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20. 두북 농사
올 해 고구마 수확은 어렵네요

창원에서 강연을 마치고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회관에 도착한 스님은 채 몇 시간 눈도 붙이지 못한 채 이른 아침부터 손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오전내내 손님들을 맞이하고 점심 무렵 드디어 푸른 배추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두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스님은 두북에 도착하자마자 일복으로 갈아입고 텃밭 정리에 나섰습니다. 먼저, 지난번에 수확한 밭의 고구마보다 심은 시기가 한 달 가량 늦은 고구마를 캤습니다. 사지창으로 흙을 떠내고 호미로 깊이 파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고구마 농사는 어렵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땅 위로 무성하게 뻗은 줄기와 잎에도 불구하고 땅 속을 파 보면 고구마가 달려있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풍성하게 줄기가 뻗어 있어 기대를 해보았지만 ‘올해 고구마 농사는 어렵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 풍성하게 줄기가 뻗어 있어 기대를 해보았지만 ‘올해 고구마 농사는 어렵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텃밭 고구마를 캐고 비닐하우스에 심었던 고구마를 캔 뒤, 스님은 웃밭으로 갔습니다. 벌써 햇빛이 쨍쨍한 기운을 걷어내고 있어서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강연 일정과 손님맞이 일정 사이에 짬짜미 두북을 찾아 밭을 갈고 씨앗을 심고, 거름 주고, 김 매어 수확을 하는 농사 일정을 맞추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청을 솎고, 촘촘하게 자란 갓도 솎았습니다.

먼저 도착하여 밭일을 하고 있던 문수팀 행자님들과 같이 오이, 호박, 여주 틈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들깨 대를 낫으로 차례차례 베었습니다. “또록 똑똑 또로록” 천막에 들깨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들깨 향이 진하게 퍼집니다. 들깨 대를 톡 터뜨려 알갱이 한 알을 입 안에 넣어보니, 진한 들깨 향과 맛이 온전하게 느껴집니다.

 들깨 대를 베고 있는 스님. 까만 알갱이 속에 들깨가 독특한 향을 머금고 한 알 한 알 들어있습니다.
▲ 들깨 대를 베고 있는 스님. 까만 알갱이 속에 들깨가 독특한 향을 머금고 한 알 한 알 들어있습니다.

스님은 들깨 대를 깔개 위에 모두 옮기자, 깔개 천으로 들깨 대를 잘 감싸 들깨 알갱이 한 알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한 후 수레에 옮겼습니다.

들깨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들깨 알갱이를 놓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들깨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들깨 알갱이를 놓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밭을 내려가는 길, 코스모스가 꽃잎을 떨어뜨린 체, 씨를 잔뜩 머금고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코스모스 씨앗을 받아둔다는 게 잊고 있었네.”

스님은 코스모스 대도 낫으로 잘랐습니다.

수레에 가득, 코스모스 줄기를 싣고 내려왔습니다. 뒷 툇마루 한 쪽에는 잘라온 들깨 대를, 한 쪽에는 코스모스를 쌓아두었습니다. 얼마 뒤엔 가을 햇볕에 바짝 마른 들깨와 코스모스 씨앗을 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씨앗을 남긴 코스모스. 가을의 누런 황금들판이 저 멀리 보입니다.
▲ 씨앗을 남긴 코스모스. 가을의 누런 황금들판이 저 멀리 보입니다.

날이 빨리 어두워졌습니다. 스님은 때 늦은 점심, 때 이른 저녁 공양을 하고 밭에서 캐온 갓과 무청을 다듬었습니다. 수돗가에 불을 켜 두고 문수팀 행자님들과 함께 갓을 다듬어 박스에 잘 쌓아두었습니다. 함께 하니 다듬는 일도 금방입니다. 내일 남산순례준비를 해야하는 문수팀 행자님들을 먼저 보내고 스님도 뒷마무리를 한 뒤, 남은 업무를 보았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글,사진)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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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가을 들판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2017-10-26 00:21:47

봄선

많은 사람이 할 일을 혼자서 하시는 것 같습니다...농사를 짓다보면 자연에서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자연은 우리에게 줄 뿐 요구하지 않더군요...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_()_

2017-10-23 16:21:59

조수진

스님. 존경합니다.항상 건강하십시요.

2017-10-23 08: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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