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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세계한민족포럼에 참석해 ‘한반도 통일의 국민적 과제’에 대해 개막연설을 했습니다. 저녁에는 평화재단에서 마련한 환영 만찬에서 참석자들을 위해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세계한민족포럼이 시작되기 전 아침 7시부터는 이혁 주 베트남 한국대사님의 초청으로 행사에 참여한 10여 분과 함께 조찬 모임을 가졌습니다.
▲ 주 베트남 한국대사님과 조찬 모임
이혁 대사님은 필리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달 5월에 베트남에 새로 부임해 왔는데, 알고보니 필리핀에서 근무할 때도 스님을 초청해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스님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구호활동을 십여 년 간 해오고 있어서 그에 대한 답례로 만남을 가졌던 것인데, 오늘 베트남에서 다시 만남을 갖게 된 것을 두 분은 무척 반가워 했습니다.
대사님은 베트남의 현황과 한국과의 관계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특히 베트남에는 한국 대기업에서 생산 공장을 많이 지어서 스마트폰의 경우 그 생산량이 연간 2억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또 베트남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잘 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조찬을 마친 후 8시 30분에 세계한민족포럼이 열리는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동 중에는 개미떼처럼 이동하는 장대한 오토바이 행렬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좁은 길이 많기도 하고, 또 경제적으로 저렴한 오토바이가 가장 인기 있는 교통수단이라고 합니다.
▲ 출근길 하노이 시내의 오토바이 행렬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해 행사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교
학교 안에 들어서자 현관 입구에는 베트남 전통 옷을 입은 학생들이 반갑게 참석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오늘 행사를 주관한 국제한민족재단의 이창주 교수님의 환영 인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어서 이혁 대사님, 콘스탄틴 주 베트남 러시아 대사님, 고상구 하노이한인회 회장님의 축사가 계속 됐습니다. 그리고 팜 쿠앙 민(Pham Quang Minh)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총장님은 ‘새로운 아시아 질서 관점에서 본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해주었습니다.
▲ 팜 쿠앙 민(Pham Quang Minh)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총장
이어서 사회자가 법륜 스님에게 오늘 행사를 여는 개막 연설을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오늘 행사를 마련해 준 국제한민족재단 이창주 교수님, 하노이인문사회대학 총장님을 비롯해 행사에 참여한 이혁 대사님, 콘스탄틴 러시아 대사님, 하노이 한인회 회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발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과 말씀을 먼저 했습니다.
▲ 개막 연설을 하기 전 베트남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하고 있는 법륜 스님
“오늘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1960, 70년대에 베트남이 통일되던 시기에 한국이 긍정적인 역할보다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민간인으로서, 한국의 민간단체를 대표해서 베트남 국민들에게 사과말씀을 드립니다. 오히려 베트남이 과거의 아픔에 개의치 않고 이렇게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관계를 진척시키기 위해 노력해 주시는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스님의 정중한 사과에 참석한 베트남 관계자 분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이 가진 공통점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막연설을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지난 2000년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사점이 매우 많습니다. 거대한 중국의 동쪽에는 한국이, 남쪽에는 베트남이 위치해 있는데, 중국이 발전할 때 한국과 베트남도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때도 있었고, 중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서 민족적 위기를 겪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주변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통문화와 민족 자주성을 잘 지켜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또 유교문화권에 속하지만 불교문화를 받아들였다는 공통점도 있고, 19세기 말 20세기 초엽에는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식민통치를 경험하기도 했고, 분단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은 아직 덜 개발된 상태이지만 이미 통일을 이루어서 안정을 되찾은 반면, 한국은 개발은 되었지만 아직도 분단된 상태로 인해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은 처지에 있다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주제가 ‘방황하는 한반도 통일의 국민적 과제’인데요.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은 중첩되어 있습니다. 제일 밑바탕에는 부상하는 중국과 지금까지 패권을 행사해온 미국 사이의 힘의 경쟁, 즉 미중의 갈등이 깔려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남북 간의 대립과 갈등이 깔려있고, 그 다음으로는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한국 안에서 벌어지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깔려있습니다. 