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6.6.17 거제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 강연
“가난해서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것이 상처가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행자대학원 9기 과정 졸업을 앞둔 행자님들과 함께 탑곡 정토수련원에서 도량을 정비하는 일을 한 후 저녁 7시에는 거제 청소년수련관에서 ‘통일이야기’를 주제로 즉문즉설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아침 일찍부터 밭에서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 하다가 만 가지 치는 일을 마무리한 후 아침식사 상에 내어놓을 상추를 땄습니다. 

 

한편 밭에는 곳곳에 꽃이 피기 시작해 꽃들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코스모스, 능소화, 수국, 창포, 흰접시꽃 등 다양한 꽃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냈습니다. 특히 아직 가을도 아닌데 코스모스가 핀 것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 코스모스

 


▲ 흰접시꽃

 


▲ 능소화

 


▲ 창포

 

식사 후에는 행자대학원 9기 행자님들과 함께 탑곡 정토수련원에 올라갔습니다. 수련원에는 주말마다 영남 지역에서 많은 봉사자들이 와서 농사 울력을 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스님이 북한에 보내기 위해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씨감자가 여러 고랑에 심어져 있는데, 가까이에서 확인해보니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7월초에 해외 총무단 수련할 때 하루는 법문을 일찍 끝내고 여기 와서 감자를 좀 캐야겠다”면서 감자 수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행자반장과 함께 수련원 곳곳을 둘러보며 일감을 정한 후 곧바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일나누기를 한 후 곳곳에 흩어져 1시간 30분 동안 도량을 정비하는 일을 했습니다. 

 


 

한 팀은 곳곳에 넝쿨이 나무를 옭아매고 있어서 넝쿨을 제거하고, 한 팀은 예초기를 돌리며 법당 주위에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깎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톱을 들고 도량 주위에 심어놓은 나무들의 가지치기를 했습니다. 

 


 


 

역할을 분담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나니 벌써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비를 정리하고 마을로 내려와서는 칼국수 집으로 향했습니다. 스님이 “점심은 칼국수를 사줄게”라고 하자 행자님들은 무척 기뻐했습니다. 

 

칼국수 한 그룻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3시 30분에 저녁 강연이 열리는 거제시로 향했습니다. 거제시로 향하는 길에는 가덕도와 죽도, 저도를 잇는 8.2km의 거가대교를 건넜습니다. 

 

거가대교를 건너기 전 가덕휴게소에 내려 행자대학원 9기 행자님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밭에서 따온 고추, 상추, 앵두를 비롯해 도시락으로 싸온 밥과 김치를 기본으로 하고, 라면을 2인당 1개씩 사와서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 스님은 “여기까지 왔는데 거가대교 경치를 구경하고 가야지”라며 주위 풍경을 조망했습니다. 마침 망원경이 있어 들여다보니 저 멀리 거가대교가 선명히 보였습니다. 

 


 


 

가덕휴게소를 출발하자 곧바로 해저를 지나는 침매터널이 나왔습니다. 수심 48m 지점에서는 세계 최저 수심이라는 표시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로 넘어온 후 거제청소년문화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거제청소년문화센터는 사단법인 좋은 벗 박기련 대표님이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활동과 지역공동체 사업을 위해 개관했습니다. 박 대표님은 스님과 오랜 인연이 있는 분인데, 새로 개관을 했다고 해서 거제를 방문한 김에 잠시 들렀습니다. 

 


 

1층부터 4층까지 살펴본 후 2층 까페에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마침 작은도서관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스님은 스님의 저서 여러 권을 도서관에 기증한 후 문화센터를 나왔습니다. 

 


 

저녁 7시부터는 거제 청소년수련관에서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를 타이틀로 강연이 열렸습니다. 로비에는 통일의병 봉사자들이 참가자 접수와 통일시민학교 홍보를 하고 있었는데,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봉사자들을 격려한 후 강연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통일의병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 위에 오르자 1층과 2층 객석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거제 시민들은 큰 함성과 박수갈채로 스님을 환영했습니다. 

