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7. 03. 25 제1회 대의원 교육, 행복센터 리더십 교육
기죽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비가 내립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립니다. 아직 새벽이 오려면 좀 더 있어야 하는데 스님 방에 벌써 불이 켜졌습니다.
예불과 천일결사를 하는 동안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아침 공양을 할 즈음, 빗방울이 약해졌습니다. 오늘은 대구 법당에서 ‘제9차 천일결사 제1회 대의원 교육’이 있고 바로 이어서 두북 수련원에서 ‘행복학교 리더십 교육’이 있습니다.
일찌감치 공양을 하고 아침 7시 반, 스님은 대구로 출발하였습니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하여 잠깐 쉰 뒤에 스님은 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대의원이란 누군가를 대신해서 일하는 거예요. 누구를 대신해서 일을 하는 거냐면, 바로 정토회 정회원을 대신하는 겁니다. 그게 여러분의 역할이에요. 정토회 정회원은 ‘발심행자, 서원행자, 결사행자’로 나뉘는데 바로 이 세 종류의 행자를 정토회에서는 정회원이라고 말하고, 정회원 10명당 1명꼴로 대의원을 선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우리 정토회 정회원 10명의 의사를 대리한다.’ 이게 여러분들의 사명입니다. 원래 정의대로 하면 그런 건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잘 안되지요. 10명을 대신해서 의견을 내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을 내기 쉽지요.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원래는 자기 지역구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구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그러면 ‘대의민주주의’가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요. 그래서 요즘 ‘대의 민주주의의 실종, 대의 민주주의의 종말’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또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주민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해야 되는데, 자기 이익과 자기 의사만 대변하니까 국회의원이 필요 없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은 수의 주민을 대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되는데, 실제 대변을 잘못 하다보니까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얘기기가 나와요. ‘국회의원이 있으나 마나다. 돈만 축낸다’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대의원 여러분들은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개인적 이익이나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게 아니라 본인이 소속된 정토회 회원들의 이익과 의사를 대변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우리 대의원들을 보면 가끔 정회원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또 정토회 일반 회원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 회원의 의사를 참조하도록 환기시키는 일은 아주 좋은 일지만 그것은 대의원이 대변해야 할 원래 목적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대의원은 자기 의견을 내놔도 안 되고, 일반 국민이나 일반 신도의 의견을 대변해서도 안 되고, 정회원의 의견을 대변해야 합니다. ‘내 몫은 내 지역, 내 정토회에 소속된 정회원 10명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 지역 정토회 정회원 40명의 여론을 대변하는 4명의 대의원 중 1명이 나다.’ 이렇게 생각하셔야 해요. 이게 대의원의 첫 번째 기본정신입니다.

두 번째 기본정신은, 책임을 진다는 겁니다. 어떤 일을 해 나갈 때 ‘책임을 진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일을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고 ‘일에 대한 최종책임을 내가 진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걸 아니까 사람들은 가능하면 책임을 안 지려고 결정을 안 하고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도록 미루는 겁니다. 그런데 대의원은 정토회의 최고결정권자, 즉 정토회의 어떤 사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기구입니다. 그러니까 정토회가 하는 사업에 대해 책임을 져야 돼요. 그런데 지금 여기 계시는 대의원들 중에는 ‘나는 대변하는 역할이다’라는 생각도 별로 없고, ‘대의원은 책임지는 자리다’라는 생각은 아마 더더욱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대의원이 뭐하는 자리인지 모르고 처음 대의원을 하게 된 분들이 많으니까요.

정토회를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결정권자는 지도법사였습니다. 그 다음 결정권자는 법사단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권자가 점점 늘어나서, 지도법사와 법사단에 실무자 일부가 참여하는 ‘총회’가 최종결정권자였다가 대중부 일부가 참여하는 ‘보살단’으로 확대가 되었고, 이제는 완전히 최종결정권이 대중부로 넘어갔지요. 그렇다고 ‘대중부만 모든 책임을 진다’는 건 아니고, 거기에 법사단도 참여하고, 실무자도 참여하지만 중심이 대중부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정토회가 창립될 때부터 대중주체, 즉 대중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제 명실상부하게 대중이 중심이 된 거예요. 의사결정을 최종적으로 대의원회에서 하니까요.

그러면 그전에는 정토회 활동이 대중 중심이 아니었느냐? 예, 처음에는 대중이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제일 처음에는 지도법사가 중심이었어요. 아무도 없는 데서 저 혼자 시작 했으니까요. 그 다음에는 법사단이 중심이 되어서 저와 일을 나눴어요. 그 다음에는 공동체가 중심이었습니다. 출가해 들어와서 사는 사람이 정토회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대중주체로 넘어가면서 재정도 대중들의 회비와 보시금이 정토회 운영재정의 중심이 되었고, 활동도 정토회 활동의 다수를 대중부가 차지했어요.

