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9.2.16 경전반 졸업식
“낚시 좋아하는 남편이 회를 떠 달라는데, 저는 불살생 계율을 지키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정토회 경전반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 축하 법문을 하고 한 해 동안 경전반 교실 운영을 위해 봉사해 준 담당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오전 10시 충주 호암체육관은 전국에서 1100여 명의 경전반 졸업생들이 자리했습니다. 타종, 예불, 반야심경 봉독으로 졸업식이 시작됐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대표의 축사, 참가지역 소개, 경과보고가 차례대로 이어졌습니다.

경과보고가 끝나자 순천정토회 광양법당 노진대 님이 지난 1년 간 바른 법으로 인도해 준 법륜 스님에게 졸업생을 대표하여 꽃다발을 올렸습니다. 졸업생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함께 불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그 끝이 없음에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졸업장 수여가 있었습니다. 졸업생들은 각 지역별 상임법사님에게 졸업장을 받은 후 차례대로 무대 위로 올라와 법륜 스님과 악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년 동안 영상으로만 스님의 얼굴을 뵈었는데 오늘은 스님과 직접 악수를 하는 순간입니다.

이어서 개근상 수상을 했습니다. 지난 1년 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든 경전반 학사일정에 참여해준 분들에게 드리는 뜻깊은 상입니다. 총 104명이 값지고 소중한 상을 받았습니다. 상장을 받고 내려오는 도반들에게 축하의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정근상 수상이 있었습니다. 총 70명이 수상을 하고 축하를 받았습니다. 수상자들 속에는 20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60대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분들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상장 수여를 모두 마친 후 스님께 졸업 축하 법문을 청해 들었습니다. 스님은 정근, 개근한 사람들을 크게 칭찬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정토불교대학 경전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졸업도 어려운데 정근, 개근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이어서 경전반을 졸업한 것이 왜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인지 아주 공감이 가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잠시 느끼는 즐거움, 옷과 물건을 구매할 때 느끼는 잠깐의 재미, 이런 소비하는 즐거움으로 인해 결국 우리 삶의 토대인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어린아이가 게임에 중독되듯이, 사람들이 술과 마약에 중독되듯이, 정신없이 소비주의에 물들어 살아가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건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보여지는 공통적인 풍조입니다.

이런 시대에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빌지 않고, 도리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보시’의 마음을 내는 것은 정말 귀한 일입니다. 또 조금만 일해도 그 노동의 대가를 돈으로 계산하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자기의 재능을 세상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봉사’의 마음을 내는 것도 정말 귀한 일입니다. 그리고 늘 ‘이것 해주세요’, 저것 해주세요’ 하며 구걸하는 삶에서 벗어나,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서 스스로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길을 가겠다는 ‘수행’의 마음을 내는 것도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먹고 쓰는 쾌락에 중심에 두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욕심, 성냄, 어리석음이 고통의 원인임을 자각하고, 삶이 자유로워지는 ‘수행’, ‘보시’, ‘봉사’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을 내는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설령 그러한 마음을 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명상센터처럼 편리하게 시설이 갖추어진 곳에 가서 수행을 하려고 하는데, 정토회에 나오는 여러분들은 대부분 열악한 시설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스님이 직접 법문을 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영상 법문을 틀어줍니다. 또 안내하는 사람이라도 스님이면 나을 텐데, 나랑 별반 다르지 않은 봉사자가 안내를 하죠.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다들 자기 품위를 지키느라 이런 곳에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서,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도 않은 곳에서 영상으로 법문을 듣고, 대부분의 강의는 1시간 정도만 하는데 2시간이나 앉아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절이나 교회에 가면 먹는 재미가 있기 마련인데, 정토회는 도시락을 싸오라고 하잖아요. 또 시작하기 전에는 방석을 깔라고 하고, 끝나면 청소도 하라고 해요. 그런데다가 화장실에 가면 휴지도 없어요.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뒷물을 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모두 웃음)

생각해보면 이런 곳에 올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이곳을 다니는 대가로 돈이라도 주면, 참고 돈버는 재미로 다닐 텐데 그것도 아니에요. 연애하는 재미라도 있으면 그나마 괜찮을 텐데, 여기서는 연애도 못하게 합니다. 또 내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광고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광고나 상거래도 전혀 못하게 합니다. 헬스클럽 같으면 등록해놓고 가고 싶으면 가고 안 가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는데, 여기는 출석일수를 다 체크하니까 많이 안 나오면 졸업도 못해요.