이렇게 3중으로 중첩되어있는 갈등구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아직도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 즉 세계 4대 강국이라고 하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풀려면 이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조정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분단된 상태는 각국에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안정감을 주는 반면에 통일된 한국은 각국에게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이 될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레서 주변국들이 한반도의 통일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가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각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결사적으로 반대할 만한 이유 또한 없습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남북 당사자가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분단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 를 결정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가장 큰 주체역량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로 국력이 쇠락하면서 지금은 자기 체제를 유지하는데 급급한 실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북한이 주변국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설득하거나 또 통일에 따르는 군사력, 경제력,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은 현재 남한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은 어느 정도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한이 통일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결여된 이유는, 과거에 남한이 북한에 비해서 힘이 부족했을 때 늘 방어적인 입장에 놓여있었던 영향 때문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통일 의지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남한이 북한에 비해 경제나 국방 등 여러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통일 의지가 부족한 이유는, 소위 기성세대는 통일에 대한 이해보다는 당위적인 통일, 즉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에 비해 전후 세대인 젊은 세대는 당위성보다는 ‘통일이 남한에 무슨 득이 되느냐?’를 먼저 따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 북한이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시스템도 경직되어 있어서 자유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일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대통령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주제가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10%도 안 됩니다.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괜찮게 사는 나라임에도 아직도 제일 어려워하는 게 경제 문제라서 ‘누가 경제 문제를 풀 것이냐?’가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이러한 것이 한국이 통일문제에 주도적이지 못한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 대부분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이루어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거나, 문제의식이 있다 하더라도 당면한 선거에서 그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국내의 경제·사회 문제만 다루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통일에 대해 소극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한국이 이제 고도성장을 멈추고 거의 정체국면에 들어갔다고 봅니다. 그래서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해졌다고 생각해요. 방금 전 발표를 들어보니까 베트남은 지금은 좀 어렵지만 미래가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보시던데, 한국은 지금은 살만 하지만 미래가 굉장히 불투명해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통일은 정체된 한국사회가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미래의 희망을 갖기 위해서도 통일이 필요합니다. 첫째, 한반도에 전쟁이 다시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 둘째, 남북의 통합과 북한개발이라는 과제가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셋째,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한국 국민들이 통일을 이해해야 된다고 봅니다. 즉 지금 우리는 통일이 우리의 생활과 관계없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 직결된 문제인 시대에 당면해 있기 때문에 통일은 어쩌면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주제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국 국민들이 어떻게 해야 되느냐?’ 하는 것인데요. 저는 20여 년간 북한에 인도적 지원도 하고, 북한 난민도 돕고, 북한인권문제도 다루어 왔고, 이 문제를 주제로 주변국들과 대화도 하고, UN도 다니면서 오히려 이런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통일이라는 문제는 민간인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민간인의 역할이 중요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민간인이 통일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첫째, 통일 문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문제인데, 민간인이 정치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둘째, 주변국을 설득하고 함께 논의하는 외교력이 굉장히 필요한 분야인데, 민간인이 그런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어렵지요. 셋째,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려면 군사안보적인 측면에 대해 굉장히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 이것도 민간인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넷째, 남북 간에 통일로 나아가려면 경제적 지원이 상당히 필요한데, 이것도 지원과 투자 보장에 대한 결정을 민간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정부가 해야 될 일입니다. 한국 정부가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전방위적인 정치적 결단, 국민통합, 외교적인 노력, 그리고 군사안보적인 노력, 경제적인 지원 등을 추진할 때만이 통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에게 주어진 주제는 ‘국민적 과제’이니까, 이제 통일을 위해서 한국 국민들이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즉 주권자가 국민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정부를 구성하는 일이 바로 국민이 해야 할 일입니다. 