 


 

스님은 통일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무엇이든 솔직하게 대화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오늘 강연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함께 대화해보는 시간입니다. 원래는 통일 이야기만 하기로 했는데 개인 짐이 무거우면 통일도 못한다고 아우성들을 쳐서 개인 이야기도 한두 명 받아주겠다고 이야기했으니까 한두 명만 그런 이야기를 하세요. 대신에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은 나갈 때 반드시 통일시민학교에 가입신청서를 쓰고 통일의병에 가입하셔야 합니다.(모두 웃음)

 


 

제가 ‘통일은 이래야 한다, 통일은 이래서 필요하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여러분들이 평소에 궁금한 것, 진짜 남한테 물어보려고 해도 물어보기 어려웠던 것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너무 남의 이야기나 통상적인 이야기를 묻지 말고요. 자기가 생각하기에 ‘이러면 될 텐데 왜 이렇게 안 하지?’, 혹은 ‘왜 저런 사람들하고 같이 살아야 하나?’ 이런 게 있으면 솔직하게 대화를 하자는 겁니다. 통일하지 말자는 생각이라면 그렇게 이야기해도 괜찮아요.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이 자리는 인생이든 사회 문제든 서로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고자 마련됐어요. 

 

그리고 저는 강사료나 입장료를 안 받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권리가 있듯이 저도 솔직하게 이야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죠.”(모두 웃음)

 


 

스님은 이렇게 말한 후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총 8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개인문제와 통일문제 각각 하나씩 2명의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50대 주부 한 분은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 되었다고 울먹이며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스님과의 문답 속에서 한층 밝아진 얼굴이 되었습니다. 

 


 

“통일의병에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저는 자랄 때 가정이 어려워서 초등학교밖에 졸업 못하고 직장생활 하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졸업밖에 못했다는 상처 때문에 요즘 너무 힘이 듭니다. 상대는 그냥 이야기할 뿐인데 저는 이게 상처가 되어 사람들과 모임도 하기 싫고 우울하고 모든 게 의욕이 없습니다. 하루 300배 정진을 백일 동안 했는데 이 상처 때문에 3일을 남겨두고 마무리를 못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마음을 잡고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까?”

 

“초등학교밖에 못 나와서 밥은 어떻게 먹을 줄 알고 한국말은 어찌 그리 잘 하세요?(모두 웃음) 통일의병에 가입하는데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은 안 된다는 게 있었어요?”

 

“없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사실은 통일의병 공부하는 중에 그 마음이 확 일어나서 제 자신이 너무 싫고 힘이 듭니다.”

 


 

“왜요? 제가 이렇게 강연하면서 분자식이 어떻고 원자식이 어떻고 이야기하면 질문자뿐만 아니라 여기 대학 나온 사람들도 다 못 알아들어요.(모두 웃음) 질문자가 초등학교 다녔기 때문에 못 말아듣는 게 아닙니다. 다들 못 알아들으면서도 못 알아듣는다는 소리를 안 할 뿐이에요. 그래서 질문자가 초등학교를 나왔든 대학교를 나왔든 사실은 아무 차이가 없어요. 저는 고등학교 다니다 그만뒀는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녀요. 그런데 질문자는 ‘스님은 그래도 고등학교는 다녔잖아요!’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려고 하죠?”

 

“예,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모두 큰 웃음)

 

“저런 분이 계셔서 지난번에 제가 법문한 뒤 항의가 들어왔어요. 제가 지리에 대해서나 과학에 대해서나 이야기하다 보면 이렇게 앉아 있는 사람들이 학벌은 다 대학 나왔는데 지식은 중학교 수준이 안 돼요.(모두 웃음)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그래도 법륜 스님 법문을 들으려면 중학교는 졸업을 해야 하지 않느냐. 어떻게 중학교도 졸업 안 한 사람들이 이렇게 왔냐?’ 이렇게 이야기했더니 저런 분이 상처를 입은 거예요.”

