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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오전에는 창원 경남도청에서, 오후에는 울산 KBS홀에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새벽 예불과 108배,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창원으로 출발했습니다.
10시가 되기 전 경남도청에 도착했습니다. 경남도지사 김경수 님을 만나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두북 수련원에서 농사지은 고추 가루를 선물했습니다.
“직접 농사지은 거예요.”
그리고 가야 불교 최초 도래지인 봉림사지 복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국제 관계에서 경제 문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문화가 점점 더 중요해짐을 강조하자 김 지사님도 적극 공감했습니다.
강연이 시작 직전에도 입장하는 줄이 길었습니다. 700석은 곧 만석이 되었고, 2백 여 명이 더 입장했습니다.
10시 30분에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뜨거운 박수 속에서 한 청중이 큰 목소리로 “사랑합니다!”하고 외쳤습니다.
“사랑한다는 사람 무서워요. 원수 되기 쉬워요.”(모두 웃음)
스님은 먼저 경남도지사 김경수 님에게 마이크를 넘겨 시민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래로 경남도청 강당에 오늘처럼 많은 분들이 온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희 행사할 땐 안 오시더니.(모두 웃음) 살기 힘드시죠? 경제도, 정치도 많이 어려운 시기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스님께 위안을 받지만, 앞으로 우리 경남이 실제로 조금씩 바뀌어서 경상남도에서 여러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모두 박수)
이어서 스님은 한반도에 최초로 불교가 전해진 역사와 최초 사찰 봉림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창원에 살면서 봉림사지에 한 번 가보신 분 손 들어보세요. 전부 다 딴 곳에서 이사 온 분들인가 봐요. 우리나라에 불교가 최초로 언제 들어왔는지 배우셨죠 고구려, 백제, 신라보다 3백여 년 앞서 가야에 가장 먼저 불교가 들어왔어요. 이 지역의 자랑은 ‘가야’입니다. 가야문화는 신라보다 더 앞서 발달했습니다.”
2천 년 전 최초로 불교가 전래된 이야기는 산라와 가야의 통일, 미래 인도와 한국의 관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십 분 간 잠깐 역사 이야기 속으로 빠졌다가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부부와 연인이 함께 질문한 두 쌍의 커플이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들을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습니다. 그중 한 연인의 질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남자가 질문했습니다.
“제가 27살 때 처음 연애를 했습니다. 저보다 7살 많았어요. 그러다 아이가 생겼는데 제가 경제적인 능력이 안 돼서 여자 쪽에서 저하고 안 살겠다고 했고 아이 성도 본인 성으로 했습니다. 저는 그 후 3-4년 정도 계속 같이 살자고 했어요. 저희 집에서도 대출을 해서 살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아기 엄마가 거절했습니다.
그 후 저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됐고, 현재 7년째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사이 돈도 많이 벌고 집도 사고 엄청 성장을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변하니까 아이 엄마에게 다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양육비도 지원을 해주고, 가끔 딸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7년 만난 지금 여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자 친구가 아이 엄마, 아이와 관계가 걱정된다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여자 친구가 볼 때 당연히 걱정되지요. 남자가 돈도 좀 있고 인물도 괜찮은데, 뒤에 다른 여자가 있고 애도 있고 그러니까 걱정이 되지요.”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아이가 있다고 얘기는 했어요. 그때는 아이 엄마랑 연락을 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친구와 만나는 중에 ‘아이가 아프다, 놀러 가고 싶다’ 이렇게 연락이 오다가 점차 만남이 잦아졌어요. 저는 아이 엄마랑 살고 싶지는 않고, 지금 만나는 여자 친구랑 살고 싶습니다. 딸은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스님 동영상을 보니까 자식이 스무 살까지 책임져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지원을 하든지 같이 놀아 주든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아이 엄마가 저한테 다시 기대를 하는 것 같아요.”