그전에는 대중부가 다수를 차지해도 결정권자는 보살단에 있었고, 대중부는 거기서 결정된 내용을 집행만 했습니다. 그렇게 대중부가 최종의사결정을 안 했기 때문에 정토회 이름으로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대중부가 질 순 없었습니다. 집행권은 훨씬 이전에 넘어갔고, 이제는 결정권도 대중부로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재정이 대중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집행을 누가 하느냐, 결정을 누가 하느냐, 재정이 어디서 나오느냐’인데 모두 대중부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보살단에서 서원행자로 넘어갔어요. 그러다가 7차 천일결사 때 대의원회가 결성되면서 최종결정권이 대의원으로 넘어온 거예요.
왜 최종결정기구가 서원행자대회에서 대의원회로 바뀌었을까요?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정토회가 커졌기 때문이에요. 정토회가 커지면서 서원행자 전체가 모여서 회의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서원행자 중에 일부가 모여서 회의를 먼저 하고 전체 서원행자는 그 결과를 보고 동의해 주는 현실적 조건으로 바뀐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대의원대회와 서원행자대회는 동시에 개최를 하되, 대의원대회가 하루 먼저 회의를 해서 그 결과를 서원행자대회에 보고하고 동의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둘째, 정토회가 자꾸 커지게 되니까 정토회원들의 의사반영이 어려워졌고, 자꾸 행정중심으로 흘러가기가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체 정토회 정회원들의 의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해졌어요. 정회원들 입장에서는 자기네 의사를 대변할 사람이 대의원인 것이고, 서원행자들 입장에서는 같은 서원행자 중에 일종의 TF팀을 꾸린 거랑 비슷한 게 대의원인 거예요. 말하자면 서원행자들 입장에서는 ‘너희가 먼저 회의해서 검토한 후에 보고만 하면 우리가 보고 동의해 줄게.’ 하는 방식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정회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원 여러분들이 모여서 정토회의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기구가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사람 수 자체가 적으니까 법사단이나 임원들이 여러 사람들의 얘기 들어보면 회원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대충 알았어요. 그런데 정토회의 2차 만일결사의 목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게끔 목표가 잡혔어요. 그때쯤 되면 한 개인, 즉 행정처장이나 대표, 또는 한 지부의 국장이나 법사 한 명이 그 모든 사람을 다 파악해서 의사를 대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대의원제도가 필요한 겁니다.........”

스님은 이번 9차 천일결사에 처음 대의원을 하게 된 사람이 전체의 70퍼센트 이상이어서 대의원의 의미부터 어떤 역사를 통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역할을 다하면 좋을지를 상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이어서 현장에서 대의원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다 보니 서원행자가 되었고, 지금은 대의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법당에서 행정적으로 일을 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결혼도 일찍 한터라 직장생활의 경험도 없습니다. 단지 법당에서 공양 일을 하고, 집전을 보는 등 옆에서 도와주는 일만 하다가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대의원이 부담스럽고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오늘처럼 대의원 회의에 모여서 이야기를 들어도 금방 잊어버리고, 기계도 잘 만지는 편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스마트폰을 잘못 만졌는지 제 핸드폰에서 밴드도 없어졌습니다. (대중 웃음)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뭐든지 하나하나 물어야 일이 가능합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도 잘 모르면 그만 두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의원이 되다보니 쉽게 그만두거나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고, 그러다보니 제가 잘 못하는 일들이 전과 다르게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지역 대의원회에서는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제가 잘 알려주지 못하면 미안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하는데 바로 답변이 오지 않으면 ‘귀찮아서 안 알려주나’하는 생각도 들고, 전반적으로 활동을 해나가면서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이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가 재미있게 일도 하고, 회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면서 기죽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네. 우선 기죽지 않도록 격려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대중 웃음)

대중의 의사는 다양합니다. 국가 운영에 있어서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정토회의 대의원회도 정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의견 중에서도 특히 소수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야 잡음이 적습니다.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다수의 의견만 반영되고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기가 쉽습니다.

소수자의 의견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 것뿐이지 여전히 하나의 의견으로서는 동등한데, 그저 다수의 생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낙오자 혹은 심지어 금기시 되는 경우가 있어요. 진정으로 잘 작동하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들 사이에서 절충뿐만 아니라 소수자들의 의견 반영과 권리 보장에서 판가름 나기도 합니다.

질문하신 분이 지금까지는 주로 공양주로서 일을 담당하고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역할만 맡아왔다고 했는데, 앞으로도 그 역할만 계속 하면 그 분야에서 묵묵히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의 의견이 정토회에 반영될 기회가 없어요.