 

“예, 스님의 그 말씀 때문에 저도 상처를 받았습니다.”(모두 큰 웃음, 격려의 박수)

 


 

“강연이 끝나고 누가 저에게 편지를 써서 줬는데, ‘옆에 앉은 분이 스님의 그 말에 상처입었다, 스님이 어떻게 법문 듣는 걸 학벌로 규제를 하느냐’라고 항의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어, 이거 참 그렇게 들을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지만 저는 학교 나왔다는 졸업장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대학까지 다닌 사람들이 학력만 높지 너무 상식이 없다는 뜻에서 농담으로 한 말인데 그 말이 질문자 같은 분에게 는 그렇게 상처를 줄 것까지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죄송합니다.(모두 박수)

 


 

그런데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것은 하나도 열등할 게 없습니다. 다만 초등학교 학벌과 관계없이 지식은 좀 있어야 해요. 조선 말엽에 의병활동하고 독립운동 했던 신돌석 같은 사람들이 초등학교를 나왔을까요? 안 나왔어요. 서당을 다녔을까요? 안 다녔어요. 그래도 다 의병운동하고 독립운동 했어요. 오히려 나라 팔아먹은 사람들이 대부분 학벌이 높아요.(모두 웃음) 

 

얼마전 어떤 대기업에서도 회계처리를 속여서 돈을 몇 조씩 손해 끼친 사람들이 주로 서울대학교 나오고, 외국 유학 다녀오고, 무슨 은행장을 지내서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잖아요. 초등학교,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입사해서 노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짓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든, 중학교밖에 안 나왔든, 초등학교를 설령 못 나왔든 이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 나이 또래에서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건 정말 귀한 일이에요. 금이 흙이나 돌만큼 많고, 흙이나 돌이 지금 금만큼 드물다면, 돌이 금보다 귀해지잖아요. 다이아몬드는 성분으로 보면 탄소, 즉 숯이며 석탄과 똑같아요. 그런데 보석으로 쓰니까 귀한 거예요. 당장 오늘밤에 얼어죽게 됐는데 다이아몬드 한 자루랑 숯 한 자루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가지겠어요?”

 

“숯 한 자루요.”

 

“다이아몬드 한 자루 껴안고 죽는 게 낫지 않아요? (모두 웃음) 원래 값이 있고 없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따라 그렇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자신을 귀하다는 관점에서 봐야 해요.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사람 중에 초등학교 졸업한 사람이 질문자밖에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질문자가 제일 희소합니다. 질문자가 제일 귀한 사람이에요. 통일의병 중에도 초등학교밖에 졸업 안 한 사람이 질문자밖에 없다면 질문자가 제일 희소한 사람이에요. 그렇게 희소성에 중점을 둬야 해요.(모두 박수)

 


 

그런데 초등학교 나온 걸 자랑삼아도 안 돼요.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열등의식을 가질 이유도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공부를 할 때 필요한 어떤 지식이 있다면 배워야 해요. 그건 대학 나왔다고 아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이 세상에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연기법은 대학 나왔다고 해서 아는 게 아니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영원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끊임없이 변해가요. 이 물질세계, 즉 우주는 생성되고 머무르고 흩어지고 사라집니다. 이걸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 해요. 우리의 육신을 포함해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어갑니다. 이걸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해요. 우리들의 정신작용은 한 생각이 생겨나고 머무르고 흩어지고 사라집니다. 이걸 생주이멸(生住異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물질도 영원하지 않고, 육신도 영원하지 않고, 우리의 정신도 영원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이걸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말합니다. 이 때 한자는 몰라도 돼요. 무슨 ‘제’ 자니 무슨 ‘행’ 자니 이런 건 몰라도 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변한다는 건 알아야 해요. 다만 이걸 한자로 쓰면 제행무상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런 건 초등학교 나온 것과 아무 관계가 없어요. 이렇게 기본적인 지식은 알아야 해요. 

