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0.1.25 인도 JTS 활동가 소풍
“왕복 80km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인도 JTS 활동가들과 자전거를 타고 왕복 80km를 달려 계족산(Gurpa, 구루파)에 다녀왔습니다.

새벽 5시, 법당에서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설날입니다. 부처님 전에 과일을 올리고 예불 공양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조상님들께도 소박하게 차례를 지냈습니다.

활동가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새해인사를 드렸습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수행정진 잘하세요.”

스님은 활동가들에게 용돈과 함께 세뱃돈을 주었습니다. 신간 ‘지금 이대로 좋다’도 사인을 해서 주었습니다. 한 해 살림을 두둑이 챙겼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차례에 올렸던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소풍 갈 준비를 했습니다.

인도인 활동가들은 7시 50분에 모두 법당에 모였습니다. 미리 미타이와 짜이를 준비해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스님은 설날을 맞이해 인도인 활동가들에게 용돈을 주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세뱃돈을 받은 인도인 활동가들은 아이처럼 기뻐했습니다.

“구루파 가본 적 있어요?”

“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소풍 갔었어요.”

수자타아카데미를 다니던 초등학생 꼬마는 어른이 되어 JTS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에서 계족산까지는 약 40Km 거리입니다. 차로 1시간 이상, 걸어서 8시간 이상 걸립니다. 왕복으로는 80km에 이르는 거리입니다. 어릴 때부터 울퉁불퉁한 흙길을 자전거로 다녔던 인도인 활동가들은 별로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국인 활동가들을 걱정했습니다.

스님을 선두로 인도인 활동가들과 한국인 활동가들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못가 울퉁불퉁한 흙길이 나왔습니다. 덜컹거리고 흔들리면서도 다들 잘 달렸습니다. 탁 트인 벌판을 달리니 상쾌했습니다.

흙길을 달려 철길을 건너 포장된 도로를 만났습니다. 이 길을 따라 30km를 달렸습니다. 논도 지나고, 밭도 지나고, 여러 마을을 지났습니다.




한 시간 쯤 달리다가 짜이 가게에서 짜이 한잔을 마셨습니다.

한 시간 동안 약 12km를 이동했는데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아프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자전거를 오래 타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특히 사타구니와 엉덩이가 무척 아팠습니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 뒤에서 따라오던 인도인 활동가들이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유만만한 모습이었습니다.

자전거가 고장 나는 사람도 여럿 있었습니다. 바람이 빠지거나, 체인이 빠지거나, 부품이 빠져서 멈춰야 했습니다. 인도인 활동가들은 자전거도 잘 고쳤습니다. 가는 길 중간중간에 자전거를 고치는 기술자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더러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스님도 앞서가던 사람이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아스팔트 위에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습니다. 포장된 도로가 끝나자 흙길이 나왔습니다. 부드러운 흙이 아닌 돌이 섞인 울퉁불퉁한 길입니다. 구루파에 10km 가까이 오자 아주 야트막한 오르막길이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갑니다. 엉덩이의 아픔을 호소하며 계속 달렸습니다.

1시간, 2시간, 3시간, 4시간, 5시간... 을 달려 오후 1시에 구루파에 도착했습니다.

“40km가 멀긴 머네.”

구루파 아래에는 차를 타고 온 활동가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자전거를 일렬로 세워놓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채식 라면’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이 많아 특별히 채식 라면을 준비했습니다.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뜨끈한 라면을 먹으니 피로가 잠깐 가십니다. 인도인들은 김치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스님은 구루파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이 곳은 구루파(Gurpa)입니다. 한국말로는 계족산이라고 해요. 계는 닭이라는 뜻입니다. 족은 발이라는 뜻입니다. 닭발이라는 뜻이에요. 정상에 가보면 봉우리가 세 개 있어요. 닭발이 디디고 있는 모양이에요. '닭발산'이라는 뜻이에요. (모두 웃음)

이곳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석가모니 부처님의 법을 마하가섭이 받았는데, 그 징표가 가사와 발우예요. 마하가섭이 그걸 가지고 산속에 바위가 갈라져 있는 그 사이로 들어가서 이 산속에 있답니다. 이 안에 동굴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가서 보니까 아무리 찾아도 없었어요. 아무튼 이야기는 그래요. 그런데 마하가섭이 들어가고 나서 갈라진 바위가 닫혀버렸대요. 그래서 제가 동굴을 못 봤나 봐요.

