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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가 내립니다. 기온도 뚝 떨어져 꽃샘추위를 실감하게 합니다.
밭에 덮어둔 비닐에 살얼음이 얼었습니다. 여린 싹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 스님은 예불과 기도를 마친 후, 아침 공양을 하면서
“추위가 심해서 살얼음이 언 정도야. 4월까지는 비닐을 덮어 둬야겠다.
잔뿌리에서 수분을 계속 공급하니까 그 자리에서 싹을 틔운 것은 괜찮은데 옮겨 심은 것은 잔뿌리가 없어서 영향을 크게 받지. 어제 옮겨 심은 호박은 그냥 맥을 못 추네. 그래도 봄은 모든 생명이 살아나는 시기니까 살아 날거야. 참 신기하지.”
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3월의 봄은 아직 농부가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계절인가 봅니다.
오늘의 일감 중 가장 큰 일감은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것, 지진이 있었을 때 갈라진 벽을 황토로 매우는 것, 원추리, 쑥 등 봄나물 캐기.
꽤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오늘 일감이 좀 많은 것은 수련을 마친 법사님들이 함께 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오전 중에 두북에 도착해서 함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광, 대광, 희광, 묘덕, 무변심, 선주 법사님이 오셨습니다. 먼저 비닐하우스 만들기부터 시작하도록 했습니다. 안 쓰는 비닐하우스에서 철심과 클립을 얻어왔기 때문에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기에는 제약되는 조건이 많았지만 가져온 철심으로 만들 수 있는 크기를 정하니 5미터 정도의 비닐하우스가 설치될 수 있었습니다. 여덟 개의 철심과 지지대 네 개를 가지고 공간을 정하고 오른쪽 왼쪽 철심을 땅에 박았습니다. 바람에도 튼튼하게 버텨야 해서 땅 속으로 꽤 깊이 박혀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비닐하우스 만드는 팀과 황토로 벽을 개보수하는 팀으로 역할 분담이 되었습니다. 비닐하우스는 생각보다 빨리 틀이 세워졌습니다. 이제는 비닐을 씌우는 일이 남았습니다. 일부 행자님들은 비닐을 구입하러 가고 기다리는 동안 나머지는 다른 일을 하였습니다. 스님은 한쪽에 쌓아둔 장작을 패고 집 뒤를 정리하였습니다.
비닐이 도착하여 넓게 펴서 비닐을 철골 위에 덮었습니다. 완성되지는 않아도 비닐을 덮고 보니 꽤 구색이 제대로 갖춰진 것 같습니다.
황토를 바르는 팀은 갈라진 틈으로 흙이 채워질 때까지 꾸준히 작업해야 합니다. 법사님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황토를 채워 넣었습니다.
비닐을 덮었으니 마감을 해야 합니다. 문도 달아줘야 하고요. 입구 비닐을 반으로 잘라 겹쳐지게 놓은 방식으로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비닐을 마감하고 입구를 만드는 방식을 의논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마감하는 방법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양 옆으로 창문을 내야하므로 옆면 비닐을 완전히 마감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제가 아직 남아있기는 하지만 1차 완성입니다.
아마추어 농부들이 비닐하우스를 완성하였습니다. 실험용으로 재배할 빈 화분들과 씨앗을 심은 화분들을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겨 주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은 따뜻하고 포근하였습니다. 화분에 식물들이 자라기에 딱 좋을 것 같습니다.
때 맞춰 황토를 넣는 작업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다들 집중하여 일하느라 몹시 출출하였습니다.
왁자지껄 이야기 나누며 공양을 하고 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비닐이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바람까지 보태졌습니다. 문을 열고 봤더니 마감을 덜한 입구와 옆면이 바람에 날려 찢어질 듯 흔들렸습니다. 파랑색 포장재를 입구에 덧씌우고 무거운 돌로 막아 주었습니다.
순식간에 비바람이 불던 것이 포장재를 덮어씌우고 보완하는 동안 곧 잠잠해졌습니다. 다들 입구와 옆을 다시 보완해야겠다 이야기하였습니다.
간단히 참을 먹고 다 함께 쑥을 캐러 같습니다. 곧 봄나들이 겸 서울과 문경 공동체 식구들이 돌아오는 주말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그때 이 쑥으로 떡을 해서 나눠먹자고 스님이 제안하였습니다. 80여 명 가량이 나눠먹을 쑥떡이라면 쑥 양이 꽤 되어야하겠지요. 한 바구니 이상 그득하게 채워서 돌아왔습니다. 쑥 다듬는 마음이 즐겁습니다.
함꼐 만드는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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