 

물을 분자식으로 설명하면 H₂O라고 한다 이런 건 지금 중학교용 검정고시 책을 구해서 보면 돼요. 질문자가 학벌에 대해 그렇게 열등의식이 들면 검정고시로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졸업하면 되잖아요.”

 

“저도 학원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학원 가서 상담을 해보니까 저는 안 된대요. 제가 머리 수술을 받아서 기억을 잘 못하거든요.”

 

“기억을 못하면 초등학교 나왔다는 것도 잊어버리면 되잖아요.(질문자 웃음, 모두 웃음) 그건 어떻게 기억을 해요? 일단 한글 읽고 쓰는 건 돼요?”

 

“됩니다.”

 


 

“그러면 됐어요. 더하기, 빼기, 나누기, 곱하기 하는 셈본은 돼요?”

 

“됩니다.”

 

“그건 안 돼도 괜찮아요. 요즘은 전자계산기가 있어서 두드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 정도면 됐지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산업일선에 나갔으면 할 줄 모르는 게 없겠네요. 요리도 할 줄 알 테고, 농사도 지을 줄 알 테고, 공장에 가서 바느질도 할 줄 알 테고, 다 해봤을 거 아니에요.”

 

“네.”

 

“그래요, 그게 최고예요. 오늘 밥 먹는데 사람들이 ‘저는 땅밖에 못 팝니다’, ‘저는 뭐밖에 못합니다’라고 해서 제가 그랬어요 ‘너희는 전생에 지은 복이 없어서 부잣집에 태어나서 그래. 나 같이 전생에 복을 많이 지으면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조기교육을 받는 거야.’(모두 웃음)

 

저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낫질하고 호미질하고 밭 매는 일을 했고, 초등학교 때는 지게 지는 일을 했고, 이렇게 다 해봤으니 지금 못하는 게 없단 말이에요. 집에 뭐 고장나면 못도 갖다 박고 척척 고칩니다. 이걸 조기교육이라 그래요.(모두 웃음) 전생에 복을 엄청나게 지어야 이런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 복을 안 짓고 태어나서 조기교육이 안 됐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이 들어서 새삼스럽게 농사를 짓는다, 요리를 한다고 하니까 다 서투르고 힘만 드는 거예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조기교육을 받아서 사는 게 끄떡없어요. 저는 인도 가서 살아도 사람들하고 잘 어울려서 살고 필리핀 가서도 잘 살아요. 뭐든지 동네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거든요. 어렸을 때 영재교육을 받아서 그래요.(모두 웃음) 

 


 

질문자도 그런 조기교육을 받은 거예요. 그게 중요하지, 나머지 교육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필요하면 배우면 돼요. 한글을 잘 모르면 그것도 배우면 돼요. 저희 누님도 초등학교는 졸업했는데 한글을 잘 못 쓰고 잘 못 읽어요. 그래서 예순이 넘었을 때 노인정에서 글 모르는 사람들한테 한글 가르쳐주는 데 6개월 다녀서 이제 한글 쓰고 읽는 건 잘 해요. 질문자도 필요하면 그렇게 배우면 돼요. 저도 제 또래 중에서는 조금 희소성이 있는데, 질문자도 또래 중에서는 조금 희소성이 있네요. 아주 잘했어요.”(모두 박수)

 

“그런데 수행하면서 이걸 뛰어넘으려고 하니까 자꾸만 갔다가 되돌아오고 갔다가 되돌아오는 게 반복돼서 그게 너무 자책되고 힘들어요.”

 

“그러니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하라니까요. 교육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니까 질문자가 지금 열등의식을 느끼고 힘든 거예요. 질문자는 어릴 때부터 생활에 필요로 하는 조기교육을 받아서 남보다 더 잘 산다고 생각하면 돼요. 사는 데 지금 지장 없잖아요?”

 

“예, 없습니다.”

