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10.12. 김해시청 즉문즉설 강연
"나이가 들어 갈수록 불안합니다. 벌여 놓은 일은 많은데 점점 치쳐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두북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스님은 예불과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밭을 둘러보았습니다. 무와 배추가 열심히 자라고, 실험으로 9월에 심은 감자도 잎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웃밭에는 고구마와 야콘이 풍성한 잎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탐스럽게 달려있는 가지를 따고 밭 한켠에 남아있는 고소, 상추를 땄습니다.

여섯 시 반 쯤 되자, 화광법사님과 문수팀 행자님들이 왔습니다. 화광법사님과 문수팀 행자님들이 삼배로 인사드렸습니다. 스님도 같이 절하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곧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해야 할 화광법사님의 노고를 살피고 함께 발우공양을 하였습니다. 최말순보살님이 스님이 밭에서 따 온 고소와 상추에 쌈장을 더하고 가지를 무쳐내었습니다. 묵은 김치로 국까지 끓여 내니 오랜만에 고향 표 아침공양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문수팀 행자님들이 그 동안 밭일하면서 실수하고 배웠던 경험들을 펼쳐놓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행자대학원 행자님들이 농사지어 수확한 고구마도 스님께 전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도 수확한 고구마를 보내왔습니다.
▲ 문경수련원에서도 수확한 고구마를 보내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솨아’하고 비 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구마 캐야하는데 비가 계속 오면 어렵겠다. 행자들은 공부해야겠구나.”

행자님들은 스님의 말씀에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올 초에 꺾꽂이한 국화꽃이 가을바람에 활짝 피었습니다. 활짝 핀 국화꽃도 비를 머금고 있습니다.
▲ 올 초에 꺾꽂이한 국화꽃이 가을바람에 활짝 피었습니다. 활짝 핀 국화꽃도 비를 머금고 있습니다.

선주 법사님과 여광 법사님도 우산을 받쳐 들고 오셨습니다. 법사님들은 도착하자마자 일복으로 갈아입고 밭에 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상태만 둘러본다 했는데 잠시 후, 연장을 챙기러 행자님이 왔습니다. 생각보다 흙이 질지 않아 고구마 캐기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스님도 비옷을 챙겨 입고 나섰습니다.

밭에 올라가니, 이미 한창 작업 중 입니다. 고구마 줄기를 한쪽으로 걷어내고 두 사람이 뿌리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삽을 깊이 떠주면 한 사람이 호미로, 그 자리의 고구마를 캐는 일입니다. 스님도 호미로 고구마 캐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구덩이는 길고 털이 많이 달린 뿌리만 가득할 뿐, 고구마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곳은 큰 고구마가 달렸는데 툭툭 갈라져 흉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고랑은 그나마 우리가 흔하게 보던 고구마 모양으로 예쁜 자주색 빛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엔 전국적으로 고구마가 잘 안 된 모양이더라. 고구마 순을 심었을 때 워낙 가물어서 고구마가 견뎌 내느라고 그랬던 것 같다. 늦게 수확하면 이렇게 털도 많이 달리고, 모양이 터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쉬움을 표현하면서도 스님은 고구마 수확에 열중입니다. 두 고랑쯤 남았을 때 최말순보살님이 법사님들의 부탁을 받아 사지창을 사가지고 오셨습니다. 스님이 묵직한 사지창으로 흙을 떠내어 주었습니다.

땅 속에서 나온 자주색 고구마가 참 예뻐보입니다.
▲ 땅 속에서 나온 자주색 고구마가 참 예뻐보입니다.

사지창을 흙 깊숙이 넣어 들어 올립니다.
▲ 사지창을 흙 깊숙이 넣어 들어 올립니다.

도구가 보완되니 속도가 금세 납니다. 고구마 고랑을 마무리 한 후, 웃밭에 마지막 남은 야콘의 상태를 살펴볼 겸, 한두 뿌리 캐 보기로 하였습니다. 사지창으로 흙을 떠서 뿌리를 들어 올리니 주렁주렁 야콘들이 드러납니다. 크게 달려 있는 야콘에 스님도 함박웃음이 됩니다. 분명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씨앗을 뿌리고 떡잎을 보고 그것이 자리를 잡아 열매를 맺기까지 함께 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인 것을 알게 됩니다.

