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3.12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이동
“어머니가 돌아가실까 봐 불안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주일 간의 서울 일정을 모두 마치고 농사일을 하기 위해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 오전까지 미팅을 한 후 오후 1시 30분에 서울을 출발했습니다.

잠시 병원에 들러 팔 치료를 받은 후 두북 정토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스님은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4시간을 달려 6시에 두북에 도착했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에는 맑은 공기와 더불어 곳곳에 봄소식이 가득했습니다.


오늘은 스님의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월 델리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 내용 중에 그날 소개해 드리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실까 봐 불안해요

“저는 해외에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지금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스님의 법문을 많이 듣고 불법을 공부하면서 생로병사의 이치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많이 괴로워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다 좋지도 않다는 것을 여러 인생 경험을 통해 겪어 보았습니다. 그저 주어진 상황 안에서 하루하루 행복하면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기력이 없고 심신이 많이 허약해진 엄마마저 돌아가실까 봐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힘듭니다.

저는 자라면서 엄마와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엄마가 살아오신 지난 인생을 떠올리면 너무 불쌍합니다. 엄마는 언제나 내 삶의 든든한 지원자였고, 뭐든지 잘하는 씩씩한 분이었는데, 지금 모습을 보면 인생이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세 살 아이처럼 매일 저한테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하면서 언제 한국에 오냐고 물어보십니다. 매일 전화를 드리고 매년 두 번씩 아이 방학 때마다 한국에 가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어린 딸을 멀리 두고 돌보지 못하는 것처럼 늘 마음이 아프고 불안합니다. 이 힘든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어머니는 그동안 질문자를 키운다고 엄청나게 고생하셨으니까 질문자도 어머니한테 그 정도 마음고생은 해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하기 싫다고 스님한테 물어서 편안하게 살고 싶다니 심보가 좀 안 좋네요. (모두 웃음)

질문자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에 대해서 그 정도 애쓰는 마음을 좀 가져야죠. 첫째, 금방 편해지려고만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에 대한 정이 깊다면 질문자도 그만큼의 아픔을 겪어야 하지 않을까요? 엄마가 나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 마음고생을 하고 아픔을 겪었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왜 엄마로 인한 그런 아픔을 안 겪으려고 해요? 지금 스님한테 물어서 적당히 도망가려고 하고 있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아픔을 잘 겪겠습니다.” (모두 웃음)

“어머니가 고생해서 나를 키웠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질문자가 얘기했기 때문에 제가 정말로 그런지 문제를 제기한 거예요. 그런데 정말로 어머니를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질문자는 지금 어머니를 생각하는 게 아니고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거예요. 질문자는 현재 자신이 쉰 살이 넘은 어른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어요. 어머니에 대해서만큼은 정신연령이 일곱 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직도 어머니의 보살핌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어요. 질문자의 번뇌는 그런 어린아이와 같은 심리로 인해서 일어나는 겁니다.

질문자는 어린아이가 아니고 어른입니다. 어머니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하면 됩니다. 어머니가 병원에 갈 돈이 없으면 돈을 보내드리고, 병원에 모셔갈 분이 없으면 내가 모셔다 드리고, 그렇게 하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치러 드리고요. 이런 일들이 어른이 할 일이에요. 엄마가 죽었다고 우는 건 어린아이가 할 일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갑자기 죽었는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은 아빠가 죽었다고 울기만 하겠죠. 그러나 어른인 엄마는 슬프지만 장례도 치러야 하고, 아이들 밥도 해서 먹여야 하고, 집안 정리도 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는 어른의 자세가 아니에요. 심리적으로 분석하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에요. 질문자가 엄마를 생각하는 순간 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런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엄마에 대한 정을 떼고 싶으면 엄마 병시중을 들면 돼요. 엄마가 오갈 데가 없어져서 질문자가 엄마를 모시고 똥오줌 받아내면서 3년 정도 병시중을 들면 정이 금방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병시중을 드는 게 너무너무 힘들거든요. 그 정도 되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이고, 이 정도 되면 그냥 돌아가시지. 누워서 똥오줌 받아내도록 하면서까지 왜 저렇게 오래 사실까?’

이런 생각이 들 때 돌아가시면 슬프긴 해도 잘 견뎌냅니다. 장례 치를 때 막 울다가도 손님이 오면 ‘야, 손님 왔다. 저기 가서 접대 좀 해라’ 이러다가, 또 손님이 가면 다시 울고 그래요. (모두 웃음)

그런데 어린 자식이 교통사고가 나서 갑자기 죽어버린 엄마는 손님이 와도 접대를 하지 않고 계속 울어요. 장례가 어떻게 치러지든 정신없이 그냥 자기 슬픔에 빠져 있어요.

그런데 어른의 입장이 되면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잠시 빠졌을 때만 슬퍼요. 그 와중에 어른으로서 장례 일을 다 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오면 접대하라고 시키고, 다시 자기 자리에 돌아와서 울다가 또 가서 ‘인사는 했냐’ 하고 확인해야 하는 겁니다. 인간의 심리가 그래요. (모두 웃음)

그러니 그 고민은 질문자 본인의 문제이지, 엄마의 문제는 아니에요. 질문자가 어른이라면 정말로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야 해요.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자식 입장에서는 대부분 슬픔이 큽니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는 갑자기 돌아가시는 게 좋아요. 그리고 엄마가 병치레를 오래 하다가 돌아가시면 자식에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별에 대한 감정 정리가 되니까요. 그런데 돌아가시는 분 입장에서는 몇 년씩 병치레를 하는 게 너무너무 힘들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계시면 이렇게 생각하고 간호를 해드리면 돼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에 내가 덜 슬퍼하라고 이렇게 오래 누워 계시구나. 자식과의 정을 떼려고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시는구나.’

그리고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나는 조금 섭섭하지만, 엄마한텐 참 좋은 일이구나. 그래, 엄마한테 좋으면 됐지.’

이렇게 딱 관점을 잡으면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옛날부터 ‘부모가 죽으면 불효자가 많이 운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충분히 잘해드린 사람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그렇게 슬프지 않은데, 못 해드린 사람은 이제 뭘 해드리려고 해도 할 수가 없으니까 슬픔이 더 커지는 겁니다.

그러니 돌아가신 뒤에 슬퍼하기보다는 살아 계실 때 찬물 한 그릇이라도 더 떠다 드리는 게 좋아요. 그런데 사람은 자기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어요. 그것도 자기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내일은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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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6-25 12:58:13

이우연

감사합니다.

2020-03-20 15:52:00

선수연

감사합니다~^^

2020-03-20 10: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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