 


 

“그래요. 이런 조기교육을 받은 사람은 사업을 해도 잘 해요. 직장 다니다 딱 그만두면 음식점을 차려도 할 수 있고, 시골에 가서 농사지어도 할 수 있고, 조그마한 철물점을 내도 할 수 있고, 운전을 해도 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조기교육을 다방면으로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대학 나온 사람들은 자기가 전공한 바로 그 분야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부속품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제 자리가 없으면 쓸모가 없어요. 다시 말해 전천후가 못 돼요. 질문자는 살아오면서 받은 그 교육이 박사과정 수준의 교육이었으니까 그렇게 자부심을 갖고 살면 돼요. ‘오늘 스님 말씀 들으니까 나는 다방면에서 세상에 대한 조기교육을 받아서 전문가가 됐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사세요.”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가 활짝 웃자 청중석에서도 뜨거운 박수갈채로 격려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20대 여성분이 질문했는데, 일반 시민이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앞선 질문에서 스님이 통일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지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입니다. 스님은 그렇게 말한 이유와 더불어 시민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시민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하시고 윗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도 어머니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듯이 시민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런 지혜가 있으신 분들이 통일에 관심이 많이 없는 것이 문제이지요. 요새 경제가 더 힘드니까 통일까지는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게 대부분인 것 같아요. 시민들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는 걸까요?” 

 

“제 말은 통일은 시민들이 직접 할 수가 없다는 뜻이에요. 다시 말하면 통일을 하려면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일반 시민들이 그런 일을 할 수가 없잖아요. 북한과의 군사적인 대치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핵실험을 안 하면, 우리는 공격형 훈련은 안 하겠다’라고 하든지, ‘미사일 개발을 안 하면, 우리는 사드 배치를 안 하겠다’라고 하든지, 이렇게 서로 대화를 하면 군사적인 긴장을 줄여나갈 수가 있어요. 그런데 스님이 평양에 간다고 해서 그런 일을 하겠다고 사인을 할 수가 없잖아요. 개성공단을 운영하고 안 하고를 제가 결정할 수가 없잖아요. 저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버리니까 막을 수가 없잖아요. 저도 그동안 북한에 씨감자를 보내주고, 탁아유치원에 영양식을 보내주고, 전염병 예방약을 보내주는 일은 꾸준히 해왔는데, 지금은 그것도 정부가 막아서 못하게 됐거든요. 

 


 

통일은 대통령과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추진해야 되는 일이라는 겁니다. 첫째, 대통령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둘째,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대통령과 정부가 통일을 추진했었는데 국회에서 반대를 해서 통과가 안 되었고, 그래서 정권이 바뀌니까 통일정책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단 말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정부가 통일정책을 추진 안 하니까 이제는 국회에서 아무리 하라고 해도 정부가 안 해버리면 그만인 것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통일에 대해서는 사실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첫째는 정부, 둘째는 국회입니다. 그 중에서도 정부가 제일 중요해요. 

 

문제는 이 대통령을 누가 뽑느냐는 거예요. 옛날의 왕이나 북한의 지도자처럼 혈통을 따진다면 문제가 다르죠. 북한의 지도자는 혈통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통일을 못했다 해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요. 앞으로 통일 문제에 대해서 북한에 책임을 묻는다면 김정은 위원장한테밖에 물을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은 결정권이 없으니까 책임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앞으로 통일이 안 된 책임을 묻는다면 국민들한테 물어야 해요. 그런 대통령을 국민이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렇게 명시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그런 사람을 안 뽑았다는 데 책임이 있는 거예요. 뽑았는데도 그렇게 안 한다면 갈아치워야 하는데 안 갈아치웠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줄 정치인들, 즉 국회의원들을 뽑을 때 역시 그렇게 안 뽑았다는 거예요. 말뚝만 보고 찍었다는 겁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민주당 말뚝만 보고 찍고, 경상도 사람들은 새누리당 말뚝만 보고 찍은 거예요. ‘나는 안 찍었는데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찍었느냐보다 다수가 어떠냐가 중요한 거니까요. 