석가모니불 다음에 미래에 오실 부처님이 마애트리야 붓다예요. 한국말로는 미륵불이라고 해요. 마하가섭이 이 산속에 있다가 마애트리야 붓다가 이 세상에 출현하면 그 동굴이 열리고 마하가섭이 마애트리야 붓다에게 석가모니불의 가사와 발우를 전해준다고 해요. 그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입니다. 이 얘기는 경전에도 있습니다. 참배해 보면 좋아요.

우리가 이 근방에 있는 유적지는 다 가봤는데 공식적으로 이곳을 안 와봤기 때문에 한번 와봤습니다. 옛날에 이곳에 답사 왔을 때는 청년들이 오토바이 타고 따라와서 산 위까지 올라와서 세 명이 권총을 들고 카메라를 뺏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얏!’ 하고 쫓아버렸어요. (모두 웃음)

여기가 좀 위험합니다. 그래서 돌아가다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는데 도리어 우리가 잡혔어요. 신고를 안 하고 갔다고 해서요. 그래서 제띠안 갈 때는 경찰에 신고를 미리 하고 갔더니 경찰 120명이 왔어요. 벌써 10년 전 일이에요.

우리 함께 이 산에 올라가 보면 좋은데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올라갔다 오면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하기 전에 어두워질 것 같아요. 도로변에 차가 많아서 밤에는 자전거 타면 위험해요. 얼른 뛰어갔다 올 사람은 산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자전거 타고 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뛰어서 산에 올라갔다 올 사람 있어요?”

스님이 농담으로 말했는데 정말로 올라가 보겠다는 활동가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20대 활동가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계족산 정상에 올라갔다 오는 활동가들의 자전거는 차를 타고 온 사람이 봐주기로 했습니다. 한 활동가가 걱정이 되었는지 제안을 했습니다.

“차가 제일 마지막에 오면서 혹시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챙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스님이 말했습니다.

“스님이 문제없는데 문제 있을 사람 있어요?

“저희는 문제없는데 한국인들이 위험할 것 같아요.”

“저는 차를 타고 갈까요, 자전거를 타고 갈까요??”

“스님은 차 타고 오세요.” (모두 웃음)

“젊은 사람은 천천히 오세요. 나는 늙어서 먼저 출발할게요”

라면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2시가 넘었습니다. 왔던 길을 다시 자전거로 돌아가려면 부지런히 밟아야 합니다.

“스님, 정말 자전거 타고 가실 거예요?”

“내가 포기하면 안 되죠.”

인도인 활동가 10명은 계족산 정상을 향해 뛰다시피 빠르게 출발했습니다. 5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는데도 생생합니다. 그사이 스님은 먼저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중간중간에 자주 쉬었습니다. 마을에 사는 인도인들은 JTS활동가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거예요?”

소풍을 왔다고 하니 깜짝 놀랍니다. 마을 사람들은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는 활동가들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갈 때는 미세하게 오르막이었던 길이 내리막길이 되어 한결 가기 수월했습니다. 그러나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스님은 자주 쉬면서 왔던 길을 돌아갔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자 왔던 길의 절반 정도를 지났습니다. 한계가 온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자전거를 탄지 7시간이 넘었습니다.

지나가는 빈 트럭을 잡아 자전거 몇 대를 싣고 차를 타고 수자타아카데미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많은 활동가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트럭을 다시 한 번 보내 힘든 사람을 실어왔습니다.

스님이 수자타아카데미에 도착하자 학교 신축건물을 짓는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노동자들에게도 세뱃돈을 주며 새해 인사를 건넸습니다.

“한국은 오늘 설날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집으로 돌아가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 노동자들은 기뻐했습니다.

“학교 잘 지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네!”

여섯 시가 넘자 해가 졌습니다. 마지막 활동가가 자전거를 타고 6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저녁을 사주려고 했지만 늦어서 내일 보기로 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인 활동가들은 소풍 뒷정리를 하고 저녁예불을 드렸습니다. 예불을 드린 후 스님은 내일 이사회에서 검토할 회계보고서를 점검했습니다.

9시부터 법당에서 TvN에서 방영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함께 보았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먼 인도에서 설날을 잘 보냈습니다. 내일은 인도 공화국 기념일 행사와 인도 JTS와 인도 정토회 총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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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20-04-16 23:02:52

무애승

아~스님 우리에게 넘 걱정을 안겨 주십니다.
지금은 스님 께서 한국에계시는데도 조마조마 하며
며칠지난 이야기 을 읽고 있어요.
좀 조심하시고 나이들음을 인정하심이 어떠하신지요

2020-02-08 06:53:13

고경희

정말 아팠을것 같다

2020-02-07 09: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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