남북한 국민이 만나서 악수하고, 함께 예술공연이나 체육대회를 연다고 통일이 되는 게 아니라 남한 안에 국가의 최우선 과제를 통일로 생각하는 정부를 국민이 구성할 때만이 통일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지금까지는 진보니 보수니,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는 낡은 기준으로 투표를 했다면, 앞으로는 누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한반도의 통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정부를 선택하는데 국민들이 힘을 쏟는다면, 저는 한반도의 통일에 성큼 다가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지금까지 미중이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점점 경쟁관계에 더 힘이 쏠릴 것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미중의 경쟁관계가 적대적 경쟁관계로 발전할 것이냐, 경쟁은 하되 협력은 유지할 것이냐’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적대적 경쟁관계로 간다면 한반도의 통일은 좀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미중의 경쟁이 적대적이지 않도록 해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단순히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그리고 국제적인 평화와 협력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고 있고, 갈등 구조도 점증하며 분노의 정치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도 한반도의 통일은 유의미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경쟁은 하되 그것이 적대적인 경쟁이 되지 않도록, 즉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협력 속에서 경쟁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평화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국 국민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에 참석자 모두가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의 개막 연설은 이번 세계한민족포럼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조를 형성하여 이후 계속된 토론에서도 그 내용이 자주 언급이 되었습니다. 개막연설 이후에는 이부영 전 국회의원, 월남 최후의 특파원으로 알려진 안병찬님, 김성곤 전 국회의원, 이우재 매헌윤봉길월진회 회장, 김두관 현 국회의원 등 많은 분들의 모두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모두 발언에서 김두관 의원님은 “남북관계가 파탄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며 법륜 스님의 개막 연설 내용에 적극 공감을 표현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으로서도 작은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의 개풍군과 연안군, 남한의 강화군과 김포시를 중심으로 한강 프리존 시티를 구성해서 경제협력과 문화교류, 행정통합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해지면 통일의 전초 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였습니다. 그러면서 “분단된 조국의 가장 남쪽인 남해에서 태어났지만 제 꿈은 통일 조국의 가장 북쪽인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여생을 마치는 것”이라며 통일에 작은 기여를 하겠다는 다짐을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첫 번째 세션을 마친 후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초청받은 참석자 분들 모두가 무대 위에 나란히 서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통일코리아!’를 외쳐 보았습니다.
이어서 하노인 한인회 초청으로 오찬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인회에서는 멀리 식당으로 이동하기 보다 직접 뷔페식으로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다며 참석자들을 안내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스님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며 찾아 온 베트남 여성 르 민 뜨랑(Le minh trang) 씨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뜨랑 씨는 마음을 내어서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통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대신 스님은 봉사하려고 마음을 낸 것을 고맙게 여기고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별도로 내어 주었습니다.
▲ 스님 왼쪽에 앉은 분이 통역 자원봉사자 르 민 뜨랑(Le minh trang) 씨.
베트남에서는 불교가 점점 쇠락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엘리트들이 베트남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에 가서 공부를 하게 되면서 대부분 종교를 카톨릭과 개신교로 바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뜨랑 씨는 카카오스토리와 페이스북에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자주 읽는다고 하면서 특히 스님이 즉문즉설 방식으로 SNS를 활용해서 포교하는 것에 대해 무척 관심 있어 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님은 다음에 베트남에 오면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 즉문즉설을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뜨랑 씨에게 통역 실력을 더 연마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웃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시부터는 ‘21세기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와 한반도’를 주제로 두 번째 세션이 열렸습니다. ‘남북한의 통일과 아시아지역공동체의 창설 전망’에 대해 양병기 청주대 교수님의 발표와 ‘한반도 안보체제의 악화와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 트카첸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교수님의 발표가 있은 후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또 오후 4시부터는 ‘베트남과 북한의 개혁개방, 성과는 왜 다른가?’ 라는 주제로 임반석 청주대 교수님의 발표와 ‘통일 한국의 정치체제와 기본정의원칙’ 이라는 주제로 장동진 연세대 교수님의 발표가 있은 후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다시 펼쳐졌습니다. 각 토론에는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교수님들도 몇 분 참여해 베트남에서 바로보는 시각을 자세히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 통역기를 통해 토론 내용을 경청하고 있는 법륜 스님
스님은 오후 내내 토론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러시아, 베트남 학자들과 한국의 학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저녁 6시 30분에 모든 토론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동 중에는 도시 곳곳에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흥기하는 베트남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스님도 “2년 전에 세계 100회 강연을 할 때 이곳에 왔을 때는 공터가 많았는데 벌써 빌딩들이 이렇게 많아졌느냐” 라고 하면서 놀라워 했습니다.