 

그러니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티끌 같이 작은 힘으로도 할 수 있어요. 독립운동은 총 들어야 하고 민주화운동은 돌멩이 들어야 했어요. 독립운동은 목숨 걸고 하고 민주화운동은 감옥 갈 각오를 하고 해야 하는데, 이 통일운동은 죽을 각오도 필요 없고, 감옥 갈 각오도 필요 없고, 총 들 필요도 없고, 돌멩이 들 필요도 없고, 손가락만 들면 됩니다. 손가락만 갖고 찍을 때 어느 쪽을 찍을 지만 정하면 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시민이 직접 할 수 있는 건 솔직히 말해 거의 1~2퍼센트도 안 된다. 그러나 정말 통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시민밖에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만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렵지도 않아요. 그냥 잘 찍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나 혼자 찍는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헌법에 보장된 결정권을 가지려면 일단 나부터 직접 투표를 하러 가야 하고, 나와 같은 의견이 투표한 사람 중에 50.5퍼센트라도 되어서 어쨌든 50퍼센트를 넘어야 해요. 쉽게 말하면 ‘쪽수’가 많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첫 번째, 내가 직접 가서 찍는 것이고, 두 번째, 사람을 많이 데려가는 거예요. 스님이 ‘쪽수’라고 하니까 말이 좀 방정맞죠?(모두 웃음) 사투리로 말하면 그렇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려야 합니다. 커피 한 잔 사주고 하든 통일의 이익에 대해 설명해서 설득시키든 그건 여러분 개인이 알아서 하면 돼요. 상대에 따라 ‘이 사람은 커피 한 잔 사주면 되겠다, 이 사람은 막걸리 한 잔 사주면 되겠다, 이 사람은 뭐 하면 되겠다’ 하면 됩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출마한 사람이 막걸리를 사주면 법에 걸리지만 내가 ‘통일을 해야겠는데 이 사람은 통일 이야기하면 안 찍어도 막걸리 사주면 찍을 사람이다’ 해서 막걸리 한 잔 사주면서 ‘야, 이 사람 어때? 이 사람 괜찮아. 이 당이 어때?’ 이런 거는 선거법에 위배되지 않아요. 아주 간단합니다. 

 

그렇게 해서 통일을 지향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그냥 통일로 가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애쓸 필요도 없이 일상생활을 하면 돼요. 그런데 만약 그렇게 뽑아놓은 사람이 막상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여론조사할 때 우리가 ‘이거 잘못한다’ 하고 지적해주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 하면 ‘이렇게 가야 한다’ 이렇게 응해주면 돼요.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다음 선거에서 바꾸면 돼요.

 


 

경제가 안 좋은데 통일까지 해서 어떡하느냐고 질문했는데, 안 좋으니까 오히려 통일을 해야 합니다. 이제는 ‘같은 민족끼리니까 통일하자’ 뭐 이런 이유에서의 통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지금 살 길을 열려면 통일밖에 없어요. 세계 경기가 안 좋아서 큰 배를 못 만든다고 하는데, 북한은 지금 큰 배는 물론 작은 배도 많이 없습니다. 중국 배들이 와서 북한 영해의 고기를 다 잡아가는 거 봤죠? 북한에는 배도 적고 기름도 없으니까 그래요. 그런데 통일되면 거기에 다 고기 잡으러 갈 수 있잖아요. 연근해는 북한 사람이 잡고 먼 데는 한국 사람이 잡아도 되고, 뭐가 돼도 되는 거예요. 물론 그 배는 다 우리가 만들 수 있겠죠. 그런데 북한이 좀 밉다고 해서 저걸 그냥 남에게 다 내주는 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에요? 바다도 중국이 다 먹어라, 광물자원도 중국이 다 가져가라, 노동력도 중국이 다 가져가라고 하잖아요. 

 

내 아내와 조금 의견 안 맞다고 이웃집 남자한테 데려가라 하고, 내 남편 좀 밉다고 이웃집 여자더라 가지라고 하고, 우리 아들도 이웃집 사람이 다 데려가라 하고, 부부가 싸워서 기분 나쁘다고 해서 이혼해서 재산 절반보다 더 많은 돈을 변호사한테 주면서 ‘저 놈한테는 가능하면 적게 줘라’ 이러는 꼴이에요. 그러니 질문에 답하자면, 지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오히려 통일이에요. 