그러니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이곳에 올 만한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현대 사회와 안 맞아요. 저도 그걸 잘 알아요. 그런데도 여러분은 여기에 와서 공부를 했으니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하루라도 다녀보겠다고 마음을 내고 입학한 것도 정말 드문 일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며칠 다니다가 그만두는데 끝까지 다녀서 졸업까지 했다는 것은 더욱 대단한 일이에요. 1년 정도는 참고 다녀서 졸업한다고 쳐도 다시 경전반에 입학한 것을 보면 참 굉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중에는 개근까지 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모두 박수)

진흙탕 속에 핀 한 송이의 연꽃처럼 다른 사람이 욕하고 비난을 해도 내 마음의 청정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입니다. 이는 마치 이 방이 멸균 상태여서 내가 병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온갖 세균이 있지만 내가 가진 면역력으로 인해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건강인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경전반을 졸업하면서 이제 이런 수행의 길에 한발을 디뎌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세상의 가치대로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이런 수행의 길이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잖아요. 앞으로는 맛있는 것을 알지만 맛있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편안한 것을 알지만 편안한 것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는 것이 힘든 것을 알지만 일어나고, 절하기 싫은 것을 알지만 절을 해보는 겁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절하고 기도하면 몸이 훨씬 더 가뿐해집니다. 일단 하고 나면 마음도 더 편합니다. 술을 더 먹고 싶지만 과음하지 않으면 이튿날 속이 편하듯이, 순간의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내일 이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이 더 낫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가꾸어 가야 합니다.

이제 경전반을 통해 이런 수행의 이치를 조금 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명상수련을 통해 이 길에 대한 맛을 조금 봤다고 할 수 있어요. 또 도반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조금 터득했습니다. 경전반 졸업은 수행자의 길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입니다. 정토회에서 이야기하는 수행자의 길에는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 세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우선 발심행자가 되길 바랍니다. 이미 발심행자가 된 사람은 서원을 크게 세워서 서원행자가 되어 정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불교대학과 경전반에 다닌 것만 해도 여러분 모두는 정말 귀한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온 과정만 돌아보아도 아주 귀합니다. 그런데 이 귀한 사람들이 여기에 안주하기보다는 조금 더 앞으로 가면 좋겠는데, 이런 저의 마음을 이해하십니까?”

“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아주 귀하다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동시에 여기에 안주하거나 뒤돌아가기보다는 조금만 더 앞으로 가면 참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오늘 졸업식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첫발을 떼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경전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더욱 깊게 와 닿았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점심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졸업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펼친 후 도반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졸업식에는 특별히 오늘을 기념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졸업생들은 현수막과 스님 사진을 그대로 본 떠 만든 조형물을 배경으로 도반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오후에는 신나는 공연과 함께 힘차게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해운대정토회 도반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에 맞춰 재미있는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경남지부 경전반 졸업생 60명이 단체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아리랑’을 함께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 신나게 어우러질 수 있었습니다.


경전반을 다니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소감문 발표를 들은 후 다시 스님이 무대로 올라와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6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그중에서 남편이 낚시를 해와서 자꾸 회를 떠달라고 해서 고민인 분의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질문자는 얼마 전 스님에게 불살생 계율을 받아서 더욱 고민이 컸습니다.

“저희 남편은 낚시광입니다. 회사 동호회에서 배를 빌려서 다닐 정도로 낚시를 좋아합니다. 저는 자기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은 자유라는 입장으로 남편의 취미를 존중하고 있는데, 문제는 곰장어, 참돔, 양태, 가자미 등을 잡아와서 저한테 회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작 본인은 징그러워서 못 만지겠다고 하면서 저한테는 횟감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모습에 배신감도 듭니다. 저는 이미 잡혀온 생명이기 때문에 맛있는 횟감이 되는 게 그 나름의 가치를 다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회를 만들고 있는데, 살생을 하지 말라는 오계를 스님께 받은 상황에서 마음속 갈등이 생깁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쭙고 싶습니다.”

“남편에게 이렇게 분명하게 이야기하면 돼요.