▲ 곳곳에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하노이 시내
숙소에서는 저녁 7시부터 평화재단 초청으로 환영 만찬이 열렸습니다. 먼저 법륜 스님이 무대에 올라와 참석자 모두에게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 평화재단 초청 환영 만찬
스님은 이번 행사를 주관한 국제한민족재단 이창주 교수님과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총장님 두 분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줄 것을 요청한 후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협력 관계를 만들어나갈 경우 얻게 될 시너지 효과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오늘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런 좋은 만남의 자리를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서 저도 기쁩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보면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두 나라 모두 거대한 중국 옆에 위치해서 고생을 많이 한 민족들입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자주성을 유지해서 지금 독립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지요. 역사적으로 보면 중국의 번영은 우리에게 기쁨이기도 했고, 때로는 두려움이기도 했습니다. 한나라가 번영했을 때는 침공을 받아서 우리의 영토의 일부 빼앗기고 한사군이 설치된 적이 있었고요, 당나라가 번영했을 때는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라는 당나라와 화친을 맺고 발달된 당나라의 문화를 공유했던 적도 있었고요. 송나라와 고려, 명나라와 조선도 서로 발달된 문명을 나누었습니다.
지금 중국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걱정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중국과 더불어 우리가 손잡고 아시아의 문명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또 중국의 패권 행사에 우리가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한국과 베트남이 서로 손잡고 협력한다면 번영도 함께 누리고, 위협도 함께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먼저 통일을 했습니다. 베트남의 통일을 보면서 통일 과정의 어려운 점이나 좋은 점을 모두 배워서 한반도 통일의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베트남보다 먼저 경제 개발을 이루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좋은 점은 어떤 것이었고, 한국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베트남이 잘 참고한다면 좋은 점은 계승하고, 나쁜 점은 예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베트남은 경쟁 관계가 되기보다는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통일 문제를 이렇게 베트남에 와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을 환영하면서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한국의 경제 개발 경험과 베트남의 통일 경험을 서로 공유해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나가자는 말씀에 참석자들 모두 공감하며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스님의 환영 인사에 이어서 내빈들의 건배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건배사를 하는 도중 김성곤 전 의원님은 “예전에는 강원룡 목사님이 한국 사회를 아우르는 원로의 역할을 해주셨는데, 요즘은 법륜 스님이 꼭 그런 역할을 해주시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스님의 왕성한 실천 활동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특별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한국문화와 한국전통음악에 관심이 많은 10명의 베트남 젊은이들로 구성된 ‘사물신기’라는 공연팀에서 신나는 사물놀이를 보여주었습니다. 주베트남 한국문화원에서 사물놀이 전문강사님의 지도로 실력을 연마했다고 합니다.
신나게 사물 공연을 하다가 “하늘보고 별을따고 땅을보고 농사짓고,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라며 한국말을 외치자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환영 만찬의 열기도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만찬이 끝나갈 무렵 스님은 팜 쿠앙 민 하노이 대학 총장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스님의 영문번역 책을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총장님에게 “남북 관계가 좋아지게 되면, 그 때는 북한의 학자들도 초청해서 오늘 같은 심포시엄을 같이 열자”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베트남의 통일과 경제 성장 경험은 특히 북한이 배울 점이 많은데, 이런 행사가 더욱 의미있을 것” 이라고 하자 총장님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습니다.
▲ 팜 쿠앙 민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총장님
그리고 스님은 오늘 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베트남에서 바라본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응웬 튀 찌(Nguyen Thuy chi) 교수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영문번역책을 선물했습니다. 스님이 “좋은 이야기 들려줘서 감사했어요” 라고 하자 응웬 튀 찌 님도 “너무 영광입니다”라며 기뻐했습니다.
▲ 하노이 인문사회과학대학 응웬 튀 찌(Nguyen Thuy chi) 교수님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스님은 테이블에 계속 남아서 이부영, 김성곤, 김두관 의원님 등 주요 내빈들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밤늦게까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일도 아침 9시부터 하루 종일 ‘한반도 통일 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을 주제로 세계한민족포럼 2일째 일정이 계속 이어집니다. 저녁 7시에는 하노이에 살고 있는 교민들을 위해 그랜드플라자 2층 밀레니엄홀에서 하노이 정토열린법회 주관으로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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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성지인 '신한촌'의 역사 회복과 재건을 위해 대중 여러분들의 후원금을 받습니다. 소정의 기금 출연으로 역사 회복에 동행하는 마음과 정성을 함께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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