예를 들어, 행정처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일을 많이 하다보니까 기도집이나 수행법요집을 출판하는 데 글자를 작게 만들어서 나이 드신 분들은 잘 안 보인다고 힘들어하세요. (대중 웃음) 이럴 때 나이 든 대의원이 계시면 이런 사항을 건의하셔야 해요. 가령 3천 권의 법요집을 만들 때 그 중 1백 권은 글자 크기를 크게 해서 출판하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요즘 천일결사 수행법요집도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대의원들 중 스마트폰 활용이 어려운 분들은 주변에 그런 분들의 의견을 대변해서 반영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분도 대의원으로 활동할 때, 공양주로서의 경험도 돌이키면서 그분들의 의견을 대변하실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공양주들은 주로 법당의 운영 방침을 따르는 편이었지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전국에 계신 모든 공양주들의 의견을 한 번 대변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질문자와 대중 웃음) 공양간에 필요한 시설에 대한 건의사항이 있으면 그런 부분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고요.

대의원 회의를 하다보면 ‘정토회 통합’이나 ‘회계 처리’ 등의 주제도 나오지만 질문자가 잘 모르는 그런 분야들은 다른 분들이 처리하도록 하고, 질문자는 질문자 나름 경험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분야, 소위 ‘법당 운영의 사각지대’를 잘 살펴보는 거예요. 공양간에 필요하거나 개선해야 하는 부분, 나이 드신 분들의 입장,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누구보다 잘 대변할 수 있잖아요.

정토회도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가들의 나이가 젊어지니 나이 드신 분들이 소외되는 부분도 생겨나는데, 그분들의 입장도 누군가는 꼭 대변해야 합니다. 그분들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활동하자니 생소한 부분이 많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미안하고 그렇잖아요. (대중 웃음) 기여도는 차츰 떨어지는 것 같은데, 정작 봉사일감은 잘 안 주는 것 같고. 그러다보면 익숙한 공양간의 일이나 청소 등의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봉사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질문하신 분은 이런 분들의 입장을 잘 대변할 수 있어요.

여기 계신 대의원분들 중 70세가 넘으신 분들 손 한 번 들어보세요. 질문자는 아직 안 넘으셨어요?” (대중 웃음)

“네. 저는 예순 셋입니다.”

“그럼 아직 멀었네요. (대중 웃음)”

“그래도 문서를 보거나 하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일흔이 넘으신 분들이나, 혹은 예순 넘으신 분들 중 문서를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끼리 소규모의 조직을 하나 만들어보세요. 노보살님들도 ‘연화회’를 조직해서 염불만 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상황이 비슷한 분들끼리 모임을 결성해서 정토회 내에서 공양간의 일을 조직적 · 전문적으로 맡으시거나, 염불만 전문적으로 맡는 것도 한 방향입니다. 그런 모임을 결성하고 그분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질문하신 분의 역할이 꼭 필요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현재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잘 살려보는 거예요.

현재 정토회 내에서도 총무나 행정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보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정토회에서는 봉사를 안 하거나 책임지는 부분이 없으면 다소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기분을 느끼곤 하지요? 스님도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어요. (대중 웃음과 박수)

뭔가 일을 맡지 않으면 마치 정토회원이 아닌 것처럼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보니 하려니까 부담스럽고 안 하려니까 소외되는 것 같아서 딜레마가 있습니다. 질문하신 분은 그런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그들을 배려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대의원 회의에서 건의도 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총무나 행정 업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아요. 그런데 질문하신 분처럼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까 오히려 그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지금부터 배워서 남들처럼 잘하고자 하기 보다는 자기 경험을 살려서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 거예요. 가령, 스마트폰 시대에 아날로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으로요.

우선 큰 방향은 그렇게 잡고, 그런데 그런 건의를 하는데도 의사소통을 카톡으로 하거나 문서 교환을 이메일로 하면 그런 부분은 조금씩 배워야하겠죠? 질문하신 분은 이번에 정토회 대의원을 맡지 않았으면 그냥 구시대의 인물로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앞으로 3년 동안 대의원 일을 하면서 그래도 주변 친구들보다는 문자, 카톡, 밴드, 이메일 등을 조금은 더 잘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겠네요. (대중 웃음)

이런 일들을 그냥 배우려고 하면 잘 안 배워져요. 그런데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하면 나이가 들어도 배워집니다. (대중 웃음)

스님도 컴맹이에요. 그런데 그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이 대신 해주기 때문이에요. 만약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직접 타자도 치고, 문서 작성 하는 방법도 배워야 되겠죠. 주변에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래도 부탁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게 돼요.(대중 웃음)

질문하신 분은 대신해줄 사람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죽으나 사나 직접 하면서 배워야 돼요. (대중 웃음) 남편을 비서로 두기에는 남편의 연세가 더 많다고 하니 어려울 것 같고, 자식들과 같이 사는 분들은 종종 자식들을 비서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직접 하면서 조금씩 배워 나가면 돼요.

