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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울산 두북으로 이동해 상반기 내내 키운 통일 씨감자를 수확하고 돌아왔습니다.
문경 정토수련원에서는 해외지부 총무단 수련 5일째를 맞이해 하루 종일 모둠별 토론 및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원래는 용추계곡으로 소풍을 갈 계획이었는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하루 종일 실내에 머물며 강의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하루 종일 장대비가 내린 문경 정토수련원
무변심 법사님, 묘당 법사님, 묘덕 법사님의 안내로 세 모둠으로 나뉘어서 정토회의 원칙과 규율, 소통하는 방법, 회의체계,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 모둠 토론
법사님들이 해외 총무단 수련을 진행하고 있는 사이 스님은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문경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장마전선이 북상하고 있어서 남쪽은 오후부터 비가 그친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문경에서 울산 두북으로 향하는 길
울산 두북에 도착한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호미로 감자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막 일을 시작하려는 때부터 비가 그쳤습니다.
원래 스님은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올해에 씨감자 10만 개를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에 보내고자 했었습니다. 이 씨감자는 감자 줄기를 조직배양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일반 감자보다 병충해에 강하고 생산량이 두 배나 많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의 굶주림 해결에 작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그야말로 ‘통일 씨감자’입니다. 그런데 대북 제재로 인해 통로가 막히게 되면서 모든 계획이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스님은 “내가 먼저 실험적으로 심어봐야겠다” 하면서 지난 3월에 이 씨감자들을 문경 수련원과 두북 수련원, 그리고 텃밭에 각각 심었습니다. 3개월이 지나고 오늘, 드디어 텃밭에 심은 것을 수확했습니다.
▲ 감자를 캐고 있는 스님
어떤 감자는 사과나 배보다 더 커보일 정도로 큰 것들도 있었는데, 호미로 땅을 뒤지며 감자를 골라내던 스님은 “와! 감자가 참 굵다!” 하면서 기뻐했습니다. 땅이 뒤집어지자 지렁이들도 꿈틀대며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알이 굵은 감자가 여러개 한꺼번에 나왔고, 어떤 곳에서는 알이 그렇게 크지가 않기도 했는데, 아마도 담벼락 밑에 심다 보니 햇볕이 많이 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캐낸 감자는 알이 굵은 것과 작은 것을 구분해서 통에 담았습니다. 이 감자는 씨감자여서 다시 심으면 그것이 그대로 병충해를 이기고 증산이 되는 씨감자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알이 아주 작은 것은 씨감자로 쓰기 위해 따로 모았습니다.
감자를 캐다보니 실제로 어떤 감자는 씨감자에서 그대로 줄기와 뿌리가 뻗어나와 다시 감자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감자 수확의 기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쯤 북한에 이 씨감자들을 마음껏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감자를 열심히 캐고 있던 스님에게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스님, 북한에 언제쯤 씨감자를 보낼 수 있을까요?”
“만약 올해부터라도 인도적 지원을 허용해 주면 보낼 수 있지 않겠어? 내년에는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내년이 되어 봐야지 세상을 알 수가 있나. 내년에는 꼭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중단된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인도적 지원이 멈춰버린 후 가장 가슴아파 했던 분이 스님이었을텐데, 오히려 스님은 때를 기다리며 씨감자 재배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씨감자 중 일부가 싹이 트지 않아서 스님은 몇 가지 과제를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냥 보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앞으로 연구소 측과 심는 깊이, 개수, 거름의 양, 심는 시기, 수확량 등에 대해 논의를 더 해보아야 할 것 같다.”
말씀을 들으며 ‘다만 할 뿐이다’라는 스님이 주신 명심문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어느덧 스님은 땀을 콩죽같이 흘리고 있었습니다. 빨리 감자를 다 캐고 다시 문경으로 돌아가야 해서 물 한모금 마실 여유가 없었습니다.
감자를 모두 캐내고 난 다음 빈 자리에는 다시 밭고랑을 일구고 둔턱을 만들었습니다. 스님은 “가을에 먹을 채소를 여기에 또 심어야지. 뭐 먹고 싶어?” 하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 가을 채소를 심기 위해 새로 밭고랑을 만들고 있는 스님
캐낸 감자 중에서 일부는 곧바로 물로 씻어서 일부는 상자에 담았고, 일부는 냄비에 담아서 바로 삶아서 먹었습니다. 상자에 담은 감자는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가져가서 해외지부 총무단 수련에 참석한 분들도 맛볼 수 있게 해줄 예정입니다.
냄비에 담은 감자는 곧바로 삶아서 먹었는데, 분이 풀풀 나면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여기에 김치를 한조각 올려 먹으니 더욱 꿀맛이었습니다.
▲ 삶은 감자
또 당장 먹지 않을 일부 감자들은 장마로 젖어 있어서 썩지 않게 하기 위해 그대로 방으로 가져가서 신문지 위에 올려놓고 말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두 달 동안은 농사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지 않아서 스님은 곳곳에 주렁주렁 달린 채소들도 같이 수확했습니다. 오이, 호박, 가지, 고추 등 딸만한 것들은 모두 땄습니다. 그럼에도 옥수수, 수박, 포도, 단호박, 복숭아는 막 커나가고 있는 중이라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 채소를 수확하고 있는 스님
▲ 호박
▲ 가지
▲ 복숭아
▲ 수박
▲ 옥수수
▲ 포도
▲ 고추
▲ 저녁 밥상에 올려진 채소들
또 고수를 심어 놓았던 곳에는 꽃이 지고 열매가 여물었습니다. 스님은 장맛비로 젖은 고수를 뿌리채 뽑아서 부엌 아궁이 곁에 가지런히 펼쳐서 말렸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말려서 고수 씨앗을 그대로 받으면 다시 심을 수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 고수
그리고 화단에는 수국이 아주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꽃이 너무 많이 피어서 일부는 비를 맞아 무게에 못이겨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수국이 넘어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주느라 다시 한번 땀을 흘렀습니다.
▲ 수국
그럼에도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줄기가 꺾인 꽃들은 신문지로 감싸서 문경으로 가져왔습니다. 아마 꽃병에 담아두면 며칠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 같습니다.
한편 마당에는 벌써 국화꽃이 예쁘게 피어서 눈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국화꽃이 벌써 피었다”고 놀라워 하면서 “참 예쁘네” 하고 기뻐했습니다.
▲ 국화꽃
이렇게 농사일을 마치고 스님은 다시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문경에는 여전히 장대 같은 비가 계속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정토회 해외지부 총무단 수련 6일째를 맞이해 그동안 모둠별로 토론한 내용들 중에서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해 스님이 최종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더불어 지난 6일 동안의 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 법문도 함께 있을 예정입니다.
오늘 땀을 뻘뻘 흘리며 통일 감자를 캐는 스님의 모습을 영상으로 생생히 담아 보았습니다. 영상으로 직접 만나보세요. ^^
▼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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