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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일주일 동안의 농사일을 마무리 짓고,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이동해 법사단회의를 한 후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비닐하우스 한편에 모종을 키우기 위해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동안 땅을 고를 때마다 나온 돌들을 한쪽에 모아 두었는데, 수레에 담아 계속 옮겼습니다.
진흙 위에 돌을 깔고, 발로 밟아서 탄탄하게 땅을 다졌습니다. 이렇게 돌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밭에 있을 때는 작물에 방해가 되는 존재였는데, 진 땅에는 유용한 길이 되어줍니다.
행자님들이 평탄화 작업을 하는 동안 스님은 남은 돌들을 비닐하우스 입구에 깔아서 땅이 질퍽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늘 비가 오면 비닐하우스 입구에 진흙이 신발에 묻어서 장화를 신어야 하는데, 돌을 바닥에 까니 더 이상 진흙이 신발에 묻지 않았습니다.
“돌을 땅에 박을 때는 뾰족한 부위가 땅에 박히도록 해서 이렇게 망치로 때려 주면 돼요. 여러분처럼 그냥 돌을 부어놓기만 하면 돌이 빗물에 쓸려가거나, 발에 채일 수가 있거든요. 일꾼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렇게 일머리가 있어야 해요.”
스님은 돌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땅에 박히도록 망치질을 했습니다.
금방 이쪽 비닐하우스에서 저쪽 비닐하우스로 연결되는 돌길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돌을 열심히 나른 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자님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하나 가져오더니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농사일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괜찮을까요?”
“명심문에 집중하기도 어려운데, 음악까지 들으면 머리가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요?”
“농작물이 음악을 들으면 더 잘 자란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스님은 웃음으로 대답했습니다. 젊은 농부들이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옵니다.
어제 물탱크에 물을 담기 위해 개울물과 물탱크를 호스로 연결하다가 실패했는데, 오늘 호스를 마저 연결할지 스님이 농사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어제 충분히 물을 줘서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그냥 물조리개로 한두 번 더 물을 뿌려줘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물조리개에 담을 물은 어디서 떠오려고요?”
“비닐하우스 뒤편에 빗물을 담아놓은 통이 하나 더 있습니다.”
스님은 빗물을 받아 둔 통이 있는 비닐하우스 뒤편으로 갔습니다.
비닐하우스 뒤편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계속 고여서 땅이 아주 질퍽했습니다. 장화를 신어도 발이 쑥 빠졌습니다.
“물조리개에 물을 담으려면 여기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땅이 너무 질퍽하네요. 그렇다고 매번 장화를 신고 여기를 다닐 수도 없고요. 여기에 블록을 깔아서 농사일하는 행자님이 다니기 편하도록 해줘야겠어요.”
큰 돌을 징검다리처럼 놓았습니다. 발을 직접 디뎌보고 흔들거리는 돌은 작은 돌로 이용해서 수평을 유지하게 조정했습니다.
“이 정도면 운동화를 신고 다녀도 진흙이 안 묻겠죠? 맨날 여기를 장화로 갈아 신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 일 하는데 시간을 다 보낼 수는 없으니까 여기까지만 합시다.”
스님은 다른 일감을 찾았습니다. 어제 스님은 비닐하우스 측면에 공간이 좀 비어 있는 게 아깝다는 말을 했었는데, 괭이를 들고 측면에 있는 돌을 골라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측면은 그냥 비워둘 건가요? 공간이 너무 많이 비어 있어서 아깝잖아요.”
“네, 부직포를 깔아서 잡초가 안 자라게 하려고요.”
“여기는 고추가 수확되기 전인 7월까지 제가 채소를 좀 심을게요.”
돌을 골라내고, 잡초를 뽑았습니다.
비닐하우스 측면에서 나온 돌은 다시 입구로 가져가서 진흙 위에 덮었습니다.
밭에서 나온 돌을 알차게 잘 활용했습니다. 행자님들은 계속 일을 하고, 스님은 오전에 농사일을 마무리 짓고, 오후에는 문경 연수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문경 연수원에는 두 명의 실무자가 격리 조치가 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에서 같은 날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질병관리본부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2미터 간격을 두고 잠시 안부를 물어보았습니다.
