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6 두북 울력
봄 비 오는 날

비가 후두둑 내리다가 잦아들었다가를 반복하더니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 예불과 기도 후, 스님은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덮어 둔 비닐에 빗물이 고여 있어 비닐을 걷어 주었습니다. 무거워진 비닐도 걷어주고 새싹들이 바람도 맞고 빗물을 먹도록 해주려는 것입니다. 비닐을 걷고 보니 서로 닮은 듯 다른 모양의 새싹들이 흙을 뚫고 나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마늘, 부추가 가장 많이 자란 편이고, 알타리 무, 청경채, 치커리도 열심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상추는 싹이 많이 보이지 않았는데, 스님은 ‘배추나 무가 싹이 빨리 나는 편이고 상추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걷은 비닐은 해가 나면 자연히 마르도록 잘 펴 두었습니다.

개 중에 눈에 띄게 크고 튼튼한 떡잎이 여럿 보였는데 호박 싹이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삭히는 곳에 거름을 썼더니 그 속에 버려진 호박씨에서 싹을 틔웠네. 문제는 무슨 호박인지 모른다는 거야.”

스님은 호박 싹을 작은 화분에 하나씩 따로 옮겨 심었습니다. 이렇게 옮겨 심었다가 조금 더 자라면 감자 밭 경사면에 그대로 옮겨 놓을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튼튼한 호박 떡잎 화분이 일곱 개나 되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주변 정비의 날입니다. 스님은 지나다니는 길에 자라있는 서양 잔디를 뿌리 채 뽑아 그늘에 두었습니다. 서양 잔디가 자리 잡을 곳이 아닌데 번듯하게 뿌리까지 내려 꽃까지 피우면 왕성하게 퍼지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사랑방 아궁이에 불 땔 때 사용하는 장작도 정리하였습니다. 생나무는 장작으로 바로 사용하지 않고 바짝 말랐을 때 사용하는데 생나무를 마른 장작 위에 올려놓아 꺼내는데 불편했던 것을 정돈하는 것입니다. 또, 마른 나무는 1년이 넘어서 썩어가게 되면 화력이 줄어들어 불 땔 때 좋지 않으니 마른 나무는 너무 묵히지 않게 사용하고, 생나무는 말랐을 때 쓸 수 있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곳곳을 정비하고 있을 때 쓰지 않는 비닐하우스 철심을 가지러 갔던 행자님들이 돌아왔습니다. 비닐하우스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철심을 트럭에 싣고 오는데 곤욕이었을 것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철심을 자를 절단기도 빌려서 왔습니다. 스님은 비닐하우스에 화분들을 두고 실험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라 하였습니다. 곧 비닐하우스 제작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고 스님은 1박 2일의 행복학교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데 정리말씀을 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참석하였습니다. 연수 시간이 재미있었는지 참가자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쳤습니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남산 새갓골 진달래도 볼 겸 하여 모두 함께 이동했는데 빗방울이 더 굵어졌습니다. 진달래를 앞에 두고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 빗 속에서 우산을 쓰고 새갓골 입구까지만 한바퀴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바로 일주일 전만 해도 진달래 가 피어날지 모르는 나무였는데 오늘 보니 진달래가 만발하였습니다. 막 비를 맞아 물기를 머금은 진달래들이 싱그러워 보였습니다. 빗속이었지만 우산을 쓰고 짧은 진달래길을 걷고 오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스님은 짧은 빗 속 산책을 함께 한 행복학교 선생님들의 귀가 길을 배웅하였습니다.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비가 그치지 않고 오늘과 내일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날씨 예보를 보고 감자 밭에 들렀습니다. 멀칭한 비닐 사이로는 빗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되었습니다.
빗물을 모아서 사용하려고 큰 통에 경사면을 설치해서 고정한 물 대야를 두었습니다. 큰 통과 작은 통 두 개를 두었습니다. 물이 귀하고 바람이 귀하고 이렇게 비 오는 날은 햇빛도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방울이 굵어지다 점점이 날리다 반복하면서 계속 내렸습니다. 스님은 저녁이 되어 온도가 더 떨어지자 아침에 걷어둔 비닐을 다시 덮어 주었습니다.

“비닐을 아예 걷어주려고 했는데 아직은 기온차가 심해서 덮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는 빗물이 고여 무거워지는 것을 고려한 조금 더 보완한 비닐을 덮었습니다. 통나무를 세우거나 화분을 세워 경사면이 만들어주고 빗물이 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감자밭에 경사면은 빗물을 많이 모으기 위해서, 밭에 경사면은 빗물이 고이지 않고 떨어지라는 것입니다.

봄 비 오는 날, 땅 속 새로운 기운들이 수분을 가득 먹고 쑥쑥 올라오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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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함께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복들이 많으시면 스님 고향?(아마도)마을도 보구요..힘드실거같아 정말 이런말 안할려고 했는데,진짜 부럽네요!소박하게, 꾸미지않으시고 그데로두고 농사지으시는 스님의 소탈하신 ,청빈하신 삶에 다시 감격합니다..올라오는 새싹들처럼 저도 튼튼한 잎을 키워 세상을위해 소중한 무언가 제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야겠단 다짐을 해보네요..봄 비오는날 ..참 좋습니다^^

2017-03-30 05:20:21

김애자

비오는날 농사일 푸근합니다

2017-03-29 07:18:38

이기사

금강경 법회인유분의 세존과 같이 생활하시는 스님!
많이 배우고 느낍니다.
고맙습니다_()_

2017-03-28 15: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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