주렁주렁 달린 야콘들을 보니 웃음이 납니다.
▲ 주렁주렁 달린 야콘들을 보니 웃음이 납니다.

마칠 즈음, 빗줄기가 세어졌습니다. 흩어진 도구들을 담고 뒷정리를 한 뒤, 고구마를 포대에 담아 내려왔습니다. 포대로 두 포대입니다. 뒷 툇마루에 박스를 깔아 고구마가 잘 마르도록 펼쳐두었습니다.

고구마순이 땅 속에서 일궈낸 보물입니다.
▲ 고구마순이 땅 속에서 일궈낸 보물입니다.

비 오는 날에는 감자나 고구마를 수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은 스님 일정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땀과 비에 젖은 옷과 몸을 닦고 다들 모여 앉아 점심 공양을 하고 두 시간 가량 휴식한 뒤, 스님은 저녁 강연이 있는 김해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은 김해 시청에서 열렸습니다. 강연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스님은 시장님과 잠시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가야 문화의 우수성, 가야 불교의 전개과정, 가야와 신라의 통합 등 주로 가야 문화의 재정립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시장님은 다음에 시청에서 한 번 초청 할 테니 가야 문화에 대해 강의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김해에는 아침부터 구름이 많이 끼고 흐리더니 점심시간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가을에 내리는 비를 우리 조상들은 ‘떡비’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가을에 비가 오면 일을 쉬면서 수확한 곡물로 떡을 해서 먹는다고 ‘떡비’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가을비에 쌀쌀한 날씨까지 더해져 ‘좌석이 다 찰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400여 명의 김해 시민들이 참석하여 스님을 뜨겁게 반겨주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김해정토회 활동가들과 행복학교 활동가 60여명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일찍부터 참석하여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준비하였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총 10명이 스님께 질문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늦은 나이에도 배우자 인연이 나타나지 않아 고민인 분, 토끼띠와 호랑이띠가 함께 살아도 되는지 묻는 분, 75세의 나이에도 화를 내는 습관 때문에 자신도 힘들고 아내에게도 미안해서 어떻게 하면 화를 안 내며 살 수 있을지 묻는 분, 지금 목표가 없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몰라서 고민인 분,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많이 있는데 더 중요한 것 같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없다며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지 묻는 20대의 청년, 아이들 키울 때는 남편과 함께 여행도 하고 했는데 아이들이 크고 나니 남편도 아이들도 자기 생활만 하는 것 같아 섭섭함과 외로움을 호소하며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지 묻는 어머니, 그리고 50대에 접어드는데 벌여놓은 일은 많고 나이가 드니 불안감이 심해진다며 어떻게 하면 불안하지 않고 더 활기차게 지낼 수 있는지 묻는 남자 분, 욕망과 욕심이 일어나는 자신을 지켜보기가 힘들다며 어떻게 하면 욕망이 생겨나지 않는지 방법을 묻는 남성분, 아이가 어릴 때 사랑으로 잘 돌보지 못한 것 같아 7살 아이가 분리불안감이 심한 편인데 유치원을 전학시키는 것이 괜찮은지 묻는 학부모, 마지막으로 제사 때문에 형제간 불화가 있어 제사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다양한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나이는 점점 많아지는데 벌여놓은 일은 많고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가서 불안하다며 어떻게 하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물은 남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50대입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걱정도 생기고, 불안감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는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미래에 어떻게 될 것 같아서 불안해요?”

“제 생각에는 제가 자신감도 잃어버린 것 같고…”

“왜 자신감을 잃게 되었어요?”

“그냥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요.”

“지금 돈이 잘 안 벌어져요?”

“그런 것도 있어요. 그리고 일을 점점 더 벌이다보니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있어요.”

“그럼 줄이면 되잖아요.” (청중 웃음)

“그렇긴 한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 돼요.”

“그러면 그에 따른 과보를 받아야죠. 마치 성질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돼서 성질을 부리게 되면 나중에 과보를 받아야 하듯이, 일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안 되면 나중에 과보를 받아야 해요.