‘나는 살아있는 생명을 죽일 수 없다. 꼭 회를 먹고 싶으면 죽이는 것은 당신이 하되, 요리만 내가 해주겠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남편이 물고기 죽이는 것을 하지 않으면 물고기를 잡아와도 그냥 버리면 돼요. 조금 과감해야 합니다. 남편이 물고기를 잡아와도 다른 반찬을 내놓고, 아까 준 물고기는 어떻게 했냐고 하면 버렸다고 하면 돼요. 처음에는 성질을 낼 거예요. 심지어 뺨을 맞을 수도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서너 번만 하면 해결돼요. 지금 아무 것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질문자는 뺨 서너 대 맞는 게 나아요, 다음 생에 지옥에 가서 내내 고생하는 게 나아요?”

“쓰레기통에 버리는 방법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고요. 질문자가 불살생계가 정말 마음에 걸린다면, 우선 남편에게 물고기를 죽이는 건 못하겠다고 말해 보세요.

‘나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명을 죽이는 건 못하겠으니 꼭 회를 먹겠다면 죽이는 건 당신이 직접 하되, 죽은 생선을 가지고 오면 요리는 내가 하겠다.’

그런데도 남편이 안 하겠다고 하면, ‘나도 그건 못한다’라고 말하고, 그다음부터는 물고기를 줘도 갖다 버리면 돼요. 남편이 화를 내도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화를 많이 낸다 싶으면 한대 맞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때리는 게 너무 심하다 싶으면, 맞으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경찰에 신고해서 폭행죄로 신고하면 돼요. 남편이 유치장에서 2~3일 지내면 바뀔 거예요. 부당한 건 고쳐야 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아무런 피해 없이 무언가를 고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로 ‘미투 운동’이 많이 일어났는데, 당사자들은 자기가 창피한 것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잖아요. 이처럼 무언가를 바꾸려면 자기에게 오는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합니다. 질문자도 남편을 고치려는 생각이 별로 없으면 모르겠지만, 이걸 꼭 고쳐야겠다 싶으면 자기에게 올 피해를 감수해야 해요.

만약 스스로를 돌아보니 감수해야 하는 피해를 감당하기 싫다면, 지금 물고기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속내는 그 생명도 자기 뺨 한 대 맞는 것보다는 소중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 만약 뺨 맞는 게 싫다면 ‘내가 엄살을 피웠구나. 뺨 맞는 것보다는 물고기 죽이는 게 낫다’ 이렇게 솔직하게 인정하고, 과감하게 죽이는 거예요. 대신 그 과보를 받으면 돼요.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조금 당하면 됩니다. 지옥에 가서 칼에 찔리고, 뜨거운 불에 굽히면 돼요.(질문자 웃음)

지옥에는 칼로 자르는 칼산 지옥, 불에 태우는 화탕지옥, 얼음처럼 차갑게 하는 한빙지옥 등 여러 가지 지옥이 있어요. ‘그런 지옥이 어디에 있을까?’라고 하지만 지금 생선이 인간들한테 당하는 것을 보면 그런 지옥을 겪고 있잖아요. 생선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면서 나는 맛있게 먹었으니 나도 나중에 그런 걸 조금 당하면 돼요.

저는 젊은 시절에 고문을 당했는데요. 거의 숨이 넘어갈 때가 되니까 죽은 개구리가 눈에 영상으로 보이더라고요. 어릴 때 닭 모이 준다고 논두렁을 걸어 다니면서 회초리로 개구리를 많이 잡았거든요. 그때 잡았던 개구리가 영상으로 보였어요. 그때까지는 닭 모이로 개구리를 잡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제가 개구리 신세가 되니까 그 영상이 떠오르면서 ‘아, 그렇게 많은 개구리를 죽였으니, 나도 죽임을 당하는 게 마땅하겠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어요. 그 후로는 악을 쓰며 버티던 고문에 대한 저항도 싹 사라졌습니다. 그런 저항감이 사라지니 고문을 하던 사람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문을 멈췄습니다. 그게 곧 사는 길이었던 거예요.