“아이 엄마가 기대하는 건 당연하죠. 저라도 기대하겠어요. (모두 웃음) 아빠겠다, 돈도 좀 있겠다 왜 안 기대겠어요? 중요한 것은 질문자가 어떻게 할 거냐예요. 지금 만나는 여자 친구와 결혼하려면, 아이 엄마는 아이 엄마일 뿐이지 여자로서 관계는 딱 끊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결혼할 사람이 안심을 하지요. 양다리 걸치면 안 돼요.”
“아이 때문에 할 수 없이 아이 엄마와 통화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여자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하는 건 괜찮아요.”
“여자 친구는 아이가 있는 건 알지만, 아이와 통화하는 건 몰라요.”
“그건 질문자가 솔직하게 얘기해야죠. 아이 때문에 아이 엄마하고 통화도 해야 되고, 가끔 만나게도 된다고요.”
“그 부분 때문에 많이 다투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여자 친구와 다툴 문제가 아니에요. 질문자가 솔직하게 얘기하고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나를 만나 달라고 얘기해야지요. 여자 친구가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 그 여자가 아무리 좋아도 포기해야죠. 안 그러면 아이 엄마에게 ‘내가 지금 결혼하려는데 네가 자꾸 전화해서 여자 친구가 힘들어하니까 전화하지 마라. 아이를 통해서 전화해라’고 이야기하든지요.”
“아이 엄마에게 표현은 했는데 아이 아플 때 전화는 해야 되지 않냐고 합니다.”
“그러면 전화를 하지 말고 문자만 보내라고 하세요.(모두 웃음) 타협을 해야지요. 여자 친구에게도 문자까지는 허용해달라고 합의를 해야 해요. 정확히 하지 않으면 계속 오해가 생깁니다. 지금은 사이가 좋으니까 괜찮지만, 사이가 나빠지면 아이 문제가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외국에서는 재혼한 배우자가 전 남편을 만나고 애들 만나는 일에 별로 신경을 안 써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관계가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이게 현실이에요.”
“제 솔직한 바람은 그냥 아이도 편안하게 보고, 정말 일이 있으면 아이 엄마를 만나서 대화도 하고 싶습니다.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 아니고 아이 문제로 대화를 하고 싶은 겁니다. 그리고 지금 만나고 있는 친구하고 살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걸 지금 만나는 사람한테 얘기하세요. 대신에 자기가 그런 결점이 있으니까, 결혼할 사람한테 집에 일찍 들어온다든지 뭐 다른 약속을 해야지요.
‘내가 철 모를 때 한 행동으로 아이가 하나 있다. 나는 아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네가 좋다. 네가 나를 선택하게 하려면 내가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되겠느냐.’
이렇게 타협을 해야지요. 이건 선택의 문제이니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 부분 때문에 걱정입니다.”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그러나 질문자가 딱 방침을 정해야 해요. 적당하게 하려니까 걱정하는 겁니다. 딱 깨 놓고 얘기하세요.”
“여자 친구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면 제 아이는 불행할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불행하지 않아요. 질문자가 아이 엄마와 뜻이 안 맞아서 이혼을 하고, 지금 여자 친구와 새로 재혼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내가 아이를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요. 아이 엄마는 예전에는 애인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아이 엄마일 뿐입니다. 지금 결혼하려는 분은 부인으로서 선택하는 겁니다. 그 입장을 딱 분명히 하면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요. 앞으로 미래 사회에는 이런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스님 말씀대로 마음을 먹고 지금 만나는 친구랑 결혼하려고 딱 마음을 먹으면, 또 여자 친구에게 죄짓는 기분이 듭니다. 어쨌든 제가 아이와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 때문에 고통을 받을 것 같아서요.”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이해합니다. 그걸 솔직하게 고백하세요. ‘내게 이런 결점이 있다. 그래도 나하고 결혼하겠느냐’ 물어보세요. 여자 친구가 결혼하겠다 하면 결혼하고 안 하겠다고 하면 포기해야지요.”
“제가 결점이 있으니까 두 번 화낼 것을 한 번 화낼 자신감은 있습니다.”
“네. 솔직하게 얘기하고 여자 친구가 선택하도록 하세요. 여자 친구가 혹시 떠날까 싶어서 겁나요?”