일상적으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몰라요. 어디 가서 그런 걸 배우려고 해도 투자를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주변에 활동하는 사람들한테도 맛있는 걸 조금 해주든지, 차를 한 잔 타주면서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우도록 해보세요.

이렇게 ‘나와 같은 소수자의 의견을 대변한다’라고 생각하시고, 그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면 좋겠습니다.

소수자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것은 아주 긍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모두 다 똑똑하고 가진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면 정작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국회의원 중에는 동네에서 장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필요하고, 오랜 기간 농사를 지었던 사람들도 필요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진정으로 우리 동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농촌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의견과 필요를 대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 작은 마을에서도 그 마을 출신으로 마을의 실정을 잘 아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소위 경력이 좋은 사람을 뽑습니다. 그저 경력만 좋고 마을의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마을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겠어요? 변호사나 의사가 동네 상점 주인이나 농부의 이익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겠어요? 농부들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하면, 농사짓는 사람들 중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라도 공직을 맡겨야 그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죠.

그런 측면에서 질문하신 분은 법당에서 작은 역할을 맡거나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을 대변하기에 아주 합당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대중 웃음과 박수)

“감사합니다. 힘내서 활동을 잘 해보겠습니다. (대중 박수)”

“일은 어느 한 곳에 몰리거나, 젊은 세대에게나 편중되지 않고 지역적으로도 골고루, 연령적으로도 골고루, 업무적으로도 골고루 나눠져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소수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기회가 생긴 것은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질문한 어르신 대의원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우리가 속한 법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여서 함께 한 대의원들이 공감하며 박수와 웃음이 많았습니다. 일이라는 것이 한 없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스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차근차근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뒤숭숭하게 어질러진 방이 책은 책꽂이에, 그릇은 찬장에, 옷은 옷장에 제대로 들어가서 말쑥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정리정돈을 잘 한 방에 새로운 마음으로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대의원의 역할에 대한 스님의 설명과 현장에서 활동하는 대의원의 질문이 조화를 이루어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데 행복학교에서도 강의를 해야 해서 두북수련원으로 바로 또 가봐야 합니다. 토론 잘 하시고 재밌게 잘 해보세요.”

스님은 연령대가 다양한 9차 천일결사 대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곧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대구에서 두북까지 1시간 10분, 고속도로가 막히는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두북 수련원에 도착하니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이 강당에 빼곡하게 책상을 펴놓고 열심히 영상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영상 관람 시간을 마치고 스님은 ‘행복학교의 비전’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였습니다. 3시간가량 열띤 강의에 이어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행복학교를 열고 있는 선생님들이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오늘은 행복학교 선생님이 아니라 온전하게 행복학교 학생들의 모습입니다. 스님은 행복학교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5시, 내내 앉아만 있던 행복학교 선생님-학생들이 왁자지껄하며 공양 하러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님은 곳곳을 둘러보며 인사를 나누고 저녁 공양 뒷마무리를 하고 있는 행복학교 스텝들과 인사하였습니다.

“요즘은 봄나물이 좋아요. 이 앞에 원추리가 많은데 캐 줄까요?”

스님은 밖으로 나와 화단과 밭도 둘러보았습니다. 두북 수련원 화단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동백꽃도 하나씩 꽃망울을 틔워가고 있었습니다. 진달래가 스님을 보고 반가워하여 사진도 찍었습니다. 밭에서 일하고 계시는 화광 법사님을 만나 곧 있을 노인잔치 코스도 의논하였습니다.

“오늘은 하루가 참 빨리 간다. 강의 두 개 하고나니까 하루가 다 가네.”

해가 저물기도 전에 일정이 마무리 되어 스님은 영 적응이 안 되는지 아쉬워하며 말했습니다. 이런 날도 있네요, 스님.

두북 수련원에 핀 수선화와 많이 자란 원추리
▲ 두북 수련원에 핀 수선화와 많이 자란 원추리

함께 만든 사람들
임혜진 손명희 정란희 조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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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행권은 훨씬 이전에 넘어갔고, 이제는 결정권도 대중부로 넘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재정이 대중으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집행을 누가 하느냐, 결정을 누가 하느냐, 재정이 어디서 나오느냐’인데 모두 대중부로 넘어갔다는 거예요.] 네~그런거 같더라구요^^스님 안 계셔도 잘돌아가도록,재정이며 모든것을 대중부에 넘기셨군요..늘 자립을 강조하시더니,정토회도 자립을 시키셨네요 ㅎ

2017-03-30 04:52:33

조정

고맙습니다.덕분입니다._()()()_

2017-03-28 13:42:10

지나가다

글을 읽으며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한국 정치가 생활과 따로 가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잘 몰랐는데 정토회 운영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3-27 0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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