이런 고민에 대해서는 생각을 조금 바꾸셔야 합니다. 질문자가 20대 젊은 시절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매년 10% 이상 성장할 시기였어요. 30대 시절에는 7% 성장률을 보였고, 40대 시절에는 5% 정도의 성장률을 보였어요.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커지고 있으니까 그 안에 있는 사업들도 모두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사업이 확장되고 더 많은 수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대를 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누구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에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 어떤 정책을 펴든 경제 성장률이 그 이상이 되기는 힘들어요.

이것이 우리나라가 직면한 현실인데, 이건 우리 사회가 잘못되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사회든 일정 정도 성장하고 발전한 다음에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정체기에 접어들기 때문이에요. 유럽 사회도 같은 이유로 대부분 0~2%정도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요.

물론 우리나라에 이런 정체 시기가 조금 빨리 찾아온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대개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불을 넘어서면 이런 현상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3만 불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정체기가 찾아왔습니다.

인구 구성에서도 아이들은 줄어들고 노인들은 많아지는 빠른 노령화 사회현상을 보입니다. 이런 인구 구성의 변화는 생산 인구는 줄어들고, 소비 인구와 복지 지출은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사회의 고학력 추세가 이어지다보니 인건비도 올라가기만 합니다. 인건비가 올라가면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생산 원가를 맞추기가 어려워집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값싼 노동력에 기반 해서 물건들이 생산되면 가격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으니, 그런 제품들의 생산은 자연스레 노동력이 싼 곳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현재는 재벌 대기업이 추진하는 몇몇 사업들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차츰 경쟁력을 잃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이라는 존재로 인해 대기업들만 커다란 이익을 보고 중소기업들은 공장 운영의 어려움을 있는 현실입니다.

생산 원가를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에서 낮은 임금을 주면 고학력의 취직 인구는 ‘내가 저 돈을 받으려고 고생해서 공부를 했나’하는 생각에 중소기업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부모들도 ‘고생해서 공부시켰는데’ 하는 생각에 중소기업에는 보내지 않으려고 해요.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일자리는 있는데 사람들이 없는 상황이에요. 그러다보니 동남아 등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서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2백만 명에 달한다고 해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들의 일자리를 뺏은 것이 아니라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들을 그들이 와서 하고 있는 거예요.

대기업의 상황도 녹록치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은 대부분 모방 교육입니다. 모방 교육은 이미 발전한 나라의 지식을 가져와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력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창의성이 필요한 사업 분야의 경우에는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영입하려고 해요. 즉, 그나마 사람들이 원하고 또 고학력자를 고용할 수 있는 대기업의 일자리는 대부분 창의력 있는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들의 특성상 근로자 수는 점차 줄어듭니다. 예전만큼 사람들을 뽑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엊그제 어느 보험 회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예전에는 한 해 400명의 신규채용을 했던 회사가 작년에는 16명을 고용했대요. 회사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의 매출이 늘고 있는데도 업무의 자동화로 인해 직원이 그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또 예년에는 고용한 400명 중 200명은 영업사원이고 나머지 200명은 본사에서 업무를 보는 사무직원이었는데, 작년에 고용한 16명은 그 중 15명이 영업사원이고 본사 사무직원은 딱 1명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본사의 업무가 자동화되어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나마 사무직원으로 뽑은 1명도 한국 사람이 아닌 베트남 사업을 개척하는데 필요한 베트남 사람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 한 자리에 8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는데, 학벌은 연·고대는 기본이고 영국의 옥스포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외국의 유명한 학교 출신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최종 면접에 9명이 올라갔는데 결국 미국, 유럽에서 유학한 사람들도 모두 떨어지고 결국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여학생이 뽑혔다고 합니다.

이 기업의 경우에도 다음 진출 지역으로 베트남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요. 그러니 베트남에 연고를 두고 있는 베트남 사람이 유리한 거예요. 이 직원의 경우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는 것은 베트남에서 엘리트층이라는 말입니다. 베트남에 사회적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베트남어, 영어, 한국어 모두 하니까 회사의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거예요.