질문자도 불살생계를 정말 지키려면 과감하게 남편과 부딪쳐야 해요. 그게 아니라면 물고기를 남편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좋아하니까 이 생은 행복하게 보내고 내생에 과보를 받는 것으로 정해야 합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은 무기를 들고 훈련하는 군복무를 거부하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 없이 감옥에 가서 지내다가 나옵니다. 그들은 감옥에서 나온 후에도 이런 제도에 대한 비판조차 거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안 됐다 싶어서 대체복무제를 주장하지, 정작 본인들은 군대에 가면 총을 들어야 하는데 총을 드는 것은 자기 신념에 위배되니까 마땅히 감옥에 가겠다고 합니다. 요즘 대체복무제에 대한 이야기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다른 사람들이 대체복무제를 주장하지 본인들은 제도가 정한 대로 할 뿐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아요. 그들은 자기가 믿는 종교가 가르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예요. 그걸 사회에서 인정해주면 인정해주는 것이고, 인정해주지 않으면 인정해주지 않는 대로 살아갑니다.

요즘 거론되는 대체복무제는 군대에 가지 않는 대신 그보다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건 엄밀하게 말하면 대체복무가 아니에요. 그들이 양심에 따라 선택하는 바를 존중한다면, 무기 들고 군복무하는 대신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일을 시킨다는 건 군대에 가지 않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보복성 조치에 해당돼요. 이렇게 제도가 마련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선택하지 않고, 감옥에서 지내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준다면 같은 기간 동안 다른 일을 하게 해 주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냥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가야지, 이렇게 보복성 제도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마음이 아직 이렇게 보복성 있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질문자도 계율을 지켜야 되겠다면 그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고, 그게 아니라면 그에 따른 마땅한 과보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해요.

예전에 제가 포교당을 운영할 때 낡은 건물이다 보니 쥐가 많이 나왔어요. 어느 날 안 되겠다 싶어서 끈끈이로 쥐를 잡았는데, 끈끈이에 붙은 쥐를 아무도 안 만지려고 해서 제가 다 처리를 했어요. 이미 끈끈이에 붙은 쥐를 살려줄 수도 없고, 생명을 해치는 과보를 받아야 된다면 다른 사람보다는 제가 받는 게 낫잖아요. 지옥을 견뎌도 제가 잘 견딜 거 아니에요.(모두 웃음)

질문자도 남편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대신 죽이라고 할 게 아니라 내가 죽이고 그 과보 또한 내가 마땅히 받는 쪽으로 택해야겠죠. 남편에게 대신 죽이라고 하는 것도 가만히 보면 심보가 더러운 거예요.(질문자 웃음)

남편이 과보 받을 일을 하는 건 그의 일로 놔두고, 그러나 나에게까지 오는 것은 분명하게 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자가 생선을 요리하는 게 즐거우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분명하게 말해야 합니다. 부부 사이라면 그 정도의 신뢰관계는 되어야죠.

만약 이 문제로 이혼할 위기에 처한다면, 이것으로 이혼하는 게 낫겠는지, 아니면 이번 생에는 그냥 살고 내생에 지옥을 조금 경험하는 게 낫겠는지를 두고 선택을 하면 돼요. 제 이야기는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이지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정리가 좀 됐어요?”

“네.”

“이건 남편에게 화낼 일도 아니에요. 그냥 남편에게 ‘지금까지 요리를 했는데 앞으로는 못하겠다, 꼭 회를 먹고 싶으면 죽어있는 걸 가지고 와라’ 이렇게 말하면 돼요. 이미 죽은 생선을 자르고 굽는 건 계율을 어기는 게 아니에요. 살아있는 걸 자르거나 튀기는 게 계율에 어긋나는 거예요.

여러분도 이미 죽어있는 회를 먹으면 먹었지, 생선이 아직 눈을 깜빡이면서 살아있는데 그 살을 먹는 걸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먹으려면 그냥 죽어있는 걸 먹지, 아직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살을 발라서 먹는 건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먹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잔인하게 굴 것까지는 없잖아요. 그게 싱싱함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생선이 싱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 안 가면 되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렇게 잔인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과보를 조금 받아도 된다 싶을 때가 있어요. 자기가 하는 행동은 생각하지 않고 자꾸 다른 사람을 문제삼고, 인간이 하는 나쁜 행동들은 생각하지 않고 자꾸 다른 생명을 나무랍니다. 이 세상에 있는 생명 중 인간보다 악한 생명은 없어요.”

