

법제자인 법륜 스님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서암 큰스님의 영정 앞에 차를 올렸습니다.


선원의 기풍답게 죽비 삼성으로 간결하게 추모법회를 마쳤습니다. 탁, 탁, 탁!

참석한 스님들과 점심 공양을 함께한 후 봉암사를 나왔습니다.


“문경 수련원으로 가서 서암 큰스님 부도탑과 부처님 사리탑을 어디에 세울지 답사를 좀 해봅시다.”

서암 큰스님이 보여주신 검소한 삶과 깨달음의 말씀을 정토행자들이 항상 기릴 수 있게 하고자 정토수련원에 부도탑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어느 위치에 부도탑을 세우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 스님은 불사위원장인 유수 스님과 함께 정토수련원 곳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정토수련원에는 산수유가 피어서 곳곳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먼저 공양간 내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문경 수련원에는 연중 휴무 없이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공양간 시설이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공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었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공양간 공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네요.”

3월 한 달 동안 수련이 모두 취소되자, 수련원에는 못질 망치질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사를 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자원봉사로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복희 보살님 부부에게 스님은 감사 인사를 한 후 대웅전 뒤쪽 산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사리탑은 여기 대웅전 바로 뒤에 안치해서 적멸보궁처럼 법당에서 예불할 때 보이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대웅전 뒤에 제법 넓은 공간이 있어서 평탄화 작업만 조금 더 하면 사리탑을 세우기에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뒤쪽 산길을 따라 더 높이 올라가 보았습니다.

산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왼쪽 골짜기에는 예전에 밭으로 사용하던 약간의 평지가 있었습니다.

“여기 왼쪽 골짜기에는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시는 삼성전을 지으면 좋을 것 같아요. 해모수, 주몽, 박혁거세, 온조, 김수로, 왕건, 이성계. 이렇게 민족사에 관계된 인물들도 모셔서 역사의 뿌리를 알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물군부터 시작해서 의병의 역사를 전시하는 기념관을 지으면 어떨까요?”

“의병 기념관이나 삼성전이나 같은 거예요. 건물을 두 채 지어서 하나는 의병 역사관을 만들고, 하나는 삼성전을 만들어도 되고요.”

민족의 뿌리와 의병의 역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온 스님은 오래 전부터 문경 수련원에 이 건물을 짓고 싶어 했었습니다. 정토수련원을 찾아온 사람들이 이곳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에 대해 되새기고 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암 큰스님의 부도탑을 어디에 세울지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며 계속 산을 내려온 끝에 감나무가 자리한 3단지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대중들이 서암 큰스님을 가장 친근하게 만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거든요. 여기 3단지에는 공원을 조성해서 건물 한 동은 카페 공간을 짓고, 한 동은 서암 기념관을 작게 지으면 어떨까요. 건물 한 동만 지어서 카페와 기념관을 겸해도 되고요. 기념관에는 서암 큰스님의 유품을 전시하는 겁니다. 부도탑은 서암 기념관 앞에 정갈하게 만들어 놓는 거예요. 대중들은 이 공원에서 차도 마시고, 구경도 하고, 휴식도 하면서, 서암 큰스님을 친근하게 만나는 거죠.”

여러 곳을 답사한 끝에 드디어 부도탑을 세우기에 적당한 위치를 찾았습니다. 조금 더 검토해 보기로 하고 2단지로 내려왔습니다.

“여기 2단지에는 정토마을을 개발해 보면 어떨까요? 20가구 정도를 연립주택 식으로 지어서 하나의 마을을 만들면, 상하수도, 전기, 통신과 같은 인프라 시설은 시에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거든요. 2단지에서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야 이 사람들이 3단지에 있는 공원을 관리할 수 있을 거예요.”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획이 점점 구체화되어 갔습니다. 수련원 아래에 정토마을을 만들자는 구상은 스님이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부터 세웠던 계획입니다. 만일결사가 거의 끝나가지만 이제라도 그 구상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어느덧 제일 아래인 1단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 1단지는 땅이 넓으니까 그냥 운동장으로 사용해도 괜찮아요. 일단 비워두었다가 나중에 연수원을 지어도 괜찮을 겁니다.”

함께 동행한 법사님들은 상상만으로도 신이 나는지 스님의 구상을 들으며 계속 환한 웃음을 보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마침 여유가 생겼잖아요. 이번 기회에 문경 수련원을 어떻게 개발할지 종합 계획을 한 번 세웁시다.”

저 멀리 희양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찬바람이 거세게 부는 가운데, 법사님들은 차에 탄 스님께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 잘 내려가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농사일하러 갑니다. 또 봅시다. 바쁘지 않으면 주말에 농사일 좀 하러 오세요. 경주에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했어요. 벚꽃과 진달래 구경시켜 드릴게요.”

다시 차는 부지런히 달려 오후 4시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행자님들은 밭에서 열심히 농사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밭을 이양기로 갈려고 하는 참이었습니다. 스님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아까워라. 거기에 있는 건 쪽파예요. 다른 곳에 옮겨 심을 수 있게 쪽파를 다 뽑은 후에 땅을 갑시다.”

쪽파를 부지런히 뽑아 대야에 담아 온 스님은 텃밭에 쪽파를 옮겨 심었습니다. 땅을 뒤집고, 거름을 뿌리고, 다시 흙을 섞고, 고랑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솎아 준 상추와 시금치는 훨씬 더 싱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이야, 싱싱하게 자랐네요. 여기 상추가 키 큰 것 좀 보세요.”

고수는 더욱 촘촘하게 자라서 빈자리가 없이 빼곡했습니다.

“물을 듬뿍 줍시다.”

물뿌리개에서 물이 쏟아지자 땅에서 쏴아 하고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물을 먹은 상추와 시금치가 더욱 싱싱하게 자랄 것을 생각하니 덩달아 마음도 풍성해집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해가 산 너머로 지고 있었습니다.

“스님, 저녁 식사하셔야죠.”

“저는 요즘 저녁 안 먹기로 했잖아요.”

스님은 내일 아침에 먹을 고수를 조금 따서 깨끗이 물로 씻어 둔 후 오늘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밭에 감자를 심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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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오늘 따라 유독,”그 마음을 청청히 하는 것이 불교라네.” 하는 말씀이 크게 와 닿습니다. 마음을 청청히 하는 것을 잘 잡고 가겠습니다.

2020-04-01 06:20:56

상록수

너무 많이 글을 남겨서 죄송해요!
큰스님 예쁜 꽃사진 너무 감사하고요... (웃음)
여기 올때마다 큰스님 뵙고나면 넘 기뻐요!
비록 사진속의 모습일지라도......(메롱)
피부도 고우시고 웃는 미소도 넘 자상하세요.
큰스님 사진속 모습볼땐 제눈에서 하트가 뿅뿅
오늘 하루도 즐겁게 웃음꽃이 만발하시기를~
(방긋~ ) 크게 웃어 보아요!

2020-03-30 13:58:27

백목련

한가지...... 화장도 못하고, 머리도 못기르고, 예쁜옷도 못입게 되고 그걸 참아야 한다는 것이 저로선 스무살 즈음엔 너무 참기 힘든 수행이였어요...

가끔 미정언니가 승복 벗고 사복입고 머리에 모자도 쓰고 저랑 제가 가보고 싶은 곳에 따라와 저랑 친구처럼 엄마처럼 언니처럼 지내기도 했었어요.
미정언닌 현재 쌍댕이 딸들도 대학생이랍니다.

2020-03-30 13: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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