면접관 중 한 분이 이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분은 자기가 면접관이지만 자기가 봐도 자기 아들이 취직할 곳은 찾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청중 웃음)

그만큼 우리 사회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나마 2%의 성장률도 재벌 회사의 성장에 힘입은 통계적 수치이지,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비유를 든다면 재벌 회사들은 5% 성장하고, 나머지 중소기업들은 -3% 성장하여 평균 2%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는 게 실제 모습입니다.. 즉,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2%일 뿐, 중소기업의 성장과 우리의 일상생활은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에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대기업이 아니라면 열에 아홉은 줄어드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어요. 그나마 살아남는 것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어서 살아남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 진행하는 사업을 계속 성장시키는 건 여러 가지 사회적 조건을 고려했을 때 어렵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손실을 피하려면 지금부터 줄여야 해요.

옛날에는 사업이 잘 되다가 경기가 과부양되어 잠시 주춤해도 1, 2년만 버티면 다시 좋아지곤 했는데,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정체기는 그 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제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회적 환경이에요. 예를 들어, 조선업의 경우에도 예전에는 잠시 주춤해도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경기가 좋아졌는데, 이제는 그렇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웬만한 일은 값싼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서 다 해버립니다. 그 중 고급기술에 해당하는 일부 부분만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있지 나머지는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추세예요.

현재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 중에서도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절반 정도는 사라질 거라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고등학교 졸업해서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들 많았죠? (청중: 네.) 그때는 모두 자리에 앉아서 돈도 손으로 세었는데, 요즘에는 돈 세는 것도 모두 기계가 하고 필요한 업무들도 대부분 전산 처리를 합니다. 인터넷 뱅킹이 발달하면서 은행 지점도 차츰 사라지게 될 거예요. 설령 지점이 있어도 직원들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 거예요. 관리하는 사람 한 두 명과 현금지급기만 놔두고 운영하지 예전처럼 많은 수의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게 될 거예요. 특히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단순한 지식을 요구하는 부분은 모두 인공지능이 대체하고 단순한 기술을 요하는 부분은 로봇이 대체하게 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그저 생활하자니 그렇고 해서 치킨 집 등을 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영업자들의 숫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습니다. 가령, 1백만 개가 필요하다면 실제로는 1백5십만 개, 2백만 개가 있으니 모두가 어렵게 되는 거예요.

중산층이 그렇게 차츰 몰락해서 저소득층으로 내려가고, 국가에서는 저소득층을 구제해야 하니 계속해서 복지비용은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투자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러니 사업하는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으면 확장하기보다 그저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유지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럴 때 자꾸 옛날 생각을 하면 계속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앞으로는 조금씩 줄여나갈 필요가 있어요. 질문자도 예전에는 많은 직원들을 데리고 악착같이 일했다면 앞으로는 있는 것을 가지고 현상 유지하거나 줄이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악 쓰면서 일하지 말고 조금씩 줄여 나가세요. 자식들에게는 많이 물려줘봐야 결국 형제들 간 분쟁의 소지만 됩니다. 그런 분쟁을 원하지 않는 분들은 죽기 전에 스님한테 주면 돼요. (모두 웃음)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으면 자식들 사이에 서로 원수를 만드는 일밖에 생기지 않지만, 스님한테 주면 그 돈으로 굶어죽는 사람들 먹이고 병든 사람들 치료하는데 쓸 수 있습니다. 정 스님한테도 주기 싫다면 자기가 다 쓰고 죽는 것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보다는 나아요, 아시겠지요? (청중: 네.) 그래도 노후 계획은 해야 하니까, 자식들에게 물려주려는 게 아니라 8, 90세까지 자기가 필요한 비용은 마련해두고 그러다가 그 전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때 남은 돈 정도만 자식들끼리 나누어 갖도록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좋아요.

앞으로는 복지 혜택도 점차 늘어나니 노후 계획도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부의 성격에 따라 다소간의 격차는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복지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건 전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저 큰 욕심 없이 연금 받아서 그것으로 밥만 먹고 살면 충분하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불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옛날에는 늙어서 돈이 없으면 굶어 죽었지만 요즘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면 본인보다 공무원이 이를 더 걱정합니다. (청중 웃음) 동네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게 공무원들의 일이에요. 행여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면 공무원 책임으로 돌아갑니다. 병원비도 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이 점점 더 늘어나니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어요.