“안 그래도 여자 친구가 1년 전에 소개팅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네 행복을 망치는 것 같다고 자신 없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결국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만나는 장면을 제가 걸어가다 봤습니다. 그 날 이후로 일주일 동안 제가 태어나서 제일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시 잡았습니다. 그 남자보다 내가 결점이 있어도 더 낫다고요.”
“그래요.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지요. 질문자는 나쁘게 말하면 자존감이 없고, 좋게 말하면 순진파네요. 자신감을 갖고 여자 친구와 솔직하게 얘기해보세요.”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다음 질문자는 놀랍게도 방금 질문한 사람의 여자 친구였습니다.
“저는 방금 질문한 사람 여자 친구입니다. (모두 웃음, 박수) 지금 현재 남자 친구가 아이나 아이 엄마와 연락하는 문제로 너무 많은 갈등이 있습니다. 어디에 심리 상담을 해도 답이 명확하게 안 나와서 오늘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여자 친구는 속이 많이 답답했는지 울먹이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남자 친구가 처음부터 딸이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고, 3개월이 지나서 사이가 좋았을 때 울면서 결혼식은 하지 않았고 딸이 있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그만 만나자고 할 때까지 만나자고 했습니다.
연애하고 1년쯤 지났을 때 하루는 남자 친구가 너무 연락이 안 됐어요. 나중에 물었더니,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다 왔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 6년간 만나면서 아이 엄마와 연락을 했다거나 만났다는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습니다. 그런데 1년 전에는 저를 속이고 펜션에 놀러 가고 가족과 명절에 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중석이 “어머나”,“아이고”하는 소리로 웅성웅성했습니다.
“남자 친구는 아이를 위해서 갔고, 한 번 두 번 가다 보니 계속 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이에게 휴대폰이 생기니 연락도 잦고 얼굴도 자주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심리 상태나 건강 상태는 아이와 이야기해서 알 수 없으니 아이 엄마와 연락을 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와 상의 후에 제가 빠져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남자 친구를 만나지 않으려고 소개팅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남자 친구가 아까 말했듯이 제 소개팅 장면을 목격하고는 살이 엄청나게 많이 빠져서 괴로워하면서 자기를 만나 달라고 했습니다. 인생의 판단이 내려졌다고 자기와 함께 살자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 아이 엄마한테 저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을 했고, 아이 엄마는 이 남자 친구와 같이 살 마음이 없고 아이 아빠로만 남아달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남자 친구는 저와 함께 있을 땐 아이에게 전화가 오면 제 앞에서 통화하는 것을 꺼리고 숨기 기려고만 합니다. 자꾸 숨기려고 하니 저는 계속 의심하게 되고 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6년간 저를 속인 남자친구과 함께하려면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딸에게는 현재 사실을 알려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남자 친구가 아이 엄마와 몰래 연락하고 있을까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고민입니다.”
“그런 남자는 버리는 게 좋겠어요. 그렇게 우유부단한 남자하고 같이 살면 힘들어요.” (모두 박수)
청중은 ‘맞아’하고 맞장구를 치며 박수를 쳤습니다.
“하나 물어볼게요. 남자 친구가 좋아요, 별로예요?”
“좋습니다.”
“그 사람이 좋으면 나이가 많든 지, 결혼을 한 번 했든지, 아이가 있든지 중요하지 않아요. 좋은 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이걸 더 우선해야 해요. 만약 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거나 혼자 사는데 이 남자가 늘 눈에 밟히고 자꾸 신경이 쓰이겠다면 다른 조건은 부차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남자가 매달리니까 결혼한다’ 이렇게 결혼하면 안 돼요. 별로 안 좋은데 결점까지 있는 남자라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나아요.
질문자는 첫째, 내가 딱 정신을 차리고 선택을 해야 해요. 둘째, 내 요구 조건을 결혼하기 전에 확실하게 얘기해야 해요.