“잘 지내요?”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요.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도 없습니다. 그런데 14일간 자가격리를 하는 게 의무라고 해서요. 내일이면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납니다.”
“다행이네요. 휴식도 취하고, 건강도 회복하고, 잘 됐어요.”
오후에는 연수원 실무자들과 함께 선유동계곡을 잠시 산책했습니다. 자연은 곳곳에서 꽃봉오리를 드러내며 봄소식을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스님은 연수원장인 무변심 법사님과 예비법사교육에 대해 회의했습니다. 얼마 전 신규 법사 후보로 추천된 분들 33명이 곧 법사 교육을 받게 됩니다. 법사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면 좋을지 스님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예비법사교육은 5월 5일부터 시작합시다.”
회의를 마치고 연수원을 출발하여 문경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수련원에는 공동체 법사님들이 스님과 회의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 수련 진행에 대해 다양한 안건이 올라왔고 저녁 7시까지 회의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3월 한 달간 수련을 어떻게 진행할 지에 대해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3월 한 달 동안은 수련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대신에 이미 신청한 사람들은 다음 달부터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논의를 마치면서 스님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문제를 계기로 앞으로 정토회에서도 겨울에 독감이나 감기에 걸린 사람이 생기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때처럼 격리를 해야 합니다. 특히 공동체에 함께 사는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한 사람이 감기에 걸리면 겨울 내내 순번을 돌아가며 감기가 전염되거든요. 환자도 마스크를 쓰고, 공동체 성원 모두가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해요.
앞으로 이런 전염병 환자가 생기면 첫째,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은 후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어야 해요. 둘째, 환자는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격리를 시켜야 합니다. 겨울에는 이런 전염병이 돌지 않도록 반드시 유념을 했으면 해요.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앞으로 이렇게 계속 확산이 되면 격리는 더 이상 어려워지고, 증상이 생긴 사람을 치료하는 위주로 전환이 되어야 할 거예요. 그러나 치료제가 지금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시판이 되려면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니까 아직까지 철저하게 조심은 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우도 있고, 무증상도 많다고 해요. 그래서 전염성이 더 높은 거겠죠. 치사율이 높으면 확산이 금방 근절이 될 텐데요.
그러니 조심을 하시되,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 두려움 때문에 모든 경제 활동이 중단되면 나중에 사회적으로 큰 후과가 들이닥칠 거거든요. 그러니 마음에서 너무 겁을 내거나 그러지는 마세요. 조심을 하면서 우리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해 갑시다.”
지난 22일부터 모든 수련이 취소되어서 그런지 문경 정토수련원에는 오가는 인적도 없이 고요하기만 했습니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한 후 스님은 과거 행적이 담긴 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10차 천일결사는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역사 자료를 정리해야 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스님은 특별히 시간을 내어 1980년대에 정토회를 설립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틈틈이 모아 두었던 자료들을 꺼내 하나하나 점검했습니다.
“이건 부처님의 일생을 정리한 원고인가... 어떤 책의 원고인지 모르겠네요.”
낡은 연습장에는 스님이 친필로 쓴 검은색 글자와 교정을 본 빨간색 글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스님 의전을 맡았던 자광 법사님이 옆에서 자료 찾는 것을 도왔습니다.
“스님, 이 사진 한 번 보세요. 아주 젊은 시절 때 모습 같은데요.”
“지금보다 젊어보여요?” (웃음)
옛날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 사진은 문경에 대수련장을 짓기 전에 임시로 지어 놓은 건물 같은데...”
사진들 속에는 과거에 정토회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지금은 정토회를 떠나 있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간 사람들도 많네요.”
오늘날 정토회가 있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제 법사님들에게 자료를 모두 넘겨드릴 테니 공적인 자료로 사용하세요.”
스님의 행적이 곧 정토회가 걸어온 길입니다. 스님은 법사님들이 사료편찬위원회를 주축으로 사료 정리를 잘해줄 것을 당부한 후 문경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밤 10시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부처님이 출가한 날을 기념하는 출가재일 기념법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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