“돼지가 욕심이 많아요, 사람이 욕심이 많아요?”

“사람이요.”

“뱀이 독해요, 사람이 독해요?”

“사람이요.”

“여우가 미운 짓을 해요, 사람이 미운 짓을 더 해요?”

“사람이요.”

그런데도 ‘이 사람은 여우짓을 한다’, ‘저 사람은 돼지 같다’, ‘그 사람은 미련해서 소 같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정작 소가 들으면 ‘어디 사람을 나한테 비교하냐’라며 성질을 낼 거예요.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잘 봐야 합니다.

질문자도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자기 의견이 있으면 말하고, 남편의 의견을 들어보고 합당하다 싶으면 수용하고,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내 의견대로 밀고 나가는 거예요. 내 의견대로 하면 아무런 과보를 받지 않을 수는 없어요. 남편이 생선을 집어던지거나 성질내는 과보는 각오해야 합니다. 그런데 폭력이 지나치면 신고하고, 또 남편이 유치장에 가게 되면 면회는 가야 해요. 유치장에는 폭력으로 인해 간 것이고, 나는 그의 아내로서 면회는 가는 거예요. 빼달라고 해도 빼주면 안 되고, 합의서를 써달라고 해도 써주면 안 돼요. 유치장에서 빼주고 빼주지 않고는 경찰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정할 일이 아니에요. 남편을 구속할 때는 남편으로 구속하는 게 아니라 폭력범을 구속하는 거예요. 사회정의를 위해서는 폭력범을 구속해야 합니다. 대신 아내로서 면회는 가야 합니다. 관점을 이렇게 정하면 아무런 모순이 생기지 않습니다.”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경전반 졸업생들은 스님의 말씀을 잘 새겨서 행복한 수행자가 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 외에도 5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수행맛보기 프로그램은 재미있었는데 옛날 생각이 나거나 열 받으면 수행이 잘 안돼요.
  • 26년간 함께 산 시어머니, 폭언이 심해서 힘들어요.
  • 낚시 좋아하는 남편이 생선을 잡아와서 요리는 저한테 시켜요. 불살생계를 받았는데 어떡하죠?
  • 수행자는 죽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저 자신을 잘 못 믿겠어요. 108배를 백일 동안 하고 싶은데 못할 것 같아요.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울고 웃다 보니 어느덧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졸업이 끝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법문을 마쳤습니다.

“돌아가면 수행정진 계속하셔야 돼요. 졸업했으니까 끝입니까?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에요. 졸업하면 이제 수행자가 되었으니 매주 수행법회에 참석해서 수행자의 삶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 바랍니다.”

이어서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후배가 준비한 축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양천정토회 김선자 님은 선배들을 위해 ‘가시버시 사랑’ 노래를 ‘정토행자의 수행’으로 개사해 불러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졸업식의 하이라이트인 경전반 교실 담당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담당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졸업생들이 수업을 잘 들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챙겨주고 봉사해 준 분들입니다.

졸업생들은 수고한 담당자들을 위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미’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담당자들의 정성으로 오늘 졸업하는 1100여 명의 학생들이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법륜 스님이 담당자들 한 분 한 분에게 악수를 건네자 졸업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무대 앞으로 뛰어나와 자신의 교실 담당자가 법륜 스님과 악수하는 모습을 사진 찍어주려고 취재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정말 가슴 뭉클했습니다.

학생들이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건 담당자들이 때론 학생들과 한마음이 되어, 때론 수행자가 되어, 때론 선배가 되어, 때론 맏언니 맏형이 되어, 푸근하게 교실을 이끌어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 졸업하는 모든 분들이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수행자로 살아가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드립니다.

산회가를 끝으로 졸업식을 모두 마친 후 스님은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같은 장소인 충주 호암체육관에서 정토불교대학 졸업식이 하루 종일 있을 예정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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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스님이 정리해주신 관점은 참 명확합니다.
삶을 이리 살수 있는 정도의 수행자가 되고싶습니다.

2019-02-19 22:57:06

김지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공짜로 얻으려했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02-19 15:59:21

박용삼

수계 법문에 부자처럼 먹고 입고 궁궐같은 곳서 살와 왔구나
감사하고 참회합니다

2019-02-19 11: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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