‘좋다, 딸까지는 용인을 하겠다. 그런데 딸을 핑계로 다른 여자 만나는 것까지는 내가 안 되겠다’
‘아이 엄마로서 만나는 것까지는 내가 봐주겠다’
이렇게 결정을 해야 해요. 결정을 하고 나서는 더 이상 잔 신경을 안 써야 돼요. 그리고 상대가 결혼해서 살다가 아이 엄마하고 살겠다고 가겠다면 발로 차서 보내버릴 각오까지 해야 해요. 이렇게 자기 입장을 딱 정하고 결혼을 시작해야 됩니다. 그리고 남자 친구와 합의를 하세요.
‘적어도 솔직하게 얘기해라. 사람이 100% 자기 마음을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숨기지는 마라. 만났으면 만났다, 만나러 가면 간다, 늦으면 늦는다 얘기해라.’
자기 남편이 옛날 부인을 만나러 가는데 신경이 쓰일까요, 안 쓰일까요? 남자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만,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쓰이는데 어떻게 해요.”
(청중) “맞아요.”
“내가 이 정도까지는 봐주지만 나는 네가 아무리 좋아도 이 이상은 못하겠다고 딱 정리하세요. 대신 그 선 안에서는 남자 친구를 좀 놔줘야 해요. 안 그러면 아이가 있는 게 무슨 큰 죄나 되는 것처럼 늘 기죽고 살아야 됩니다. 내 남자가 기죽고 사는 건 나한테도 별로 좋은 게 아니잖아요. 사람이 기를 펴고 살아야죠. 기를 좀 살려주되 약속은 정확하게 하고요.”
“네.”
“결혼하기 전에 1년이면 1년, 6개월이면 6개월 딱 약속을 해서 남자 친구가 잘 지키는지 한 번 보세요.
‘아이를 만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 정도로 하자. 그 이상은 자꾸 아이 핑계 대지 마라. 네가 자꾸 아이 핑계 대면 내가 신경 쓰인다. 딱 몇 시간 정도로 하자.’
그리고 전화는 하지 말고 문자만 한다든지. 전화는 한다면 어떤 일로만 한다든지 원칙을 정해서 1년쯤 해보세요. 남자가 약속을 지키는지, 남자가 약속을 지키는데도 본인이 잔 신경이 쓰이는지 이 두 가지를 봐야 해요.
남자가 약속을 잘 안 지키고 핑계를 댄다면, 정리를 하는 것이 좋아요. 지금 정리하는 게 좋아요. 나중에 살다가 이혼하면 인생 경력에 흠이 되잖아요. (모두 웃음) 딱 정리를 하세요. 만약에 남자가 약속을 지키는데도 내가 계속 잔 신경이 쓰인다면 결혼을 포기해야 돼요. 결혼하면 피곤해요. 남자 잘못은 아니지만 내 수준이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거예요.
결혼할 남자가 아이가 있고, 이혼한 부인이 있는 것이 죄는 아니에요. 그러나 내 인간관계가 복잡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앞으로 질문자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이 가족밖에 언니가 또 있잖아요. 그러면 애들도 신경 쓰일 일이에요. 그런 일을 만들기 싫다면 아무리 좋아도 남자 친구로만 지내지 결혼 상대로는 딱 정리해야 해요. 나중에 자기가 애를 낳아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아빠가 젊을 때 그런 일이 있어서 언니가 하나 있다. 이게 현실이다.’
아이가 너무 어릴 땐 얘기할 필요 없어요. 크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얘기해주세요.”
“그러면 현재 남자 친구 딸에게 저희 관계를 말해야 할까요?”
“결혼하면 당연히 말해야지요. 숨기고 결혼하면 남자가 비겁한 사람이에요. 딸에게 딱 공개를 해야 해요.
‘아빠가 너를 지원은 하겠다. 그러나 나는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있고 결혼을 한다.’
결혼식에 딸도 초대할 수 있으면 좋은데, 질문자 가족들이 반대하면 하지 말고요. 결혼식 할 때 앞에서 꽃을 들어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딸이 있는 게 무슨 죄가 아니잖아요. 남을 때린 것도 아니고 죽인 것도 아니고,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요. 아예 공개하고 살아야 마음이 편해요. 가족한테도 계속 거짓말하고는 못 살잖아요. 친구들한테도 ‘내가 결혼하는 사람은 딸이 한 명 있는 남자다’ 이렇게 공개하고 지내야 해요. 그러면 많은 친구들이 반대하겠지요.