 

문제는 그걸 국민이 모른다는 겁니다. 남북한이 통일이 돼서 10년만 지나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을 빼면 나머지는 전부 다 경쟁할 만한 나라예요. 프랑스나 영국 정도는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해요. ‘그런 새로운 비전이 있는데 왜 이 길을 우리가 안 가려고 하느냐? 안 가면 좀 바보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이런 의병운동을 하는 거예요. 

 

의병의 목표는 일단 통일을 강력하게 추진할 정부를 구성하고, 그 정부가 통일을 추진하도록 우리가 지원하는 것입니다. 당장 정치적으로 통일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우선 경제를 살리려면 상호 협력하고, 북한은 투자를 보장해주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안전도 담보해주고 희망도 주고 경제도 활성화시켜주는 방향으로 국가가 운영되도록 하는 게 국민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마치겠습니다.”(모두 박수)

 

오늘은 2016년 상반기에 열리는 마지막 강연이었습니다. 마지막 강연이어서 그런지 스님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더 열정적으로 힘주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스님의 열정적인 강연에 청중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화답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로비에서는 책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을 가까이에서 보았다며 기뻐했습니다. 스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눈길을 마주치며 환한 웃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오늘 강연을 준비한 통일의병 모두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통일 의병!”을 외치는 목소리가 아주 우렁찼습니다. 상반기 마지막 강연이어서 그런지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단체 사진 촬영을 마치자 마자 조촐하게 상반기 마지막 강연을 축하하는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통일의병들은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한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대중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선물을 개봉했는데, 선물은 ‘모자’였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농사일을 즐겨하시는 스님을 위해 준비했다고 합니다. 스님이 감사의 마음을 표하자 대중들도 큰 박수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스님은 상반기 마지막 강연을 성공적으로 잘 마친 통일의병들에게 다시 한번 격려말씀을 하였습니다. 

 


 

“오늘이 상반기 즉문즉설 강연의 마지막이었어요. 하반기 강연은 10월부터 시작이 돼요. 상반기 동안 강연 준비하시느라고 수고들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문제는 강연만 이렇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예요. 통일의병을 빨리 확산을 시켜서 2017년에는 국민들이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겠어요? 오늘 보셨듯이 거제도 주민들도 많이 힘들어 하잖아요. 그런데 통일이 되면 조금 더 좋아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중국에서 임금이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결합하면 원가 절감을 할 수 있거든요. 통일은 이제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하자’ 하는 당위를 넘어서서 우리의 생존과 밀접한 문제가 됐어요. 재벌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에게도 오히려 더 이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벌이 중심이 되어 통일을 하면 재벌이 주인이 되는 통일국가가 될 것이고, 군대가 중심이 되어 통일을 하면 군사국가가 될 것이고, 북한이 중심이 되어 통일을 하면 북한식 통일국가가 될 겁니다. 그러나 남한의 민주적인 시민이 중심이 되어 통일을 하면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통일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미워서가 아니라 남한이 중심이 되어 통일을 하면 좀 좋지 않으냐는 겁니다. 남한의 시스템이 조금 개선되는 방식으로 통일이 되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북한 식으로 통일이 되는 게 낫겠어요?(모두 웃음) 그런 통일을 생각하면서 여러분들이 조금 더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의 격려에 통일의병들은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곧바로 울산 두북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부터 하루종일 경주 지역 일대에서 정토회 제3차 통일의병대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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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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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화

추운 계절에 초여름 글과 사진을 보니 좋습니다.
경제침체기인 대한민국에 통일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2016-11-10 00:25:14

반야화

추운 계절에 초여름 글과 사진을 보니 좋습니다.
경제침체기인 대한민국에 통일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2016-11-10 00:24:15

조수진

스님.통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7-01 10: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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