그렇지 않고 계속 욕심을 내면 삶이 어려워져요. 그리고 예전에는 욕심을 내도 채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채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게으르게 살라는 뜻이 아니라 악착같이 죽기 살기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면 성장률이 따라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한다고 성장률이 따라오는 시대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예전에는 하기 싫은 공부라도 억지로 하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는데, 요즘처럼 창의력을 요구하는 시대에는 억지로 하는 공부는 별로 효용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 정도만 갖추면 되지, 하기 싫은 공부는 억지로는 안 하는 게 나아요.

굶어죽을 일도 없고 병들어도 치료해주니 걱정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면 불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이 분명하게 잡히지 않으니 계속해서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거예요. 아무리 불안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도 기도할 때만 불안하지 않을 뿐 집에 오면 다시 또 불안해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해결이 되었어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지금 질문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각을 조금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자랄 때와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옛날의 사고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이 듭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정해야 하는 문제들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주 살만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옛날 생각에 젖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살기 어려운 나라로 생각하고 있어요.

퇴직금을 타는 분들은 함부로 사업을 시작하시면 안 됩니다. 이미 사회에 사업 과잉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미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어떻게 하려고 해요? 게다가 임대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건물주들은 대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쉽게 낮추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건물이 텅텅 비는 기간이 길어지면 모를까, 건물이 조금 늦게 나가도 자기들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가격에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돈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전에는 상위 20%의 소득이 나머지 80%의 소득과 같다고 말하는 시절도 있었고, 상위 10%의 소득이 나머지 90%의 소득과 같다고 말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점차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요즘에는 세계적으로 상위 1%의 소득이 나머지 99%의 소득과 같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심해지고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 사회적인 혼란은 더 심각해질 거예요. 그래서 빈부격차의 문제는 우리가 하루빨리 풀어야 하는 사회적 과제입니다.

그 해결책 중 하나로 대두된 것이 ‘기본 소득제’ 개념입니다. 스위스에서 시도 했지만 아직 정책으로 통과되지는 않았는데, 태어나면 무조건 기본 소득으로 얼마를 주는 제도입니다. 우선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나머지 비용으로 투자나 개발을 하는 제도예요.

앞으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되는데 기본소득제도 이에 대한 대비책입니다. 사회는 점차 노동과잉의 시대로 접어듭니다. 요즘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가 많은데, 노동력의 측면에서는 그리 정확하지 않은 분석입니다. 과거에는 육체노동을 하니까 60세 전후로 퇴직을 했지만 앞으로는 대부분 기계를 다루거나 지식 노동을 하기 때문에 7, 80세가 되어도 일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퇴직하는 나이가 늘어나고, 자동화로 인해 노동력이 남는 시대가 오지 노동력 부족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는 이유도 노동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저임금 노동을 안 하려고 하니까 저임금을 받고도 일을 하겠다는 외국인들이 와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겁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떤 사업이 성장하는 것은 그 사회의 커다란 흐름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러니 재벌 기업들이 크게 성장한다면 그에 맞는 사회적 흐름으로 인한 것이니 성장에 대한 세금을 많이 내어야 해요. 그렇게 거둔 세금으로 복지 예산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은 여전히 50년 전의 시스템입니다. 그러다보니 재벌 기업들이 돈을 벌면 사회적 책임을 하기 보다는 모두 자기들이 잘해서 번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하다가 법망에 걸려서 고초를 치르고 있는 재벌들도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왕이라고 해서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은 과거 방식의 권력계승이에요. 북한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제도이지만 많은 국가들은 이런 제도를 폐지했어요. 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권력 계승이 비합리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비합리적입니다. 권력은 물려주면 안 된다고 하면서 왜 재산은 물려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까? 이것부터가 잘못된 사고방식입니다. 반대로 재산을 물려줘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권력을 물려주는 것도 괜찮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권력승계를 폐지하듯이 재산 승계도 폐지해야 합니다. 지금은 유산의 40%를 세금으로 내고 재산승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지 않겠다고 부정한 짓을 하니 고초를 겪는 것이지요.

경제적 상황은 늘 사회적 흐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택, 교육, 의료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야 합니다.