‘네가 뭐가 못나서 그런 인간하고 결혼을 하냐’
‘그래도 내가 좋아하니까 뭐 어떡하냐.’
딱 깨 놓고 살아야 잔 신경을 안 써요. 안 그러면 계속 거짓말을 해야 되고 숨겨야 되고 머리가 피곤해져요. 당연히 딸에게도 얘기하고 동의를 얻어야 해요.
‘이 남자는 너희 엄마 남자 아니다. 네 아버지이긴 하지만 내 남자다. 너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확실하게 하고 결혼해야지, 안 그러면 자기 아빠가 자기 엄마 남자인 줄로 애가 헷갈립니다.” (모두 웃음)
“아이가 지금 너무 어리기 때문에 얘기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어려도 얘기해야 해요. 안 그러면 나중에 시끄러워요. 얘기 못 하겠다면 그런 인간하고는 결혼하지 마세요. (모두 박수). 자꾸 양다리 걸치면 아이를 위해서도 도움이 안 돼요. 가만 보니 남자가 아까 나한테 솔직하게 말 안 했네요. (모두 웃음) 남자한테 마이크 줘 보세요.”
다시 남자가 마이크를 잡고 일어섰습니다.
“입장을 딱 분명하게 하고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돼요. 안 그러면 여자 친구가 늘 걱정하게 돼요.”
“네. 알겠습니다.”
“아직도 아이한테 얘기 못 하겠다고 생각해요? 아이한테 얘기 안 하고 어떻게 결혼 생활을 할래요?”
“아직 결혼식 날짜를 잡은 건 아니에요.”
청중석 여기저기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먼저 공개를 해야 결혼을 할지 안 할지 상대가 결정할 거 아니에요. 결혼하고 날짜 잡으면 그때 가서 얘기한다고요? 본인이 딱 공개를 해서 이 분이 내가 결혼할 분이라고 얘기하세요. 아이에게 네가 동의를 하면 내가 지원을 할 거고 동의를 안 하면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얘기하세요. 이것이 아이를 위하는 것입니다.”
“제가 판단했을 때는 아이가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아이를 정말 생각한다면 아이 엄마와 결혼해야죠. 가만 보니 심보가 더럽네요. (모두 박장대소, 박수) 좋은 것만 가지려고 해요. 아까는 착해 보이더니 너무 이기적이에요.
‘아빠는 엄마하고 서로 뜻이 안 맞아서 헤어졌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너희 엄마하고 결혼생활은 안 한다. 아빠는 이 분과 결혼할 거다. 너도 알고 있어라.’
아이에게 먼저 이렇게 얘기하고, 그리고 다음에 여자 친구를 소개해서 ‘이 분이 아빠가 결혼할 사람이다. 아빠의 부인으로서 네가 존중을 해야 된다’ 이렇게 소개를 하세요. 새엄마라고 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가 아무리 어려도 얘기를 해야지요.” (모두 박수)
“감사합니다.”
“어영부영하지 말고 딱 부러지게 해야 해요.”
청중은 남자에게 공감을 했다가, 여자에게 공감을 했다가, 웃었다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본 듯했습니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 내가 선택을 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청중은 큰 박수로 두 남녀를 응원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질문자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남자 질문자가 일어서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무슨 말을 할지 질문자에게 시선이 집중되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우유부단한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모두 박수)
말이라도 시원하게 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여자 질문자도 소감을 말했습니다.
“제 인생의 행복은 제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 소감을 듣고 스님은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자세를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습니다.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책임지는 자세로 산다면, 괴롭게 살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괴로운 이유는 하고는 싶고 책임은 지기 싫거나, 하기는 싫은데 좋은 결과를 얻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고 인생이 괴로운 거예요. 인생의 주인이 되어 가을 날씨처럼 청명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오니 단풍이 물든 나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스님은 다시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울산에서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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