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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농사일을 했습니다.
언뜻 보면 겨울 풍경 같지만 빈 가지에도 봄바람이 나부낍니다. 비닐하우스에 심었던 씨앗에도 싹이 텄습니다. 조르르 올라오는 모습이 귀여워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봄배추, 양배추, 브로콜리 모종도 땅에 잘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직 땅에 심기 전인 고추 모종도 파릇파릇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서울 공동체 행자들이 내려와 1박 2일 동안 함께 울력을 합니다. 스님은 먼저 대중들과 어떤 울력을 할지 농사 담당자들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비닐하우스부터 밭, 논을 둘러싼 울타리는 덩굴로 뒤덮여 아래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울타리가 삭아 구멍이 뻥뻥 뚫린 것 곳도 있었습니다. 새순이 나기 시작하면 덩굴을 치우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울타리 정비를 가장 우선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낫으로 덩굴의 아랫부분을 먼저 끊어주면 돼요.”
스님은 직접 낫으로 작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보여주었습니다.
가시나무가 길게 뻗어 다니기 어려운 곳은 낫으로 쳐주며 논과 밭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논에는 큰 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지난번에 묘당 법사님이 포클레인으로 수로를 팠더니 돌이 많이 나왔습니다. 논을 갈기 전에 큰 돌을 치우고, 큰 돌로 수로의 축대를 쌓기로 했습니다. 울타리 정비와 돌 줍기를 전체 울력 일감으로 정하고 비닐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지나가다 들려 농사를 잘 짓고 있는지 구경을 하러 왔습니다.
“비닐하우스 측면에는 채소를 심으면 좋은데.... 왜 땅을 비워 놓으셨어요?”
“맞아요. 처음으로 저하고 같은 의견이네요.” (웃음) ,
빈 땅에 채소를 심겠다는 스님의 제안에 젊은 행자들은 아무도 동조를 안 해 주었는데, 드디어 스님의 제안에 동조해주는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웃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텃밭에는 겨울에 씨를 뿌렸던 상추와 시금치도 소복하니 자랐습니다. 빽빽하게 자란 상추는 솎아주었습니다. 사이사이 난 잡초도 뽑아주었습니다.
“이렇게 솎아 줘야 나머지가 더 싱싱하게 잘 자라요.”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란 시금치는 잘라주었습니다.
달큼한 봄나물 원추리도 수확했습니다.
“이미 늙었어요. 더 일찍 채취해야 하는데...”
제법 크게 자란 원추리만 한 바구니 담고, 아직 키가 작은 것들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잘 솎아준 상추, 고수, 시금치 밭에는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는 소식이 없죠? 물을 좀 줍시다.”
비닐을 벗겨놓으면 찬 바람에 얼 수도 있고, 땅에 있는 물이 증발되어 잎이 마를 수도 있습니다. 스님은 헌 비닐을 다시 덮어두었습니다.
잡초도 매었습니다.
“잘 자랐으면 하는 고수는 안 자라고, 잡초만 많이 자라네요. 아무리 뽑아도 또 자라나 있어요.”
마지막으로 상추, 시금치, 원추리나물을 다듬었습니다. 봄 향기 가득한 반찬거리가 한 바구니 가득 생겼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팔 토시를 벗어보니 어제 침을 맞은 팔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스님은 오늘부터 저녁을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녁을 안 먹으니 여유가 있네요.”
내일은 서울 공동체 행자들과 함께 농사 울력을 하고, 전국 법사단 회의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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