우선, 주택 문제에 있어서는 재산 가치로서의 주택 개념을 버리지 않고서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투자해서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젊은이들이 월급 100만원을 받으면 그 중 10만원만 집세로 내고서도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 주택 시스템은 월급을 3, 400만원은 받아야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그 정도 되는 일자리는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적은 임금을 받더라도 살 수 있는 주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둘째,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려면 교육비의 부담이 너무 큽니다. 현재 공교육비는 높지 않지만 사교육의 부담이 큽니다. 그러니 사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교육 시스템으로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은 돈만 많이 들지 아무런 투자 효과가 없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 의료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들은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해요.

이렇게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 중 의료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아주 좋은 편입니다. 우리나라 의료 제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는 막상 한국에 살고 있으면 알기가 어려운데, 외국에 나가보면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나라는 주택과 교육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제도의 경우 현재는 정부가 매년 10~15조 정도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인구가 고령화되면 100조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야 할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는 의료보험료가 많이 오를 수밖에 없어요. 이런 걸 막으려면 죽을 때가 되었을 때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청중 웃음) 즉,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산소 호흡기를 달고 1년 넘게 연장치료를 하거나, 90이 넘어서 수술 안하면 6개월 살고 수술하면 7개월 사는 경우에 수술이 보험 처리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받으면 안 되는 거예요, 아시겠지요?"

"네."

"살아있을 때는 잘 살고, 죽을 때가 되면 죽음을 받아들여야지 억지로 목숨을 연명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요. 이런 건 사회지도층부터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돈이 많다고 사람을 산소호흡기만 달아 놓고 연명하는 것은 그리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치료를 해서 회생할 수 있는 사람은 회생시켜야 하지만 회생 불가능한 사람을 붙들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미국의 경우에는 태어나서 죽기 1년 전까지 쓰는 총 의료비와 죽기 전 1년 동안 쓰는 의료비가 같다고 합니다. 그만큼 연명 치료는 큰 비용을 요구합니다. 이 문제는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사회적인 운동도 병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인 운동이 이루어져야 누구나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보험료로 건강하게 살고,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곧 한미FTA 재협상이 이루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를 계기로 의료보험료가 많이 오를지도 모릅니다. 신약의 경우, 개발하는데 가령 10억이 들면 그 비용이 판매 가격으로 모두 책정됩니다. 그렇게 5년, 10년 판매하고 난 뒤 개발비가 모두 충당되면 그때부터 약값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신약의 경우에는 의료보험에서 제외되어 있어요. 즉, 환자가 신약을 원하면 그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약도 의료보험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이 미국 제약회사 측의 압력입니다. 그렇게 되면 몇몇 사람들의 신약 사용료를 전 국민이 모두 분담하게 됩니다. 그러면 몇 천원으로 해결되는 일주일 약값이 몇 만원이 되는 일이 발생하게 돼요. 한미FTA 재협상이 우리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 같이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아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은 세상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납니다. 이럴 때는 가치관의 혼란이 생깁니다. 어릴 때 본 세상과 자라면서 본 세상과 늙어서 보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어릴 때 보던 결혼풍습과 요즘의 결혼풍습도 다르고, 예전에는 대가족 시대였는데 핵가족 시대를 거쳐서 요즘에는 혼밥시대 라고도 합니다. 이성간의 결혼만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동성 간의 결혼도 있고, 프랑스에서는 계약결혼이라는 개념도 있다고 해요. 하나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가능성들이 자꾸 나오는 거예요.

그럴 때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혼란이 생깁니다. 바로 그럴 때 마음공부를 해서 자기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경제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성장시대가 가고, 지금은 정체시대가 찾아온 겁니다. 그것을 알고 정체시대에 맞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해요. 그리고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오면 그에 맞게 또 바뀌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 폰도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들의 게임 중독 등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4차 산업혁명시대도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나타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같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함께 나타납니다.

그래서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저 절에만 다니고 교회에만 다니는 것으로는 세상을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지역 간의 이동이 어렵다보니 지역 간의 갈등이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지역 간의 이동이 많아지다 보니 지역 간의 갈등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사회가 빠른 변화를 겪다보니 세대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투표의 성향을 봐도 경상도, 전라도 사이의 차이보다 노인과 젊은이 사이의 차이가 더 심합니다.

세대 간의 차이가 큰 것은 그만큼 사회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한 집에 살지만 내 자식이 나와 생각이 같을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다른 사람이에요. 내가 조선시대 사람이라면 내 자식은 그 이후 시대의 사람이라 할 수 있고, 내가 한국 사람이라면 내 자식은 외국인인 만큼의 차이를 보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자주 얼굴을 보며 사는 것뿐이지 머릿속에 깔린 정신적 프로그램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여러분들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불평을 하지만 자꾸 그렇게만 바라보면 가족 간에 갈등만 생깁니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마음공부가 더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즉문즉설 강연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될 거예요. 반면 과거와 같이 절에서 목탁치고 복을 비는 곳에는 점차 사람들이 줄게 됩니다. 같은 불교라도 그 안에서 성장산업이 있고 사양(斜陽)산업이 있습니다. (모두 웃음)

아직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탐구보다는 복을 비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전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후자는 사람들이 줄어들 거예요.

예전에는 양로원보다는 고아원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에는 고아원과 양로원의 수가 비슷해지고, 더 시간이 지나면 고아원보다 양로원이 더 많아지는 시기가 옵니다. 이렇게 사회복지 안에서도 성장산업과 사양산업이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시민운동에서도 볼 수 있어요. 과거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사업이 환경운동보다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사업은 정부가 많이 담당하게 되니 사회사업을 하는 NGO는 줄어들고,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점차 늘어나니 환경 NGO가 늘어나게 됩니다. 이처럼 시민운동에서도 성장산업이 있고 사양산업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것이 모두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서당은 사라지고 학교가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문을 배우는 서당은 필요하잖아요? 더 이상 성장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필요하긴 해요. 그러니 한문을 가르치는 사람은 더 이상 사업을 늘리면 안 되겠지만, 예전의 취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맞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질문자도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사업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저 사업의 성격에 맞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면 되지 불안해 할 이유는 없어요. 자꾸 옛날 생각을 하니까 불안해지는 거예요.

세상은 항상 변해갑니다. 그러니 지금 주변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정하면 돼요.

스님들에게 있어서 가장 수입이 많은 것은 사람이 죽었을 때 가서 목탁 치고 염불하는 거예요. 지금 이런 강연은 모두 무료인데, 사람이 죽은 곳에 가서 재(齋)를 지내주면 수입이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재를 지내려는 것은 사양 산업이에요. 현재의 수입에 물들면 미래를 못 보기 때문에 그건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놔두고, 이렇게 강연을 하면서 보다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하는 거예요.

불안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얼음 위를 걸을 때에도 얼음의 두께를 알고 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 불안하지 않은데, 얼음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약간의 소리만 나도 깨어질까 싶어서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때 생기는 불안감이 얼음에 대한 무지로 인한 것처럼 세상의 변화에 대한 무지로 인해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생깁니다.”

“네, 감사합니다.”

강연장을 빠져나가는 청중들에게 “오늘 강연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스님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여러 청중들이 이런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나와 함께 살아주는 것에 감사하며 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 스님에게 질문하기를 잘했다. 스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기 힘들겠지만, 화를 안내기 위해 진짜 노력하겠다. 정말 많은 교훈을 얻었다.”
“행복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내리는 비처럼 스님의 행복강연에서 정말 좋은 법비를 맞은 것 같아요. 행복합니다.”
“스님 강연에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2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스님의 법문에도 많은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밖의 대지는 ‘떡비’로 촉촉하게 젖었고 우리들의 마음은 지혜로운 법륜스님의 법비 속에서 행복으로 촉촉하게 젖는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강문헌(글, 사진) 조태준(녹취)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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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죽음을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다른 사람이에요. "
"불안은 무지에서 발생됩니다"
가볍게 인정하고 지금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는 것,. 감사합니다^^

2017-10-19 09:10:18

소망농장아낙

이시대에 진정한 선지자이십니다
스님~!건강하시옵소서~

2017-10-16 22:16:30

^^^^

스님 넘 멋있으시네요^^모르는 것이 없으신 스님..글을 정말 길게 정성스레 써주셨네요..힘드셨겠어요 ㅜ
글 제목에 오타요^^긴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2017-10-16 04: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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